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호텔의 컬리너리 R&D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국내외 31개 체인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호텔로서는 전체 식음업장에 대한 메뉴개발과 표준화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 만큼 글로벌 컬리너리 R&D 센터를 출범시켜 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현재 롯데호텔에는 국내 조리 기능장 670명 중 38명, 조리 명장 11명 중에 1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피에르 가니에르, 야닉 알레노 등 세계적인 거장 셰프의 레스토랑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높은 미식수준과 인재풀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장점을 활용해 국내를 넘어 세계로 향하는 롯데의 맛을 선보이려 글로벌 컬리너리 R&D팀이 야심찬 포부를 전했다.
국내외 호텔 체인망 구축, 글로벌 컬리너리 R&D 센터 출범
롯데호텔은 단일 브랜드에서 시작해 시그니엘, L7, 롯테시티호텔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춰 국내뿐 아니라 러시아, 미얀마, 필리핀, 일본, 미국 등 세계 주요도시에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토종 호텔 브랜드로는 독보적으로 미쉐린 스타 셰프 레스토랑을 보유하고 있다. 미쉐린 2스타 셰프 Carlo Cracco의 OVO by Carlo Cracco(롯데호텔모스크바), 미쉐린 1스타이자 홍콩 최고의 딤섬 하우스인 팀호완(롯데호텔하노이), 미쉐린 3스타 셰프 피에르가니에르의 피에르가니에르 서울(롯데호텔서울), 미쉐린 3스타 셰프 야닉 알레노의 레스토랑 스테이(시그니엘서울)에서 미쉐린 명성에 걸 맞는 창의적인 요리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한편 미식에 관심이 많은 30~40대 고객들의 니즈에 부합한 컬리너리 R&D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롯데호텔은 지난 6월 11일 김정환 대표이사 주도로 잠실 서비스아카데미에서 전 체인호텔 메뉴 개발 및 표준화를 위한 ‘글로벌 컬리너리 R&D 센터’를 출범했다.
▲ 글로벌 컬리너리 R&D 센터에서 개발한 1인 빙수, 코코넛 망고 빙수와 메론 빙수_ 시그니엘서울 더 라운지
통합된 시스템, 표준화된 레시피로 맛의 일관성 유지가 핵심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서 체인호텔 간의 메뉴 개발 및 표준화 작업은 필수다. 국내외 롯데호텔 어느 곳에서도 동일한 맛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한식, 중식, 일식, 양식, 제과 분야의 10년 이상 경력의 젊은 셰프가 추축이 된 글로벌 컬리너리 R&D 센터가 이를 위한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 센터에는 별도의 테스트 키친이 마련되어 있으며 교재, 기구와 장비를 갖춰 메뉴개발, 체인호텔 간 표준화, 식자재 발굴, 최신 조리 트렌드 분석 및 체인호텔 교육 및 적용 등 다양한 연구 활동이 이뤄진다. 롯데호텔은 전 체인호텔의 구매와 식재료, 맛개선 TFT가 일원화된 시스템을 통해 활발한 정보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각 지방의 특산물, 향토음식을 발굴해 거래처, 메뉴, 레시피에 대한 정보가 온라인으로 2주에 1번씩 취합돼 전 체인호텔에 교류된다. 이를 바탕으로 셰프들이 직접 최적의 식재료 개발을 위해 산지를 방문하고 현지 직거래로 신선 재료나 제철이 짧은 특산품을 확보해 새로운 메뉴 개발에 반영한다. 나아가 특이 식재료를 개발 및 생산하는 농장 운영도 검토할 계획이다. 온라인을 활용한 판매방식의 다각화도 염두에 두고 있다. 모모야마의 도미조림이나 장어요리의 경우 40년 전 벤케이 때부터 이어져온 레시피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그니처 메뉴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고 배달 주문할 수 있도록 판매 방식의 변화에 대응한 다양한 채널을 연구하고 있다.
