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호텔업계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쳤다. 소비가 위축되고 안전 등의 이유로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를 실시하면서, 호텔을 소비하는 고객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이 어려움 가운데 비대면 서비스가 강화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호텔은 새로운 변화구를 찾았다. 바로 리테일 시장이 강해지기 시작한 것.
그동안 호텔이 직접 찾아가는 오프라인 위주의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고객의 가정에 직접 찾아 가는 전략을 펼치며 호텔을 알리며 리테일 사업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호텔식 침구, 호텔식 음식 등 여러 제품에 붙는 문구만 보더라도 호텔이라는 브랜드 파워는 이미 리테일 시장에서 입증이 된 바 있다. 이에 호텔에서는 직접 브랜드 이름을 걸고 만든 PB 상품으로 신사업에 도전, 수익구조를 높이는 추세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업계
호텔도 거대한 흐름 탑승해
일간지의 보도를 살펴보면, 호텔의 이름 옆에 ‘유통 공룡’이라는 이름을 붙여 설명하는 기사를 흔하게 확인해볼 수 있다. 호텔의 소식을 다루는 부서와 기자들도 유통 쪽으로, 백화점과 외식을 함께 다루는 편이다.
그렇다면 호텔은 어째서 유통의 영역에도 속하는 중일까? 사전 등에서는 연유를 찾아보기 어려우나, 유통의 뜻을 살펴보면 근거를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다. 학문명 개념 및 정의, 용어를 소개한 <학문명백과 : 사회과학>에 따르면 유통이란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떤 유통경로를 통해 표적 시장이나 고객에게 제공할 것인가를 결정, 새로운 시장 기회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일련의 활동이다. 또한 유통은 생산과 소비를 잇는 경제 활동으로, 공급업체로부터 최종 소비자로 이어지는 하나의 시스템을 만든다. 이는 새로운 가치와 소비를 창출하는 토대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의미로 비춰 봤을 때 호텔이 객실과 레스토랑 등의 공간을 제공해 서비스를 선사하고 판매한다는 점에서 유통업에 들어맞는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이는 대기업이 면세점을 운영한 것이 효시였다. 면세는 결국 외국인 관광객을 잡아야 하고 그에 알맞은 숙소가 필요하다 보니 호텔로 연계, 사업을 확장 시킨 것”이라며 “현재야 문화부나 관광부가 있지만, 당시에는 없었기 때문에 기존에 유통을 담당하던 기자들이 호텔까지 담당하게 된 것이다. 호텔을 면세업의 하위 분류로 봤던 셈”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보자면 현재 호텔은 넓게 관광의 영역으로 보고 있지만, 그 근간에는 유통업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처럼 호텔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객실, 레스토랑 등 공간 유통으로 리테일 사업을 시작했다. 이러한 유통업은 오프라인 공간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가 활성화 되면서, 오프라인 공간은 어려운 기로에 섰다. 공간에 사람이 모이지 않고 웹사이트나 플랫폼으로 물건을 구매하니 생존전략을 새롭게 도모해야 됐던 것이다. 지난 2022년 삼정KPMG에서 발표한 ‘빅블러 시대와 유통업계 Next Business’에 따르면 한국은 언택트 소비 선호 경향에 따라 온라인 소비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온라인의 경우 2020년 18.41%이라는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공간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자사 플랫폼을 개발해 쿠팡, 마켓컬리와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을 상대했다. 호텔은 객실과 레스토랑이라는 고정적인 공간을 서비스로 제공했기에 주된 상품을 판매할 수 조차 없어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호텔은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호텔의 브랜드 가치를 알리고, 새로운 수익구조를 견인할 수 있는 리테일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는 자사몰 확대에 집중, 자사몰, 카카오톡 등 온라인 리테일 판매처를 넓히며 브랜드 가치를 알리고자 힘썼다. 그러나 엔데믹을 거치면서 다시 오프라인 공간이 각광 받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험이 둘 다 중요해지며 리테일 사업을 더욱 확장하는 추세다.
