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앤레스토랑 뉴스레터 신청하기 3일 동안 보지 않기 닫기

2024.05.14 (화)

[소믈리에 김준철의 Wine Trend] 와인은 오래 보관할수록 맛이 좋아진다.

가끔 매스컴에서 깊은 바다 속에 가라 앉아 있던 수백 년 된 난파선에서 와인과 샴페인을 찾아냈는데 비싸게 팔렸다고 발표하곤 한다. 그때마다 사람들이 “와인 속에 바닷물이 들어가서 짠맛이 나지 않을까?”, “그렇게 오래된 와인인데 마실 수는 있는 건가?”하고 궁금해 하기도 한다. 난파선 와인뿐만 아니라 수백 년 된 와인이 경매 시장에서 비싸게 팔렸다는 소식을 가끔 듣는다. 그럴때마다 와인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와인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오래된 와인이 그렇게나 비싸나? 또 맛은 엄청 좋을 거야.” 혹은 “한 모금 맛봤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한다. 오래 보관하면 맛도 좋아지고 가격도 비싸진다고 하니 와인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이따금 “나도 한번 와인을 사다가 오랫동안 보관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와인을 오래 보관하면 맛이 좋아지고 가격이 비싸질까 하는 문제를 좀 자세히 알아보겠다.


와인마다 숙성 기간, 유지 기간, 약해지는 기간이 다 다르다.
“모든 와인은 오래 보관 할수록 무조건 맛이 좋아진다.”라는 말은 옳지 않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와인을 보관하는 기간은 소장하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서 얼마든지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수백 혹은 수천 년을 보관할 수도 있다.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고 품질까지를 생각한다면 오래 보관한다고 맛이 계속해서 끝없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모든 와인은 와인이 되고 난 후 시간이 지나면서 숙성이 돼서 맛이 좋아진다. 처음에는 와인 속의 신맛과 쓴맛 등이 강해서 거친 맛이 있다. 이런 거친 와인이 시간이 지나면서 와인의 신맛, 쓴맛 등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단맛, 신맛, 쓴맛 등이 조화를 이루면서 맛이 부드러워진다. 이렇게 맛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숙성’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잘 숙성된 상태를 어느 정도 유지하다가 오랜 기간이 지나면 와인의 강한 맛이 점점 줄어들고 신맛, 쓴맛 등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신맛과 쓴맛은 같은 비율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고 각각 다르게 감소하게 되는데 감소하면서도 그런대로 맛의 조화를 유지하다가 어느 순간에 이르면 조화된 맛이 깨지게 되는 시점에 이르게 된다. 이때부터는 와인의 맛은 점점 더 힘이 없어지고 조화로운 맛이 없어지게 된다. 이후의 기간은 아무리 오래 보관하더라도 맛이 좋아지지 않고 더 나빠지게 된다. 모든 와인은 이렇게 품질의 사이클을 가진다. 즉, 어릴 때에는 강하고 거친 맛을 가지다가, 숙성 기간을 거치면서 맛이 점점 좋아지고 조화로운 부드러운 맛을 가지게 되고, 그 상태를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유지하다가, 더 오래되면 품질이 점점 나빠진다.
이런 와인의 품질 사이클은 인간과 비슷하다. 즉 인간은 유년기에는 육체적으로 계속 성장해 나가지만 정신적으로는 어리다. 그 후 청년기가 되면 육체적으로는 강하나 정신적으로는 미숙하다. 장년기가 되면 육체적으로는 어느 정도 청년기의 강함도 있고 정신적으로도 원만하게 되고, 노년기가 되면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약해지는 시기다. 그런데 와인에서는 이런 숙성 기간, 유지기간, 약해지는 기간이 와인마다 다 다르다. 보졸레 와인과 같이 어린 와인에서 금방 숙성 와인이 됐다가 또 금방 약해져 버리는 와인이 있는가 하면 보르도의 그랑 크뤼 클라세 샤또 와인들과 같이 와인이 숙성 되는 데 10~15년, 그 맛을 유지하는 기간이 40~50년 걸리고 그 이후에 서서히 약해지는 와인들도 있다. 모든 와인은 그 특징에 따라서 이렇게 품질의 사이클 기간이 모두 다 다르다. 와인은 오래 보관한다고 무조건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와인의 맛이 좋아지는 것도 보관을 잘 했을 경우의 이야기다. 아무리 보르도의 그랑 크뤼 샤또의 와인이라고 하더라도 보관을 잘못 하면 수십 년은 고사하고 1~2년 안에 못 마시는 와인이 돼버릴 수 있다.


