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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 (목)

칼럼

[이효상의 Hotel Architectural Design Guide] 건축가가 바라본 호텔 리모델링 시장

호텔 리모델링 시장의 변화
최근 특급호텔들이 연이어 리뉴얼 오픈하면서 호텔 리모델링 시장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리모델링 제도는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 향상 등을 위해 2001년 건축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도로 해당 법에서는 15년 이상 경과된 건축물에 대해 증·개축 등의 리모델링을 실시하는 경우 건폐율, 높이제한 등의 건축 기준을 완화시켜 적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호텔 리모델링 시장이 지금과 같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국내 호텔산업의 역사와 그 궤적을 같이하고 있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197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 및 국제행사들의 유치와 맞물려 서울을 중심으로 현재 특급호텔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신라, 롯데 등 11개의 특급호텔이 연이어 오픈했고 이 호텔들의 물리적인 건물 수명이 다하면서 2010년 이후 본격적인 호텔 리모델링 시장이 주목을 받게 됐다. 현재는 특급호텔 위주로 진행되고 있지만, 동일한 시기에 서울에 공급된 비즈니스호텔(2~4등급) 역시 27개에 달하기 때문에 전체 호텔로 보면 상당히 큰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호텔 업계에서 인테리어 리모델링은 디자인 트렌드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반면, 최근 진행되는 대규모 리모델링은 건물의 생애주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의 기능이 노후화 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건물 역시 신축, 안정, 노후, 폐물단계의 4가지 생애주기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뼈에 해당하는 건물골조의 내구연한은 약 50~60년 정도로 보는 반면, 심장과 혈관에 해당하는 기계, 전기설비 등은 길게 봐야 약 30년 정도로 보기 때문에 최근 특급호텔의 리뉴얼은 건물영업을 중지(Shut Down)하고 각종 설비 등에 대한 교체까지 수반되는 대규모 공사로 이뤄지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비용이 투자돼 리뉴얼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호텔에서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마케팅, 수익성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변화의 방향성을 정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면 리 디자인(Re Design), 리 브랜딩(Re Branding), 리 포지셔닝(Re Positioning)의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디자인(Re Design)
리 디자인이라 함은 기존 제품의 기능, 재료, 또는 형태적 변경의 필요에 따라 디자인을 개량하거나 조형을 변경하는 행위를 말한다. JW 메리어트 서울(2000)의 경우 준공 이후 비교적 짧은 18년 만에 대규모 실내 리모델링이 진행됐다. 기존의 5성급 그레이드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럭셔리(Luxury)라는 디자인적인 목표에 충실히 공간변화를 구성했다. THE PLAZA(1976) 호텔은 준공된지 34년만인 2010년 내·외부 리뉴얼을 진행했으며, JW 메리어트와 마찬가지로 럭셔리 부티크(Luxury Boutique) 콘셉트를 목표로 디자인 변경에 주안점을 둔 사례다.



브랜딩(Re Branding)
리 브랜딩은 소비자의 기호, 취향,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기존 제품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변경하는 활동을 말하는데 최근 호텔시장에서 리 디자인과 병행해 호텔 브랜드를 변경하는 케이스를 의미한다. 쉐라톤 서울 팔래스호텔(1982)은 준공된 지 33년만인 2015년 내, 외부의 대규모 리뉴얼을 진행했으며, 이후 2016년 기존 팔래스에서 스타우드 계열의 쉐라톤(Sheraton) 브랜드로 갈아타게 됐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1969)의 경우는 무려 42년 만에 기존 타워호텔에서 리 브랜딩 된 사례로 근대건축물이라는 역사적인 건물 이였던 관계로 그만큼이나 리뉴얼에도 많은 애로사항이 있던 케이스였다.  



포지셔닝(Re Positioning)
리 포지셔닝은 소비자의 욕구 및 경쟁환경 변화에 따라 기존제품이 가지고 있던 포지션을 분석해 새롭게 조정하는 활동을 말한다. 최근 필자가 건축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이태원의 캐피탈호텔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리 포지셔닝에 속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1988년 개관한 캐피탈호텔은 주 고객층이 용산에 주둔한 미군과 일본 관광객들이였기 때문에 부대시설은 나이트클럽, 가라오케, 사우나 등 유흥시설들로 대부분 구성돼 있었다. 30년이 흐른 지금 이태원은 젊은이들의 이국적인 문화공간으로 변화됐고, 미군이 떠난 용산은 한국의 센트럴파크로 변화가 예고되면서 인근에 고급 주거단지들이 새로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태원이라는 지역에 리얼 로컬리티 컬처(Real Locality Culture)를 만드는 어반 엔터테인먼트 호텔(Urban Entertainment Hotel)로 리 포지셔닝돼 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2,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호텔시장은 5성급=특급호텔, 3~4성급=비즈니스호텔 이라는 단순한 포지셔닝을 가지고도 운영하는데 큰 애로사항이 없는 시장이었다. 그러나 호텔마다 위치한 지역, 계층에 따른 세분화된 자신만의 콘셉트가 없다보니 사드 등 외부요인에 의해 전체 호텔업계가 휘청거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최근에 라이프스타일 호텔(Life Style Hotel), 부티크 호텔(Boutique Hotel) 등 지역, 특정계층을 고려한 다양한 콘셉트의 호텔들이 출현하는 것은 전체 호텔시장이 비로소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 변화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이효상
(주)간삼건축 호텔그룹 이사


공간적인 특성 및 전문화가 요구되는 간삼건축의 호텔설계를 전담하고 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명동성당 종합계획(1단계), 홍천 블루마운틴 CC 클럽하우스, 알로프트 서울 강남,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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