현재 우리나라 MICE산업은 춘추전국시대라고 볼 수 있다. BIG 3인 서울, 부산, 제주 외에도 인스파이어 리조트, 파라다이스 시티 등의 복합리조트와 다수의 4~5성급 호텔, 송도컨벤시아를 보유한 인천,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전시장 KINTEX를 보유한 고양, 세계가스총회, 세계에너지총회, 세계물포럼 등 굵직굵직한 국제회의들을 유치한 대구 등 MICE 유치와 개최에 있어 이제는 다자간 경쟁구도다.
비교적 최근에 세계문화유산과 반도체 MICE의 개최지로 떠오른 수원과 수소 및 그린모빌리티 MICE 개최지의 울산 외에도 향후 서울 잠실 일대와 마곡지구, 성남, 포항 등이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하며 MICE 도시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이중 큰 잠재력을 가지고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도시가 있는데, 바로 강릉과 청주(오송)다.
MICE 도시로의 시동을 걸고 있는 강릉
강릉은 경포대, 오죽헌, 경포생태습지원,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 정동진 모래시계공원 등 국내에서 가장 많은 열린 관광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긴 백사장과 깨끗한 바다가 매력적인 도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 중 하나로 2023년에만 강원도 시, 군 중에서 제일 많은 3500만 명이 다녀갔다.
자연경관과 문화유산 외에도 강릉은 ‘커피 도시’로 유명하다. 강릉시 안목해변에 조성된 커피 전문점들이 즐비한 강릉 커피 거리는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각각의 카페가 갖고 있는 독특한 인테리어와 분위기, 그리고 전문적인 바리스타들이 내리는 고품질의 커피와 함께 강릉에서는 커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강릉의 커피 문화를 기반으로 강릉에서는 매년 ‘커피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으며 이 축제는 현재 강릉의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이자 강릉이 우리나라 커피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관광과 문화적 자원을 넘어 강릉은 MICE 도시로의 시동을 걸고 있다. 2023년에는 34개국 323개 합창단 8000여 명이 참가한 강릉 세계합창대회를, 2024년에는 전 세계 78개국 18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강원 동계 청소년올림픽 등 초대형 국제 이벤트를 연달아 개최했다. 무엇보다 2026년 강릉은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분야 최대규모의 학술·산업 전시컨벤션인 ITS 세계총회를 유치해 전 세계 90개국 2만 여 명의 관계자가 참가할 예정이다. ITS 세계총회 개최 필수 시설인 회의장을 위해 강릉은 컨벤션센터 건립공사에 착수했으며 컨벤션센터와 강릉으로 연결되는 여러 철도 개통을 기반으로 강릉은 강원도와 우리나라의 MICE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중부권 새로운 MICE 거점, 청주
그동안 MICE산업에 있어 다소 변방으로 분류됐던 대전·충청 지역에 신규 전시컨벤션센터들의 건립이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 중부권이 새로운 MICE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과 업그레이드의 첫 단추를 청주 오스코(OSCO)가 꿰고 있다.
오스코가 건립되는 청주는 기록문화유산의 도시자 바이오의 도시로 불린다. 우리나라 직지는 UNESCO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있으며 지난해 기록유산 분야 세계 최초의 국제기구인 UNESCO 국제기록유산센터가 청주에 설립됐다. 직지의 고향 청주에서 국제기구와 연계해 세계기록유산 국제박람회를 개최하려는 움직임도 있으며 실제 UNESCO 유관기관, 소장기관 및 등재 추진기관, 학계 등이 참가한 ICDHMOW 컨퍼런스를 지난해 10월에 개최한 바 있다.
한류 연계 K-뷰티 브랜드가 강화되고 화장품과 뷰티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청주 오송은 뷰티와 바이오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의 명실상부한 뷰티산업의 메카로 자리잡고 있다. 충북은 전국 화장품 생산량의 31%와 수출량의 26%를 차지하고 있으며 제조기업 230여 개 사, 전국 유일의 화장품산업단지를 개발했다. 또한 산·학·연·관 간의 조화로운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으며 지자체 주관 뷰티엑스포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청주오스코 컨벤션센터가 완공되면 청주는 단숨에 뷰티산업을 활용한 MICE 도시로서도 입지를 다진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더욱이 오스코는 세종시와도 인접하고 있어 다양한 정부 회의를 유치할 수 있는 지리적 강점도 가지고 있다.
강릉과 청주, 차별화된 콘텐츠 보유
무엇보다 강릉과 청주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콘텐츠가 있다는 점에서 큰 강점이 있다. 강릉은 2023년 ‘야간관광 특화 도시’ 공모사업 선정을 계기로 사계절 체류형 국제관광 도시로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며 ‘무장애 관광도시’로서의 강점도 가지고 있다. 청주는 남쪽의 청와대라 불리는 청남대, 성곽중에 가장 잘 보존된 산성중 하나인 조선시대의 상당산성, 그리고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 당시 요양 차 지냈던 초정리 행궁 등 다양한 테마 관광명소를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Venue인 전시컨벤션센터만의 건립이 아닌, 강릉과 오송의 신성장산업과 마이스산업을 연계하려는 노력, 그리고 도시 전반의 관광·문화 인프라를 활용한 도시마케팅 측면에서의 접근은 MICE와 관광을 통한 도시의 미래 견인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도시 간 MICE 무한경쟁 시대
강릉과 오송뿐 아니라 포항도 기존의 철강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벗어나 이차전지에 집중하고 있으며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매개로 산업적인 측면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여수 또한 풍부한 관광자원과 미식거리를 넘어 해양과 석유화학 중심의 MICE를 기획·유치 추진하고 있다.
바야흐로 자기만의 색깔과 콘텐츠로 무장한 도시 간의 무한경쟁 시대다. 이제는 국가 브랜드보다 도시 브랜드가 더 강해질 수 있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MICE 개최지를 정할 때 국가보다 도시를 목적지로 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도시들도 국내도시들 간의 출혈경쟁을 넘어 세계 무대로 뛰어들어 글로벌 도시들과 진검승부를 펼쳐야만 생존을 넘어 도시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