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나 기후 열대 초원에서 야생동물들이 내달리고, 동아프리카의 소수민족 마사이족이 고원을 누비며 맹수들을 피해 가축들을 몰고 다녔던 케냐. 그 누가 알았을까? 지금 케냐는 세계 티 생산 3위, 홍차 수출 1위로 세계의 티 시장을 주도하는 티 강대국이다.
이번 호에서는 차나무가 지평선 너머로 광활하게 펼쳐지는 동아프리카 티 산지의 No.1, 케냐에서 휴양과 함께 애프터눈 티, 하이 티로 유명한 호텔과 레스토랑들을 소개한다.
태양 아래 초원의 도시, 나이로비의
빌라 로사 켐핀스키 나이로비 호텔
케냐 중남부의 해발고도 1600m 고원에 위치한 수도 나이로비(Nairobi). 마사이족(Maasai)의 언어로 ‘차가운 물’이라는 뜻을 지닌 이 도시는 연평균 기온 약 18도로 매우 서늘한 기후를 보인다. 예로부터 마사이족의 터전으로 19세기 영국 식민지가 되면서 각종 철도와 관공서가 들어서며 전초 기지로 탈바꿈하고 동아프리카 최대 중심 도시로 성장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태양 아래 초원의 도시로 불리며, 동아프리카의 관문이다.
나이로비의 조모 케냐타 국제공항(Jomo Kenyatta International Airport)에 내려 케냐의 초원, 나이로비국립공원을 여행한 뒤 동아프리카에서도 애프터눈 티를 즐기고 싶다면 빌라 로사 켐핀스키 나이로비(The Villa Rosa Kempinski Nairobi) 호텔을 방문하면 된다.
이 호텔은 켐핀스키 호텔스(Kempinski Hotels)의 5성급 럭셔리 호텔로 유럽식 호화로움에 케냐식 호스피탈리티를 융합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과 티 라운지도 세계 정상급이다.
호텔 1층 시그니처 레스토랑인 카페 빌라 로사(Cafe Villa Rosa)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서 케냐 토속 요리와 세계의 요리들을 뷔페식 브렉퍼스트로 선보인다. 특히 빅토리아 호수에서 갓 잡은 틸라피아의 껍질 구이 요리는 시그니처 디시로서 미식가라면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 간편 식당 트라토리아(Trattoria) 스타일의 정통 레스토랑인 루카(Lucca)에서는 런치를 중심으로 서비스하며, 이탈리아 특유의 세련되고 감칠맛 나는 향미를 선보인다. 특히 일요일의 특별 브런치 타임은 명성이 자자하다.
칵테일, 소프트드링크, 맥주, 와인, 주스와 함께 오후에 즐기는 특별 요리에 이어 일본의 스시, 중국의 예술적인 요리, 레바논, 멕시코, 이탈리아, 페루, 인도, 케냐 등 세계 각국 요리들을 뷔페식으로 즐길 수 있다. 옥상 레스토랑 겸 라운지인 탕부랭(Tambourin)에서는 이 호텔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디너 타임을 보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프리카의 일출과 일몰의 장관을 바라보면서 시리아계 그리스인 셰프가 선보이는 레바논, 인도의 수라상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특히 저녁 9시 15~30분에 진행되는 벨리댄스 공연은 환상이다. 시간대가 맞지 않아 탕부랭의 알라카르트 메뉴를 맛보지 못한 경우, 루카 레스토랑에서 다음 날 런치로 즐겨 보길 바란다.
한편 바와 라운지는 티와 커피, 그리고 칵테일의 서비스가 출중하기로 유명하다. 이 호텔에서 가장 넓고 큰 케이 라운지(K Rounge)는 사랑방과도 같은 장소로 다양한 종류의 스낵에서부터 샌드위치, 버거와 함께 애프터눈 티가 준비돼 있는 케냐의 티 명소다. 최고급 티, 알라카르트 수준의 메뉴와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라운지에서 오후 3~6시에 서비스되는 영국식 초호화 애프터눈 티 패키지로 스콘, 크림, 잼, 페이스트리, 수제 샌드위치를 비롯해 다양한 싱글 티와 커피를 선택할 수 있으며, 샴페인과 와인은 옵션이다. 특히 애프터눈 티와 커피는 풀 바인 아쿠아스(Aquos)에서도 각종 건강 요리들과 함께 주문할 수 있다.
