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3년간 불확실했던 여행 시장이 변화에 적응해나가며 활로를 되찾고 있다. 여행사와 여행 관련 플랫폼에서는 2023년의 트렌드를 점치고 이를 대비하기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여행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여행 경험이 많아진 이들의 니즈는 단순히 어느 국가, 지역으로의 방문이 아닌, 특정한 무엇을 하기 위한 이동으로, 행위의 카테고리도 상당히 세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23 소비 트렌드를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 2023>, <트렌드 모니터 2023>, <Z세대 트렌드 2023>에서 키워드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이 ‘중간은 없다’는 것이다. ‘평균 실종’, ‘버티컬 취향’, ‘디깅소비’의 키워드로 표현된 올해 소비는 한마디로 특정 집단으로 갈무리할 수 없이 제각각의 취향과 제각각의 패턴이 예상된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곱의 법칙으로 분화되는 무수한 니즈를 적재적소에 공략함은 물론, 소비자도 모르고 있는 그들의 숨은 욕구를 소비로 전환해주는 전략이다.
검은 토끼의 해인 2023년. 통통 튀는 토끼처럼 재기발랄한 호텔들의 아이디어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올해 호텔업계가 눈 여겨 봐야 할 주요 소비 트렌드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봤다.
평범하면 죽는다! 취향의 대중이 없어지다
#평균실종 #버티컬취향
소비자의 취향에 ‘대중’이 없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비단 여행업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미 해외여행에 익숙한 국내 여행객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국내에서 여행욕구를 분출하면서 가보지 못한 곳, 해보지 못할 활동, 나만의 취향에 집중한 여행을 떠났다. 이제는 제주도로 여행을 가는 것보다 반딧불이 체험을 하기 위해 제주도를 가는 것이 힙한 여행이다. 이처럼 대중이 없어진 현 시대의 소비를 <트렌드 코리아 2023>은 ‘평균 실종’이라는 키워드로 정의했다.
평균 실종 트렌드는 2년 이상 팬데믹을 거치면서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거의 모든 집단에서 가속화된 양극화를 배경으로 드러났다. 각종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준거집단이 다원화되고 개인 맞춤화 경향이 강해지는 가운데 시장의 전형성이 사라졌다. 이에 ‘평균’으로 표현될 수 있는 무난한 상품, 평범한 삶, 보통의 의견, 정상의 기준이 변화, 기존의 대중(Mass) 시장이 흔들리며 대체 불가능한 탁월함, 차별화, 다양성이 필요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취향이 중요한 영역이라면 ‘N극화(N개의 빈도로 극단적으로 다양하게 분포하는 현상)’도 어디에서든 일어나고 있는데 <트렌드 코리아 2023>은 맛집의 변화를 대표적인 예로 꼽고 있다. 그동안 맛집은 단순히 사람들이 북적이는 ‘핫’플레이스였는데, 잦은 외식경험으로 미식에 기준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아는 사람만 가는 ‘힙’플레이스가 맛집을 넘어 멋집이 된 것이다.
여기에 한쪽으로 쏠리는 단극화까지 평균을 흩트리고 있다. 단극화 현상을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영역은 플랫폼 경제다. 이에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세 가지 흐름에 따라 택할 수 있는 전략으로 양극단의 방향성에서 한쪽으로 색깔을 확실히 하는 ‘양자 택일’ 전략, 소수집단(때로는 한 명일지라도)에게 최적화된 효용을 제공하는 ‘초다극화’ 전략, 경쟁자들이 모방할 수 없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승자독식’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트렌드 모니터 2023>은 ‘버티컬(Vertical) 취향’, ‘버티컬 라이프 스타일’로 소비의 평균지점이 사라졌다고 표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강제적 고립 시간을 거치면서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오롯이 스스로의 관심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개인의 가치관이나 취향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해졌고, 소비카테고리도 세분화됐다. 내가 선택하고 소비하는 콘텐츠를 곧 나의 정체성과 연결하려는 태도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됐다.
