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 기획을 담당하는 세일즈 매니저가 있다. 이 매니저가 현재 판매하고 있는 연회장은 수용 가능한 인원이 40명이다. 그런데 25명 규모의 학회가 2박 3일간 열릴 예정이라며 해당 연회장에 예약 문의가 들어왔다. 세일즈 매니저는 연회 예약을 받아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무엇일까? 기존의 호텔이었다면 3일 내 별다른 예약 건이 없을 경우 예약은 아마 진행됐을 것이다. 그러나 RM 매니저의 판단이라면 다를 수도 있다. Revenue Management, 즉 수익경영은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수익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를 예측하는 일이며, 이를 기반으로 전략을 세워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RM 매니저의 역할이다. 그리고 전략의 근거는 데이터가 뒷받침한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수익경영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로 더욱 한정된 수요, 넘쳐나는 공급에 최저가 경쟁만 치열해지자, 호텔들이 이에 대한 돌파구로 수익경영에 관심을 두고 있다. 어디선가 들어 익숙하지만 아직 갈피가 잡히지 않는 RM, 어떻게 이뤄질까?
수요 예측, 가동률 관리, 가격 최적화
삼박자 맞아야 하는 수익경영
“Selling the right inventory unit to the right customer for the right price, at the right time and in the right place.” 코넬대학교 셜리 카임즈(Sheryl Kimes) 교수가 이야기한 ‘수익경영(Revenue Management, 이하 RM)’의 정의다. 해석하면 적절한 ‘판매제품 단위’를 적절한 ‘고객’에게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 RM이다. 여기서 ‘적절한’이란 ‘최적의(Optimal)’과 같은 말이다. 즉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의사 결정을 설명하는 것이 수익경영의 본질이며, 이를 토대로 RM에 요구되는 3가지 키 포인트는 ‘수요 예측’, ‘가동률 관리’, ‘가격 최적화’다. 이 세 가지 의사결정 과정을 어떻게 적절히 최적화하느냐에 따라 소멸성 상품과 서비스를 시간과 공간으로 나눠 팔아야 하는 호텔업계의 경영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호텔에 RM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호스피탈리티 경영학부 최규완 교수(이하 최 교수)는 “어느 산업이건 수요 예측은 모든 경영의사결정을 위한 기초적인 활동이다. 그러나 호텔산업에서 불확실한 수요는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시장의 수요는 감소했는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다 효율적인 경영활동이 생존의 필수조건이 된 것”이라고 설명하며 “호텔은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가지고 있는 객실, 연회장, F&B 등의 물리적 공간을 특정한 Inventory Type(Class, Room Type 등)으로 정의해 경제적 가치를 발생시키고, 시간이 지니고 있는 단위(분, 시간, 일 등)에 가치를 부여해 이를 판매하는 업종이다. 즉 공간에 대해서는 내재적 가치를, 시간에 대해서는 명시적 가치를 판매하는 기업인데, 이 영역에 속하는 산업은 RM을 적용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호텔은 공간도, 시간도 세분화해 나눠 팔 수 있기 때문에 RM을 통해 이를 적절한 고객, 적절한 장소와 시간, 적절한 가격으로 판매할수록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글로벌 체인호텔에서는 자체 RMS(Revenue Management System)를 구축해 적극적으로 고객 접점의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아코르의 경우 RMS를 통해 각 호텔별 적정 객실점유율 및 ADR을 산출하고, 그룹차원에서 수익성을 최대화하고자 객실 예약이 마감된 호텔은 지역 내 타 아코르 브랜드 호텔로 고객을 유인, 매출 손실을 방지한다. 한편 IHG는 지속적으로 과거 매출, 미래 수요 및 경쟁사 동향분석을 기반으로 머신러닝기법 등을 이용, 최적의 자원 활용과 객실요금을 도출하는 RMS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IHG의 RMS에는 수요예측엔진, 가격최적화엔진, 수익최적화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이처럼 이미 글로벌 체인호텔은 단순히 수요 예측과 가격을 결정하는 수요기반 의사결정에서 벗어나, 가동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확대, 도입해나가고 있다.
