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청룡의 해, 다양한 트렌드 키워드와 떠오르는 핫한 이슈들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언급한 ‘분초사회’, ‘육각형 인간’으로부터, <머니트렌드>에서 언급하는 ‘경제바닥의 종말, 중금리 서막’, 그리고 산업계 전반의 화두인 생성형 AI와 K-배터리, 전기차 시장 등 주요 키워드는 무수히 많다.
코로나19가 활개를 치던 2020~2022년에는 메타버스와 NFT, 그리고 블록체인 등의 용어도 전 산업적으로 퍼져나가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엔더믹을 맞은 현재, 그 인기는 다소 시들해 보인다.
2021년부터 급부상한 또 다른 핵심 키워드가 바로 ‘ESG’다. ESG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한때 일시적인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다른 키워드들과는 달리 지금까지도 강조되고 있으며,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등의 시련 앞에 더욱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익성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보장하는 핵심적인 원칙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단순히 윤리적 책임감을 넘어, 장기적인 경제적 가치 창출에도 연결돼 있다.
관광·호텔·MICE 업계의 ESG 전략
관광·호텔·MICE 업계도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다양한 ESG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ESG 여행상품을 비롯해 친환경여행/착한여행 등의 투어 프로그램이 다수 만들어졌으며 빠른 실행력과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로 관광업의 사회문제, 환경문제를 개선하는 관광 ESG 스타트업도 늘어났다. 더 나아가 투어코스나 사업실행 뿐만이 아닌 투명경영, 책임경영, 사회공헌 등을 전담으로 하는 ESG 부서를 꾸린 공공기관, 기업들도 많아졌다. 호텔업도 ESG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블트리 바이 힐튼 판교는 도심 속 양봉 프로젝트 ‘비 해피(BEE Happy)’를 통해 직접 수확한 꿀을 스페셜 메뉴에 활용하고 있으며 식음업장에서는 해양관리협의회(MSC) 및 수산관리협의회(ASC) 인증을 받은 지속가능한 수산물을 사용해 친환경적인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메이필드호텔 서울은 폐열을 이용한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책 연구기관과 협업을 통해 유휴 부지에 유리 온실 건물을 신축하고, 해당 온실에 폐열을 이용해 작물을 기르는 새로운 ESG 경영을 실천할 계획이다(<호텔&레스토랑> 2024년 1월호).
MICE산업에서도 행사 운영시 ESG 실천에 각별히 노력하고 있다. ESG 담당자 지정, 홈페이지에 ESG 관련 메뉴 운영, 대중교통 권장, 음식물 쓰레기 최소화, 일회용품 저감, 인쇄물 저감, 개인텀블러 사용 권장, 분리수거대 설치, 친환경 부스 사용, 안전 및 보건 위험 사항 검토 등 다각도로 신경쓰고 있다.
MICE산업만의 특별하고 유일한 강점이 있다면 MICE 행사를 통해 ESG를 확산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22년 143개국에서 1만 명 이상이 참가한 제15회 세계산림총회에서는 전 세계 정부기관과 국제기구, 시민단체, 학계, 기업들이 참여해 산림과 환경 분야의 협력을 논의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산림 등 탄소저감 생태계 조성에 대한 높은 관심이 눈에 띈 총회로, 국내 여러 기관과 기업들도 산림보호 및 조림사업 확대와 ESG 경영 선포 등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SK임업은 지난 50년간의 각종 조림사업의 성과를 선보였으며 우리금융은 산림청과 세계산림총회에서 탄소중립·ESG경영 협약을 체결했다.
그랜드코리아레저(GKL)도 ESG 경영활동과 ‘환경’ 분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추진해온 4개년간의 사막화 방지 지원 사업성과를 발표했다. 2023년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인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는 ADB 회원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 5000여 명이 참석했다. ADB 연차총회에서는 다양한 논의와 결단이 이뤄졌는데 특히 23년에는 기후변화 대응 행보가 돋보였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금융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아시아 태평양 혁신 기후 금융기구(Innovative Finance Facility for Climate in Asia and the Pacific, IF-CAP·이프캡)’ 출범에 나섰으며 ADB의 ’기후기술허브‘를 2024년 중 서울에 설치키로 했다. 이러한 거대한 국제적인 협약이나 성명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ESG 행사나 활동은 무궁무진하다.