이렇듯 평균이 실종되면서 더 이상 안전한 전략은 없어졌다. 구체화되지 않은 ‘누구나’에 속했던 대중이 없어지고 개개인의 객체가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트렌드 코리아 2023>은 ‘평범하면 죽는다’며 대체 불가능한 탁월함·차별화를 주문한다. 부킹닷컴이 발표한 2023년 7대 여행 트렌드에도 ‘새로움을 찾아 나서는 모험’이 있다. 부킹닷컴이 전 세계 32개국 2만 4000명 이상의 여행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과 26년간 축적한 자사 인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여행객들이 올해 여행을 통해 완전히 다른 문화와 새로운 자극을 느끼고 싶어 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인 여행객도 절반 가까이(49%) 문화 충격을 경험하고 싶다고 말했으며, 10명 중 8명이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을 벗어나 자신의 한계를 체험하는 여행을 경험을 원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들이 고려하고 있는 독특한 여행 경험으로는 가장 매운 고추, 가장 비싼 트러플 등의 별미 시식(59%), UFO 또는 외계인 관찰 투어(40%)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의 취향에 진심인 과몰입의 미덕
#디깅모멘텀 #갓생살기
평균의 실종은 개인의 취향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비단 나의 취향뿐만 아니라 남의 취향도 존중하는 것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실컷 좋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몰두의 대상이 다소 특이하고 그 몰입의 정도가 꽤 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현실도피라고 여기지 않는다. 이처럼 자신의 취향에 맞는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트렌드를 <트렌드 코리아 2023>은 ‘디깅(Digging)’에서 착안한 ‘디깅모멘텀(Digging Momentum)’이라고 명명했다.
디깅모멘텀은 단순한 취미라고 부르기에 부족할 정도로 ‘OO에 진심’인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것으로, 멀티 페르소나 시대에 ‘찐자아’를 찾으려는 열정이자, 코로나 사태와 불경기 속 불안함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행복전환점을 찾는 과정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3>은 디깅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눴는데, △몰입하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 콘셉트에 열중하는 ‘콘셉트형’ △같은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몰두의 정도를 높이는 ‘관계형’ △특정 물건이나 경험의 수집을 통해 만족과 과시를 추구하는 ‘수집형’이 그것이다.
디깅러들의 디깅모멘텀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가장 핵심은 ‘몰입’이다. 2022년 주요 소비 트렌드 중 하나였던 내러티브를 가진 콘텐츠를 통해 즐길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다만 여기서의 핵심은 디깅이 중독이 되지 않도록 일순간의 즐거움, 쾌락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로 심리적 자산을 형성하는 몰입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Z세대의 디깅 소비는 ‘갓생’을 살기 위해 이뤄진다. <Z세대 트렌드 2023>이 분석한 갓생은 욜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즉각적이고 일시적인 만족을 좇는 것이 욜로라면, 갓생은 지속되고 채워지는 만족을 좇는다. 때문에 소비를 통해 즉각적인 만족을 느끼는 것보다 소비의 가치를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체감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엇이 내 삶을 지금보다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주는지, 그것이 얼마나 오래가는지에 따라 만족감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Z세대는 디깅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쌓는다. 특정 분야를 더 잘 알게 될수록 소비의 가치가 자신에게 내재화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Z세대가 오마카세를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한 요리를 즐기기 위함이라기보다, 지금 먹는 생선이 어디서 자랐는지, 어떤 부위를 먹고 있고 소스는 무엇을 곁들이면 좋을지 식사에 관해 셰프와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다. 따라서 <Z세대 트렌드 2023>은 Z세대의 디깅 소비를 이끌기 위해서는 Z세대 소비자가 끊임없이 제품이나 서비스, 브랜드를 탐색할 수 있게 기회를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팝업 스토어처럼 확실하고 강력한 경험을 줄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기 어렵다면 스토리부터 시작해 볼 것을 추천했다. 브랜드 스토리는 필요보다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세대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기 충분하다고.
