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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목)

손진호

[Special Wine Column] Quintessa, 2019 New Vintage Release

 

엔데믹 시대의 소통과 와인 산업


대학에서 교육을 하고 있는 필자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맞이해 온라인 교육 도구를 이용해 비대면 교육을 해왔다. 사실 원격 교육은 ‘사이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몇 대학들이 해오던 것이었는데, 이제 거의 모든 일반 대학들도 도입해 진행하고 있는 현실화된 교육 방법이 됐다. 이 과정에서 비대면 원격 교육과 회의가 의외로 놀라운 소통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고, 교육과 소통 효과도 의외로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와인산업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동일한 와인을 시음하며 화상으로 본인의 견해를 나눌 수 있는 온라인 시음회가 MZ세대를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으며, 필자도 이런 시음회와 교육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때마침,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명품 컬트 와인을 생산하는 퀸테사(Quintessa) 와이너리에서 2019년 새로운 빈티지의 출시를 알리는 줌(ZOOM) 미팅을 개최했고, 그 자리에서 퀸테사 와인과 2019년 빈티지 소개 그리고 테이스팅이 함께 이뤄졌다.

 

원격 미팅에 참여한 와인 전문가들은 미리 해당 와인을 출시 이전(Avant-Premier)에 배송 받아 이번 기회에 함께 시음을 해본 것이다. 정말 새로운 형태의 경험이었고, 양조장의 여러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현장감 있게 체험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해당 와인을 직접 생산한 와인메이커가 나와서 농장의 현황과 포도 재배, 와인 양조에 관한 디테일을 직접 듣고 의견을 나누고 질문을 전달하는 등 활발하게 원격 모임이 이뤄졌다. 


이번의 특별 기고는 바로 그 신기한 소통 체험과 퀸테사 와이너리 그리고 퀸테사 2019년 빈티지 와인에 관한 따끈따끈한 보고서다. 

 

 

한 병의 와인에는 빈티지(Vintage)가 담겨 있다


빈티지란, 해당 와인을 생산하는데 사용된 ‘포도가 수확된 해’를 표현한다. ‘2019년 빈티지 와인’이라 함은, 북반구를 기준으로 2019년 4월에 싹이 터서, 6월에 열매를 맺고, 7~8월에 걸쳐 자라서, 9~10월에 수확된 포도를 사용해 양조한 와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남반구에서는 계절이 반대니, 2~3월에 수확을 한다. 따라서 남반구 와인이 6개월 정도 앞서 출시될 수 있다. 그런데 와인은 보통 6개월에서 수년 정도까지 숙성을 시키는 경향이 있으므로 최종 병입되는 것은 그 후의 일이다.

 

포도의 수확 & 생산연도와 병입연도를 혼동하지 말자. 그럼 빈티지가 중요한 이유는 뭘까? 빈티지가 중요한 이유는 해당 와인을 만드는데 사용된 포도의 발육과 성숙을 좌우하는 매해의 기후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해의 기상 조건, 성장기의 평균 기온, 일조량, 강수량, 그리고 기상 이변으로 인한 특수 현상들, 우박, 냉해, 폭우 등등이 모두 포도나무와 포도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그 기상 특성이 포도 열매를 통해 와인에 까지 전달된다. 따라서 빈티지 특성이 와인의 품질과 개성을 좌우한다. 좋은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꽃이 피는 시기부터 수확하는 시기까지 맑고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포도의 발육과 성숙기에는 충분한 일조량이 필요하며, 완숙기와 수확 시기에는 비가 오지 않아야 한다. 좋은 포도가 생산되기 위한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정도에 따라 빈티지의 품질과 특성이 결정된다. 5년, 10년, 20년이 지난 후, 한 병의 와인을 열고 마시면서 그 와인이 생산된 해의 기상 조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비로운가~!

 

 

Quintessential Wine Estate, Quintessa~!


