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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목)

칼럼

[Column_ 노혜영 기자의 세상보기] ‘선택과 집중’ 시그니처를 남겨라

3개월에 걸친 호텔 식음업장 개편에 대한 기획취재를 마무리 하면서 기자가 바라보는 시선을 몇 자 기록한다. 기사는 본지 7월호부터 총 3편에 나눠 담았으며 취재는 수개월 아니 그 이상, 수년에 걸쳐 모은 기록을 바탕으로 레이아웃을 잡았다. 그동안 국내 호텔업계는 현 세대의 흐름을 빠르게 담아내지 못하고 과거에 머무르는 보수적인 이미지로 비춰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거대한 변화의 홍수 속에 크고 작은 시도로 고민을 이었다. 그 결과 호텔 다이닝은 크고 작은 변혁기를 마주하게 됐다.


최근 호텔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식음업장의 개편이 그 중 하나다. 특히 스타 셰프의 레스토랑을 품은 호텔이 늘고 있다는 것은 국내 다이닝 시장의 수준이 성장했음을 반증한다. 즉 호텔이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전제가 바탕에 깔렸다. 여기에는 호텔이 식음업장에 수 십 년동안 공들여 쌓아야 하는 노력을 대신할만한 보증된 셰프 레스토랑을 호텔로 들임으로써 이를 품은 호텔의 가치도 함께 상승시키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 호텔의 강점인 서비스 퀄리티를 내세워 해외 유명 스타 레스토랑과 협업하는 형태는 이미 10년 전부터 시도됐다. 무거운 옷을 입고 있던 호텔의 바가 한결 가볍게 변화하고 있는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파인다이닝의 주도권을 로드숍에 내 준 것처럼 클래식의 전형이 된 호텔 바도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다. 결국 호텔이 잘 하는, 마리아주의 매력을 담은 바 다이닝의 형태로 바뀌고 있으며 로드숍의 바와 경쟁하기에 이르렀다.


궁극적으로 호텔 다이닝이 추구하는 역할은 호텔의 시그니처가 되는 것이다. 파인다이닝의 영예를 호텔이 독점했던 과거와 달리 혹독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억되지 못하면 낙오되고 만다. 따라서 최근의 식음업장 개편은 핵심 기능만 유지한 채 호텔의 간판이 되는 시그니처에 집중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경영난을 타계하기 위한 감축이지만 이러한 선택과 집중은 세계적인 추세다. 호텔의 모든 공간이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이탈리아의 부티크 호텔에서는 단 한 개의 미쉐린 레스토랑만 갖추고 있다. 뉴욕 럭셔리 호텔의 조식은 풍성한 뷔페가 아닌, 고급 식기에 담긴 커피와 티 그리고 퀄리티 있는 알라 카르트 계란 요리 외 몇 가지면 된다. 홍콩 디즈니랜드 인근의 한 호텔은 400개 이상의 객실 규모에도 식음업장은 단 4곳뿐이며 이마저도 두 곳은 임대업장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호텔을 상징하는 한 두 곳의 식음업장만 유지하되 긴축된 에너지를 더 가치 있는 곳에 투자한다는 점. 가령 객실을 특화시킨다든지, 인근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연계한 상품 개발, 고객을 위해 마련된 호텔만의 서비스 공간 등이 그것이다. 이제 국내 호텔업계도 효율적인 식음업장 개편에 몰두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기존에 여러 식음업장이 가진 상호 보완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는 F&B개발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서 호텔다이닝 시장이 축소되거나 다양성을 상실할 우려도 있다.


호텔의 시그니처를 만드는 것은 하드웨어적인 변화만이 전부가 아니다.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이 고객에게 전달되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서울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소보로빵, 롯데호텔서울의 단팥빵,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핸드메이드 소시지 등 친근하고 대중적인 아이템이 호텔을 연상시키는 시그니처가 될 수도 있다. 이제 호텔의 무거운 권위를 내려놓아야 할 때다. 그동안 호텔 다이닝의 굴곡을 가깝게 지켜본 한사람으로서 구조조정에 들어간 호텔 다이닝이 우리나라의 성숙한 식문화를 이끌어가는 데 아낌없는 거름이 되길 응원하고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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