소비자의 취향을 제시하다
#뉴디맨드 전략
“사람들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했던 명언이다. 제품과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상향 표준화되는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는 것은 모든 비즈니스가 해결해야 할 평생의 숙제다. 특히 지난해 호텔업계는 호캉스 수요의 급증으로 다양한 상품과 프로모션을 선보였던 터라 이를 한 단계 뛰어넘는 새로운 호캉스에 대한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특히 올해는 세계 경제 불황으로 물가상승과 소비침체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도 고객의 허를 찌르는 참신한 상품들이 나와야 한다는 것에 고민이 많을 터.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사람들이 원하는지 몰랐지만 세상에 나타난 것을 보니 내가 필요했던, 그런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전략이 ‘뉴디맨드 전략(New Demand)’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말하는 뉴디맨드 전략은 주로 전자기기나 잡화, 구독모델 등 소비재에 대한 예시들이 많지만 호텔에도 적용해볼 수 있는 것이 ‘콘셉트 덧입히기’다. 호텔은 이미 지어진 제품을 바꾸지 못하기 때문에 제품의 인식을 바꿈으로써 새로운 제품으로 느끼게끔 하는 것이다. 상품 자체의 기능적 속성이 아니라 개념적 변화를 도모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신규성의 인식을 주는 방법인데, 대표적으로 든 예시가 스타벅스의 공정무역 커피다. 커피의 품질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현지 농장에서 소비자에 이르는 전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했다는 콘셉트를 도입해 새로운 개념의 브랜드를 탄생시킨 것이다. ‘공정무역’이라는 단어 하나에 기꺼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소비자다.
그런데 이미 호텔에 적용할 수 있는 공정무역 면화, 객실용품, 어메니티, 와인, 커피 등의 객실, 레스토랑, 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를 통해 수입되고 있을 뿐 아니라 공정무역호텔 선정제도도 운영 중이다. 게다가 지난해 3월에는 종로구 혜화동에 ‘페어트레이드 카페 앤 숍(Fairtrade Cafe & Shop)’이 새로 오픈했다. 많은 호텔들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콘셉트가 덜 입혀진 탓인지 스타벅스만큼의 호응은 없는 상황. 스타벅스의 선례를 잘 살펴 공정무역을 선도하는 호텔이 돼 보는 것은 어떨까? 이외에도 최근 호텔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환경, ESG와 프리미엄이 콘셉트 덧입히기의 대표적인 키워드로 꼽힌 만큼, 호텔만의 뉴디맨드 전략은 무엇인지 연구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세계 경제 위기 속 여행만큼은 똑똑하게
#실속 #절약 키워드로 내세우는 여행사들
항공의 재개로 국제관광이 서서히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글로벌 여행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2023 여행 키워드는 ‘실속’, 혹은 ‘절약’이었다. 글로벌 OTA 익스피디아에서 발표한 팬데믹 이후 변화한 여행객들의 동향을 담은 ‘2023 Traveler Value Index’에 따르면 앞으로 여행객의 74%가 여행 예산을 늘리거나 유지하는 한편, 여행 예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가격(27%)으로 꼽았다.
부킹닷컴의 2023년 7대 여행 트렌드 전망에서도 ‘합리적 여행을 위한 절약’이 있었다.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올해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은 여행 예산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더욱 주의를 기울일 전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8%)가 휴가에 투자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고 생각한다면서도 63%가 가성비를 중시하면서 예산을 합리적으로 소비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에 부킹닷컴은 올해는 할인 혜택이나 특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은 물론, 여행 시기를 조정해 여행에 나서는 한국인 여행객들이 54% 많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자세한 여정으로는 할인 및 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해 혜택을 받고(59%), 비수기인 여행지나 장거리 노선으로 여행 비용을 절약하며(53%), 특가를 위해 한층 더 이른 시점에 예약을 진행하는(61%)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해 합리적인 여행을 계획한다는 전망이다.