퀸테사의 모그룹 후니어스 빈트너스(Huneeus Vintners)를 일군 올해 83세인 어거스틴 후니어스(Augustin Huneeus)는 칠레 산티아고 출생으로 아내 발레리아(Valeria)와 함께 1960년대부터 칠레 와인 산업에 종사, 콘차이 토로 등을 최고의 와이너리로 성장시켰으나, 1971년 칠레의 복잡한 정치 환경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Paul Masson과 Seagram 등을 거치며 미국 및 세계 와인 산업에 기여했고, 여러 와이너리를 회생시키며 성장했다. 1990년 Quintessa 설립을 계기로, 1999년 Huneeus Vintners 그룹을 설립해 명품 와이너리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Faust, Illumination, Flowers(2009), Leviathan(2017), Benton-Lane(2018) 등을 소유하고 있다.

 

핵심 퀸테사 농장은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의 심장부인 나파 밸리의 한 가운데 위치한 러더포드(Rutherford) 구역에 있다. 나파 밸리는 서편의 마야카마스 산맥과 동편의 바카 산맥의 화산 활동과 그 한 가운데를 흐르는 나파 강의 퇴적 활동으로 형성된 복잡 다양한 지질 구조와 다채로운 토질을 가진 매우 특별한 와인 산지다. 러더포드 구역에서도 살짝 동편으로 위치한 퀸테사 농장 영지는 바카 산맥의 화산 활동과 나파 강의 활동의 영향을 동시에 받아, 마치 나파 밸리에서 가장 특혜를 받은 지역처럼 ‘나파 밸리의 작은 축소판’ 같은 곳이다. 실제로 113ha 부지의 농장은 토질, 생물다양성, 채광, 미세 기후 여건이 매우 다양하다. 이 땅의 가치를 한눈에 알아본 회사 창업자 어거스틴 & 발레리아 후니어스 부부는 이곳이야말로 세계적 품질의 명품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와이너리의 입지 조건으로 완벽하다는 것을 간파했다. 와이너리 이름 ‘Quintess’는 매우 철학적인 이름으로서, ‘Quinta Essencia(제5원소)’라는 단어와 그로부터 파생된 ‘Quintessence(진수, 정수)’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우주와 세상을 구성하는 흙, 공기, 물, 불의 4가지 원소와 추가적으로 존재한다는 다섯 번째 제5원소를 의미하는데, 퀸테사 와이너리에서는 이를 ‘영혼(Soul)’으로 설명한다.

 

퀸테사 농장의 테루아의 정수를 하나로 모은 와인, 우주의 정기와 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정신의 진수, 그것이 퀸테사 와인이다. 이번 줌 미팅에서 와인메이커 레베카가 설명한 바에 의하면, 그 외에도 또 다른 중의적인 의미도 갖는다고 하는데, 우선, 퀸테사 농장을 구성하는 5개의 구릉을 의미할 수도 있고, 포도밭, 농장 인력, 양조장, 접대소 그리고 영적 장소로서의 교회를 의미한다고도 했다. 이런 설명을 듣자니, 퀸테사 농장을 한시라도 빨리 방문하고 싶었다. 

 

 

Quintessa Terroir


퀸테사 농장이 소재한 러더포드 마을은 남북으로 좁고 긴 형태의 나파 밸리에서 중앙에 위치한다. 퀸테사 농장의 오른편에는 바카 산맥이 있고, 왼편에는 나파 개천이 흐른다. 오른 편에 있는 바카 산맥은 퀸테사 농장의 지질학적 요소의 상당 부분을 만들어준 모태와 같은 존재다. 실제로 퀸테사 농장 토양의 상당 부분이 바카 산맥의 화산 활동의 영향을 받았다. 총 65ha의 포도밭은 모두 26개 세부 구획으로 나눠 관리되는데, 이 밭들은 크게 3종류의 주된 토질 특성으로 구분된다. 먼저 고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오른편 언덕은 바카 마운틴 쪽으로, 실베라도 트레일(Silverado Trail) 도로 왼편 길가에 위치한다. 퀸테사 포도밭의 가장 오른편 부분으로서 이스턴힐즈(Estern Hills)라 부르는 부분이다. 바카 산맥이 오랜 세월 무너져 내리면서 형성된 지질구역으로서 약 500만~1000만 년 전에 형성됐다. 이곳은 순수한 하얀 색상의 화산재 토양이다.