데이터가 의사결정의 중심
수익경영의 궁극적 목표는 수요 예측이다. 그런데 호텔은 일반 제조업이나 유통업 등에 비해 다양하게 세분화된 시장에서 대부분의 수요가 불확실하고, 해당 수요에 미치는 영향변수도 많아 수요 예측에 대한 부분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수요 예측은 기본적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정보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투숙을 했거나,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인 고객과 당시 시장 상황들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다. 수요 예측에 앞서 사전적으로 해야 될 일은 일정 기준에 의해 시장을 세분화하고, 세분화된 시장에서 가격에 대한 수요와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마켓 세그먼트는 FIT, 인바운드 그룹, 기업, MICE 등으로 구분할 수도 있고, 시기별, 객실 타입별, 숙박 목적별, 이벤트별 등으로 구별해 살펴볼 수도 있다.
최 교수는 “수요 예측은 마켓별 정보를 수집, 이를 통해 미래의 방향성을 내다보는 것인데, 불행하게도 여행이 대중화되고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짐에 따라 세분화된 시장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때로는 여러 세그먼트가 혼합된 형태로 니즈가 나타나기 때문에 쉽게 시장을 정의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게다가 그 양도 방대해져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일부 능력있는 세일즈 매니저의 경험, 직관만으로는 수요를 예측하고 조율하기 쉽지 않아졌다. 그러나 4차 산업 시대인 현재에는 데이터가 있고, 이를 해석 및 정보화하고 지식화하는 알고리즘이 있으며,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적절한 솔루션을 활용해 수요 예측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호텔업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고객들의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무수한 데이터들이 시중에 산재해 있다. 하지만 이를 사람이 모조리 취합해 우리 호텔에 의미있는 정보만 걸러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시장 예측이 불가능한 시점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에 따라 이미 업계에서 참고하고 있었던 STR 보고서나 OTA Insight 보고서들이 좀 더 정교해지기 시작했고, OTA Insight, RateGain, IDEAS와 같은 호스피탈리티 데이터 솔루션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솔루션 확대에 나서고 있다.
OTA Insight 황성원 한국총괄 매니저는 “전통적인 RM이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취합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었다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2019년과 2020년을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또한 2020년의 데이터와 올해의 데이터를 비교하는 것도 그 의미나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유저들의 예약 패턴과 행동은 코로나 상황에서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호텔에서는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기 보다는 이러한 온라인 공간 유저들의 습성을 이해하고 전략을 재수립하는 것이 앞으로의 경쟁력”이라고 전하면서 “하지만 현재 전 세계 호텔은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 그 근거 자료가 부족하고, 이는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호텔들은 RM에 앞서 실제 활용 가능한 의미 있는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핵심”이라고 이야기했다.
RM, 비용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호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RM의 중요성도 알았고,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것이 핵심 무기가 된다는 점도 이해했다. 그렇다면 다음 스텝은 의사결정이다.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것은 RM 매니저들의 역할이다.
