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 강원도 홍천 산자락에 완벽한 디지털 디톡스를 이룰 수 있는 곳이 있다. ‘의도된 불편함’을 추구하는 힐리언스 선마을은 2005년 오픈 당시 국내 최초로 ‘웰에이징 힐링리조트’를 지향, 진정한 웰니스 호텔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데 이어 코로나19 이후 지쳐있는 이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힐리언스는 입촌객들을 대상으로 건강을 영위할 수 있는 4대 습관, 식습관, 마음습관, 생활리듬습관, 운동습관을 체득하도록 하는 데 모든 프로그램들이 설계돼 있다. 그중 ‘거꾸로 식사법’, ‘느리게 먹기’, ‘선택해 먹기’를 실천하는 ‘자연청춘밥상’은 오직 힐리언스 선마을의 비채식당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건강 식단이다.
도심 속 힐링의 마을, 힐리언스
‘힐링(Healing)’과 ‘사이언스(Science)’의 합성어로 탄생한 ‘힐리언스(Healience)’ 선마을은 천혜의 자연 속에서 4대 습관을 체득할 수 있도록 도와, 면역력과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 ‘예방의학’ 기반의 ‘웰에이징 힐링리조트’다. 힐리언스의 운영 철학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디지털 디톡스’. 힐리언스는 서울 도심으로부터 1시간 거리의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유일한 곳으로, 스마트폰에서 멀어져 나와 가족, 그리고 친구에게 집중하며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한다. 두 번째는 ‘의도된 불편함’이다. 해발 200~400m 고지에 위치하고 있는 전 세계 장수촌처럼 힐리언스 또한 해발 250m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 현대인의 모든 병은 많이 먹고 조금 움직이는 ‘다식소동’ 때문에 생기므로, 조금 더 걷고, 조금 더 땀을 흘리며, 조금 더 자연을 느끼게 만드는 ‘소식다동’의 철학으로 리조트를 조성했다. 마지막은 ‘자연이 차려준 청춘 밥상’이다. 힐리언스는 현대인의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어진 잘못된 식습관을 바로잡기 위해 재료 본연의 맛, 천연 조미료, 장인정신의 세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인공 조미료을 넣지 않고 조미료는 최소화해 올바른 방법으로 조리된 음식을 제공한다.
건강한 식습관을 유도하는 테이블
힐리언스의 식습관을 담당하는 비채 레스토랑은 대사를 촉진하고 체내노폐물을 비울 수 있는 식사공간 ‘비움존’과 식사를 마치고 간단한 차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채움존’으로 구성돼 있다.
소박하고 건강한 친환경 식단 ‘자연청춘밥상’을 선보이고, 건강한 3대 식사법을 권유하는 비채 레스토랑은 현대인의 식습관 개선을 목적으로 아침, 점심, 저녁 활동량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힐리언스의 자연청춘밥상을 책임지고 있는 요리연구가이자 힐링마스터셰프인 안관덕 조리장(이하 안 조리장)은 “자연청춘밥상은 ‘자연에서 나는 그대로의 식재료를 최소한의 가공으로 대접하자’는 것을 모토로 예방의학을 추구하는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좋은 식재료를 제철음식으로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극적인 음식을 빠르게 섭취하는 평소 식습관 개선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건강한 3대 식습관으로 ‘순서 바꿔먹기’, ‘느리게 먹기’, ‘선택해 먹기’ 철학을 소개했다.
먼저 순서 바꿔먹기는 힐리언스 선마을의 창립자 중 힐리언스의 촌장을 맡고 있는 이시형 박사를 통해 익히 알려진 ‘거꾸로 식사법’으로, 후식을 본식에 앞서 섭취함으로써 식사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주로 뿌리채소나 과일을 전식으로 제공하는데, 그 이유는 단당류는 포만감을 금방 느끼게 해 식사량을 조절할 수 있고, 운동 에너지로 빠르게 전환되기 때문에 소화에도 좋기 때문이다. 또한 자연청춘밥상의 식탁은 느리게 흘러간다. 테이블에 30분짜리 모래시계를 배치해 둠으로써 의도적으로 천천히 꼭꼭 씹어 먹을 수 있도록 권유하고 있다. 안 조리장은 “음식을 오래 먹는 것이 좋은 이유는 위나 장과 같은 장기에 부담을 줄인다는 것에 있다. 단순히 음식을 잘게 부순다는 개념보다, 침 속의 아밀라아제가 음식을 소화에 용이한 상태로 만들어준다. 여기에 오래 씹을수록 뇌에서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되기 때문에 감정조절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선택해 먹기는 하루 30가지의 식재료를 활동량에 따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에 따라 자연청춘밥상의 조식은 뇌를 깨우는 견과류와 장 운동에 좋은 식이섬유 위주의 식단으로 구성되며, 활동량이 많은 중식에는 육류를 제공하되 과하지 않은 식사가 준비된다. 그리고 저녁에는 숙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육류보다 부담이 덜한 생선류나 해산물 요리가 제공, 나트륨이 많은 국물 메뉴는 식탁에 오르지 않는다.