 

나파 밸리의 대표 토양인 점토는 여기서는 상대적으로 적은데, 이런 구성은 프리챠드힐(Pritchard Hill) 구역이나 바카 마운틴 구릉지대에서 볼 수 있는 분포도와 같은 것이다. 이곳의 척박한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은 장기 숙성력과 미려한 질감을 갖는다. 가운데 중앙 구역(Central Hills)은 드래곤 호수(Dragon's Lake)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뉘는데, 동쪽 드래곤스 테라스(Dragon's Terrace) 구역은 이스턴힐즈 구역의 화산토 지질을 공유하면서도 석영과 백악, 흑요석 자갈이 많은 것이 특징이며, 약간의 점토질도 포함돼 있다. 이 구역은 와인메이커 레베카 와인버그가 선호하는 구역 중 하나며, 까베르네 소비뇽에게 최적의 장소로서, 농축미와 집중도가 뛰어나며 동시에 유연하고 미려한 감미로운 느낌의 타닌감을 부여한다.

 

호수 서편 구역 밭들은 역시 기본은 화산토이지만, 철분질이 풍부한 붉은 색조의 토질로서, 와인에 순수한 미네랄 표현과 응축감, 강력한 타닌 구조를 형성시킨다. 여기에 복합 구성된 둥근 자갈도 보이는데 이 자갈들은 300~500만 년 전에 나파천이 지금보다 크고 힘찬 강이었을 적에 물살에 실려와 충적된 지질이다. 양분이 많고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마지막 타입은 가장 왼편의 나파천 쪽 포도밭으로서, ‘천변하안(Bench)’이라고 불리는 구역이다. 약 1만 년 전 정도로 가장 최근에 형성된 토질이다. 여기 토양은 바카 산맥하고는 관련이 없고, 나파천에 의해 형성된 지질로서, 대부분 점토질이며 양분이 많다. 단단한 조직과 ‘러더포드 더스트(Rutherford Dust)’라고 부르는 독특한 고유한 먼지 느낌을 갖게 한다.

 

이렇게 섬세하게 관리되는 26개 각 구획의 토양의 나이와 바위의 나이는 최종 와인의 특성과도 관련이 된다. 그들은 포도나무에 각기 다른 양분을 주는데, 따라서 포도 열매도 그 와인도 각기 다른 표현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Mount Calisse 구획은 동편 언덕의 화산재 토양이다. 흙을 만지면 손에서 하얗게 매우 곱게 말라 부서진다. 와인에 매우 고운 석회 초크질 질감과 매우 아름답고 가늘고 긴 여운을 준다, 마치 2019년 퀸테사에서처럼~! Dragon’s Terrace & Corona 구획은 하얀색 자갈이 많은데, 와인의 중심 부분의 구조감과 테이스팅 중간 부분의 응축미, 마지막 느끼는 맛에서 과일맛과 함께 다가오는 강하지만 매우 멋지게 유연한 둥그런 타닌감에 기여한다. 이처럼 포도나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미리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퀸테사 농장은 지질학자들과 토양과 와인과의 관계를 연구해 왔다. 토양 연구에 있어 퀸테사는 나파 밸리의 와이너리 중에서 가장 선구자인 듯하다.

