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구이를 한 가자미 살을 내 입에 넣어 주며 미소 지었다. 엄마가 아이 입가에 묻은 음식물을 닦아주듯 입가에 묻은 버터를 닦아주며 “먹는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그 말에 잠깐 심장이 멈추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사랑의 눈을 뜨게 하고 요리의 눈을 뜨게 해 준 피시뮈니엘(Fish Meunie’re)! 뜨거운 생선 버터구이에 레몬즙을 눌러 짜 넣고 크게 잘라 먹으면 입 안에서 사르륵 녹아내리는 것이 커틀렛에 치즈 퐁듀가 혼합된 듯 했다. “아~” 눈을 감으며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선배는 요리경연대회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아 후배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나도 멋진 파티셰가 되고 싶어 지원한 과에서 선배가 만든 요리를 보고 나서 내 스스로가 욕심인 것을 알게 됐다. “선배님 요리가 작품 같아요.” “너도 동아리활동 열심히 하고 대회 참관도 하고 특히 컬러공부하면 잘 할 수 있어.” “정말요?” 수요일 오후 동아리방에서 해산물 요리와 그에 어울리는 와인을 세팅하기로 했다. “가자미는 5장 뜨기를 해야 하는데 칼날을 생선뼈에 가까이 해서 살을 발라내면 돼.” “생선살에 소금, 후추 밑간을 하고 수분을 닦아주고 밀가루를 묻힌 후 오래 두지 말고 여분
“우리 맥주 한잔 할래요?” 딱히 다른 약속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설레임 속에 그의 전화를 기다렸던 것도 아니지만 지친 금요일 술 한 잔이 필요했다. 스트레스를 받아 빠른 취기가 필요할 때는 독주를 찾지만, 혼자인 저녁에는 안주 없이 맥주 한 잔으로 알딸딸한 기분에 취기가 돈다. 그렇게 맥주 한 잔을 그냥 쭉~ 들이키면 조금 더 천국에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사계절 목을 식히고 가슴을 덥혀주는 맥주는 마시는 그 순간 언제나 다른 맛, 다른 기분의 저녁을 만들어 준다. “왜 나를 만나요?” 그는 한참 회사 이야기에 열을 올리다가 질문에 당황한 듯 했다. “음… 나는… 당신처럼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은 없어서. 친구들을 만나면 다들 각자 이야기하느라 바쁜데, 당신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 그는 직장 이야기나 재수 없는 상사, 불합리한 회사 시스템 같은 것들로 인해 힘겹게 지내고 있는 청춘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는 당신은, 왜 나를 만나?” “.....” 젊고 건강하고 상식을 갖고 있는 30대 ‘남자’에게 뭐라고 대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얼마나 마셨을까? “당신이 애인이면 좋겠어요.” “구차하게 결혼이라는 제도에 끌려들어가고 싶지도 않고 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