고정된 공간에서 유동적인 유통 공간으로
고객을 찾아가고 있는 호텔
리테일은 단어 그대로 물건의 생산자나 도매상에게 그 상품을 사들여 B2C로 판매하는 사업 영역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호텔의 주된 수익구조는 객실과 레스토랑 등 부대시설 전반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한정되고 고정된 공간을 판매하는 일이기 때문에 고객이 방문하지 않는다면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리테일 사업을 실시하면서, 호텔은 어디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이자 브랜드가 됐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호텔의 김치나 침구,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호텔의 꽃 구독 서비스나 디퓨저 등이 그러한 예시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이하 조선호텔) 리테일팀 오세창 팀장(이하 오 팀장)은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호텔업은 고객이 찾아와야 의미가 있는 곳이었다. 펜데믹을 거치면서 시공간을 뛰어 넘어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고, 방법 중 하나가 리테일 사업”이라며 “이전에도 김치 등 고객들이 리테일 상품을 요구하는 니즈가 있었기에 백화점, 마트 등에 PB 상품을 판매하는 등 천천히 진행 중인 차였다. 팬데믹 시기를 보내며 제품 개발을 확대하고, 온라인 판매 채널도 넓히며 적극적으로 확장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이하 워커힐) 대외사업부 BM팀 정상민 팀장(이하 정 팀장) 또한 비슷한 입장이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워커힐에게 팬데믹은 기존 호텔 비즈니스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적기”였다면서 “무엇보다도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과 비대면으로, 집 밖에서 집 안으로 변화함에 따라 더 이상 고객들의 발길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 속 워커힐의 연결성을 지속할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래서 워커힐만의 아이덴티티로 고객의 일상에 보다 가깝게 다가간다는 전략을 수립한 뒤 자체 브랜드 상품을 통한 호텔 경험 확장에 주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리테일 사업의 근간이었던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호텔 아이덴티티를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도록 온라인 사업으로까지 확장을 도모, 두 영역에서 시너지를 얻어낸 것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하이브리드가 가능한
호텔의 리테일 사업
호텔의 리테일 사업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양측 공간에서 받는 피드백을 수렴할 수 있어 고객과의 더욱 깊은 소통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췄다. 오 팀장은 조선호텔의 라이프 스타일 상품의 경우 주기적으로 백화점 현장 판매 직원들의 피드백과 고객들의 반응을 모니터링, 여기에 시장 트렌드를 반영해 상품을 기획한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조선호텔의 라이프 스타일 상품 중 하나인 침구류는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의 매출 1위를 차지하며 고객들의 주목을 받는 중이다. 또한 디퓨저, 침구류 등은 고객들에게 꾸준히 문의가 있었기에 그 수요를 짐작해 볼만한 영역이기도 하다. 글래드 호텔 상품기획팀 이기쁨 파트장(이하 이 파트장)은 “처음에는 글래드 호텔의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기 위해 호텔 룸과 엘리베이터, 로비에 발향 기구를 제작해 들여놨다.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디퓨저 상품으로 개발, 판매하기 시작했고 룸 스프레이, 차량용 방향제, 종이 방향제 등 시그니처 센트 굿즈로 성장 중이다. 지금은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라인”이라며 “호텔을 이용한 고객의 후기에서 착안해 상품 개발 및 판매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나만의 공간에서도 호텔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들을 기획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온라인은 그 저변을 더욱 확장하는 중이다. 글래드 호텔은 자사몰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롯데호텔은 롯데호텔에 위치한 프리미엄 숍과 e-SHOP, 롯데ON에서 리테일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으며, 워커힐은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 위치한 숍과 자사몰에서, 조선호텔은 이마트, 신세계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공간에서부터 SSG.COM 등 온라인 채널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와 같은 온오프라인의 결합은 하이브리드형 전략을 구축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삼정KPMG 유통·소비재산업본부 김시우 상무는 앞서 언급한 빅블러 시대와 유통업계 Next Business 보고서에서 “변화하는 유통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고객을 유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의 이커머스 시장은 오픈마켓 및 소셜 커머스 등 온라인만을 기반으로 한 종합몰 사업자 위주의 경쟁이었다. 최근에는 기존 오프라인의 유통기업, 소비재 제조 기업을 비롯 다양한 사업자가 이커머스에 진출해 시장 내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살펴 보자면, 호텔의 리테일 사업은 호텔의 공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오프라인 공간 및 온라인 채널의 확장으로 새로운 유통 전략을 구축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업이 되는 셈이다.
