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2017년 설 연휴를 앞두고 외식업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청탁금지법 상 음식물 제공 상한액 인식 조사’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감소가 큰 객단가 3만 원이상 식당들 중 대다수인 81.5%가 상한액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적정 상한액 평균은 6만 4000원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희망한 금액으로 상한액이 조정된다고 가정할 때, 응답 업체의 87.6%는 현재보다 매출이 늘어날 것이며, 매출증가율은 25.1%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최근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수준인 5만 원, 8만 원, 10만 원으로 조정할 경우, 법 시행 이후 발생한 매출 감소액의 23.3%에서 42.3%까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결과적으로 외식업계는 김영란법 상 음식물 접대 상한액이 기존 3만 원보다 상향 조정될 경우 매출감소분의 일부를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달 5일 열린 경제 부처 합동 업무보고 및 정책토론 자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가 내수부진 해소 방안으로 청탁금지법 보완 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현재 정부부처 및 관련 단체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본 조사는 외식업 운영자들의 의견을 파악 제시하고자 실시되었으며, 1월 13일부터 20일까지 전국의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하여 응답거절 등을 제외한 632개 업체를 수집 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 김영란법 상 음식물 제공의 상한액 (현재 3만 원)에 대한 인식을 보면, 객단가 3만 원이상 업체의 경우 업종이나 규모와 상관없이 현재의 상한액이 낮아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주목할 점은, 상대적으로 매출감소가 작은 것으로 알려진 객단가 3만 원미만 업체조차 두 곳 중 한 곳은 상한액을 올려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약 48.6%). 특히 육류구이 전문점의 경우 객단가 3만원미만 업체에서도 상한액을 올려야 한다는 응답이 71.2%에 달했다. 이는 김영란법이 고급식당뿐만 아니라 중저가형 식당에까지 직간접으로 영향을 주고 있어 매출감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희망 상한액을 살펴보면, 업종 간에 다소 차이를 보여 객단가 3만 원이상 업체들 중 육류구이 전문점이 다소 높은 6만 6000원을 제시하였고, 일식 및 중식은 6만 3000원을 희망하였다. 이렇게 희망 상한액으로 조정될 경우, 객단가 3만 원이상 업체 중 육류구이 전문점의 경우 매출증가가 가능하다는 응답이 95.3%로 매우 높았고 일식 및 중식당의 경우 83.3%로 나타났다. 또한 객단가 3만 원 미만 업체도 한정식의 경우 매출증가 응답이 90.0%, 육류구이 전문점 81.0%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상한액 조정이 있을 경우 후속 조치로는, 별다른 조치 없이 일정기간 관망하겠다는 응답이 65.3%로 가장 많았다. 이는 상한액 인상이 된다고 해도 김영란법 시행 후 대폭 감소한 매출의 일부를 회복하는 수준이고 여전히 향후 경기가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하는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객단가 3만 원이상 업체 중 한정식의 30.8%, 육류구이 전문점의 22.1%가 상한액 조정으로 매출이 오르면 종업원 신규 채용을 고려하겠다고 응답하여, 상한액 상향 조정이 일부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한액을 5만 원, 8만 원, 10만 원으로 가정해 매출회복 예상율을 살펴보면, 업종별로 다소 차이를 나타낸다. 객단가 3만 원이상 중 한정식의 경우 매출 회복률이 매우 높아 5만 원으로도 약 절반(47.1%) 정도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일식 및 중식당의 경우 10만 원으로 인상해도 매출 회복률이 38.5%에 그칠 것으로 응답하였다. 또한 객단가 3만 원미만 식당의 경우 일반한식당과 육류구이 전문점에서 상한액을 10만 원으로 하면 각각 47.0%, 44.3%의 높은 매출회복을 예상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상한액이 오르면 법 시행 이전 수준은 아닐지라도 매출감소분의 일부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서용희 선임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 후 고객 자체가 줄어든 것도 있지만, 방문한 고객들이 타인을 의식하는 것도 있어서 가격대가 높은 메뉴를 덜 찾아 매출손실이 커진 면도 있었는데, 상한액이 올라가면 고가 메뉴에 대한 수요가 일부 살아나서 고객 자체가 늘지 않더라도 매출이 회복될 수 있다고 외식업체들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은 시행 이후 법 취지에 맞게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와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시행 과정에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지나치게 소비 위축을 가속화시키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장수청 원장은, “더이상 내수가 급강하지 않도록 정부 대책이 시급한 시점에서, 김영란법 음식접대 상한액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소비절벽 해소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것으로 보이고, 외식업계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단, 경제는 타이밍이다. 급속히 침체해가는 경기를 고려할 때시행령 개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