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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9 (금)

칼럼

[Column_ 노혜영 기자의 세상보기] 태양은 지고, 다시 뜬다.

지난해 12월 31일자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테이블 34가 문을 닫았다. 간간이 테이블 34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도 아쉬움보다는 호텔 전체 리뉴얼 공사를 위한 잠시의 휴식일 것이라 생각해 왔던 터라, 새로운 모습의 근사한 프렌치 공간이 다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의 끈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호텔에 프렌치 레스토랑이 하나 둘 사라져 갈 때도 굳건히 지키고 있던 테이블 34인데 17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큰 충격을 줬다. 테이블 34는 31년 전 호텔 오픈 당시 바론즈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오랜 경력의 프랑스 셰프들이 상주했으며 진귀한 재료로 만든 음식과 와인, 화려한 스킬을 선보이는 파인다이닝의 표본이었다. 게다가 고급 요리로 분류되던 프렌치 음식을 맛보려면 호텔을 찾아야 했으니 2000년대 초반까지 프렌치의 전성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호텔 다이닝은 고객들에게 특별한 공간이다. 미식의 기능을 넘어 고객들에게 오랜 추억이 서려있는 공간이므로 더욱 특별하다. 70대 노인이 자식에 손주의 손까지 이끌어 오면서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 곳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부부의 연을 가져다 줬을 의미 있는 장소인 것이다. 눈 뜨면 나고 지는 로드숍의 다이닝과 달리 호텔 다이닝에 고정고객의 비중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호텔의 식음업장이 수익형 업장이 아님에도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비결이 오너십의 의지라는 말도 결코 빈말이 아니다. 그렇다. 점차 음식의 국경을 나누는 게 무의미해지고 있으며 사방에 미식 공간이 넘쳐나고, 고객의 취향과 선택지가 시시각각 바뀌면서 더 이상 호텔 다이닝의 차별점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 지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고 뜻하지 않은 재난과 악재가 이어지면서 호텔 다이닝의 위기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그 사이클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이처럼 매일 거듭되는 국내 호텔업계의 역사를 호텔앤레스토랑이 함께했다. 그래서 켜켜이 쌓인 책 한 권마다 업계의 생생한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담겨있다. 코로나19로 호텔업계가 힘든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에도 호텔앤레스토랑의 창간 29주년을 기념하는 특집호가 어김없이 발행됐다. 그동안 많은 굴곡에도 단 한 번의 결간 없이 29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꿋꿋하게 버텨온 유일한 업계 전문지다. 신종플루, 사스, 메르스, 외환위기, 사드보복, 탄핵정국 등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하면서 동고동락 해온 업계의 오래된 친구이자 동반자로서 한 길을 걸었다. 호텔이 좋아서 호텔앤레스토랑을 찾게 됐다는 20대 청년부터 학창시절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교과서처럼 정독한다는 시니어 호텔리어, 업계의 가이드로 매달 꼼꼼히 챙겨본다는 호텔 CEO까지 독자들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혹독한 작금의 어려움에 굴복하지 말고 독자들이 뗀 응원의 발자국들을 따라 지금처럼 늘 곁에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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