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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컬리너리

[노아윤 기자의 HR] 성숙한 외식문화를 이끌기 위한 노력 ① 레스토랑, 매너 소비자가 필요하다


레스토랑 서비스 시리즈를 기획하며 서비스 종사자들의 전문성에 대해 다뤄왔다. 그동안 서비스업에 몸담으며 성장해온 이들과 다양한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늘 거론됐던 이야기가 ‘소비자들의 외식 수용태세의 부족’이다.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노쇼는 존재하고, 여전히 손님 아래 종업원이 있다. 성숙한 외식문화를 이끌기 위해 레스토랑은 변화하고 있는데 소비자의 매너는 뒤 따르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 이는 외식업계의 전반적인 질 향상을 위해서도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전제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와 함께 성숙한 외식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사방곳곳 외식에 노출된 국내 소비자들
국내 다양한 외식 기회가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의 외식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보고한 ‘2018 국내 외식 트렌드 조사 보고’에 의하면 1개월간 평균 외식 횟수는 13.9회, 외식 빈도 상위 30% 그룹에 속하는 이들의 외식은 1개월 평균 25.7회를 기록하며 활발한 국내 외식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최근 미식 가이드북의 발행과 맛집 방송의 성행, 다양해진 외식 소비시장으로 외식 경험의 기회가 넓어지고 있는 가운데, 외식 소비자들의 소비문화에 대한 문제들이 수면위에 오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 활성화와 미식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 일방적인 정보가 소비자를 수동적으로 만들고, 특정 식당의 쏠림 현상을 만들어 내는 등 지나친 상업화와 획일화가 우려되고 있다.



업계는 진정한 미식을 즐긴다는 개념 보다 ‘인증용’으로 정착된 외식 문화와, 일부 매체를 중심으로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껍데기만 있고 알맹이는 없는 소비문화 바람이 일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아직까지 손님은 왕이라는 정신에서 비롯된 갑질 문화, 노쇼를 일컫는 예약부도의 문제, 각종 기상천외한 컨플레인의 고수가 돼 버린 블랙컨슈머 등 성숙한 외식 문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고객 만족이 곧 서비스 만족이던 시절
‘손님이 짜다면 짜다’ 나날이 치열해지는 공급과잉의 외식시장에서 고객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내기 위해 한때 유행했던 구호다. 장금이도 아니고 짜지 않은데 짜지 않다고 얘기할 수 없는, 손님의 말이 곧 법이었던 시절. 불과 얼마 전까지의 일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손님은 왕이었을까? 놀랍게도 손님을 왕으로 만든 것은 호스피탈리티, 호텔경영의 기본으로 통용되는 리츠칼튼 호텔의 창립자 세자르 리츠(César Ritz)다.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줄 알았던 이 논리가 1890년대부터 사용됐던 것이다. 그러나 세자르 리츠가 말한 의미와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의미는 다르다. 당시 리츠칼튼 호텔에 방문하는 손님은 말 그대로 진짜 왕이거나 귀족신분인 상류층 인사들로, 호텔을 방문하는 손님들은 호텔에 대한 그만한 값을 지불하는 이들이었다. 호텔에서는 비싼 값을 지불하는 손님에게 응당 상응하는 대접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고, 신분의 차이 없이 값을 치르는 사람들은 ‘왕’처럼 맞이하겠다는 의미에서 파생된 경영 철학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다른 레스토랑을 마다하고 ‘방문해주시는’ 손님을 왕처럼 모셔야 한다는 의미로 와전, 소비자들은 신 권력의 소비 집단으로 몰락해버렸다. 한 호텔업계 식음 관계자는 “93년도에 호텔에 입사해서 받았던 서비스 교육이 무조건 친절이었다. 당시는 군사문화의 잔재라고 생각했지만 아직까지 서비스 종사원을 을로 생각하는 손님들이 있는 것을 보면 잘못된 관습이 제대로 방향을 틀지 못한 채 고착화됐다고 보인다.”고 전했다.