ESG 실천을 위한 새로운 모델 제시한 각종 활동들
2021년 (재)수원컨벤션센터는 로컬커뮤니티를 위한 참여형 행사인 ‘광교마켓’을 개최했다. 2020년 코로나19가 전국을 덮어버리자 사람들은 집안에만 머무르며 코로나블루를 겪게 됐고 경제활동마저 마비되기 시작했다. 이에 수원컨벤션센터는 센터가 소재한 광교 주민을 위해 갤러리아백화점과 함께 반려식물 나눔 이벤트를 열어 심리방역을 실시함과 동시에 지역경제상생형 로컬푸드·화훼마켓 행사를 통해 관내 화훼 및 농산물 업체들에게 판로를 마련했다.
ESG 활동의 초석을 다지는 행사였다. 같은 해 (재)수원컨벤션센터 임직원들은 각자의 기부물품을 모아 판매하는 ‘오이마켓’을 개최했다. 직원들이 직접 센터 로비공간에서 자리를 마련해 시민들에게 특가로 판매했고 판매된 전체 수익금은 ‘수원지역아동센터연합회’에 기부했다. 그 금액이 크지는 않았지만 센터 직원들의 기부활동과 함께 기부 및 판매 현장을 유튜브 채널 콘텐츠로 만들어 ESG 활동 확산에 기여했다.
‘오이마켓’에 영감을 얻어 2022년에는 더 큰 규모의 ESG행사를 기획했다. (재)수원컨벤션센터는 매년 25명의 대학생 MICE 서포터즈(마이스터즈)를 운영하며 MICE에 대한 교육과 현장경험, 그리고 취업 컨설팅을 제공한다. 22년에는 교육을 넘어 실제 학생들에게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공모전을 기획했고 1등 팀에게는 예산지원과 함께 선정된 공모 기획안으로 행사를 운영하게 했다.
1등은 의류, 장난감 등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당근마켓의 성격을 가진 ‘홍시마켓’이 선정됐다. 여기에 업사이클 제품을 판매하는 지역 소상공인 마켓과 아동도서 무료 나눔 부스, 지역 대표 굿즈 전시관, 푸드트럭 Zone 등의 부대행사를 동반해 행사의 볼륨을 키웠다. 홍시마켓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득템과 즐거움을 누리는 행사 구성 자체도 훌륭했을 뿐더러 수원 마이스터즈들의 MICE 현장 경험기회 확대를 위한 직접 행사 기획 운영의 기회를 제공한 것 또한 의미가 깊었다. 무엇보다 행사를 통한 지역사회 공헌과 수익금 기부라는 뜻깊은 일까지 더해 ESG를 완성시키는 행사였다.
지난해에는 2022년의 성공사례를 이어가고자 수원 마이스터즈와 함께 다시 한 번 공모전을 진행했고 1등 당선작인 ‘수북수북 일일책방’을 진행했다. 이 행사 역시 수원 MICE 미래인재를 육성하고자 현장 실무경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수원 마이스터즈가 직접 기획하고 운영요원으로 현장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북토크쇼, 그림책 뮤지컬 공연, 북스탬프투어 등 다양한 독서 연계 이벤트를 통해 책과 멀어진 아동들에게 도서에 대한 유익하고 올바른 가치관 형성에 기여하고자 했으며, 수원시 도서관 기증도서 등을 활용해 행사 참가자 누구나 행사장 내에서 독서를 할 수 있는 행사장 분위기를 조성했다.
‘광교마켓’, ‘오이마켓’, ‘홍시마켓’, ‘수북수북 일일책방’ 모두 친환경 부스 자제를 사용함은 물론 재활용 가능한 물품들은 모두 보관해 뒀다가 차기 행사에 활용했다. 또한 4개행사 모두 지역일자리 창출과 로컬문화콘텐츠 직거래 장터 운영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행사들이 모범답안은 아니지만 ESG 실천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지 않았나 싶다.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지구 온난화 등 환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기업/기관의 투명성과 윤리적 행동이 강조되는 현재에 ESG의 중요성은 미래에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ESG는 기업/기관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미래에는 ESG가 기업/기관의 경쟁력과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되는 바, 이제라도 ESG의 철저한 관리와 이행을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