저녁에는 호텔의 시그니처 바인 발코니(The Balcony)에서 샴페인을 음미하며 즐기는 일몰은 압권이다. 믹솔로지스터들은 콤부차를 비롯해 지역 특산의 꽃이나 허브로 방대한 레시피의 칵테일을 예술적 수준으로 창조, 고객들에게 선사한다. 아마도 티와 커피, 그리고 칵테일 애호가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명소임이 분명하다.
www.kempinski.com/en/nairobi/hotel-villa-rosa/image-gallery/
퍼스트 나이트 인 케냐를 꿈꾸는
헤밍웨이스 나이로비 호텔
나이로비는 19세기부터 동아프리카의 상공업, 관광, 휴양의 중심지였던 만큼, 오늘날에는 세계적인 호텔들과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다. 그중에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파인 호텔 앤 리조트 프로그램(American Express Fine Hotels & Resorts Program) 회원으로서 세계적인 브랜드 카드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연계해 혜택을 주는 5성급 부티크 호텔, 헤밍웨이스 나이로비(Hemingways Nairobi) 호텔이 있다.
호텔명에 대해 잠시 말하자면,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 Hemingway, 1899~1961)는 실제로도 동아프리카 여행을 즐겼는데, 그의 두 번째 작품 <아프리카의 푸른 언덕(Green Hills of Africa)>(1935)도 동아프리카에서 그의 아내와 사파리 여행을 즐긴 뒤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확실치는 않지만, 호텔명은 아마도 그런 헤밍웨이를 기린 것으로 보인다.
여행객들이 이 호텔을 처음 접하면 마치 방갈로에 휴양을 온 듯하다. 아기자기하고 매우 작은 규모의 방갈로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지만, 5성급 럭셔리 호텔인 만큼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란다. 미국 할리우드풍의 실내 장식, 레스토랑과 바의 다이닝도 최고 수준이다. 이 호텔의 레스토랑인 브라스리(Brasserie)에서는 브렉퍼스트, 런치, 디너에서 유럽과 동남아시아의 현대적인 요리와 함께 세계적인 요리들을 선사한다.
여행객들은 4계절의 제철 과일과 건강식 시리얼, 생과일 주스, 수제 페이트리 등의 뷔페식 브렉퍼스트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런치에서는 광범위한 레시피의 수프류와 애피타이저, 건강식 샐러드, 샌드위치를 즐길 수 있다. 오후 3~5시에는 테라스에서 영국의 정통 애프터눈 티 서비스가 시작된다. 티 애호가들이 이곳의 수제 케이크, 과일 타르트, 스콘, 고형 크림, 수제 딸기 잼과 레몬 커드 등을 보고 있으면, ‘동아프리카에서 애프터눈 티를 정녕 이렇게까지…’라는 느낌을 가질 것이다. 아마 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런 티 애호가들을 곁에서 본다면 ‘애프터눈 티에 정말 진심인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지도….
한편 나이로비국립공원의 사파리를 여행한 뒤 허기진 여행객들에게 준비된 디너는 상상을 초월한다. 몸바사 지역의 향신료 새우 카레인 와타무 프론 마살라(Watamu Prawn Masala), 진저 크랩, 시그니처 스테이크, 수제 파스타, 일본 스시, 나이로비 치즈 등은 굳이 미식가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미각도 눈을 뜨게 만들 것이다.
하루의 라스트 코스로 테라스 바인 헤밍웨이스 바(Hemingways Bar)에 조용히 앉아 시그니처 칵테일과 전 세계의 햇와인을 음미하며 푸른 언덕 응공힐스(Ngong Hills)를 보며 마음을 내려놓는다면 그 여유로움에 헤밍웨이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www.hemingways-collection.com/nairobi/dining/
비운의 ‘에롤 백작’을 기린
나이로비 제일의 프렌치 미식 레스토랑, 로드 에롤
나이로비에서 정통 미식 요리와 하이 티를 즐기고 싶다면 프리미어 레스토랑인 로드 에롤(The Lord Erroll)에 들러 보길 바란다. 로드 에롤은 1924년 청년의 나이에 케냐로 건너와 정착한 뒤 영국에서 백작 작위를 받고, 훗날 케냐 국방장관으로 재임하면서 1941년 나이로비 응공힐스(Ngong Hills)에서 의문의 죽임을 당한 영국 제22대 백작 에롤 경(Lord Erroll, 1928~1941)을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1980년에 설립된 이 레스토랑은 미식가들에게 명소로 통할 정도로 요리의 수준이 5성급 호텔 못지 않다.
