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국내 관광업계가 애타게 고대하던 중국 단체관광의 빗장이 풀렸다. 팬데믹으로 하늘 길을 걸어 잠근 후 근 3년 만의 재개지만 한국은 2017년 3월, 사드 배치로 인한 단체관광 중단 조치 이후 사실 상 6년 반 만에 중국 단체관광객을 받게 된 셈이라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국내 인바운드 회복과 3000만 외래관광객 유치의 포부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건이었던 중국 관광객이었던 터. 연초의 호기로웠던 인바운드 비전과 다르게 11개월 동안 곤두박질치고 있는 관광 수출 회복을 이끌기 위해 정부도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물론 인바운드에 있어 중국이 영향력이 큰 시장인 것은 변함이 없다. 보도에 따르면 그랜드 하얏트 제주가 중국 중추절 기간에 하루 최대 1450실까지 찰 정도로 예약률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관광객들이 주요 수입원인 카지노 매출 또한 179억 400만 원(8월 기준)을 기록, 전년 동기대비 353%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규모의 측면에서나 유입 속도로 봤을 때 회복세가 고무적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말 중국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까?
지난 9월 7일, 한국여행업협회가 중국 방한 단체관광 재개에 따라 「방한 중국여행시장 내실화 및 여행업계 상생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중국 단체관광 시장의 조기 회복과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여행시장 내실화와 여행업계의 상생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결의대회에는 216개 중국 전담여행사 대표와 임직원들이 참여해 과거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었던 부당 인두세, 덤핑 경쟁, 마이너스, 혹은 제로투어, 쇼핑 강매 등의 악습 탈피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팬데믹으로 워낙 힘들었던 시장이었던 만큼 중국의 발걸음을 그 어느 때보다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앞뒤 없이 흥분한 나머지 잊어서는 안 될 일은 간과하지 말아야한다. 코로나19 이전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악습들이 태연하게 되풀이될까 우려된다. 벌써부터 정부는 각종 할인 정책으로 한국 관광의 세일즈 포인트를 어필하고 있고, 선택지가 다양해야 할 상품에 고부가가치 프리미엄만이 답인 양, 민간에서 해야 할 상품 기획에 진심을 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장 시급한 문제는 어영부영 상품이 개발되고 저렴한 가격에 관광객들이 물밀 듯 밀려들어와도 그들의 여행을 도와줄 그 ‘누군가’와 ‘무엇’이 없다는 것이다. 6년 반 동안 비즈니스가 원활하지 못했던 여행사는 수많은 인재들을 떠나보냈고, 3년의 공백기와 차량총량제의 맹점으로 관광버스 수배가 어느 때보다 불투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공급 부족인 호텔은 객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상품가를 맞추기 어려운 것은 물론, 호텔도 인력 수급의 한계에 부딪혀 서비스가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단’ 유치한다는, 일단 머리수를 채워야 한다는 접근으로는 거위가 알을 낳기는커녕 다시 미운오리새끼로의 전락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6년 반 동안 중국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재의 수용태세로 봐서는 한국 여행에 대한 매력도가 높지 않은 만큼 여행업계 관계자들도 올해까지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협회에서 내실화를 주장하는 것처럼 지금은 마케팅이 아니라 운영 지원에 힘써야 할 때인 듯하다. 각종 로드쇼며 설명회, 현지 이벤트 등의 해외 순회공연보다 현재 인바운드 생태계의 회복과 재건이 얼마나 절실한지, 해결해야 할 과제투성이인 현실을 마주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