2017년부터 RM TFT를 발족해 RM팀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롯데는 본사와 각 프러퍼티에 RM 매니저를 두고 이들을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호텔롯데 RM 담당 이재환 매니저(이하 이 매니저)는 “호텔은 태생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판매할 수 없는 객실을 세일즈하는 업이기 때문에 RM이라는 역할이 정립되기 이전부터 관련 업무들이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개 GM이나 팀장급의, 호텔 전반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인사이트를 가진 이들이 전담해오던 일이었다.”고 이야기하며 “그러나 호텔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경쟁이 심화됐고, 고객들의 온라인 유입량이 많아지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보다 전략적인 RM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데이터를 관리하고, 이를 전략에 활용하는 RM 매니저들의 역량이 주목받고 있는데 강조되는 것이 ‘데이터 분석’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전략수립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에 대한 이해”라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하나의 상품을 팔 때 그 상품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실제 비용을 제외한 순수익이 얼마인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정확한 가격 포인트를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이 매니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호텔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근 기존의 RevPAR 관리를 넘어 객실 당 총 수익인 TrevPAR(Total Revenue per Available Room)와 객실 당 총 영업 이익 GOPPAR(Gross Operation Profit per Available Room) 관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즉 호텔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호텔의 파트별 수익성 추구도 중요하지만, 각 부문 간 시너지로 단순한 매출 증대가 아닌 호텔 전체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TrevPAR를 통해 객실뿐만 아니라 F&B, 연회 등을 종합한 호텔 전체 매출을 파악하면 기존에 각 파트별로 RM 전략을 세우던 것들을 ‘호텔’ 전체로 확대함으로써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한편 GOPPAR는 비용을 제외한 순수익을 객실 Capacity로나누면서 매출이 아닌 수익적인 측면에서 성장이 가능한지를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이를테면 요새 많은 호텔들이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수익성이 실제로 얼마나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RM의 역할이다. 라이브커머스 홍보로 객실이 많이 팔렸을 경우 RevPAR를 기준으로는 점유율도 높아지고 매출도 발생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로 보일 수도 있지만, GOPPAR의 측면에서는 수익성이 없거나 마이너스일수도 있는 것”이라며 보여지는 수치가 다가 아닐 수 있음을 강조했다. 물론 수익성보다 홍보나 점유율 확보에 가치를 두는 경우라면 해당 프로모션의 의미가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불필요한 일에 막연한 노동력과 비용, 시간을 투자한 셈이라는 것이다.
세일즈와 시너지 이뤄야하는 RM
그렇다면 RM과 세일즈의 영역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일반적으로 세일즈는 기업체나 MICE, 정부 등 담당 어카운트 영역에서 가지고 있는 인사이트와 자료들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반면 RM은 모든 세그먼트를 전반적으로 조율하고 밸런스를 맞춰야한다. 이를테면 기업체 레비뉴가 떨어지고 MICE의 레비뉴가 올라간다고 했을 때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고 비율을 조정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또한 가격결정(Pricing)에있어서도 자칫 세일즈 매니저 개인의 권한으로 결정될 수 있는 부분을 호텔이 가지고 있는 방향성에 따라 컨트롤하기도 한다.
이러한 역할 차이에 의해 RM 매니저들의 어려움도 존재한다. RM의 영역이 존재하기 전 가격결정은 세일즈 안에서 해왔던 것들이고, 대부분의 권한도 그들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장에 기반을 둔 베테랑 세일즈 매니저들은 객관적인 시장 흐름도 고려하지만, 필요한 경우 그들의 경험을바탕으로 주관적인 판단을 적용할 수 밖에 없었던 터. 앞서 GOPPAR의 관점에서는 수익성을 논하기 힘든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밸런스를 맞추고자 하는 RM과 충돌이 있을 수 있다. 세일즈 매니저의 입장에서는 당장 특정 행사를 유치해야 한다고 이야기해도, 호텔의 수익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지 판단했을 때 행사 유치가 답이 아닌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실제로 RM 매니저들은 세일즈팀과 전략 기획 시 충분히 객관적이고 타당한 논리를 통해 청사진을 제시해줘야 한다. 물론 RM 매니저들의 의사결정이 항상 옳을 수는 없고, 데이터와 숫자에만 매달려서는 효과적인 경영 판단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당장 호텔에 수익성은 없더라도, 해당 어카운트가 재방문의 가능성이 있는지, 그들이 호텔을 이용하는 동안 부수적인 수익창출의 기회가 있는지 등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현장의 세일즈 매니저들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렇듯 여러 상황에 의해 RM 매니저들은 ‘올바른 판단’에 대한 부담을 늘 지고 있다. 그러나 확률적으로 좀 더 가능성 높은 방향으로 안내하는 것이 RM 매니저들의 역할임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조화롭게 의견을 조율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이들의 핵심 역량 중 하나다.