주머니도, 외식에 대한 이해도 가난해
한창 바쁜 런치에 두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하나의 메뉴를 시킨다. 본인은 식사를 하지 않을거라 하나만 주문한다고 이야기하며 1인분의 식사를 나누고 2~3시간씩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눈다. 4명이라고 예약했던 고객이 두 자리는 자신들의 가방과 외투에게 양보한다. 한 레스토랑 오너셰프의 제보다. 그는 “국내 외식 소비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외식업에 대한 이해가 전혀 이뤄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자릿세’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식당의 임대료는 24시간 발생하지만 매출을 올릴 시간은 런치 3시간, 디너 4시간, 많아봐야 7~8시간 정도다. 때문에 영업할 수 있는 시간에는 자릿수가 곧 영업 이익에 집결되기 때문에 객단가가 레스토랑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논리를 따지면 한 자리에 코스요리 12만 원을 요구할 수 있는 고객과 단품메뉴 3만 원을 요구할 수 있는 고객 중, 12만 원짜리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1인 1메뉴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어 눈치가 보이면 2인이 코스 1인과 단품 1인을 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코스는 1인 기준에 맞춰 양과 티켓타임이 조절돼 있는 메뉴. 나눠먹다 보면 당연히 양도 적고 식사 시간도 단축되는데 유독 이런 고객들이 음식의 양과 시간에 컴플레인을 건다. “1인분을 시켰기 때문에 1인분을 제공한 것뿐인데 그래도 한국인의 정이 있지 어떻게 1인분만 주냐고 언성을 높이더라.” 오너셰프는 허탈한 듯 웃었다.


그의 말대로 식당은 임대료를 지불하고 고객에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한다. 고객은 자리라는 권리를 차지했으니 자리에 대한 레스토랑에 대한 의무도 당연히 소비를 통해 이행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외식업 구조의 이해가 바탕이 돼 있어 “레스토랑 수준에 맞는 의무를 다할 능력이 없으면 그 능력이 되는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한다.



예약부도, 노쇼도 이런 소비자들의 인지부족에서 파생된 소비행태다. 노쇼는 예약에 맞춰 준비한 업주에게 경제적, 시간적인 큰 피해를 주며 그 시간에 다른 소비자들의 기회까지 빼앗는 행위다. 심하게는 노쇼로 인해 파산하는 레스토랑도 있는데, 황당한 것은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노쇼의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이 ‘취소할 시간이 없어서(41.3%)’, 두 번째는 ‘예약한 사실을 잊어버려서(35%)’라고 한다. 소비자들의 이런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레스토랑 몫이다.


