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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6 (토)

투어리즘&마이스

[Cruise Forum 5] 국내 크루즈 인프라 발전을 위한 제언

<호텔&레스토랑> 매거진 주최로 시작한 ‘한국 크루즈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언’의 마지막 좌담회가 11월 7일 아세아항공전문학교에서 열렸다. 올해 초부터 시작해 분기별 총 4회에 걸쳐 진행된 크루즈 좌담회는 각계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해 크루즈산업에 관한 심층적인 토론을 펼쳤다. 첫 번째 좌담회에선 한국 국적 크루즈의 필요성 및 효과에 대해 논했고, 두 번째 좌담회에선 국내기항지 관광현황과 발전 방안, 그리고 세 번째 좌담회에선 항만, 여객터미널 등 한국 크루즈산업 인프라 확충안에 대해 활발한 의견을 교류했다.
마지막 좌담회는 국내 크루즈산업의 정책 및 제도의 지원과 마리나 등 해양관광과의 연계 발전방향에 대해 의견이 제시됐고, 크루즈산업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과 앞으로 국내 크루즈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무엇인지 각 패널들의 의견과 입장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국내 크루즈산업 정책 및 제도 지원


유재흥  올해 <호텔&레스토랑>과 함께 ‘한국 크루즈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해 매 회마다 많은 분들이 참석하며 좋은 의견을 나눠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 주제로 한국의 크루즈산업이 역량을 강화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해보겠습니다. 각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입장으로서 어떤 정책이나 제도가 우선적으로 도입돼야 할지, 좋은 정책 사례가 있다면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거시적인 측면에서 해양관광이 크루즈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논의하며 올해 좌담회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먼저 지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크루즈 현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영국 팀장님부터 현재 인천 크루즈 현황에 대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영국  먼저 인천항은 부산이나 제주와는 달리 전용 크루즈 부두가 없습니다. 또한 2015년에 있었던 메르스 사태로 인해 고객들이 인천항 크루즈 관광을 대거 취소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이제 메르스도 잠잠해졌으니 정상적인 회복세를 보여야 하는데, 아직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저조해진 원인을 관광객의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봤을 때, 먼저 한·중·일 크루즈관광객의 선호도가 고착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고요. 두 번째는 인천항의 접근성이 아직은 어렵다보니 짧은 시간 내에 크루즈 관광이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인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크루즈 관광객의 패턴변화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엔 쇼핑 위주의 단체관광객이 많았다면, 지금은 개인관광객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정확히 찾아가는 관광패턴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크루즈 접안시설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의 기반시설이 마련되고, 소프트웨어 일종의 CIQ(세관 검사, 출입국 관리, 검역)와 같은 입·출입 프로세스, 그리고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진행돼야 합니다. 이 세 가지가 상호작용을 해야 관광객들도 크루즈 관광이 괜찮다고 느낄 수 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인천항도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충족될 수 있는 방안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재흥  인천항만공사가 진행하고 있는 골든하버(Golden Harbor)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영국  저가, 단체관광, 쇼핑위주, 접근성 불편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골든하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新)국제여객터미널을 중심으로 한 복합관광단지 개발사업인데요. 2018년도 완공을 목표로 크루즈전용부두를 세워 22만 톤급의 크루즈들이 접안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워터프론트 등 좋은 소프트웨어를 갖춰서 관광객들이 인천항 주변에서 한 번에 바로 즐길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크루즈 관련 사업은 정부의 지원여부에 따라 지연되거나 조기에 완공될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들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크루즈산업은 크게 크루즈 선박 건조와 크루즈 선사, 크루즈 인력양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최근 한진해운 사태 등으로 크루즈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건 크루즈 조선 기술에 대한 확보라든지 크루즈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등 세분화된 부분들을 차질없이 이행하는 것입니다. 크루즈산업이 활성화되면 인천도 고객들이 행복하고, 고객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염상훈  인천은 거점항으로서 메리트가 있습니다. 인프라로 얘기하자면 인천공항과도 가깝고, 서울 같은 인근도시와의 접근성도 좋고요. 그렇지만 내부적인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죠. 일단 내국인들이 크루즈를 이용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만의 내수시장이 발전하면 크루즈선사가 중국에 가지 않고 한국으로 오죠. 내국인이 많으면 그만큼 한국인 승무원도 많이 채용하고요. 그런데 지금은 내국인 이용객이 없다보니 한국인 승무원도 적은 현실입니다. 그래서 크루즈관광이 활성화되려면 기본적으로 내수시장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내수시장이 발달해야 국적 크루즈에 대한 투자도 활발해지지 않을까요.