한편 호텔스닷컴은 2023년 가성비 여행의 떠오르는 스타로 ‘3성급 호텔(Three-star Superstars)’을 이야기했다. 호텔스닷컴이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 여행객의 26%가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인 면을 중시한다’고 밝힌 점과 전 세계적으로 3성급 호텔에 대한 관심이 20% 이상 증가한 결과로 추론된 듯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호텔 성급이 낮다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3성급이지만 명확한 콘셉트를 가졌거나, 높은 등급의 호텔에 준할 만큼의 훌륭한 편의시설, 세련된 인테리어와 독특한 분위기를 갖춘 호텔이 실속과 절약의 키워드에서 살아남게 될 것이다.
뛰는 여행사 위에 나는 #체리슈머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과 자산 가치의 하락으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여행업계의 예견이 있었던 만큼 국내에서는 여기어때와 인터파크가 ‘최저가’의 키워드를 선점했다. 여기어때는 ‘국내가듯 해외어때’를 론칭해 항공과 숙박을 결합형 최저가로 선보였으며, 인터파크는 지난 10월, 100여 개 항공사와의 제휴를 통해 최저가 항공권을 제공하고 최저가가 아닐 시 100% 보상해주는 최저가보장제도 내걸었다.
그러나 뛰는 여행사 위에는 나는 ‘체리슈머(Cherry-sumer)’가 있다. 체리슈머는 기존에 구매는 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챙겨가는 얌체같은 소비자 ‘체리피커(Cherry Picker)’에서 확대된 표현으로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알뜰소비 전략을 펼치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전통적으로 경기가 나빠지면 실속, 알뜰, 가성비 등 ‘짠테크’ 소비가 확산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체리슈머의 경우 전반적인 소비가 위축되는 한편으로 자신의 소비지출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편집’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짠테크 소비자들과는 다른 기세가 느껴진다고 했다.
체리슈머의 소비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눴다.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소비량을 쪼개 구매하는 ‘조각 전략’ △팀 구매나 공동구매를 적극 활용하는 ‘반반 전략’ △장기 계약에 얽매지 않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유연한 소비를 추구하는 ‘말랑 전략’이 그것이다. 물론 호텔을 적은 용량으로 소포장하거나, 객실이나 레스토랑 좌석을 공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계약의 유연성을 추구하는 말랑 전략의 경우 기존의 데이유즈나 워케이션 전략이나 팬데믹 기간 동안 예약 시 유연한 환불 정책을 적극 도입한 것이 사례가 될 수 있을 듯 보인다.
하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 <트렌드 코리아 2023>이 제시하는 체리슈머 공략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문간에 발 들여놓기 전략(Foot-in-the-door Technique)’은 사회심리학 용어로, 어떤 큰 부탁을 하기 전에 문간에 발만 먼저 들여놓듯 작은 부탁을 먼저 해서 허락을 받고 나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큰 부탁을 했을 때 더 쉽게 허락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설득 기법이다. 이를 체리슈머에게 접목해보면 작은 샘플로 특정 제품을 경험하거나, 아주 짧은 기간 동안 특정 서비스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작은 경험의 일종이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돼 이후 더 큰 구매라는 성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호텔에는 이미 똑똑한 소비자들이 많다. 호텔별, 단계별 멤버십의 효용가치와 소비 성향에 따라 어떤 선택지가 좋은지 누구보다 꼼꼼히 분석해 공유하는 이들이 있으며, 어떤 호텔의 몇 층 몇 호의 객실이 특히 전망이 좋더라는 정보까지 오가는 커뮤니티가 있다. 앞으로 체리슈머와 같은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난다고 하니, 이들을 불편해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좀 더 달콤한 체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문간에 발 들여놓기 전략을 연구해보자.
