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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3 (화)

남기엽

[남기엽 변호사의 Labor Law Note #7] 고객의 지속적인 ‘악평’ 리뷰, 호텔은 방법 없나

 

변화를 거부하는 ‘클래식 음악’


우리가 흔히 말하는 ’클래식 음악‘은 대략 1700년에서 1900년대 초까지의 고전음악을 지칭한다. 사실 1700년 이전에도 북스테후데, 퍼셀 등 불후의 음악가가 있었고 2000년대에도 교향곡, 오페라를 넘나들며 음악의 지평을 연 쇠렌 닐스 아이버그가 있지만 이들은 잘 연주되지 않는다. 까닭은 고전음악의 레퍼토리는 약 200여 년의 기간인 황금기(1700년대 초~1900년대 초) 안에 멈춰있기 때문이다. 50년 전에도 우리는 베토벤, 쇼팽, 브람스를 들었고 50년 뒤에도 베토벤, 쇼팽, 브람스를 들을 것이다. 


K-Pop은 말할 것도 없고 문학, 무용, 시각디자인 모두 진화한다. 사진의 등장으로 끝났다는 선고를 받았던 시각 미술은, 20세기에도 사실주의, 입체주의, 인상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으로 변화해 대중의 지지를 받았고 무용 역시 마사 그레이엄, 제롬 로빈스, 애그니스 데밀, 폴 테일러, 저스틴 펙 등의 수려한 작품이 쏟아졌다. 록음악 역시 비틀즈의 브리티시 뮤직, 지미핸드릭스, 핑크 플로이드의 사이키델릭을 거쳐 소프트록, 헤비메탈, 얼터너티브 등 여러 사조를 창출해 서로가 역진하며 대중의 선택을 받았다.


그런데 클래식은 늘상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리스트다. 웅장한 라흐마니노프는 젊을 때 찾다가 나이 들면 촌스럽다 느끼는지 보다 절제된 슈베르트, 말러를 찾는다. 연주자만 바뀌고 악보는 같은 이 기이한 오선지 역서의 범람 속에서 고전음악 대열 바깥 음악의 지지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극소수’로 남을 뿐 평단과 대중의 취향은 확고하다.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존 케이지는 오로지 침묵으로 일관하는 ‘4분 33초’로 잠시나마 아방가르드의 단면을 보여줬으나 거기까지였다. 아무 연주도 하지 않는 위 곡이 지금도 아이튠즈에서 꼬박꼬박 저작권료를 받아간다는 사실 외에 특별히 놀랄 것은 없다. 우리는 오는 2025년에도 탁월한 감각을 가진 새 작곡가가 아닌, 쇼팽 콩쿨 우승에 등극할 또 다른 연주자에 더 집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전음악의 핵심은 무얼까. 음표간의 연결이 빚어내는 ‘이야기’, 그리고 거기에 숨어있는 인간의 욕망이다. 어려서부터 클래식이라 부르는 고전음악에 친숙한 우리는 ‘엘리제를 위하여’의 선율 또는 운명 교향곡의 선율에 각자 준비된 감정과 욕망을 인지한다. 이렇게 훈련된 감각과 기관은 같은 시기의 ’주류‘로 평가받는 다른 음악에 귀 기울이도록 훈련된다. 베토벤을 들었으니 모차르트를, 슈만을, 리스트를 듣는다. 좀 더 완숙해지면 슈베르트, 말러, 그라나도스, 바르톡 등 위대한 작곡가는 차고 넘치므로 200여 년의 황금기를 벗어나면 제아무리 유능한 작곡가라 하더라도 그 곡을 들을 시간이 없다. 이 지점에서 음악적 모더니즘은 현대사회의 역동성과 결별한다.

 

 

 

호텔을 향한 도 넘는 악평 게시, 처벌될까


호텔의 핵심은 무엇일까. 서비스다. 일전에도 본 칼럼에서 이야기했듯이 불친절한 명의(名醫)는 찾아도 불친절한 식당은 찾지 않는다. 의료업의 지상과제는 병을 낫게 하는 것이지만 호텔업은 고객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호텔은 불친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조금의 볼멘 소리만 내면 당직지배인이 달려와 청취하고 때론 과하다시피 조치한다. 그래서 호텔은 빠르게 자신의 결점을 수정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다음 고객에게 내놓을 채비를 하게 된다.


업무 특성상 출장을 많이 다니게 되는데 필연적으로 여러 경험을 했다. 내가 겪은 경험은 아닌데 이미 커플이 투숙 중인 방을 공실로 착각해 다른 커플에게 그 방 룸키를 줬다가 곤경에 처한 호텔 직원의 모습도 봤다. 인간지사(人間之事) 실수 투성이이므로 잘 해결돼야 하지만 원만한 합의가 쉬울리 없다. 그럴 때 고객의 반응은 ‘악평’으로 리뷰사이트에 나타나는데, 그중 몇몇 악평은 호텔의 영업에 방해될 정도로 치명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호텔 직원 또는 호텔을 특정한 이런 악평, 도가 넘는 지나친 비난이라면 비록 사실이라 할지라도 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


막을 수 있다.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럼 무엇이 ’비방할 목적’일까. 어렵지 않으니 다음 대법원이 보는 ‘비방할 목적’의 의미에 관해 살펴보자.


대법원은 ‘비방할 목적’의 판단 기준으로 ①드러낸 사실의 내용과 성질, ②사실의 공표가 이뤄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③그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형량해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만약 리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해석될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 


그렇다면 보통 리뷰는 호텔에 대한 평가를 다른 고객들에게 공유해 레퍼런스를 주기 위함이므로 ‘공공의 이익’이 인정될 여지가 많다. 그리고 사실을 적시했을 경우 호텔 직원의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인데 아무리 사실이라 할지라도 인신공격까지 여기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악평’을 게시하면서 호텔 직원 개인에 대한 신체적 특징 등을 인신공격했다면 이것은 그 자체로 상식에 맞지도 않고 정통망법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될 수 있다. 다만 ‘불친절했다’, ‘말하는 태도가 고압적이었다’ 등의 정도로는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침해의 정도,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을 고려할 때 처벌되기 어렵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좋은 호텔이 되기 위한 조건


그런데 불친절을 고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친절을 보존하는 행위다. 나치 독일이 펼친 인종차별정책 탓에 당대의 작곡가들이던 쿠르트 바일, 아르놀트 쇤베르그, 파울 힌데미트의 음악이 금지되면서 독일 고전음악의 명맥이 끊겼듯 호텔은 에이스 직원을 말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그럼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에이스 직원은 어떻게 파악할까. 바로 고객의 목소리를 통해서다. 


경험상 호텔은 고객의 ‘컴플레인’에는 극도로 민감하고 기민하게 반응하지만 고객의 ’컴플리먼트(칭찬)’에는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는다. 해외 호텔이든 국내 호텔이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고객을 위해 헌신하는 직원을 볼 때마다 나는 이름을 기억해 리뷰, GM의 이메일 등으로 어떤 포인트가 좋았는지, 그로 인해 얼마나 만족 또는 감동을 했는지 피드백하는 편인데 호텔 측은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좋은 호텔은 나쁜 직원이 나감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직원이 들어옴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고전음악의 레퍼토리가 수많은 위대한 음악가들의 협연으로 ’클래식‘이 됐듯. 

 

사족. 호텔 고객의 악평에 호텔이 정통망법 위반으로 고소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호텔 리뷰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는 악평을 남긴 투숙객을 고발한 태국 현지 호텔에 최초로 경고문을 붙이며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는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모든 여행자가 자신의 
직접적인 여행 경험에 대해 쓸 권리가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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