2020년 오트 그랑데르 글로벌 레스토랑 어워드(2020 Haute Grandeur Global Awards), 2018 월드 럭셔리 레스토랑 어워드(World Luxury Restaurant Awards), 2017 레스토랑-글로벌 어워드(Global Award Winner-Restaurant of the Year) 등을 수상해 레스토랑 업계에서는 세계에서도 톱 수준이다. 파티와 디너를 위한 클레어몬트(The Claremont) 룸은 빅토리아 시대의 전통적인 클럽 룸(Club Room)을 복원한 듯 마호가니 목재로 실내가 마감돼 고풍스럽다. 각종 전시나 세미나, 그리고 오찬 장소로 쓰이는데, 요리의 수준은 격조가 높다.
전통적인 하일랜드 라운지(The Highlander Lounge)는 1930년대 에롤 경 시대의 분위기를 연출해 매우 우아하며 점심, 디너 직전의 아페르티프를 즐기기 위한 완벽한 장소로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레이디 인디아 테라스(The Lady Idina Terraces)에서는 런치와 디너를 비롯해 영국 정통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레이디 인디아’는 에롤 백작의 부인을 기리기 위해 이름이 붙었다.
티 애호가에게 정원과 연못가에 앉아 조경이 매우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 속에서 스콘, 고형 크림, 딸기 잼을 비롯해 레몬 케이크, 벨기에 초콜릿, 마카롱, 바닐라 쇼트 케이크 등이 3단 스탠드와 접시에 제공되는 애프터눈 티는 상상만 해도 즐거울 것이다.
www.lord-erroll.com/menu/mobile/index.html#p=11
아프리카 제2의 고봉, 케냐산의
페어몬트 마운트 케냐 사파리 클럽 호텔
나이로비에서 북동으로 약 180km 떨어진 곳에는 킬리만자로산 다음인 아프리카 제2의 고봉으로 해발고도 약 5000m인 케냐산이 있다. 케냐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케냐 중앙부의 빙하와 만년설로 뒤덮인 이곳을 관람하지 않을 수 없다.
국명 ‘케냐’는 원주민 언어로 ‘타조’라는 뜻인데, 이곳 케냐산을 먼 곳에서 보면 마치 ‘타조’처럼 보여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케냐산은 현재 케냐국립공원으로 지정돼 다양한 동식물들이 자생,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관광 명소로도 이름이 높다.
이곳에도 여행을 일삼는 티 애호가들이 국립공원의 사파리 여행을 즐긴 뒤 휴식을 취할 만한 장소가 있다. 난유키(Nanyuki) 시의 페어몬트 마운트 케냐 사파리 클럽(The Fairmont Mount Kenya Safari Club) 호텔이 그곳이다. 이 호텔은 아코르(Accor)의 5성급 럭셔리 호텔인 만큼 휴양 및 다이닝 서비스도 출중하다.
먼저 콜로부스 그릴 레스토랑(Colobus Grill Restaurant)은 영장목 긴꼬리원숭잇과 구대륙원숭이인 콜로부스 원숭이(Colobus Monkey)가 이곳에서 오래 전 처음 발견된 것을 기념해 붙인 이름이며 훈연 요리와 구이 요리가 일품이다. 스페셜라이즈드 다이닝(Specialised Dining) 레스토랑은 케냐 산기슭에서 내려다보며 브렉퍼스트를 즐길 수 있어 전망이 아름답다.
이곳 다이닝 룸인 마윙고 룸에는 벽난로와 함께 벽에 왕년의 할리우드 영화배우들 사진들이 수집, 장식돼 있어 운치가 빼어나다. 시그니처인 툭스 레스토랑(Tusks Restaurant)에서는 브렉퍼스트와 런치를 주력으로 하는데, 중앙 케냐의 다채로운 식재료들을 사용한 풍부한 메뉴의 요리들을 선보여 케냐 최고의 뷔페로서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특히 채식주의자들을 위해서는 4종류의 코스 요리가 준비돼 선택의 폭이 넓어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다. 또한 제바르(Zebar) 바에서는 시원한 공기와 함께 케냐의 만년설을 감상하면서 칵테일, 맥주, 소프트드링크류, 와인, 스피릿츠, 티, 커피 등을 다양한 스낵류와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다.
www.fairmont.com/mount-kenya-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