크로스 트레이닝 도입, 전 업장과 공유해 싱크탱크로서 계기 마련
미쉐린 스타 셰프와의 협업을 통한 메뉴 업그레이드 및 조리 노하우 공유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2018년에는 도쿄 미쉐린 1스타 오카모토 마코토 셰프와의 라봄반스 미식회, 전세계에서 최연소로 중식 미쉐린 3스타를 획득한 아우 앨버트 셰프와 여경옥 셰프의 한중 스타 셰프 미식회를 진행했다. 이 외에도 미쉐린 3스타 셰프 브루노 메나드와의 갈라디너, 미쉐린 2스타 오사카 최고의 가이세키 레스토랑 사쿠라에와 미식회를 진행했다. 롯데호텔의 주방을 총괄하고 있는 김송기 상무는 “롯데호텔은 컬리너리 R&D팀이 활동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해외 셰프 초청 프로모션뿐 아니라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스테이 등 미쉐린 레스토랑과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크로스 트레이닝이란,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한 달에 한 두 번씩 전체 주방장이 모여 영업장의 대표 메뉴 또는 셰프 초청 프로모션 메뉴의 레시피를 각 업장에 공유하고 어떻게 접목시킬지 브레인 스토밍하는 연구모임이다. 김 상무는 “모든 영업장에 레시피의 접목이 이뤄지지 않아도 결국 이런 아이디어가 쌓여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데 영감을 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인재풀 활용해 해외체인호텔 교차근무 활발
우수 조리 인력 양성은 글로벌 컬리너리 R&D 센터의 주요 미션 중 하나다. 국내 조리 기능장 670명 중 38명, 조리 명장 11명 중에 1명이 롯데호텔에 근무 중이며 이들의 국제 기능 올림픽 및 각종 국제 요리 경연대회에서의 수상도 잇따르고 있다. 글로벌 컬리너리 R&D 센터에서는 이러한 인재풀을 활용해 셰프들의 국내외 체인호텔 레스토랑 교차 근무를 지원한다. 셰프의 역량을 강화하고 경험을 집약해 다양한 글로벌 음식 문화를 개발하고 국내 고객들에게 선보여 큰 호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호텔의 글로벌 셰프들이 ‘애플수박’을 무스, 파이, 타르트, 젤리, 케이크 등 디저트류에 접목해 여름 시즌에 맞춰 선보인 ‘이상한 월드의 애플수박’ 프로모션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트렌드를 앞서는 신메뉴 출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신메뉴 개발도 글로벌 컬리너리 R&D 센터의 주업무이다. 최근에는 1코노미, 포미(For Me)족이 대두됨에 따라 1인용 빙수를 선보였다. 여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제철 과일인 애플수박 빙수와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코코넛 향기가 더해진 코코넛망고 빙수 모두 혼자 빙수를 즐기는 ‘혼빙족’들을 겨냥했다. 이 외에도 한국적인 풍미를 살린 콩나물 조개 스프, 칼칼한 게살 스프,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홍콩 등 각국의 대표 디저트를 재해석한 뒤 우리만의 색을 입힌 애프터눈 티세트 등 이색적인 신메뉴를 개발했다.
“국경과 장르를 뛰어넘는 메뉴 개발 통해 새로운 외식 문화 창출”
롯데호텔서울 김송기 총주방장 / 조리총괄상무
글로벌 컬리너리 R&D 센터의 출범은 어떻게 진행됐는가?
호텔을 이용하는 세대가 많이 젊어지고 있고 호텔을 단순히 숙박이 아닌 휴식과 문화의 공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근래에 굉장히 핫한 음식으로 하나의 문화를 만들자는 생각이 모여 조직하게 됐다. 기존의 R&D 센터를 조금 더 강화하는 범위로 하려고 했으나 글로벌한 롯데호텔에 걸맞고 전 체인호텔을 모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 하도록 해보자는 김정환 대표님의 취지가 더해져서 글로벌 컬리너리 R&D 센터를 발족하게 됐다.
기존에 운영된 R&D 센터와 비교했을 때 차이점과 경쟁력은 무엇인가?
