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옥의 Erotic Food] 살라미(Salami)와 리베스비어(Libesbier)
“우리 맥주 한잔 할래요?” 딱히 다른 약속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설레임 속에 그의 전화를 기다렸던 것도 아니지만 지친 금요일 술 한 잔이 필요했다. 스트레스를 받아 빠른 취기가 필요할 때는 독주를 찾지만, 혼자인 저녁에는 안주 없이 맥주 한 잔으로 알딸딸한 기분에 취기가 돈다. 그렇게 맥주 한 잔을 그냥 쭉~ 들이키면 조금 더 천국에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사계절 목을 식히고 가슴을 덥혀주는 맥주는 마시는 그 순간 언제나 다른 맛, 다른 기분의 저녁을 만들어 준다. “왜 나를 만나요?” 그는 한참 회사 이야기에 열을 올리다가 질문에 당황한 듯 했다. “음… 나는… 당신처럼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은 없어서. 친구들을 만나면 다들 각자 이야기하느라 바쁜데, 당신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줘서…” 그는 직장 이야기나 재수 없는 상사, 불합리한 회사 시스템 같은 것들로 인해 힘겹게 지내고 있는 청춘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는 당신은, 왜 나를 만나?” “.....” 젊고 건강하고 상식을 갖고 있는 30대 ‘남자’에게 뭐라고 대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얼마나 마셨을까? “당신이 애인이면 좋겠어요.” “구차하게 결혼이라는 제도에 끌려들어가고 싶지도 않고 다만…
- 김성옥 칼럼니스트
- 2020-04-26 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