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발발해 230만 명에 달하는 확진자와 1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하늘길이 막히고 국내 이동까지 통제되면서, 세계 인구의 절반인 40억 명 가까이가 이동제한에 발이 묶였다. 개인차원에서도 이동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호텔산업은 직격탄을 맞아, 중소형 호텔은 물론 대형 브랜드 호텔마저 휴업을 피치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국가적 차이가 있었던 만큼 연초 큰 위기를 맞았던 중국에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유럽지역에서도 일부 대응이 늦었던 국가 외에는 이동제한을 완화하는 추세다.
코로나19 종식에 희망적인 전조가 보이는 가운데, 각 국가별 호텔산업을 회복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에 대해 알아봤다.
코로나19 발원지 중국 호텔들, 투숙률 회복세 조짐
먼저 코로나19가 발발한 중국은 2월부터 자국에 입국한 외국인들을 호텔에 2주일동안 격리했다. 격리비용은 본인 부담제로,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전역에서 이뤄졌다. 중국은 통계발표 이후, 4월 7일 처음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이에 후베이성 정부는 4월 8일부로 우한에서 외부로 나가는 교통 통제를 해제했다. 이에 우한 및 타 지역들의 이동이 점차 원활해지면서 코로나19 사태가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전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청명절 연휴기간인 4월 4~6일 사이에 호텔예약이 60% 상승했고 몇몇 관광지에는 많은 관광객이 몰리기도 했다. SCMP는 중국의 소비 증가 세계 제2경제대국인 중국의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선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현지 시안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조시형 호텔 매니저는 “항저우, 청두, 시안 등의 도시들이 4월 들어 투숙률이 평균 40%까지 회복됐으며, 다른 지역들도 조금씩 상황이 호전되는 중이다. 중국 내 도시 간 이동은 정상화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기업의 경우 국내 출장자들이 해외 출장자를 대신해 타 도시로 업무상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상이 회복되며 호텔업계의 상황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 수요 감소로 인해 대부분의 호텔들이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경우 4월부터 8월까지 기존보다 더 큰 폭으로 5~20%까지 객실 요금 할인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또한, 1위안(약 170원) 추가시 2인 조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 중에 있다.
한편, 중국인 관광객이 전 세계 관광 지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만큼, 전 세계 관광 업계가 중국인의 해외 관광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산보다 외부로부터의 코로나19 역유입을 차단하는데 전력하고 있어, 국외 여행객에 대한 통제완화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중국은 현재 수도인 베이징 진입을 통제하고 호텔 투숙 절차도 까다롭게 바꿨다. 4월 12일부터 베이징 진입 인원이 호텔에 투숙하고자 할 경우, 7일내에 현지에서 진행한 핵산검사가 음성으로 나온 건강증명서와 전국건강통행코드(全国健康通行码) 또는 베이징 health Kit(北京健康宝)에서 이상없음(未见异常) 상태로 인증 받은 화면을 제시해야 한다. 반면에 국내 이동의 경우 ‘방역건강신호 QR코드’ 프로그램을 개발해 중국 내 모든 사람들의 이동을 관리 감독하고 있다. QR코드는 개인의 과거 여행 경력에 따라 각기 다른 색깔을 나타내, 중국 내에서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QR코드를 보여주고 체온을 재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피해 줄이기 위한 노력 펼치는 일본 호텔들
일본은 4월 16일, 도쿄도를 비롯 7개 광역자치단체에 발령한 ‘인플루엔자대책특별조치법’에 따른 긴급사태선언을 47개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연기 이전에 보였던 대처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의도적으로 검사를 하지 않아, 확진자 수를 줄였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올림픽 연기로 막심한 손해를 봤는데, 먼저 도쿄올림픽조직위가 참가자를 위해 예약한 360여 곳 4만 6000여 개의 호텔 예약 취소 수수료를 지불할 위기에 놓였다. 또, 대량의 예약 취소로 인해 도쿄 지역의 호텔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본의 호텔 예약 사이트 라쿠텐 트래블 닛케이의 통계에 따르면 가격 하락폭은 50%로 추산됐다. 2인 1실 기준 호텔의 평균 숙박료는 4월 5일 기준 2만 3000엔(약 26만 원)으로 올림픽 연기 이전에 비해 57% 감소했다.