신선한 식재료에 올바른 조리방식 더하다
자연청춘밥상은 청정지역의 신선한 식자재를 이용해 올바른 조리방식으로 만든 음식이다. 건강을 위해 정제된 짠맛, 단맛, 기름진 맛은 덜하고, 자연 영양소는 더하는 저염식 천연양념을 사용하며, 직화하지 않고 조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저염식, 건강한 조리법은 힐링마스터셰프로서 안 조리장이 다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해낸 것으로, 프로그램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보통 한 끼 식사에 나트륨의 양이 600mg이 넘지 않는다. 또한 현대인의 식탁의 적으로 불리는 트랜스지방을 줄이기 위해 되도록 찜이나 구이 요리를 상에 올린다. 튀김이나 부침의 방법은 거의 활용하지 않는데, 만약 하게 되는 경우에는 건강을 위해 반드시 현미의 쌀눈유나 올리브유를 사용한다고.
한편 그동안의 맵고 짠 식습관에 길들여져 있는 현대인에게 언뜻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자연청춘밥상은 나트륨이나 트랜스지방의 자극적인 맛과는 색다른 신선함으로 입촌객들의 입맛을 매료시키고 있다. 안 조리장은 “자연청춘밥상에서 가장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김치는 평균 김치의 염도가 2.5~2.8%인 것에 비해 최대 1.8%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저염 김치다. 이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저염 김치가 최대 2.2%의 염도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출 수 있었던 것은 저염의 맛을 대체할 무언가를 조미료가 아닌 숙성 방법으로 찾았기 때문”이라고 귀띔하며 “자연청춘밥상의 김치는 담근 직후 뒤집어 냉장고 숙성을 14일 동안 진행한다. 대개 김치를 담근 후 베란다에서 하루 이틀 놔두는 것을 숙성이라고 하지만, 이는 단순히 배추 이파리의 숨을 죽이고 배추 속 수분을 뺏는 일에 불과하다. 그러나 김치 소가 빠지지 않도록 뒤집어 냉장 숙성을 14일 시키면 삼투압현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수분은 그대로 유지되고, 유산균이 보통 김치의 10배 정도로 증식, 청량감, 상쾌함이 감칠맛을 대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연청춘밥상의 레시피는 좋은 식재료는 물론, 올바른 조리법으로 구성 돼 있다. 이에 최근에는 보다 많은 이들에게 식습관 철학을 공유하기 위해 레시피북 ‘힐리언스 선마을 건강 레시피 88’을 출간하기도 했다.
상품화 통해 대중과 가까워지는 자연청춘밥상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은 자연청춘밥상 메뉴에 대한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자 이를 상품화해 대중의 생활 속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힐리언스의 건강식들은 2016년에 오픈한 온라인 쇼핑몰 ‘선이몰’에서 구매할 수 있다. 자연청춘밥상 라인으로 대표적인 것은 역시 저염 김치로, 초기 포기김치와 백김치만 판매하던 것에 나아가 파김치, 총각김치, 갓김치, 동치미, 깍두기까지 총 7종의 저염 김치를 선보이고 있으며, 이외에도 저염 장류와 발효초, 꽃꿀과 양갱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자연청춘밥상의 조식 시그니처 뮤즐리와 언제나 부담 없는 장아찌류도 하반기 론칭을 앞두고 있다. 안 조리장에 따르면 특히 뮤즐리의 경우 힐리언스만의 독특한 드레싱으로 오직 유제품과 과일만이 레시피에 포함, 유통기한이 하루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공산품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연구가 필요했다고.
다년간 힐링푸드를 연구해 온 안관덕 조리장과 4대 습관 개선을 통해 예방의학을 실천하는 힐리언스 선마을이 만나 진정한 의미의 힐링푸드로 집약된 결과다. 앞으로는 대외적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자 한다는 안 조리장의 움직임이 종횡무진 할수록, 단순히 끼니를 때우던 우리의 식탁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건강한 식사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자연청춘밥상을 계속해 일상 속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자연청춘밥상의 대중화 통해
건강한 식탁 만들어 나갈 것”
힐리언스 선마을 안관덕 조리장
그동안 힐링푸드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배경과 힐링마스터 셰프로서 추구하는 힐링푸드는 무엇인가?