김치, HMR, 린넨 등 선보일 상품 많은 영역
그렇다면 호텔은 어떠한 리테일 상품을 선보이고 있을까? 우선 김치를 포함한 HMR 제품은 백화점과 마트 등 편하게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 많고 퀄리티 있는 음식을 가격적인 부담을 덜어내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많다. 정 팀장은 “워커힐의 경우 가정간편식과 양념갈비, 스테이크 등 포장 육류 제품군의 수요가 높다. 유명 F&B업장인 명월관의 갈비탕, 온달 육개장, 워커힐 곰탕 등 대표 메뉴를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라며 “2022년 판매 실적이 2020년 대비 900% 증가하는 등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많은 고객들의 수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오 팀장은 “조선호텔 유니짜장은 2020년 8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58만 개의 판매량을 달성,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스테디셀러”라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즐기는 호텔 중식의 경험이라는 점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시그니처 향을 담은 상품도 빠질 수 없다. 글래드 호텔은 서울 지역과 제주 지역의 특징을 담은 디퓨저와 차량용 방향제가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품목이다. 가격적인 부담이 적은 데다가 특히 메종 글래드 제주에서 판매하는 디퓨저의 경우 관광으로 방문한 고객들이 숙박 후 향기가 좋아 구매했다는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22년 마켓컬리에서 출시한 차량용 방향제는 초기 물량이 빠른 시간 내 완판되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는 게 이 파트장의 이야기다.
‘호텔 침구’라는 단어를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만큼 린넨류 또한 호텔의 단골 리테일 상품이다. 여기서 린넨은 매트리스, 이불, 수건, 가운 등 천으로 조직된 일반의 상품을 일컫는다. 이전부터 호텔을 이용한 고객들이 호텔에 따로 침구류 구매를 문의할 만큼 완성도가 좋아 흥행이 보장된 상품이고, 리테일 사업을 선보이는 호텔들이 빠지지 않고 진행하는 상품 중 하나다. 조선호텔의 더 조선호텔, 워커힐의 구스다운 침구, 글래드호텔의 글래드 베딩, 롯데호텔의 해온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린넨류는 리테일 상품으로 나올 시 호텔에서 활용하는 린넨보다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해 타 아이템에 비해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수 십년을 특급호텔과 협업해 린넨류를 제조, 납품하는 현대장식의 윤승환 대표(이하 윤 대표)는 “호텔의 경우 다수의 고객이 머물고, 또 청결이 중요한 공간인 만큼 가정에서보다 효과가 좋은 세탁제를 쓰기 마련”이라며 “호텔 린넨이 백색이고, 또 튼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루에 꼭 한 번씩 세탁을 하니 올이 풀리지 않고, 무늬가 손상되지 않으며 재질에 타격이 없는 천연 소재를 사용해 완성도를 담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테일에 진출할 때는 가정용으로 활용하기 좋은 다른 스펙을 고려하거나, 디자인을 고려해서 제조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리테일로 판매하는 제품들은 호텔에서 활용하는 제품보다 더욱 다양한 디자인과 스펙을 가지고 고객들을 맞이하는 중이다.
그동안 호텔의 영역 아니었던 리테일
커뮤니케이션 통해 고도화 시킬 필요 있어
리테일 사업은 팀과 팀, 그리고 호텔과 제조사 간의 협업을 유기적으로 잘 이루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의 호텔은 리테일 사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유통업의 성격이 짙어지며 신사업으로 리테일이 대두된 것이 근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호텔에서도 다양한 기획과 고민을 해나가며 진행하는 중이다.