X도 아니고 MZ도 아닌 α의 등장
#알파세대
MZ세대도 버거운 데 알파가 왔다. 태어나 처음 말한 단어가 ‘엄마’가 아닌 ‘알렉사’라는, 진정한 ‘디지털 원주민’ 소비자가 알파세대라고 한다. X-Y-Z를 잇는 알파벳이 없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알파세대라고 명명했는데, A가 아니라 α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심상치 않다. 이는 단순히 Z세대의 다음 세대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종족의 탄생을 은유한다. 이제는 베타와 감마, 델타(?)세대로 이어지려는 모양새다.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알파세대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알파세대는 저마다의 매력을 존중하고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지닌다. 자기중심성이 강해 ‘제일 중요한 것은 나’라고 믿는 까닭에 모두가 스스로 셀러브리티이자 아키텍트라고 여긴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틱톡’을 주요 SNS로 활용하고, ‘국영수코’로 불리는 코딩 학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더불어 ‘머니러시’ 트렌드를 따르는 ‘자본주의 키즈’의 후예답게 소비와 투자를 아우르는 경제 교육을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줌’을 통한 온라인 공간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으나, 온라인에서 해소되지 않는 오프라인에서의 실제 활동에 대한 갈증도 크다.”고 말이다.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최지혜 연구위원(이하 최 연구위원)은 “일반적인 기업에 알파세대는 사실 지금 당장 중요한 키워드는 아니다. 아직 이들이 소비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략 6년 후, 이들이 성인 소비자가 됐을 때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할 것이므로 잠재고객으로서 이들의 행보를 눈여겨보라는 내용이 주 골자다. 하지만 호텔은 다르다. 이미 알파세대가 호텔에 발을 들이고 있고, 소비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하면서 “대부분 아이들의 선호에 따라 부모의 결정이 이뤄지는 터라 알파세대가 어떤 경험을 했느냐에 따라 재방문의 여부가 나뉜다. 그런데 알파세대는 세계관이 중요한 세대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이들이다. 어쩌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더욱 비중을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같은 브랜드도 현물보다 제페토 상의 아이템을 원한다. 따라서 앞으로 호텔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경험을 어떻게 세팅해나갈지 지금부터 고민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일찍이 몇몇 호텔에서는 메타버스에 데뷔하기도 했지만, 적극성과 꾸준함으로 메타버스를 연구하고 있는 호텔은 손에 꼽는다. 아직 대부분의 호텔은 플랫폼 활용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메타버스를 MZ세대로 타깃을 했지만 그 범위를 알파세대까지 확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간력에서 찾는
데스티네이션 호텔의 의의
호텔은 공간 비즈니스를 하는 업이다. 쉽게 바꿀 수 없는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인 서비스를 더해 가치를 창출해낸다. 호텔 안에는 잠을 잘 수 있는 침실을 비롯해 밥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 쉴 수 있는 스파, 즐길 수 있는 수영장과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 그 이상의 것들이 크고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로 인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스테이케이션, 호캉스의 개념이 생기고부터는 호텔을 목적지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스티네이션 호텔’을 표방하는 곳들이 많아졌다. 특히 방문에 발품이 드는 서울 외곽지역에서 더욱 그랬으나, 막상 데스티네이션 호텔이라 떠오르는 호텔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3>의 ‘공간력’ 키워드와 <Z세대 트렌드 2023>에서 다루고 있는 마케팅 코드로서의 ‘공간’은 호텔에서 주목해봐야 할 부분이다. 공간력부터 살펴보면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을 의미하는 공간력은 △공간 자체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인력(引力)’ △가상의 공간과 연계돼 효율성을 강화하는 ‘연계력’ △메타버스와의 융합을 통해 그 지평을 넓히는 ‘확장력’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분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여기서 말하는 공간에는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없다. 공간력은 하나의 테마와 콘셉트를 통해 공간 이미지를 창출함으로써 고객의 환상을 현실 공간에 구현하는 데서 나오며, 이에 <트렌드 코리아 2023>은 공간은 단순히 브랜드와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그 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매체’로 봐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런 의미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3>의 연구진이 더현대 서울 기획 실무자 16명과 함께 분석한 ‘뉴리테일 시대를 장악하는 비즈니스 전략서’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를 보면 더현대 서울이 어떻게 백화점의 무덤인 여의도에서 백화점이 아닌 몰(Mall)의 골조 건물에서 성공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최 연구위원은 “더현대 서울은 보수적인 유통업계의 관념과 문화를 깨고 철저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백화점을 기획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똑같은 상업공간이지만 건축학적 입장에서 용도가 아예 다른 몰 건물을 상식의 틀을 깬 백화점으로 탄생시켰다. 