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옥의 Erotic Food] 없어도 있는 듯이
“하늘이 사랑에 빠져 이토록 청명한 것일까? 태양이 사랑에 빠져 영롱한 빛을 내고 바다가 사랑에 빠져 파도 소리를 내고 산과 땅이 사랑해 나무와 풀을 자라게 하네. 이 좋은 계절, 이 좋은 사람과 함께 잠을 자고 함께 눈을 뜨면 내 앞에 태양이 있네.” *거의 창작에 가까운 멜로디와 가사로 아침을 열어주는 오바드(Aubade; 아침의 음악’ 이라는 뜻으로 세레나데와 반대되는 말). 어느 모임의 자리에서 와인 잔을 채우며 연신 즐거운 대화를 할 때 그의 깊은 눈을 훔쳐봤다. 뜨거운 팬에 구워진 갈릭 버터 쉬림프 향이 그와 같았다. 버터, 마늘, 새우 각각의 향을 고스란히 가지며 조화롭게 어우러져 뜨거운 향까지 맛을 더해 정신이 혼미했는지도 모른다. 뜨거운 팬에 오렌지 빛으로 구워진 새우가 동그랗게 허리를 구부리고 그의 눈과 영혼을 탐하고 있었다. 말초신경에는 사루비아 꿀 같은 갈릭 즙이 나오고 풍성한 언어의 마술을 부르게 하는 버터 향이 새우에 사랑의 옷을 입혀줬다. 약간 탄 듯한 브라운의 색감은 완숙한 맛을 만들어주고 주변의 흩어진 양념은 풍요로움을 느끼게 했다. 새우를 입에 넣으면 따뜻한 온기가 온 입안을 가득 채워 눈이 스르르 절로 감긴다. 그런 그녀의
- 김성옥 칼럼니스트
- 2019-10-27 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