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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윤 기자의 HR] 성숙한 외식문화를 이끌기 위한 노력 ② -①

- 동상이몽의 외식업계, 공급자와 소비자, ‘외식’에 대한 합의 이뤄져야


지난 6월호 HR에서는 성숙한 외식 문화를 이끌기 위한 매너소비자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전돼 가는 외식업에서 소비자들의 수용태세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봤다. 그동안 외식업 종사자들이 속에 담았던 이야기들이 가감 없이 드러나 남일 같지 않은 상황에 고개를 끄덕인 이도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리라, 소비자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한 이도 있을 것이다.


문화는 한 사회 개인이나 집단의 행동이 변화시켜온 물질적·정신적인 산물이다. 우리가 그렇게 행동하는 배경에는 성장해온 과정이 있고, 그 과정에서 파생된 결과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일부의 상황만 가지고는 문화 전반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번에는 국내 외식문화의 현 주소와 이에 대한 배경의 이해를 통해 앞으로 외식문화를 어떻게 이뤄 나가야 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소비자가 바라본 외식시장의 현황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소비자정책통계 「한국 소비자시장평가지표」에 따르면, 2017년 외식 서비스 시장의 소비자시장성과지수는 100점 만점에 77.8점으로 전체 서비스 시장 대비 -0.1점 낮게 드러났으며, 2017년 평가된 총 27개 서비스시장 중 17위(중하위권)를 차지했다.



결과로는 외식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선택의 폭은 높으나 안전성은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연구를 담당한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소비자시장연구팀 허민영 책임연구원은 “이와 같은 시장 평가결과는 시장 내 먹거리(외식)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은 매우 다양하고 넓은 반면, 소비자문제나 불만이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하는 시스템이 부족하거나 사업자의 법령 및 제도 준수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덧붙여 “독립평가항목인 안전성은 특히 가장 낮은 평가를 보이고 있어 소비자의 외식 서비스에 대한 먹거리 불안감을 해소하고, 시설의 안전성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2017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피해구제 연보에 따르면, 음식서비스 중 외식서비스에 관련한 소비자피해구제 중 계약철회에 관한 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 그 다음으로 소지품 분실 및 훼손, 이물질 혼입 또는 상해(알러지, 치아파손, 배탈)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계약철회의 경우에는 소비자의 계약 취소나 노쇼에 대한 환불 거부에 대한 내용이 다수 건의됐고, 이물질 혼입은 발생빈도가 꾸준히 높게 나타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 불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끼니가 중심이 된 우리나라 외식문화
우리나라 외식산업은 고도의 산업화를 이루면서 70년대 전 후로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열손가락에 꼽히지 않았던 파인다인 레스토랑이 지금은 대중들이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곳에서 미식의 경험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다. 그러나 아직까지 계약철회, 노쇼 혹은 예약취소에 따른 예약금 환급 거절에 대한 불만과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불신은 외식 소비자와 공급자간의 외식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의 갭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빠른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이전까지 외식이 특별한 것이었다면 점점 생활형 외식으로 자리잡힌 것이 국내 외식문화의 특징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관광학부 김철원 교수(이하 김 교수)는 국내 외식이 끼니를 해결하는 목적으로 자리하면서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외식 문화를 형성하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국내 외식업은 70년대 후반 처음으로 ‘시스템화’된 체인시스템들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산업화의 배경으로 사람들은 도시로 몰리고 생활환경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핵가족화, 맞벌이 부부가 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대신 끼니를 밖에서 해결하는 일이 많아졌다. 김 교수는 “이는 ‘일상식 외식’과 ‘특별식 외식’으로 양분화 돼 가는 과정이다. 문화는 우리의 생활 패턴이 고착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산물”이라며 끼니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외식문화를 이해한다면 외식 소비자와 공급자간의 상호이해가 가능할 것이라 말한다.