이 매니저는 “많은 사람들이 RM과 세일즈는 상충하는 관계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고 생각한다. RM은 기본적으로 큰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세일즈의 과감한 행동을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물론 요금 정책에 따라 의사 충돌이 발생할 수 있지만, RM은 객관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불필요한 출혈 경쟁을 최소화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세일즈 매니저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이라면서 “한편 세일즈 매니저들도 RM 매니저가 현장에서 느끼지 못하는 경쟁사 환경이나 시장 상황을 명확히 분석해 현실을 가감 없이 공유해줘야 한다. 그렇게 이러한 의견들이 바탕이 돼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진다면 수익성을 확대할 수 있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RM의 역할과 개념,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과제
국내 호텔업계에서 RM의 영역은 자리 잡은 지 오래지 않아 그 문화를 확립해가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관련 연구도 진행된 바가 많지 않고, 시작부터 RM의 경력을 쌓아온 이들이 없기 때문에 RM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성립돼 있지 않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이 매니저는 “롯데호텔의 경우 시장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볼 수 있는 RM 매니저를 인재상으로 꼽아 세일즈 출신의 RM 매니저들이 많다. 데이터를 보는 이들이 현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세일즈 매니저들과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세일즈와 함께 하는 일이 많은 RM이니만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소속의 경우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RM 매니저들이 세일즈 팀에 들어가 있는 경우도 많지만 일반적으로는 세일즈와 RM은 분리시켜 GM 다이렉트로 두는 편이라고 들었다. 정답은 없겠지만 이는 호텔이 어떤 부분에 더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호텔의 철학이 담긴 RM 문화를 전파하는 일”이라고 전한다.
한편 최 교수는 “호텔업에서 보면 호텔의 RM 매니저들은 Capacity-Based RM 관련 업무을 수행하기 보다는 Price-Based RM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의사결정변수가 주로 가격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면서 “RM 매니저들은 매일 치열하게 세그별, 채널별로 가격을 결정하고 그 가격에 따라 방을 채운다. 그러나 수익경영은 가격만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가격이 소멸성 상품과 서비스를 좀 더 쉽게 팔 수 있는 중요한 프로모션 수단이지만, 가격 외에도 해당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재고와 자원, 다시 말해 공간과 시간을 어떻게 팔고 그것들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것인가를 조직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직 RM 문화가 호텔 전반에 조성되지는 못했지만, 코로나19의 위기가 가져온 변화 중에 호텔이 수익경영을 고민하게 됐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듯하다. RM은 비단 객실과 수용가능 한 베뉴가 많은 특급호텔뿐만 아니라 객실만으로 경쟁하는 중소형 비즈니스호텔에도 한정된 상품으로 경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영역이다. 이제 주요 굵직한 호텔에서 RM 매니저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RM 역량을 개발하고 있고, 이를 지원해줄 솔루션들도 속속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치열해진 경쟁, 코로나19의 위기로 호텔에도 DT가 적용되며 그동안 수동적으로해왔던 일들의 효율화에 주목하고 있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 호텔 RM, 그리고 RM 매니저들의 활약으로 단순한 OTA 최저가 경쟁이 아닌 호텔의 전략이 돋보이는 가격 정책들이 호텔의 건전한 경쟁이 이뤄지기를 바라본다.
“데이터 기반의 전략적 수익경영 통해
호텔 세일즈에 활기 불어넣을 것”
호텔롯데 RM담당 이재환 매니저
RM의 영역에 입문하게 된 배경 및 그동안 RM 매니저로서의 이력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2014년 롯데그룹으로 입사해 호텔 판촉팀에서 세일즈 매니저로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정부나 MICE, 그룹 단체 업무를 담당하면서 주요 정부 행사들, 외빈 방한 유치 관련 업무를 진행했다. 3년 정도 근무 후 영업기획 및 온라인 채널 담당 매니저를 맡게 되며 판촉의 전반적인 업무를 습득했고, 이후 2017년 본사 RM TFT가 발족, 해당 부서로 발탁돼 RM의 영역에 입문하게 됐다. 이후 프로퍼티와 본사 RM TFT를 겸직하면서 국내외 롯데호텔 마켓 세그먼트 및 레이트코드 표준화 등 전반적으로 RM의 기초가 되는 것들의 표준화 작업을 진행했으며, RM의 기틀이 되는 RMS를 포함해 유관 솔루션을 구축하고, 국내 RM 양성 업무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의 전임 RM으로 근무하고 있다.