전일본시티호텔연맹은 연내 상당수의 호텔이 도산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시미즈 츠구요시 회장은 “정부가 관광 입국을 내걸고 호텔을 지어 왔지만, 호텔이 최고의 압력을 받고 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일본 현지에서 활동 중인 본지의 전복선 칼럼니스트의 말에 따르면, 호텔과 료칸의 도산 및 휴업이 3월 말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산업계 동향 분석 전문 테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4월 6일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관련 도산은 37건으로 집계됐다. 일본의 호텔들은 객실을 독서실화 해 수험생에게 제공하거나, 호텔의 주차장을 글램핑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피해를 줄이고 있다. 교토 플라자 호텔은 간사이 지역의 비즈니스 호텔 6개에서 재택근무를 응원하는 데이유즈 캠페인을 시작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정부가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음식·관광업종을 지원하기 위해 1조 엔(약 11조 5000억 원)의 예산을 예상하고 있다고 알렸다.
한편, 도쿄 올림픽 연기 이전 일일 100명을 넘지 않았던 일일 신규 확진자가 도쿄 올림픽 연기 발표 이후 증가세를 보여, 4월 20일 기준 총 1만 여 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다. 이에 도쿄도의 병상이 부족해짐에 따라, 의사 판단 하에 입원치료가 필요 없는 경증 환자들을 도쿄도의 호텔에 수용하기로 했다. 도쿄도는 현재 수백 명분의 호텔 객실을 확보한 상태며 호텔 내 감염을 막기 위해 동 전체를 유상으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동남아시아, 서비스업종 영업 중단 지침 내려
동남아시아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전통설 연휴를 취소하는 강경책을 내놨다. 태국은 4월 13~15일에 치루는 전통 설 ‘송끄란’ 연휴를 취소했으며, 휴직·실직자들의 고향방문을 우려해 송끄란 기간에 방콕 등 대도시를 떠나지 말라고 권고했다. 캄보디아도 14~16일로 예정된 ‘쫄츠남’ 연휴를 취소했으며 10일부터 16일까지 지역 이동금지령을 내렸다. 라오스 정부는 전통설인 ‘삐마이’ 연휴가 끝나는 19일까지 사실상 국가 봉쇄령을 내려 지역 간 이동을 금지하고 생필품 구매 등의 경우 이외에는 자택에서 외부로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
무역·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시아는 중국을 포함한 해외 관광객 감소로 경제가 크게 위축됐다. 베트남은 2월 14일 기준 숙박업 피해액을 약 4000억 동(약 210억 원)으로 추산했으며, 3월 15일부터는 가라오케를 포함한 서비스업종의 영업을 중단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호텔과 리조트 객실 점유율도 전년 대비 50~60% 감소한 10~20%로 빈그룹 계열사 빈펄 리조트(푸꾸옥, 호이안, 다낭)는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말레이시아 호텔협회는 2월 21일 코로나19 사태로 15만 7000건의 호텔 예약이 취소돼 6600만 링깃(약 19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호텔협회 바하린 회장은 “호텔 예약 취소 대부분은 중국 고객들이지만 싱가포르, 홍콩, 대만, 유럽 고객들도 방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한편, 인도네시아 레스토랑호텔협회(PHRI)는 코로나19 확산으로 4월 6일 오후 시점에서 호텔 1266개가 영업을 중단했다고 밝혔으며, 현지 매체 뗌뽀의 보도에 따르면 휴업으로 호텔 종업원 15만 명의 고용에 영향이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는 정부에서 체류비용을 모두 지원해 미국과 유럽에서 귀국하는 자국민들에게 2주간 호텔 및 리조트 격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 감염을 지역사회 감염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고,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빠진 호텔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호주, 적극적인 호텔 활용으로 대응
호주도 코로나19에 강경하게 대응했다.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는 호주의 전 도시에 봉쇄령을 내렸고 방위군을 동원해 신규 입국자 전부를 호텔 및 지정시설에 2주간 격리 시킬 것을 지시했다. 정부는 국내 여행을 금지하고 1.5m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위반자들에게 즉석 벌금을 부과한다. 5명 이상 모여 있을 경우 한 사람당 1000호주달러(약 74만 원), 법인은 5000호주달러(약 370만 원)의 벌금을 지불해야 한다. 호주는 신규 입국자를 4~5성급 호텔에 격리하며 호텔산업과 상생의 길을 엿본다. 호주호텔연합(AHA)의 스티븐 퍼거슨 CEO는 “해외 입국자 격리가 계속 영업하기를 선택한 숙박업체들에게는 생명줄”이라 말했다. 3월 28일 이후, 호주는 시드니의 인터콘티넨탈 호텔, 멜버른의 크라운 프롬나드 호텔을 포함해 총 1600명이 격리 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관련 예산을 지출해 수천 명 이상을 추가로 격리할 것이라 예상 중에 있다. 현재 영업을 계속하는 현지 호텔들의 객실 이용률은 약 10%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