 

 

Quintessa Viticulture & Winemaking


퀸테사 농장은 나파 밸리에서 매우 독특한 구역으로 아름답고, 매우 다양한 지질과 토양, 테루아를 가진 것은 물론, 1990년에 포도나무를 심기 이전에는 상업적으로 재배되지 않은 매우 드문 땅이었다. 거의 미개척지(Vergin Land)인 셈이다. 초기부터 이곳에서 좋은 와인을 만들겠다는 꿈뿐만 아니라, 이 멋진 땅을 잘 관리해야겠다는 소망을 갖고 시작했다. 그래서 오크나무나 다른 식물들을 벌목하지 않고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발레리아 후니어스는 유기농 농업 철학에 깊이 심취해서, 1990년대부터 친환경 유기농법을 시작했으며, 1996년부터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전환했다. 포도밭의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 유기 비료와 생태 영농 비료(Biodynamic Preparations)를 비법대로 소뿔에 넣어 6개월 땅속에서 숙성시킨 후, 물에 섞어 뿌린다. 


현재 농장은 약 65ha가 포도밭으로 조성됐으며,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까베르네 프랑, 쁘띠 베르도, 까르므네르 등 5종의 보르도 품종이 모두 26개 구획(Vineyard Blocks)으로 나눠 식재, 관리되고 있다. 모든 포도밭은 유기농법과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 철학에 따라 경작되며, 각 구획의 뉘앙스를 보존하고 강화시키기 위해 각 포도밭별로 독립적으로 수확되고, 양조한다. 산도를 보전하기 위해 모든 포도는 새벽 일찍 신선한 상태에서 수확돼 신중한 선별을 거쳐 중력 낙차를 활용, 자연스럽게 발효조로 이송된다. 발효에는 오크 탱크와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 그리고 콘크리트 탱크가 빈티지 특성에 따라 적절히 활용된다. 레베카 와인버그와 함께 퀸테사는 2018년에 양조장을 재구성했다. 각 포도밭 블록 별로, 밭의 용량과 밭의 특성에 맞게 디자인된 발효 용기를 설치했으며, 특히 새로운 콘크리트 탱크 22개를 구비해 안정된 온도 하에서 천천히 발효시키도록 한다. 10~21일간의 발효가 끝난 와인은 지하 셀러의 오크통에서 22개월 정도 조용히 숙성된다.

 

오크통은 밀도가 조밀한 프랑스 중부 지방의 오크숲에서 자란 목재만을 사용한다. 새 오크의 비율을 꾸준히 줄여 현재는 약 60% 정도만 새 오크통을 사용한다. 약 2년간의 숙성 기간 동안 통갈이(Racking)는 1~2번만 한다. 결국 와인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이 긴 시간 동안, 와인은 계발되고 자신을 만든다. 이 기간이 지나면, 고도의 기술이 요하는 정밀 블렌딩 작업에 돌입한다. 2000년부터 세계적 거장 미셀 롤랑이 레베카 와인버그와 함께 마스터 블렌더로서 참여하고 있다. 품종, 고도, 토양 타입에 따라 수십 개의 샘플을 마주하고 테이스팅을 하며, 많은 것이 다르지만, 매해 공통의 최고의 퀸테사 표현을 위해 최적의 블렌딩을 결정한다. 병입 후에도 1년 이상 숙성하니, 통합 3년 후에야 시장에 출시되는 것이 퀸테사 레드 와인이다. 

 

 

One Place, One Estate, One Vineyard, One Winery, One Team 


마지막 장은 원격 미팅을 통한 질의 응답으로 알게 된 와이너리의 최근 상황과 소식으로 마무리한다. 퀸테사 와인메이커 레베카 와인버그(Revecah Wineburg)는 캘리포니아, 오리건, 이탈리아, 뉴질랜드의 와인 생산 지역에서 쌓은 다채로운 경험으로 나파 밸리에서 고급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레베카의 와인 제조에 대한 열정은 16살 때 그녀의 부모님과 화학자이자 와인메이커였던 아버지의 호주인 친구와 함께 나파 밸리 포도밭을 방문했을 때 시작됐다고 한다. 그는 각 포도밭마다 레베카에게 와인 양조 방법과 와인 테이스팅하는 법을 설명해 줬다. 당시의 방문과 대화는 매우 지속적인 인상을 남겼고, 그녀는 와인메이커가 되는 꿈을 가지고 Macalester College에서 화학과 생물학에서 이중 학위를 취득했다. 그녀는 U.C.Davis 대학에서 포도 재배와 양조에 관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까베르네 소비뇽의 페놀 성분에 대한 와인 제조 기술의 영향>에 대한 논문으로 MS를 마친 후, 레베카는 이탈리아, 오리건, 뉴질랜드의 수확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나파 밸리로 돌아와 Staglin Family, Rudd Estate, Buccella Wines 등을 거쳐, 2015년 Quintessa 팀에 합류했다.