김영국  올해 제주도 크루즈 이용객이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국내 관광정책이 양적인 성장만을 중시하다 보니 제주도 내에서 사건사고가 많았지요. 이제는 단순히 크루즈 관광객 수로 평가되지 않는, 크루즈 관광객의 만족도 및 기항지 관광 프로그램 구성 등 좀 더 질적인 측면에서 크루즈산업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항만공사가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구축해 크루즈관광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유재흥  저도 얼마 전에 제주 크루즈 관광객이 100만 명을 넘었다는 기사를 읽었는데요. 그런데 정작 제주도민들은 별로 반가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관광객이 증가해도 도민들이 직접적으로 얻는 수익이 없기 때문입니다.

황진회  말씀하셨듯이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크루즈선박 유치를 양적으로만 높이려는 현재 정책에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적 성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지역경제의 발전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있죠.


윤주  크루즈산업 육성정책은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과 지방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각각 달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명확하게 구분되지 못한 실정입니다. 특히 크루즈 선박유치의 경우, 크루즈 관광객의 입국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역 항만공사와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도 선박료 인하 등 인센티브 정책과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외국 선사를 유치하고 있어 양적인 증가세는 더욱 가속화 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선박 유치를 통한 크루즈 관광객 증가가 지역경제 발전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서는 좀 따져볼 필요는 있습니다. 특히 기항지 측면에서 현재의 마이너스 투어가 대부분인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이 탑승한 선박의 경우, 유 교수님이 말씀하신 기사처럼 지역에 주는 직접적인 수익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부산의 경우 크루즈 정책방향을 준모항지 육성으로 보고, 최근 글로벌 선사인 카니발사의 코스타 크루즈와 협약해 부산에서도 내국인이 탑승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노선은 대부분 일본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모객하고는 있으나, 부산에서도 관광객이 탑승할 수 있도록 코스를 구성했기 때문에 코스타 크루즈와 연계된 국내 여행사와 선사는 내국인 크루즈 관광객을 모집하기 위해 다양한 세일즈와 프로모션을 펼치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가 정착될 때 국내수요를 기반으로 크루즈산업이 활성화되므로 정부나 지역에서는 선사나 여행사 등 민가에서 크루즈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한 정책 중 하나입니다.


염상훈  현실적으로 정부에서 정책을 내놓는다고 하면 비용적인 측면의 지원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예를 들어 배가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올 때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다시 해외로 나갈 때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거든요. 이런 점에서 정책적인 지원이 있다면 여행사가 크루즈를 차터(주로 선박이나 항공기 등을 임대하는 리스계약)해서 3박 4일 여행상품을 만들 때 이용객의 입장에서도 비용절감의 효과가 있고요.




황진회  크루즈산업 활성화는 외국 크루즈선박 유치만 된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크루즈산업이 활성화되려면 먼저 선박을 공급하는 선사가 있어야 하고,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이 만들어지고, 크루즈산업분야 고용 창출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의 현실은 외국 크루즈만 국내에 유치하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하든 연안 크루즈도 하고 국제 크루즈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물론 연안 크루즈를 하면 기존의 연안여객선과 유람선 업계에서 반발할 수 있고, 섬에서는 숙박을 하지 않아 지역 차원에서 반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연안 크루즈를 하면 연안 여객선과 유람선도 같이 시장이 성장할 수 있고, 섬에서 숙박을 하지 않으면 환경문제가 줄어들 수도 있어요.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국내 크루즈가 성장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루즈산업의 역량 강화