그 이유는 MZ세대를 확실한 타깃으로 한 공간력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며 “초기 더현대 서울에는 기존에 우리가 백화점이라면 떠올릴 수 있는 명품 브랜드들이 하나도 없었다. 기성세대는 모르는 브랜드였지만 더현대 서울은 기획과 MD구성은 물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모든 활동들을 MZ세대에 맞췄다. 그렇다고 해서 MZ세대만 더현대 서울을 방문하느냐라고 반문한다면 그것도 아니다. 기성세대도, 10대도, MZ세대에게서 정보를 얻고 그들이 하는 것이 곧 힙한 것이 되면서 타깃은 MZ세대로 했지만 소비의 주체는 확장됐다. 이제 더현대 서울은 단순히 리테일에서 나아가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하나의 플랫폼이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Z세대 트렌드 2023>에서는 Z세대가 선호하는 오프라인 핫플레이스 특징 4가지를 분류해 올해 공간이 가질 의미에 대해 조명했다. Z세대의 발길을 이끌게 하는 공간은 브랜드가 아닌 Z세대를 주인공으로 만듦으로써 Z세대의 셀프 브랜딩에 제품의 브랜딩을 태우는 곳이다. 최근 팝업 스토어가 핫한 이유는 브랜드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콘셉트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면서 Z세대가 주체적으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팝업 스토어들은 핫플레이스는 성수에 있어야 한다는 공식을 깨고 있으며 중요한 것은 위치가 아니라 정체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드러낸다. 또한 <Z세대 트렌드 2023>에서도 온오프라인 경계가 흐려지는 확장된 공간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Z세대는 더 이상 물리적으로 공간에 있는 순간에만 브랜드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SNS를 통해 정보를 검색하고 예약시스템을 이용하는 등 방문을 위한 모든 과정을 경험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최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비대면의 트렌드가 확산하며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기조가 있었다. 게다가 MZ세대를 중심으로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세계의 소구력이 높아지다 보니 마치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할 것처럼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공간력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오프라인이 죽는 게 아니라 재미없는 공간이 죽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pilogue
검은 토끼의 해인 2023년 계묘년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감염병 싸움에 불황이 겹쳤다. 이제 감기 바이러스와 같은 코로나19라지만 여전히 코로나19로 앓는 사람들이 있고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로 소비 패턴의 정형성이 없어지고 있다. ‘이정도면 됐다’는 평균과 기준이 없어졌다는 것은 누군가에겐 불안의 요소가 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기회라 여겨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가 점점 더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고 내러티브를 찾는 점은 호텔에 긍정적인 요소라고 보인다. 호텔만큼 다양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는 곳이 없고,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서 만들어낼 수 있는 스토리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올해의 타이틀 키워드를 ‘RABBIT JUMP’로 삼았다. 위기로 일컬어지는 새해를 맞았지만, 잘 듣고, 잘 보는 영민한 토끼처럼 지혜롭고 유연하게 뛰어올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았다고 한다. 호텔도 내국인 호캉스 호재와 인바운드 활성화의 기로에서 올해가 앞으로의 비즈니스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RABBIT JUMP의 바람처럼 호텔도 웅크렸던 만큼 더 높이 도약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2023년을 강타할 소비 트렌드를 10가지 제시했다. 올해 가장 두드러질 변화로 예상되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트렌드를 관통하는 가장 첫 번째 키워드, ‘평균 실종’의 개념의 이해가 중요하다. 최근 우리 사회는 ‘전형성’이 사라지고 있다. 평균만 잘 맞추면 가장 다수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시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를 지나 N극화, 단극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체 불가능한 탁월함, 차별화, 다양함이 필요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제시하고 있는 나머지 9개 키워드는 평균 실종에 맞물려 있다. 평균 실종의 관점을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진 것이기 때문에 이제 대중(Mass)은 없어졌다는 점을 염두 해두고 소비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이미 등급이 정해져 있는 호텔의 경우는 평균 실종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지금까지는 성급에 따른 수직적(Hierarchy) 차별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수평적 차별화가 이뤄져야 한다. 라이프 스타일로 차별화한다든가 대중적인 콘셉트보다는 특정 기호, 집단 등을 특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타깃을 좁힌다고 해서 정말 해당 대상만을 위해서는 안 된다. 이를 대표적으로 가장 잘 실현한 사례가 더현대 서울이다. 더현대 서울은 철저하게 MZ세대의 사고방식을 위주로 백화점을 구성했지만 종국적으로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시대의 랜드마크가 됐다.