서비스에 값을 치르지 않는 소비자들
이처럼 음식점에서 제시하는 음식 값은 비단 요리뿐만 아니라 고객이 입점하면서부터 소비하는 모든 것들이 포함돼 있다. 그 중에는 파사드나 내부 인테리어, 음식과 플레이팅 등 눈에 보이는 유형적인 요소들도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서비스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는 값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 발목 잡힌 곳이 주류를 취급하는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에서 효자 메뉴여야 할 음료가 판매되지 않고, 오히려 콜키지 프리 레스토랑이 많아지면서 소믈리에의 시름은 늘어간다.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와인은 소믈리에들의 심혈을 기울인 리스트업과 페어링 등 전문적인 서비스가 수반된 금액이다. 일반 숍에서 판매하는 와인과는 가격차이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한 레스토랑 소믈리에는 “소믈리에는 와인이 판매되지 않으면 존재의 이유를 상실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도 반주(飯酒) 문화가 있는데 아직까지 와인과 와인 서비스에 대해서는 값을 지불하기 아쉬워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바를 운영 중인 어느 대표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소주와 소맥에 입맛이 길들어져 있다. 이는 음식과의 조화를 즐기기보다는 취하기 위한 문화를 저변에 깔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페어링 경험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은 것”이라며 “일본의 경우 일단 착석하면 음료부터 주문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음료와 음식이 페어링 돼, 보다 만족스러운 미식 경험치를 쌓을 수 있게 된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제 값’이 없는 레스토랑
미식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채 국내 소비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외식의 기준은 가성비가 돼 버렸다. 이미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가성비를 누르면 음식사진이 끝도 없이 열거될 정도로 줄을 잇는다. 한 레스토랑 오너셰프는 “외식업에 가성비를 대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가성비가 좋다고 홍보하는 음식점은 고객이 간파하지 못하는 작은 트릭으로 그들의 이면을 감추는 것일 뿐”이라며 “냉동인데 냉장이라고 파는 고기집의 가성비가 좋다고 이야기 하는 이는 이미 콘텐츠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른 곳에서 2만 원에 1인분씩 파는 파스타를 어떻게 2인분에 1만 8000원에 팔 수 있겠나. 식당에서 고객의 눈으로부터 감추기 가장 쉬운 것이 바로 식재료”라고 꼬집는다. 계속해서 가성비를 추구하는 고객 때문에 생존의 기로에 선 음식점들은 객단가를 낮추고, 낮아진 객단가에 운영이 어려워지니 직원들을 한두 명씩 떠나보낸다. 결국 가성비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교육을 위한 업계의 자생적 노력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객제일주의를 표방하다 이를 바로잡지 못하고 미온적인 대응만 해왔던 업계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모두들 입을 모아 말하지만 막상 이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는 나서서 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이를 대변해준다. 어떤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결국 아쉬운 사람이 애를 쓰게 돼 있다. 외식 문화 자체가 개선되면 정말 좋겠지만 그보다 고객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 지금의 레스토랑 입장에서는 최선이다. 합의점을 잘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가만히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이에 업계는 자생적인 노력을 통해 소비자의 인식을 개선해 나가고자 한다. 대표적으로 활발한 것이 노쇼 근절 캠페인이다. 캠페인은 레스토랑 통합 플랫폼 서비스 ‘포잉(Poing)’과 (주)플레이팅이 함께 2015년도 말부터 시작, ‘노쇼(No-Show) 노셰프(No-Chef)!’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일단 노쇼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한 이들에게 그 뜻을 밝히고, 관련 영상과 포스터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노쇼 근절 문화를 소개했다. 또한 한국 소비자원에서는 2016년 예약부도 근절에 관련한 ‘콘텐츠 공모전’, ‘라디오 공익광고’, ‘대국민 대상 소비자 교육’ 등을 실시, 캠페인 전후 소비자 예약부도에 대한 전국민 인지도가 60%로 상승했으며 캠페인 이후 예약부도를 내지 않은 국민이 조사대상의 84%로 나타났다고 전한다.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필요해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외식문화를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곳은 바로 레스토랑이다. 비 매너에 진상고객은 있지만 알아듣게 설명해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고객은 고객으로서 대접받을 권리가 없는 이들이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이희종 식음팀장은 “아무리 무리한 요구를 하는 손님이더라도 레스토랑에서 왜 이를 제지하고 거부하는지 이유를 차근히 설명하면 손님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납득할만한 이유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아니라고 얘기해야 할 때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어필해야 한다. 잘못된 행동은 바로잡아주고 그것이 왜 잘못됐는지를 이해시켜야 한다.


외식업의 선진화된 소비문화를 이끌기 위해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하겠지만 결국 업계와 소비자 간의 소통이 키포인트다. 트렌드 코리아 2019가 마지막 올해 트렌드를 ‘Manners Maketh the Consumer.’ 매너소비자로 전망하면서 고객 응대의 새로운 원칙이 필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 이야기했다. 외식업계도 올바른 외식 소비문화와 함께 전체 외식 산업이 성장하기를 바라본다.



Epilogue

한편 소비자의 갑질 심리에 무조건 위계관계에 의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소비자의 갑질 심리에는 불신과 불안 심리도 어느 정도 내재돼 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법이라는 말을 국내 사회에서 숱하게 봐온 이들이 자신이 갑질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호갱’이라는 신조어가 생기면서 영악한 사업자들을 상대로 이용당하기 싫은 마음이 갑질로 표현이 된다.


또한 지난 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사례 중, 패밀리 레스토랑에 방문한 이가 무릎을 꿇고 주문받은 종업원을 일으켜 세운 상황을 가지고 갑론을박이 있었던 일이 있었다. 손님의 만류로 일어선 종업원을 선임 매니저가 꾸중을 했던 것이다. 이에 당황한 손님은 선임 매니저에게 친절함으로 느끼기보다 불편하다 토로했지만 ‘규정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이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 레스토랑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불일치에 대한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다음 호에서는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레스토랑 서비스는 어떤지, 레스토랑에 대한 소비자의 권익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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