한 집 걸러 한 집, 양만 많은 한국 외식
문을 나서 고개만 돌려봐도 음식점이 즐비하지만 직장인들은 점심시간마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 2017년 기준 국내 외식업체는 69만 1751개. 유로모니터의 인구통계에 따르면 인구 1만 명당 외식업체 수는 한국 125.4개, 미국 20.8개, 중국 66.4개, 일본 58.3개로, 미국의 6배, 중국과 일본의 2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외식업체는 88올림픽의 개최로 외국 프랜차이즈 체인들이 도입되고, 1997년 IMF를 거치면서 거리에 내몰린 회사원들이 적은 자본으로 창업을 시작해 급격한 양적 팽창을 이뤘다. 우리나라가 치킨대국이 된 배경에 IMF가 있다는 웃픈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게다가 어쩔 수 없이 외식시장에 내몰린 이들을 위해서였는지 1998년에는 음식점 개업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변경, 외식시장의 진입장벽이 본격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인구대비 많은 외식업들로 업계는 당연히 과당경쟁에 내몰렸다. 외식업에 대한 이해 없이 막연히 뛰어든 외식업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줄줄이 도산하기를 반복했다. 또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국내 외식산업은 종사자수 4인 이하의 사업체 비중이 86.4%, 매출액 1억 미만 사업체 비중이 41%로 사업체 약 절반이 가족경영, 생계중심의 영세한 구조를 띄고 있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국소상공인 실태조사 2018」에 따르면 수박 및 음식점업의 창업 준비기간은 1개월이 22.3%로 가장 많아 대부분의 업장이 별다른 준비기간 없이 외식업에 쉽게 진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는장사가 남는 장사라든가 은퇴하면 치킨집이나 차려야겠다는 말들이 만연하는 요즘시대다. 늘 먹는 음식이다 보니 조금만 솜씨가 좋으면 ‘장사한번 해봐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 것이 이런 배경에서 나온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외식에 대한 기대치가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 어쩌면 소비자들의 주머니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외식하기 위해 꺼낼 돈이 없는 것 인지도 모르겠다.


“문화는 지난 역사와 행동양식의 산물, 외식문화도 외식업 성장과정 돌아봐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관광학부 김철원 교수



국내 외식업이 산업화와 함께 급격한 성장을 이뤘는데 이 과정에서 정착한 국내 외식 문화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공급자적 측면과 소비자적인 측면을 나눠서 설명해볼 수 있겠다. 공급자적 측면을 이야기 하면 국내 외식업은 공급과잉에 자영업자 비율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영세한 사업자가 외식업계를 이루고 있는데 문제는 10%밖에 안 되는 대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야기되는 불균형에 대해 말하자면 외국의 경우 외식업체가 생겨나 장사가 잘되면 중소규모로 확장, 마침내 대기업까지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잘 됐다하면 대기업에 흡수돼 버리는 비이상적인 산업구조를 이뤘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환경요인에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다.


한편 소비적인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굉장히 소비에 민감하고 트렌드를 빠르게 좇기 때문에 제품 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가 짧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아이템들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다.


빠른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외식업들이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소비자들이 외식업에 대해 너무 가성비를 운운한다고 하지만 사실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공급자도 마찬가지다. 날로 치솟는 임대료나 재료비, 인건비에 대한 부담으로 수익을 내려면 그 값에 응당한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이 파인다인 레스토랑을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고, 그러다보니 결국 가성비에 맞춘 현실을 따르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외식을 ‘Food Service’의 개념이 아닌 ‘Food Business’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외식업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이런 면에서는 아직까지 서비스라고 하는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최근 매체에서도 음식과 관련된 방송을 많이 하는데 음식에 대한 이야기만 할 뿐 누구도 서비스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아직까진 생계형 외식업이 많기 때문에 문화적인 측면까지 바라보기에는 당분간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 해외 외식문화 발전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 왔는지 궁금하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외식업에서 음식만큼 서비스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면 외식업의 업태에 따라 음식의 가격대가 달라진다. 카레나 우동, 라면과 같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은 간이음식점의 형태로 셀프서비스를 통해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저렴한 가격에 식사가 가능하다. 반대로 테이블 서비스가 들어가게 되면 당연히 음식 가격에 인건비를 포함시킨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인건비를 포함하는 것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때문에 최저시급이 오를 때마다 업체들은 휘청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앞으로 보다 성숙한 외식문화로 발전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이 있다면?
머릿속에서는 이해하고 있으나 행동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끊임없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점점 ‘밥상머리 교육’이 없어지고 있다. 테이블 매너라는 것은 그저 음식을 즐겁게 먹기 위한 방법일 뿐이다. 파인 다인 레스토랑에 가면 격식을 갖추고 기물의 순서와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에는 ‘왜’라는 중요한 내용이 빠져있다. 내가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도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서로 배려하는 것, 단순히 어떻게 하라는 행동방식의 가이드라인이 아닌 왜 그래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일 이어서 [노아윤 기자의 HR] 성숙한 외식문화를 이끌기 위한 노력 ②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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