타깃의 확장성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MZ세대를 모든 기업에서 집중하는 것은 이들이 현재 모든 세대의 기준이 되는 라이프 스타일을 향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연구를 해보면 예전에는 부모님으로부터 모든 정보를 받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로부터 정보를 얻는다. 엄마가 쓰는 화장품은 20대 딸이 쓰지 않지만, 20대 딸이 쓰는 화장품은 엄마가 쓴다. 단순히 MZ세대가 소비의 주축이고 젊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라이프 스타일의 파급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대가 주목하는 MZ세대만의 라이프 스타일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10번째 키워드인 ‘네버랜드 신드롬(Peter Pan and Neverland Syndrome)’을 통해 살펴보면 확인해볼 수 있다. 단순히 기성세대들이 젊게 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대가 선망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MZ세대에 맞춰져 있다. 그들의 자유분방하고 다양한, 그러면서도 타인의 다양성을 존중해주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며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등 나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공존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말이다. 기성세대들의 시대까지만 해도 한국사회와 경제가 성장 위주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달려가던 사회였기 때문에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것이 당연했다. 지금의 MZ세대가 반문하는, ‘그게 정말 당연한가?’하는 물음으로 발전하고 있는 사회가 긍정적으로 비춰지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MZ세대도 중요한데 호텔에서의 알파세대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알파세대를 겨냥함에 있어 호텔에 조언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호텔은 전통적으로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이제는 온라인 경험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호텔의 온라인 경험은 어떻게 세팅할 것이며, 오프라인 공간에 온 알파세대라도 우리 공간에 방문 시 온오프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경험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단순히 메타버스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메타버스 안에 어떤 콘텐츠를 넣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심리스하게 연결되면서 오프라인 경험이 온라인으로 잘 스며들 수 있도록 기획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례로 미국의 한 식품업체는 메타버스 내 아주 단순한 게임을 디자인했는데, 오프라인에서 받은 쿠폰을 온라인 아바타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온라인 게임에서 이기면 오프라인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상품으로 제공했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얽힐 수 있도록 공간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간력 키워드가 호텔에 적용될 여지들이 많아 보인다. 공간력을 통해 호텔이 얻어야 하는 인사이트를 귀띔해 달라.
더 이상 소비자들은 가깝고 편한 곳만을 찾아가지 않는다. 데스티네이션 호텔을 지향하는 호텔들은 공간 자체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 다니는 인력(引力)이 있어야 한다. 호텔을 포함한 모든 오프라인 매장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상권으로 보고 그 주변 마켓을 분석해 콘셉트를 구성했다면, 이제는 온라인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상권의 개념이 사라졌다. 여행에 도가 튼 한국인들에게 더 이상 제주도를 간 것이 특별한 게 아니라 제주도가서 무엇을 했는지가 더 특별해졌다. 그런 여행객들에게 우리 호텔에 와야만 하는 당위성을 주기 위해 공간력을 어떻게 갖출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