 

 

그녀와의 화상 대화를 하면서 그녀의 정확한 전문 지식과 나파 밸리 포도밭과 와인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며 그 결과가 와인을 통해 나타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필자는 전 지구적인 온난화 현상에 대한 와이너리의 대처에 대해 질문했다. 캘리포니아는 매우 더운 지역이고, 뜨거워지는 햇볕과 건조한 대기로 인해 산불도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녀도 점점 뜨거워지는 태양의 햇볕을 관리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며, 포도밭을 설계할 때부터 열 방향을 오후의 가장 뜨거운 태양볕이 직접적으로 포도송이로 가지 않도록 그늘이 지게 설계해 포도 쪽 온도가 2~3°C 정도 낮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사진 언덕 등을 이용해 포도나무를 식재, 포도송이에 닿는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도록 해 15% 정도까지 열을 낮출 수 있게 하고 있다. 아울러 40°C가 넘을 경우에는 스프링클러를 틀어서 포도나무를 식혀 준다고 한다. 또 다른 걱정거리는 가뭄에 대한 대책이었다. 2022년 현재, 평소의 절반 밖에 안되는 강수량과 싸우고 있으며, 지난 800년 이래, 가장 심각한 가뭄과 대처하고 있다고 했다. 물이 금보다 더 중요하다고… 

 


마지막으로 레베카가 알려 준 정보는 화이트 와인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 2021 빈티지 출시다. 2002년 소규모로 식재한 소비뇽 블랑과 세미용을 블렌딩해 보르도 화이트의 느낌을 강조했단다. 약 200상자가 출시되니, 나파 밸리에서는 가장 희귀한 화이트 와인이 되겠다. 한국 시장 출시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나파 밸리 실베라도 트레일 길 중간에 자리잡은 아름답고 멋진 호텔 ‘오베르쥬 드 솔레이 Auberge du Soleil’는 레베카가 적극 추천하는 호텔인데, 퀸테사 농장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묶으면서 나파 밸리를 여행하는 꿈을 꾸며 이 보고서를 마친다.
 

퀸테사 2019 Quintessa, Rutherford, Napa Valley 

 

 