정 팀장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리테일 사업이 호텔에서 영위하던 것과는 아예 다른 분야라는 것이라는 조직 간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셰프가 호텔에서 직접 하나하나 정성스레 준비하던 음식과 브랜드 상품이 다른 영역이 듯 말이다.”라며 “즉 기본 사업의 핵심을 근본으로 하되, 준비부터 생산, 마케팅까지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워커힐의 경우 유관부서 담당자들이 유연성 있는 마인드로 방향성에 공감하고 있고, 원활한 협업과 의사 결정을 위한 힘을 모아 한결 수월하다. 일례로 조리팀 산하 R&D센터를 통해 HMR류를 개발해 메가히트 시키고, 수펙스 김치 개발 및 운영하는 별도 TF 조직을 구성하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리테일은 호텔의 신성장동력으로서의 확장, 수익성 제고 측면에서 중요도가 높지만, 기존에 하던 업무와 다른 차원의 영역이다 보니 조직 내 합의 및 협의가 조속하게 이뤄져야 하는 영역이다.
오 팀장은 리테일 사업을 기획하며 소속 셰프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카테고리 별로 TF팀이 꾸려졌다고 이야기한다. 한 HMR 상품이 만들어질 때마다 종류별로 팀이 있는 셈이다. 더불어 진행하는 제조사의 개발자와도 공정을 어떻게 단순화 시킬 수 있는지 여러 논의를 거듭했다고. 이는 ‘호텔 제품’하면 기대하는 고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면서, 호텔 자체의 헤리티지를 지키려는 노력이다. 다량 주문하는 제품이니 공정은 보다 단순해야 하는데, 완성도 또한 타협할 수 없는 것. 특히 업력이 오래되고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보유한 제조사와 협업하며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윤 대표는 “호텔의 리테일 상품은 제조 시 다른 리테일 상품과 다르게 호텔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완성도 있게 제조해야 하기 때문에 호텔의 입장에서도 신중할 수 밖에 없다.”며 “가심비가 있는 상품을 제조하더라도 호텔의 콘셉트, 예를 들어 전통이 중요한 콘셉트라면 전통을, 프로퍼티는 적지만 고급스러운 제품을 소량 제조하는 콘셉트라면 그 콘셉트를 맞춰서 호텔의 브랜드, 디자인 팀과 협업해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장식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현대장식은 1980년 창업 이후 국내 특급호텔 린넨을 납품 및 제조하고 있는 기업이다. 타협 불가한 최상의 천연 소재와 품질의 제품을 기획 및 제작 중이다. 두 가지 영역으로 소개할 수 있는데, 리테일과 호스피탈리티로 구분할 수 있다. 프레떼 등 하이엔드 브랜드 제품을 리테일 시장에서 선보이고 있기도 하고, 호텔에 린넨류를 공급 및 원하는 스펙과 디테일에 맞춰 기획 협업 및 제조를 진행하는 중이다. 호텔과의 인연은 당시 지금의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전신인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 린넨을 1호로 납품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뒤로 웨스틴 조선 서울을 2호로 40년 동안 관계를 맺어왔으며, 현재 조선호텔과 롯데호텔, 워커힐 등에 퀄리티 좋은 린넨류를 제공, 제조하는 중이다. 린넨에는 침구 및 타올, 쿠션, 가운,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테이블보나 카페트, 의자커버, 각종 가구 천 등 다양한 영역이 해당한다.
호텔 리테일만의 제조 특징도 있나?
우선 호텔의 경우 최상급 천연 소재를 활용해 품질에만 안전을 기해야 한다. 시중에는 다양한 리테일 상품이 많은데, 특히 린넨류는 저품질의 제품이 많다. 알러지 방지, 땀 흡수 등 품질보다는 광고적인 측면에만 몰두해 홍보하는 경우들도 있다. 호텔은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기에 호스피탈리티산업 중에서도 완성도에 더욱 힘쓰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또한 해외의 글로벌 브랜드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OEM 형식으로 제조하는 편이다. 국내에서 시작한 호텔의 경우 각 호텔의 브랜드 팀과 디자인 팀과 결합해 ODM으로 제조, 각 호텔의 콘셉트에 걸맞는 제품을 제조해야 한다. 럭셔리를 지향하는 호텔의 경우 자체적인 제조도 제조지만, 해외 유수의 하이엔드 퀄리티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을 들여올 때도 있고, 그 스펙을 참고해 컬래버로 제작할 때도 많다. 럭셔리 호텔에 수요가 있는 고객들이 잘 아는 브랜드를 들여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함이다. 또한 고객에게 보다 빠르고 친근하게 접근하기 위해 마치 패션쇼의 SS시즌 콘셉트처럼, 늘 다음 시즌을 생각해야 한다. 여름에는 겨울 시즌 맞춰서 고려하고, 겨울에는 여름 시즌을 맞춰서 기획하는 수순이다. 왜냐하면 호텔의 이미지가 달려 있는 것이 리테일 상품이 다 보니 오랫동안 신중하게 고민해 제품을 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빠르게 대량으로 발주해 제조하는 제품들과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호텔이 리테일 상품을 잘 활용하면 무엇이 좋을까?