집안이 갈빗집과 한정식집을 운영했던 터라 항상 요리, 주방과 가까이에 있었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것은 2000년 초반이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시작해 2004년부터 10여 년 동안 원테이블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당시는 ‘힐링’이라는 단어보다 ‘웰빙’이 상용화돼 있던 시기였는데 아버지가 투병 생활을 오래 하시다 돌아가셨기 때문에 건강식, 힐링푸드에 대해 연구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던 힐링푸드는 이제는 로컬푸드,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많은 셰프들이 추구하는 요리 스타일이지만, 스스로 정의하는 힐링푸드는 좋은 식재료에서 더 나아가 ‘건강하고 올바른 조리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힐링푸드를 완성시키는 조리법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대표적으로 조리 시 가장 위험한 것이 기름이다. 발연점 때문이다. 보통 우리가 아는 식용유나 카놀라유의 발연점은 200℃ 내외며, 건강에 좋다는 아보카도유도 270℃가 최대다. 그러나 팬은 오래 가열할수록 온도가 600~700℃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기름을 활용해 조리를 하게 될 경우 발연점을 넘어 발화점까지 도달, 셰프에게도, 먹는 사람의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볶음요리의 경우 물 볶음을 먼저 한 후 나중에 오일링하는 방식으로 조리법을 개선했다.
두 번째는 양념의 순서를 통해 염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물의 경우 한 번 데친 후 물기를 짠 뒤 양념, 그리고 오일링으로 마무리하는 순서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삼투압 현상때문에 결국 30~40분 뒤 다시 싱거워져 양념을 한 번 더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된다. 그러나 오일링을 먼저 한 후 소량의 양념을 가미하면 삼투압 현상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이미 오일에 코팅된 상태기 때문에 그 시간을 늦출 수 있다. 조리법은 원테이블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끊임없이 연구한 결과며, 제대로 된 힐링푸드를 만들기 위해 영양학과 조리학, 운동학 등의 관련 학문도 익혀왔다. 그동안 혼자 하던 것들을 힐리언스 선마을에 와서는 후배들, 동료들과 공유하고 새로운 시도를 함께 하고 있어 그 시너지가 배가 되고 있다.
힐링푸드를 추구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
장류의 경우 특히 염도를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일반적인 장류 염도는 17%에서 22% 사이인데 이를 15%까지 낮춰봤더니 부패 유산균이 평소보다 1~2년 정도 빠르게 증식하더라. 여러 방면으로 시도해봤지만 방법이 없어 우선 장류는 국산 식재료로 제대로 담되, 염도는 17~20% 정도로 최대한 맞췄다. 그러나 이를 저염이라고 할 수는 없지않나 이에 찾은 방법이 레시피로 같이 내주는 방법이다. 고추장의 경우에는 바나나나 배를 같이 갈아 내 저염 과일 고추장으로 제공하고, 된장은 두부, 마늘, 애호박 등의 재료로 쌈장을 만들어 염도를 1/4 수준으로 낮춰 내고 있다. 이에 제공되는 장의 염도는 4~5% 정도다.
비채 레스토랑에서 자연청춘밥상을 경험한 입촌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일반적인 호텔 레스토랑 뷔페를 생각하고 오는 이들은 처음에는 메뉴나 가지 수에 적잖이 당황하기도 한다(웃음). 그런데 두 번째 끼니부터는 향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식사법에 익숙해져 음식을 오래 꼭꼭 씹어 먹다 보면 원물의 향을 제대로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곤 세 번째 끼니를 마치고 나면 레시피에 대해 궁금해하더라. 테이블마다 레시피북을 비치해놓은 이유기도 하다.
힐링마스터셰프로서 앞으로의 포부와 자연청춘밥상 고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힐리언스가 입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들을 한 마디로 집약하면 평소 생활 습관을 올바르게 가져 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살아가는 ‘예방의학’이다. 사실 경험해보고 나면 예방의학은 ‘잘 먹고, 잘 자는’, 일상에서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다. 모르면 간과하기 쉽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습관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힐리언스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방의학을 실천하는 이들이 늘었으면 좋겠고, 자연청춘밥상의 앞으로의 포부는 입촌객 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힐링푸드를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상품화를 통해 대중과 가까워지는 것이다. 비단 영리 목적이 아닌 힐리언스의 철학을 전하는 개념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더 나아가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혼자서 연구해왔던 힐링푸드를 더 많은 주니어들에게 전파, 이들을 양성해 힐링푸드를 연구하는 동료들과 더욱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