초기 RM TFT 구성 시 해야 할 일들이 많았을 것 같다. 마켓 세그먼트 표준화는 어떤 작업인가?
RM이라는 용어가 생기기 이전부터 사실 모든 호텔은 수익관리를 해오고 있었다. 전문적인 포지션은 없었더라도 원래 호텔에서 하고 있었던 일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동안은 조직적인 전략보다 각 파트별, 관리하는 매니저 별로 가지고 있는 인사이트와 경험들을 바탕으로 해왔던 터라 RM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이를 전사적 측면에서 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가장 먼저 시작했던 업무도 호텔의 마켓 세그먼트를 표준화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한국 호텔들은 대개 개별 호텔들이 비중을 두는 타깃 고객에 따라 마켓을 세분화하는데, 그러다 보니 여러 글로벌 리포트에서 발표되는 글로벌 마켓 세그먼트 동향을 1:1로 비교하기 쉽지 않았다. 글로벌 체인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관점으로 마켓을 구분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롯데호텔은 해외 호텔, 그리고 리조트를 포함해 총 32개, 1만 1018객실 규모로 호텔을 운영하고 있어 모든 시스템들을 글로벌 표준화에 맞춰야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아무래도 브랜드가 확장될 경우 레비뉴는 어느 정도 같은 방향성을 갖추고 있어야 수익성 모델에서도 분명한 전략을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호텔에서 RM팀을 꾸리게 된 계기와 현재 팀 구성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궁금하다.
RM팀은 2017년 RM TFT가 발족되면서부터 구성되기 시작했다. 2017년은 롯데호텔 내부에서 시스템적으로 변화가 많았던 시기다. DT(Digital Transformation) 과정 속에 기존에 수동으로 진행하던 업무들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하게 됐고, 여러 글로벌 호텔 솔루션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인터페이스를 위해 자체 개발했던 PMS에서 Opera PMS로 전환하게 됐다. PMS 전환 후 RMS와 상호 인터페이스가 가능해짐에 따라 본격적으로 롯데호텔의 RM 역량 구축을 위한 TFT가 발족됐다. 처음에는 본사 인원 3명으로 RM 업무가 시작됐고, 당시 담당을 맡게 된 업무는 서울호텔 채널 담당 매니저 겸 RM, 그리고 본사 RM을 겸직하면서 롯데호텔 RM 구축 파일러 테스터의 역할을 수행했다. 현재 롯데호텔 RM팀은 본사 RM팀을 필두로, 5성 각 프로퍼티의 전임 RM 매니저가, 롯데시티호텔과 L7호텔에는 클러스터 RM팀 조직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클러스터 RM팀에서는 매니저 당 1~2개 프로퍼티를 관리하고 있다.
RM의 영역이 호텔에 생긴 지 얼마 안 된 터라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들이 다방면으로 요구될 것 같다.