‘호텔식 침구’와 ‘호텔 침구’는 다르다. 우선 리테일 시장에 진출하면 다양한 디자인과 스펙의 제품들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리테일은 새로운 영역의 소비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호텔에 방문하지 않았던 고객도 호텔 제품이라고 하면 한 번쯤 돌아보게 되는 게 호텔의 브랜드 파워이기도 하고, 리테일 제품을 잘 활용하면 호텔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져 방문으로 이어지는 편이다. VOC를 호텔 외에서도 접할 수 있는 상보적인 과정인 셈이다. 또한 호텔이 리테일 시장에 직접 진출하면 제품을 그 퀄리티 높은 재료로 다양한 제품 컬렉션 구비가 가능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워낙 고급 재료를 가지고 상품을 만들기 때문에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레퍼런스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상품을 만들 때 제언해 줄만한 것이 있다면?
우선 여러 라인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리테일 시장은 종류가 너무나도 많아서 하나에 집중해서 고집 있게 판매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종류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선택권을 쥐어주는 것이 좋다. 더불어 레퍼런스가 풍부한 업체와 진행하며 샘플을 받을 때 중간 샘플을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완제품 샘플을 점검하는 단계를 거치면 좋겠다. 완제품 샘플을 만들어야 추후 실질적으로 상품을 찍어냈을 때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 살펴보기도 더 편하고 오차 없이 정확하다. 또한 상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조사와 대화해 AS 전략까지도 충분히 구성, 고객들의 애프터까지 챙기는 것도 추천한다. 리테일 시장은 굉장히 개인화돼 있기에 어떤 사람은 굉장히 좋아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부정적으로도 평가할 수 있는 시장이다. 호텔의 콘셉트를 살린 디자인과 퀄리티 담보가 우선적이겠지만, 가정용에서 좋아할 만한 스펙 및 디자인을 적절히 융화해 최대한 많은 레퍼런스를 기획해 보기를 권한다.
다양한 유통채널 모색하는 호텔가
구독서비스로도 찾아와 친근함 도모해
리테일의 기회가 엿보이면서 기존의 온라인 이외 채널 모색을 통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구독경제’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현재 한국은 구독형 서비스가 활발한 상황이다. OTT부터 과일, 식물, 심지어는 영양제까지 구독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 속 시그니엘 서울은 커피 원두를 구독 서비스로 제공한다. 커피 마스터가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과한 원두만을 블렌딩 해, 아로마가 살아 있는 시그니처 원두를 월 1회씩 구독자가 원하는 곳으로 정기 배송한다. 워커힐은 ‘워커힐 수펙스’를 운영하며 김치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다. 연간 금액을 내면 월 2회 2kg씩 총 48kg의 수펙스 김치를 배송한다. 2022년 기준 50% 이상 상승한 600여 개의 가구가 신청하고 있어 호재를 부르고 있다고.
