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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상

[이효상의 Hotel Architectural Design Guide] 호텔에서 수영장의 역할


최근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 호텔을 선택할 때 가장 선호하는 시설을 묻는 문항에서 응답자의 약 절반(48%) 가까이가 ‘수영장’을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호캉스’ 라는 신조어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수영장은 호텔에서 마케팅 및 이벤트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호텔 수영장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다양한 주제로 국, 내외 호텔의 수영장을 소개하는 포스트들이 인터넷을 꽉 채우고 있다.


5성급 호텔의 경우 실, 내외 수영장은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시설이지만, 비즈니스 급(중규모) 호텔이 막 들어서던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부대시설 구성에서 수영장은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몇 가지 제약조건이 항상 언급됐는데, 첫째, 그 당시 중규모 호텔들의 주 수익전략은 전적으로 외국 관광객(중국)들에 대한 객실 판매만으로도 수익이 형성된다고 판단했다. 부대시설들을 최소화 하더라도 객실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 둘째, 초기 투자비 구성 시 수영장은 많은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유지관리 비용 역시 지속적으로 드는 관계로 프로그램으로 넣는 것에 많은 반대들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셋째, 국내 기후와 연관돼 부족한 활용성에 대한 운영자들의 인식을 들 수 있다. 동남아에 위치한 호텔들의 경우 4계절 내내 수영장이 이용되지만, 국내의 경우 기껏 1년 중 3~4개월 정도밖에 운영되지 못 한다는 점이 큰 장애로 인식됐다.



그 이후 10년 남짓 시간이 흐른 뒤 호텔의 이용패턴은 급격한 변화를 가지게 된다. 앞선 칼럼들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외국 관광객들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내국인들의 수요가 호텔을 개인 여가시간 활용의 주요수단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전까지는 내국인들에게 호텔은 특별한 날에만 이용하는 것이었다면, 현재는 어린 자녀들과 주말에 놀러 갈 만한 곳,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파티를 하며 인스타그램에 자랑삼아 올릴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 일상에 지친 개인이 타인의 방해 없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등 호텔은 다양한 군들이 라이프스타일을 좀 더 엣지 있게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시대적인 변화는 실제로 최근에 계획되는 호텔 프로젝트에서도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다. 신축을 계획하는 호텔은 두말할 것 없이 부대시설의 아이템으로 수영장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그 전과 달리 거부반응이 적기도 하거니와 리모델링 계획에서도 노후화된 인테리어 변화와 더불어 실내, 실외 수영장을 추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건축주들이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바뀐 시대환경에 발맞춰 수영장 시설을 호텔에 계획할 때는 몇 가지 주요한 방향성들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5성급 호텔의 수영장은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이용자들의 패턴을 수용할 수 있는 반면, 중규모 호텔들은 한정된 볼륨에서 공간이 계획돼야 한다. 이럴 경우 이용자의 타깃을 선명하게 규정하고 디자인 계획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어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의 이용 패턴과 연인, 친구들이 즐기고 싶은 분위기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고 주요 타깃의 방향성에 따라 수영장의 콘셉트, 디자인 등도 다른 결과물로 나오게 된다. 간삼건축에서 설계를 진행한 영종도 씨메르(Cimer)의 경우 젊은 층이 이용하는 하는 방향성으로 구체화하면서 디자인이 시작됐다. 이에 따른 시설구성들이 풀 파티, 다양한 테마의 휴식시설을 갖춘 차원 높은 힐링 공간으로 규정되면서 디자인 역시 유니크하게 구현됐다. 오픈 이후 실질적인 운영정책에서도 영유아들은 이용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인식되고 있다.


둘째, 호텔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대변하는 공간으로 수영장을 계획할 경우 특별한 디자인 및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실제 호텔이 완공되고 홍보가 진행되면 그 건축물을 대변하는 이미지 컷으로 유효한 공간은 주출입구, 로비, 수영장 그리고 독특한 형상의 외관들을 생각할 수 있다. 수영장의 경우 특히나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데 몇 해 전 방문한 홍콩의 인디고(Indigo) 호텔은 28층에 마치 젠가의 한 조각을 건물에서 밀어낸 듯이 아찔함을 느끼는 디자인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호텔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항상 먼저 나오는 대표 이미지가 수영장의 모습인데 이러한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물의 수압을 견딜 수 있는 아크릴(100T)을 적용하는 등 고난이도의 기술설계가 요구된다.



셋째, 기존 호텔에 수영장을 추가 설치하기 위해서는 건물의 변경범위를 예상보다 많이 손을 대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최근에 진행 중인 지방의 한 호텔 프로젝트의 경우 초기 사업계획에서 저층 건물 옥상에 실외 수영장을 추가 설치하는 부분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리모델링 변경 범위에 수영장이 설치되는 하부의 대연회장은 포함돼 있지 않았는데 기본적으로 기존 건축물에 하중이 추가될 경우에는 뼈대라 할 수 있는 기둥, 보 등에 철판 등의 구조보강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될 경우 기존 대연회장의 인테리어 마감은 우선 제거된 후, 구조물에 보강을 추가하고 새로운 인테리어 마감이 공사돼야 하는 것이다. 결국은 초기 사업계획 시 예상한 건설비용이 증가되는 결과를 낳게 되고 말았는데 기존 건물에 수영장을 추가하는 부분은 이러한 신중한 변경범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효상
(주)간삼건축 호텔그룹 이사


공간적인 특성 및 전문화가 요구되는 간삼건축의 호텔설계를 전담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명동성당 종합계획(1단계), 홍천 블루마운틴 CC 클럽하우스, 알로프트 서울 강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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