아무래도 기반을 만들어가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RM 관련 솔루션 업체를 통해 RM에 대한 기초 지식 교육도 많았고, 국내 호텔 RM영역에서 자리 잡은 선배들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강의나 스터디는 다함께 열정적으로 참여했던 것 같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어렵지만 이전에는 정기적으로 국내외 할 것 없이 롯데호텔 전사 RM 매니저들과 컨퍼런스도 진행하기도 했다. RM 매니저별로 담당하는 지역에서 진행했던 활동들을 발표하고, 서로 인사이트를 얻으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RMS 구축 과정에서 생기는 이슈들이 발생하면 이를 공유해 개선점을 찾고, 다시 시스템에 반영하는 등 시너지가 많아 상당히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직접 RM 업무를 담당하며 느끼는 RM의 중요성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오늘날 관광시장은 변동성이 너무 커졌고,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기존에 하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할 경우,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제는 시장, 고객, 호텔의 실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 분석해 확률적으로 가장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신속히 내리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국내 시장은 내국인 고객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고, 전반적인 예약 리드타임이 짧아졌으며 주말 예약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 신종플루, 메르스 등의 사례에서도 드러났듯 불과 1~2년 사이에 시장 상황이 크게 변화하는 케이스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변동성을 고려했을 때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RM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 시대를 맞이해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오늘날,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정확히 시장을 예측하는 것.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시의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RM에 있어서 핵심 역할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RM 매니저가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
RM 매니저에 가장 필요한 역량은 데이터 분석 능력이다. RM은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의사결정의 기준은 결국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기 때문이다. RM 매니저는 본인의 경험, 가지고 있는 인사이트를 활용할 경우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하되, 데이터를 왜곡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수익성 감소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RMS 시스템과 RM 매니저와의 갭을 최소화하는 과정도 상당히 중요하다.
RMS는 기본적으로 호텔의 몇 년간의 데이터를 가지고 호텔 패턴을 분석, 이를 바탕으로 수요를 예측하는데 앞서 이야기했듯 요즘은 1~2년 사이에도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코로나19와 같은 현상은 시스템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지난 1~2년 전의 데이터로 현 시장의 패턴을 읽을 수가 없다. 따라서 이 부분은 RM 매니저가 나서 시장 변화에 대한 것들을 시스템에 인식시켜 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시스템이 현 상황을 인지한 후 새롭게 학습, 시장에 맞는 또 다른 수요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결국 최종 결정은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시장 인사이트를 가지고 솔루션과 시스템들을 적절히 활용,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해 유의미한 전략을 이끌어 내는 역량이 RM 매니저가 갖춰야 할 것이다.
전략적 RM을 통해 실제로 성과가 났던 사례를 소개한다면?
2017년에 국내 호텔산업에 큰 영향을 준 국제 이슈가 2건 있었다. 하나는 국내 사드 배치 이슈고, 또 다른 하나는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도발이다. 당시 한국관광공사의 입국객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입국객의 50%가 중국과 일본이 차지할 정도로 큰 부분이었는데, 두 국가가 2017년 이슈들에 제일 큰 영향을 받아 특히 명동상권은 인바운드 타격이 심했던 때였다. 그런데 마침 2017년에 RM TFT가 발족이 됐고, 위기를 RM 적용의 기회로 삼아 다양한 레비뉴 솔루션을 활용해 시장을 보다 명확히 예측하게 됐다. 2018년이 돼 시장이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할 때 과감한 가격 정책을 펼쳐 경쟁호텔(2.5%) 대비 롯데호텔서울(25%)이 높은 RevPAR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앞으로 롯데호텔 RM팀의 비전과 RM 매니저로서의 개인적인 목표에 대해 이야기 부탁한다.
먼저 롯데호텔 RM팀은 호텔 RM의 역량을 강화해 해외 진출 시에도 롯데의 철학이 담긴 RM 문화를 전파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앞으로의 비전이다. 또한 현재는 아직 본사와 각 프로퍼티 담당 RM팀만 운영되고 있는데, 롯데호텔이 중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국가 및 지역별 Regional RM의 역할을 정립하고, 전 세계의 롯데호텔들에게 롯데의 RM DNA를 각인시키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호텔 안에서 더 많은 RM 매니저를 육성해 호텔 내에서 지속적으로 RM 문화가 전파되고 유지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뿌리 깊은 나무만이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 성장해 나갈 수 있듯, 롯데호텔의 RM도 뿌리를 탄탄히 해 호텔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