조선호텔과 글래드 호텔은 식물 구독 서비스를 실시했다. 조선호텔은 플라워숍 브랜드인 ‘격물공부’와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에 위치한 ‘제인패커’에서 식물 구독 서비스를 진행한다. 조선호텔의 격조 높은 웨딩 플라워 및 프로포즈 꽃다발, 꽃 박스, 플랜테리어 제품까지 만나볼 수 있는 서비스다. 특히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엄선한 생화부터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플렌테리어 등 지평을 넓혀 선사하고 있다. 글래드 호텔 또한 웨딩 플라워를 전담하는 ‘더 세인트’와 함께 2021년부터 꽃 정기구독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월 2회, 격주 수요일에 계절을 반영한 꽃을 제공한다. 이 파트장은 “구독경제 트렌드가 활발해지면서 호텔 웨딩을 전담하는 브랜드와 컬래버를 통해 프리미엄 플라워를 정기적으로 받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면서 “집이나 사무실을 호텔의 느낌을 담아 새로운 분위기로 연출할 수 있어 특별한 경험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구독의 경우 수요가 높아 앞으로는 시그니처 센트 라인 등 향 구독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이렇듯 온라인 확대에 연이어 호텔의 상품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구독경제까지 리테일 사업군에 포함하면서, 그 저변을 넓히는 모양새다.
매출 상승 그 이상의
브랜드 가치 알리기 위한 사업
리테일 사업은 팬데믹 속 어려움이 많았던 호텔의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라고 관계자들은 이야기한다. 실제로 리테일 사업을 실시한 호텔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수익을 거두며 유의미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었다. 이에 더해 관계자들은 리테일 사업에는 수익 제고 이상의 브랜드 가치가 있다고 설명한다.
워커힐 정 팀장은 “워커힐 리테일 사업의 목표는 단순히 매출 증대를 넘어 호텔의 추가적인 사업 전략으로 만들어 대외적으로 고객의 인식 속에 자리잡을 수 있는 워커힐 팬덤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고객들이 와서 즐기기 좋은, 팬덤을 만들 수 있는 온오프라인 공간을 만드는 것도 계획 중이다. 자사몰인 워커힐 스토어 내 구독 모델과 멤버십을 더하며, 리테일 오프라인 매장인 스위트홈 바이 워커힐과의 연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향후 외부 플레이어와의 협업을 통해 워커힐 팝업스토어 운영도 고려 중이다. O2O(online to offine) 모델 사업화도 활성화 시킬 계획”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글래드 호텔 이 파트장은 “리테일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용성과 친근함을 핵심 가치로, 호텔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친환경과 ESG를 리테일에도 녹여내는 중”이라면서 “폐린넨 활용 상품을 선보이기도 하고, 제주 지점의 여행이 끝나고도 글래드와 함께했던 제주 여행을 추억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경우 제주의 특색을 담은 상품을 컬래버 혹은 소싱 작업을 거쳐 만들어내고 있다. 앞으로도 고객들이 어디서나 호텔을 체험하기를 바랐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조선호텔 오 팀장은 “리테일 사업을 특히 온라인으로 확장한 이유는 고객과 더 가까운 곳에서 만나며 브랜드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카카오톡 채널 유통 등 판매 채널을 다양화한 이유”라며 “이런 노력을 비추니 다양한 채널의 바이어들도 협업을 하기를 원하고, 타 플랫폼에서 리테일 상품을 운영하자는 요청이 오고 있다. 저절로 매출이 따라오는 구조”라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호텔은 리테일 사업을 다변화하며 사업을 고도화시켜 나가고 있었다. 빠르게 바뀌는 유통 트렌드와 팬데믹 이후 호텔의 수익구조와 전략이 변화하면서 리테일 사업은 다수의 TF팀을 둘 만큼 주된 사업으로 추진되는 중이다. 특히 호텔의 헤리티지를 제대로 구현한 상품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양새다. 이는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한편, ‘호텔이라는 성분’을 지켜가며 본질을 잊지 않으려는 모습이기도 하다. 리테일 시장에는 많은 개성이 돋보이는 상품들이 구비된 만큼, 호텔은 호텔의 상품이라는 개성을 철저히 지키며 달려나가는 것이다. 향후 호텔의 리테일 사업이 명실상부 호텔의 든든한 지붕이 돼 줄 것이라고 기대되는 이유다.