Amazing Vintage 2019~! 퀸테사 2019년 와인은 놀라운 빈티지다. 농장 설립 이래, 30여 년째 생산하고 있는 퀸테사 레드 와인은 퀸테사 와이너리의 모든 작업의 총아다. 그중에서도 2019년 빈티지는 매우 뛰어나서 이제까지 만든 모든 빈티지 중에서 가장 훌륭하게 ‘Quintessa’를 투명하게 잘 표현한 와인으로 정립될 것이다. 자연의 은혜를 가득 입어 복합적인 향기와 깊이 있는 풍미와 에너지가 넘치는 장기 숙성형 레드로 태어났다. 겨울부터 봄에 걸쳐 충분한 비가 내려 촉촉한 생명의 기운을 부르며 영지의 모든 포도나무가 깨어났고, 더불어 피복 작물들과 토양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강한 기운으로 싹이 트고 잎과 가지가 자라 수형을 튼튼하게 만들었다. 5월의 봄기운은 다소 서늘해서 꽃이 천천히 개화했고 이후 안정적인 결실과 목표한 수확량을 형성했다. 성장기 전반을 통해서 기상 조건이 완벽했다. 한여름 37°C 이상의 기온을 보인 날짜가 10일 이상돼 포도가 완벽하게 익었으며, 반면 산도는 충분히 보존됐다. 그 뒤를 이은 온화한 가을 날씨 덕분에 정상적인 일정에 따라 균일한 수확이 가능했다. 9월 19일 수확을 시작해 10월 22일에 마쳤다. 유기 농법과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을 충실히 이행해 ‘Demeter 인증’을 받았다. 이후의 양조 공정은 앞서 본분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필자가 시음한 퀸테사 2019 빈티지 와인은 375ml 병에 담긴 샘플 와인이었다. 완전한 숙성 초기의 와인이기에 750ml 병과의 품질 차별점은 전혀 없을 것이다. 전문 시음을 위해 미국 본사에서 직송된 와인이었기에 보관 상태도 아주 좋았다. 2019 빈티지의 블렌딩 비율은 까베르네 소비뇽 91%, 까베르네 프랑 4%, 메를로 2%, 까르므네르 2% 마지막으로 쁘띠 베르도가 1% 블렌딩됐다. 양조를 전공한 필자가 보기에, 매우 정교하고도 세심한 블렌딩이 아닐 수 없다. 글라스에 따르니, 진하게 농축된 자줏빛(Violet Dark Purple) 컬러가 안토시아닌이 강하게 농축된 힘과 숙성력을 단번에 느끼게 해줬다. 그리고 응축됐던 향이 글라스에서 장엄하게 퍼지는 것이, 마치 알라딘의 요술램프에서 지니가 그 좁은 램프에서 나와 엄청 큰 덩치의 거인으로 커지는 만화 그림이 연상됐다. 갓찧은 산딸기와 까시스(블랙커런트)의 새큼한 산미가 깃든 고상한 베리향은 까베르네의 품격을 느끼게 해주며, 이어서 레드 체리, 레드 베리, 세이지, 꽃내음이 무지개를 펼쳤다. 22개월의 장기 오크통 숙성에도 불구하고, 농축된 과일의 힘이 오크 나무향과 세련된 조화를 이뤄 은은한 향나무와 감미로운 바닐라, 고상한 아니스와 정향의 향신료 향을 거쳐 깔끔한 토스트향에서 멈춰 주는 지혜가 엿보인다. 그리고 마지막은 시원하고 경쾌한 미네랄 표현이 등장하는데 철분, 바위 내음이 엄격한 중심을 이루고, 러더포드 특유의 전형적인 마른 대지의 먼지 내음, 습하지 않은 흙내음이 신비스럽게 등장한다. 


필자는 375ml의 작은 용량이었지만, 총 5일에 걸쳐 천천히 시음했는데, 최종일에 느껴지는 은은한 송로향, 버섯, 덤불숲, 촉촉한 나무껍질 내음이 아주 좋았으며, 그 때까지도 장미와 붓꽃, 제비꽃 등 꽃향기가 가시지 않음이 놀라웠다. 입안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드라이한 당미에 신선하게 느껴지는 부드러운 단맛 표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으로 나파 밸리의 일반 레드 와인은 높은 알코올에 진득한 당미가 느끼하게 전달돼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동시에 드라이한 당미와 조화를 이루는 견고한 산도는 고결함까지 느끼게 할 정도다. 고상한 쓴맛의 세련된 조화도 일품이었는데, 이 쓴맛은 에스프레소가 아닌 드립 커피에서 느껴지는 무난한 비터니스다. 핵심적인 미감을 형성하는 타닌은 매우 조밀하고 세밀하고 섬세한 입자의 고운 타닌감이었다. 나노 입자 같은 느낌 감각의 타닌감이랄까? 마지막 한 모금을 삼키니, 아니스 향신료와 우엉, 감초와 다시금 부활한 DNA 특성의 산딸기와 까시스, 그리고 황야의 먼지 내음이 다시 등장하며, 길고 긴 여운을 만들어냈다. 개별 품종의 특성보다는 농장의 총체적인 테루아의 고유함을 표현하려 노력했구나. 다섯 숫자의 마법, 다섯 숫자의 진수, Quintessa를 처음으로 영접했다. 

퀸테사 2019 판매예상가_ 70만 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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