황진회  수요적인 측면에서 크루즈산업의 역량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연안 여객선을 타는 관광객이 1년에 1600만 명인데 그 중 섬에 주소지를 두지 않은 일반관광객이 1000만 명이 넘습니다. 또 여객선이 아닌 도선과 유람선도 있는데, 이들 선박에도 1년에 1300~1400만 명이 선박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연안여객선 이용객과 유람선 및 도선을 이용하는 관광객을 전부 종합하면 1년에 2900만~3000만 명이 선박을 이용합니다. 실로 엄청난 숫자죠. 저는 이와 같이 선박을 이용하는 관광객이 크루즈의 잠재고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중에서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 분들은 크루즈를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관광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크루즈 관광은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크루즈는 좀 재력이 되고 특별한 사람들이 탈 것이다. 또 선박여행은 육상관광보다 불편할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많다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이런 선입견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한 방안들이 필요합니다. 크루즈를 정확히 알고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면 좋겠죠. 이런 차원에서 국제 크루즈도 좋지만, 연안 크루즈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안 크루즈는 국제 크루즈보다 선박이 크지 않아 선박 가격도 훨씬 낮출 수 있습니다. 단, 시설이 초라해선 안 됩니다. 식당과 식음료 시설은 어느 정도 퀄리티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내 관광 상품은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섬이나 연안에서 관광할 때는 텐더보트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내 수요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크루즈 선박을 확보하고 투입해 크루즈 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제반여건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주  저는 황 실장님이 말씀하신 국내 크루즈 잠재수요에 대한 근거에 조금 조심스러운 입장인데요. 연안여객선 이용객에 근거해서 아웃바운드 크루즈 관광객의 잠재성을 추정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연안여객선을 이용하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가고 싶은 섬’ 사업과 ‘슬로시티’ 사업으로 보길도와 욕지도 등 도서지가 인기 있는 관광지로 부상되는 등 해양관광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는 수치적으로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서관광을 위한 연안여객선 이용객, 해양관광의 활동성향을 가진 이용객, 크루즈에서의 독특한 경험과 기항지에서의 문화관광 체험을 목적으로 하는 크루즈관광객의 성향은 각각 다르다는 겁니다.
오히려 증가하는 도서관광객(연안여객선 이용객)은 국내 연안크루즈 관광객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수요로 보는 게 맞을 거 같고요. 국내 아웃바운드 크루즈 잠재수요는 2000만 명이상 출국하는 해외관광수요를 기반으로, 최근 관광트렌드인 여유로움과 행복을 추구하는 여행문화와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하는 중장년층 및 신세대 고령인구 확산 등이 향후 크루즈 관광으로 이전 가능한 경제력과 소비성향을 지닌 잠재관광객으로 보는 게 맞을 듯합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크루즈 관광에 대한 홍보와 인식전환, 그리고 국내에서 크루즈를 탈 수 있는 상품이 많아지면 국내 크루즈 수요창출은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염상훈  크루즈산업의 수요는 상조회사에서 모집하는 이른바 상조 크루즈와 상당부분 겹쳐있습니다 상조회사를 통해 크루즈를 타는 이용객 중엔 생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하거나 크루즈를 타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봤을 때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려면 크루즈여행을 가는 방법도 참 중요합니다. 상조회사를 통해 가는 여행은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상당히 떨어집니다. 그들이 다녀와서 다시는 크루즈 여행 안 가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황진회  상조회사를 통하는 경우는 고객이 크루즈에 대해 알고 상품을 직접 선택해서 가는 게 아니니까요. 상조회사를 통한 크루즈 고객은 전체 수요의 극히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염상훈  결국 크루즈상품을 파는 건 여행사에요. 지금 우리나라엔 선사가 없습니다. 현시점에서 정보 교류 같은 네트워킹도 중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건 선사와 여행사입니다. 선사들이 자발적으로 여행사를 상대로 상품을 판매하도록 하는 겁니다. 지금 국내 크루즈산업의 포커스는 선사를 육성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국내에 더 많은 배를 유치할까에 맞춰져 있습니다. 내수시장이 없는데 누가 우리나라 인천을 거점항으로 하겠습니까? 내수가 발전하면 조선소는 물론 인프라가 양성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마리나 등 해양관광 연계 발전안


유재흥  크루즈산업도 해양관광의 한 일환인데요. 여기에 연관된 해양관광 상품들, 예를 들어 레져, 마리나, 해양생태관광 등이 다 같이 발전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부도 마리나를 육성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진회  국내엔 요트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바닷길이 별로 없습니다. 마리나를 쉽게 말하자면 요트 주차장이라 할 수 있는데, 국내엔 아직 마리나 시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요트와 스킨스쿠버가 전형적인 체험형 해양관광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크루즈는 오히려 섬 관광과 연계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엔 3000개 이상의 섬이 있고 전부 다 연안 여객선을 통해 이동을 하니까요. 연안 크루즈든 국제 크루즈를 이용하든 텐더보트를 이용하면 대부분 입도入島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요. 그 중에서도 경치가 뛰어난 홍도, 독도, 울릉도, 백령도, 연평도, 거제 해금강 등에 잠재력이 많다고 봅니다.