조선호텔이 리테일 사업을 확장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조선호텔의 리테일 사업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웨스틴 조선 서울에 있던 한식당 ‘셔블’과 당시 뷔페 레스토랑이었던 ‘카페 로얄’의 김치 맛이 입소문을 타며, 이 김치를 따로 구매할 수 없냐는 문의가 이어졌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첫 매장을 내며 호텔 외의 공간에서 고객을 처음 맞이하게 된 것이다. 조선호텔에서 맛 봤던 김치 맛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호텔 셰프들과 협업해 주방에서 하나하나 김치를 만들던 방식을 최대한 유지했다. 이어 이마트와 함께 피코크의 조선호텔 김치 브랜드를 론칭했고, 전국에서 판매하며 더욱 많은 고객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확장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시기였다. 많은 이들이 공간에 모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 속 시공간을 뛰어 넘어 호텔의 브랜드 가치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해 내는 것이 중요했다. 고객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호텔에서 먼저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 이전부터 조금씩 키워나가고 있던 리테일 사업을 확장하게 됐고 현재 총 34개의 제품 군을 갖췄다.
리테일 사업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조선호텔의 리테일팀은 상품 기획부터 출시까지의 모든 과정을 전담하는 MD와 셰프로 구성된 TF로 이뤄져 있다. MD들은 시장 현황, 상품 경쟁력, 소구 포인트, 가격, 제조사 등의 정보를 더해 상품을 기획 중이다. 또한 호텔 동향과 더불어 고객의 선호도 등 여러 종합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신제품을 만들어 간다. 변화하는 트렌드를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인기가 많은 메뉴나 상품들을 리테일 시장에서 재현하기 위해 집중했다면, 이제는 고객이 조선호텔이라는 브랜드로 경험하고 싶은 아이템을 발굴해 보다 색다른 접근을 시도하려는 계획이 있다.
HMR의 경우 호텔의 요리를 어떻게 상품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HMR은 다양한 장소와 시간에서 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에 흔히 호텔 요리하면 떠오르는 근사한 느낌을 내기 어려웠다. 호텔에서 즐기는 것처럼 좋은 원재료, 세심하고 전문성 있는 조리법 등을 제품에 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또한 온오프라인의 유통채널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상품을 기획하니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해야 하는데, 호텔의 품질과 가격을 모두 만족 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하며 기획했다.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은 어떻게 세웠는지 듣고 싶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과 모바일 유통 채널이 더욱 활성화됨에 따라, 플랫폼사와의 직매입 거래 관계를 통해 고객에게 호텔의 브랜드 가치와 프리미엄 상품 경쟁력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았다. 특급호텔의 사업다변화, 특히 리테일 사업은 단순한 매출증가를 넘어 서서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호텔이라는 공간이 고객이 찾아와서 서비스를 경험하는 것이라면, 리테일은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좀 더 다양한 루트로 고객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모바일 채널로 다양한 고객들에게 호텔 브랜드와 상품을 인식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호텔의 헤리티지를 지키기 위해서 준비한 것도 알고 싶다.
조선호텔의 노하우와 헤리티지를 살리기 위해 특별하게 준비한 것은 호텔이 쌓아온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도 품질에서 타협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서 경쟁력 있는 제조사 발굴 및 상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을 선사할 수 있는 재료, 그리고 끊임 없는 부서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끌어 내려고 했다. 아이디어 회의부터, 실제 호텔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고 있는 상품들, 그리고 고객이 업장에 남긴 멘트 하나까지도 리테일팀과 공유하며 전사가 유기적으로 얽혀있다. 또한 상품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제조사에 방문할 때 시생산을 지켜 보기도 하고, 제조사에게 조리 팁 등의 노하우를 셰프들이 전수하기도 한다. 수많은 다각적 테이스팅과 샘플링을 통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부서의 참여 속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향후 조선호텔 리테일 사업의 계획에 대해 설명해 달라.
더 조선호텔 침구의 경우 현재 조선호텔 침구를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다양한 상품을 간편히 구매할 수 있도록 온라인 채널도 함께 강화할 계획이다. 더불어 향후 조선호텔만의 헤리티지를 호텔 밖에서 보다 더 잘 누릴 수 있도록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한 상품을 만들고자 한다. 현재 고객이 제안한 제품들을 출시하려는 예정이며, 많은 생활 곳곳에서 조선호텔의 상품이 채워져 언제 어디서든 고객과 함께 하는 것이 리테일 사업의 주요한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