기존의 R&D 센터는 기획 위주의 단순한 밑그림을 그렸다면 글로벌 컬리너리 R&D 센터는 색칠을 하고 액자에 넣어 화랑에서 판매가 가능하게 만드는 역할이 더해졌다. 실제로 호텔에서 식사하는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메뉴를 판매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다각화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컬리너리 R&D 센터의 역할 가운데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무엇인가?
국내외 31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호텔 체인의 장점을 살려 국경과 장르를 뛰어넘는 메뉴 개발을 통해 새로운 외식 문화를 창출하는데 중점을 뒀다. 또한 먹방, 쿡방 등으로 미식 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요즘, 20~30대 고객들은 맛도 중요하지만 이색적인 경험적 가치를 음식에 부여해 SNS 상에 공유할 만큼 특별한 음식에 대한 니즈가 확대되고 있다. R&D 센터는 이러한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한편 전 체인호텔의 메뉴 개발 및 표준화에 R&D 센터의 역량을 집중 시키려고 한다.
31곳의 체인호텔을 통합해 메뉴개발, 표준화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롯데호텔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소통이다. 전 체인호텔의 구매팀, 식재료TFT와 맛개선TFT를 통합해 국내외 하나의 정보망으로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시스템화해 활용한다면 충분히 메뉴개발, 표준화를 이뤄 내리라고 생각한다. 산지를 돌며 시장조사를 하다보면 생전 맛보지 못한 식재료가 정말 많다. 그 지방에서만 소비되는 특이 식재료인데 수확 시기도 짧아 지역 토박이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진귀한 재료다. 일원화된 시스템은 이런 식재료가 실제로 사용될 수 있도록 빠른 정보력과 의사결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내외 체인호텔 레스토랑 교차 근무는 어떻게 이뤄지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국내외 체인호텔은 각각의 분야별로 서울호텔의 책임 셰프들을 파견해 직원들과 함께 표준화된 레시피를 공유하고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체인호텔에는 업장의 부책임자가 2~3개월 간 파견 근무를 나가 품질관리를 하고 있으며, 해외 체인호텔에는 실력을 갖춘 책임 셰프들이 약 2년 정도 파견 및 순환 근무 중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는 김병희 셰프, 호치민에는 박금기 셰프, 하노이에는 채윤기 셰프, 한식당의 첫선을 뵌 미얀마에는 천덕상 셰프가 파견돼 정확한 레시피에 의해 음식이 제공되고 있는지 체크하며 롯데의 맛을 전수하고 있다.
롯데호텔에는 조리기능장과 명장이 다수 근무하고 있으며 피에르 가니에르, 야닉 알레노 등 미쉐린 셰프의 레스토랑도 운영되고 있다. 글로벌 컬리너리 R&D 센터에 이들의 참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글로벌 컬리너리 R&D 센터는 중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운영되기 때문에 각 계획의 시기에 맞추어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피에르가니에르서울 레스토랑의 경우 리뉴얼 오픈 전부터 새로운 메뉴를 함께 만들고 실행에 옮겼으며, 시그니엘호텔에 있는 야닉 알레노의 프렌치 레스토랑인 STAY에서도 우리 직원이 파견근무를 하고 있다. 셰프들과 수시로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하는데, 이들은 우리가 연구하고자 하는 메뉴의 자문 역할을 하며 고객의 니즈에 맞춰서 조리법을 연구하고 있다. R&D 센터에 소속된 직원들의 생각과 정보를 종합적으로 체크하고 자료 수집을 통해서 구체화 시킨 후에 최종적으로 메뉴 작업 시에 센터에 모여서 함께 결과물을 만들고 있다.
호텔의 식음분야 R&D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생각의 차이다. 롯데호텔에 R&D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면 과연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고자 했을까? 이러한 의욕은 절실함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호텔이 호황기였을 때는 R&D에 대한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호텔업계의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나.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이 심화된 환경에서 호텔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R&D가 활성화 돼 있어야 한다. 미식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입맛이 까다로워진 고객의 니즈를 살피면서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R&D 센터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