어떤 와인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와인인가?
와인을 수십 년 혹은 그 이상 보관해볼 요령으로 와인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와인에는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와인이 있고 금방 마셔야 하는 와인이 있다는 것을 꼭 알고 와인을 고르길 바란다. 그러면 어떤 와인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와인인가?
오래 보관하려면 강한 와인을 골라야 한다. 강한 와인이란 어떤 와인인가 하면 아주 잘 익은 좋은 품종의 포도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와인을 말한다. 포도는 품종에 따라서 강한 와인을 만들기도 하고 약한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강한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익었을 때에 컬러와 향이 진하며 포도의 당도와 산도가 상당히 높다. 레드 와인 중에서는 기후가 온화한 곳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이 강한 와인들이다. 강한 레드 와인을 몇 가지 예를 들면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세 혹은 크뤼 등급의 샤또 와인, 부르고뉴의 그랑 크뤼 와인, 이탈리아의 수퍼 토스칸 와인,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벨리 와인, 호주나 칠레의 강한 와인 등이다. 화이트 와인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지의 아이스 와인과 헝가리, 독일, 프랑스의 귀부 와인 등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와인들이다.


와인 보관은 어떻게 해야 하나?
와인 보관 방식은 소유자 마음대로다. 그러나 와인의 품질을 생각한다면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보관해서는 안되고 잘 보관해야 한다. 와인의 보관 조건에 잘 맞춰 보관해야 한다. 보관 조건은 연중 온도가 13~15℃로 일정하고, 습도가 60~80%로 유지되고, 그늘지고, 진동이 없는 곳에서 눕혀서 보관해야 한다. 이런 조건은 바로 수천 년 동안 사용되고 있는 포도주 공장의 지하실 조건이다. 이런 보관 조건은 과학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고 지하 와인 저장실의 조건에서 숙성된 와인의 품질이 경험적으로 가장 좋다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조건을 선호하는 것이다.
단독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집안에 지하실이 있을 수 있고 지하실은 대체로 여름철에는 시원하고 겨울철에는 따뜻하다. 유럽의 포도주 공장 지하실은 온도가 상당히 더 낮고 일정하다. 지하실이 있는 사람들은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불행하게도 집안에서 이런 조건에 맞는 장소를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아파트는 겨울에도 난방을 해서 실내 온도가 약 섭씨 25℃ 정도고 여름에는 냉방을 하더라도 25℃ 이상이 된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는 여름철에는 습도가 60~80%가 되지만 겨울철이 되면 습도가 30%도 안돼서 와인의 보관 조건으로는 부적당하다.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은 와인을 장기 보관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와인 저장실, 와인 셀러를 활용하면 된다. 과거에는 와인 셀러의 가격이 비쌌지만 지금은 20~30만 원대의 저렴한 와인 셀러가 많이 시판되고 있어서 와인을 장기간 보관하기를 원한다면 하나쯤 장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오래 보관해야 할 와인이 단지 몇 병이라고 한다면 와인 한 두병을 보관하려고 와인 셀러를 구입하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렇게 해보기를 바란다. 그 와인을 집에 있는 냉장고에 눕혀서 보관하면 된다. 냉장고는 보통 냉장실의 온도가 섭씨 0~5℃ 사이이다. 이는 와인을 보관하기에는 너무 낮은 온도이다. 그러나 온도가 낮다고 해서 와인이 변질돼 나빠지는 것은 아니고 다만 온도가 낮기 때문에 화학 반응의 속도가 늦어질 뿐이다. 그래서 냉장고에서 보관한 와인은 숙성의 속도가 늦어지기는 하지만 와인 셀러를 구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선의 방법은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중에 와인을 마실 때에는 와인을 꺼내서 온도가 상당히 올라간 후에 마시는 것이 좋을 것이다. 냉장고보다는 김치 냉장고의 온도가 더 잘 관리돼 진동의 위험성이 줄게 되므로 김치 냉장고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와인을 장기로 보관할 경우의 유의 사항
와인을 수십 년간 보관하려면 몇 가지 유의할 사항이 있다. 앞에서 말한 품질의 사이클대로 와인의 맛은 변해간다. 당연히 보관을 잘 해야 한다. 그러나 와인 병마개로 사용되는 코르크의 품질은 수십 년 이상으로 품질이 오래 유지되기가 어렵다. 와인 코르크는 천연 오크 나무의 껍질로 만든 것으로 완벽하게 깨끗하지 않다. 따라서 각각의 코르크는 품질이 다를 수 있다. 완벽한 코르크인 경우에는 상당히 오래 품질이 유지되나 일반적으로 코르크는 대체로 30~40년이면 마개를 교체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십 년 보관한 와인은 마개를 교환해줄 때에는 개인이 집에서는 할 수 없고 와인 전문가가 교체해야 한다. 그것도 가능하다면 와인을 생산한 회사에서 코르크를 교체해야 한다. 왜냐하면 생산 회사에서 교체하면 나중에 가짜 논란이 있을 경우에 보증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와인을 구입할까?
장기 보관을 위해서 와인을 구입할 경우 와인 숍에서 직원이 추천하는 와인 중에서 적당히 고를 것이 아니라 기왕이면 특별한 의미가 있는 와인을 구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오래 보관한 후에 마시든지 혹시 못 마시면 자식들한테 물려줄 수도 있는 귀한 것이 아닌가. 그런 귀한 와인을 아무렇게 구입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다. 의미없이 와인을 구입하지말고 여러분에게 의미가 있는 해의 와인을 구입하기 바란다. 즉 본인이 태어난 해의 와인이나, 결혼한 해의 와인이나, 자식이 태어난 해의 와인을 구입하는 것이다. 결혼한 해의 와인 즉 그 빈티지 와인을 구입해서 보관하다가 25년 결혼 기념일에 부부가 같이 그 와인으로 한 잔한다면 아무해의 와인을 같이 마시는 것과는 엄청나게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또 50년 후에도 결혼한 해의 와인으로 부부가 같이 축하를 하기 바란다. 자식들이 태어난 해의 와인을 구입해뒀다가는 자식들이 결혼할 때에 양가의 상견례를 하면서 “이 와인은 우리 아이가 태어난 해의 와인이다.”라고 하면서 건배를 하는 것은 그냥 맥주를 마시는 것이나 그냥 와인으로 건배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의미 있는 건배가 될 것이 아닌가? 만약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 여러분들도 한번 해보기 바란다.
이런 특별한 빈티지의 와인을 구입할 때에는 달랑 한 병만을 구입하지 말고 가능하면 여러 병을 구입할 것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은혼식에 이 와인으로 부부가 같이 축하해버리면 금혼식 때에는 축하할 와인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가능하면 여러 병을 구입해서 부부가 은혼식과 금혼식에 사용하고 남는 와인이 있으면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바란다. 그러면 자식들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귀한 와인을 쉽게 마시지 못 하고 오래 보관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이 와인은 잘하면 수백 년을 보관하게 되는 아주 귀한 와인이 될 것이다. 외국에서도 수백 년 보관되는 와인은 이렇게 조상들이 물려주는 와인들이 많다. 자식들 태어난 해의 와인 즉 그 빈티지의 와인들도 여러 병을 준비하면 상견례에 사용하고 남는 와인은 자식에게 결혼 기념으로 물려주기 바란다. 그러면 자식들이 은혼식과 금혼식 등의 뜻이 있는 때에 사용하고 남는 와인이 있으면 그 와인을 손자들에게 물려주어 아주 귀한 와인이 될 것이다.


오래 보관한 와인의 가격은 얼마나 올라갈까?
오래된 와인의 가격은 어떤 와인이냐 또 얼마나 오래됐느냐 또 빈티지가 언제인가 등에 따라서 와인의 가격은 달라진다. 여러분이 구입하는 와인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모르니 가격이 얼마나 많이 비싸질지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말하면 오래된 와인은 가격이 올라간다. 여러분들이 보관하고 있는 와인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와인 회사들이 재고로 가지고 있는 오래된 와인들의 가격을 매년 정하는데 이 와인의 가격을 말하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보관하는 와인은 만약에 비싸진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팔수는 없지 않은가? 주류소매면허가가 없으면 법적으로 판매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다만 팔지는 않더라도 가지고 있는 와인의 가치는 올라가게 되고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점이다.
여러분들이 장기 보관하려고 구입한 와인들은 모두 강한 와인들일 것이다. 앞으로 이런 와인들이 얼마나 값이 비싸질 것인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런 강한 와인들의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경제가 좋아지면서 이런 와인들의 가치는 점점 더 올라가게 될 것이다. 또 인도가 경제발전을 하게 되면 고급 와인의 가격은 더 올라가게 된다. 세계 와인은 뉴 월드, 중국과 인도가 와인의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보이고 또 와인의 주 소비국들이었던 유럽의 와인 소비는 줄어들고 다른 대륙에서의 와인 소비는 크게 성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저가 와인들의 가격은 크게 비싸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고급 와인은 그 생산량이 많이 늘지 않으면서 신흥 부자들의 수요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여 여러분들이 보관하려는 고급 와인들의 가격은 떨
어지지 않고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금리가 연간 12% 정도였던 20여 년 전의 상황을 보면 해마다 금리 이상으로 와인의 가격이 인상됐다. 저자의 경험으로 보면 적어도 보관 와인의 가격이 금리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

<2015년 6월 게재>


김준철
소믈리에 / 마주앙 공장장 출신
국산 와인인 마주앙을 개발한 김준철 소믈리에는 마주앙 공장장으로 근무했다. 미국 포도주 공장에서 와인 양조를 연수했으며, 독일 가이젠하임 대학에서 양조학을 수학했다. 또한 프랑스 보르도의 CAFA에서 정규 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한 바 있다. 이 밖에 와인 수입회사와 도매상, 소매점, 와인 바와 와인 스쿨을 운영하여 다양한 와인 경력의 소유자이다. 저서로는 와인 알고 마시면 두배로 즐겁다, 와인 인사이클로피디아, 와인 가이드, 와인 홀릭스 노트 등이 있으며 현재 신문과 잡지에 와인 칼럼을 기고하고 SNS상으로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서 활동 중이다. jcsommelier@naver.com




배너
배너

기획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Hotel&Dining Proposal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