유재흥  디즈니 크루즈 라인(Disney Cruise Line)에선 아예 섬 하나를 사서 테마형 관광지로 조성했더군요. 해적선도 운영하고 섬에 상륙하면 디즈니 캐릭터가 나와서 환영해주는 콘텐츠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국내에 3000개가 넘는 섬이 있는데 우리나라도 벤치마킹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염상훈  비근한 예로 타히티 섬의 폴 고갱 크루즈도 있습니다. 6성급 리젠트크루즈라인인데, 규모는 4~5만 톤 미만이고 타히티 섬에만 연계된 해양관광입니다.


황진회  국내에서도 예전에 기업에서 섬을 사서 개발하려다가 무산된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무인도나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이 많아서 관광자원으로 개발이 가능하다고 봅니다만, 아직까진 국민정서도 그렇고 정책적으로도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김영국  마리나에 대해 또 다른 말씀을 드리자면, 서양 사람들은 바다에 대해 상대적으로 친숙합니다. 바다에 대한 자랑스러운 역사, 동경심, 그리고 스토리가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3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도 대개 생계의 수단이며 교통수단으로 생각할 뿐, 놀이의 공간, 즐거움과 추억이 깃든 어떤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으로는 잘 생각하지 않죠.


윤주  크루즈산업과 마리나 연계발전은 다른 차원인 것 같습니다. 마리나는 요트인데 두 산업은 전혀 다르니까요. 오히려 마리나보다 해양관광과 연계한 크루즈에서는 염 대표님과 황 실장님이 말씀하신 섬 관광과 해양관광연계가 맞다고 봅니다. 특히 기항지 관광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섬 관광 상품과 해양관광 상품개발은 크루즈 상품의 차별화가 될 수도 있고요, 상품 자체를 섬으로 특화시키는 테마 크루즈 상품개발도 다양화 측면에서는 향후 필요할 것입니다.


 


유재흥  우리나라의 경우 보트면허를 취득하고 교육까지 받았는데, 막상 뭔가 해보려니 정책적으로 안되는 게 너무 많다고 합니다. 자기 소유의 배가 있는 사람들도 면허 재교육 받으러 와서 불만들이 많습니다. 낚시를 위해 소유한 배를 정박하는 것도 비용이 엄청나니까요. 그래서 작은 배를 집에 놔뒀다가 직접 해안까지 끌고 가서 사용하지 않는 이상, 정박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보면 마리나나 크루즈는 내수가 활성화된 이후에 논의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아까도 말씀하셨듯이 우리나라에 섬이 3000개 정도 되는데 거기에 별장을 짓는 등 조금씩 개발이 된다면 정말 자연스럽게 요트가 자생할 수 있는 사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염상훈  현재 마리나와 크루즈를 연계해서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정부에서 원하는 건 크루즈 터미널과 마리나, 그리고 부대시설 위주의 사업 활성화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 지역의 내수가 발전하지 않았는데 활성화하기엔 무리가 있죠.


유재흥  반면 어업종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은 잘 돼있는 편입니다. 귀촌, 귀어하는 청년들에 대한 지원도 많습니다. 어장 만드는 비용도 지원하고요. 그만큼 레저 쪽으로도 지원을 좀 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결론 및 정리


유재흥  오늘 좌담회에선 내수 진작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요. 이제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마디씩 해주시고 마무리 하겠습니다.


황진회  크루즈산업의 역량 측면에서, 그동안 우리는 홍보를 먼저 한 후에 제도와 인프라 쪽으로 집중을 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크루즈산업을 실질적으로 육성해야 될 단계인데, 그게 아직까지 좀 구체적인 정책이나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황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봤듯이, 규모는 작을지라도 국내 차원의 크루즈 사업을 실시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선사를 우리가 직접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여러 가지 산재한 문제가 있지만, 국내에서 크루즈 선사를 만들어야 그에 따른 부대사업과 인력공급도 활발해지고 지금 만들어 놓은 항만도 좀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국적 크루즈 선사 육성을 위해 정책금융 지원, 관련 규제완화,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참여 등이 필요합니다. 둘째로 외국 크루즈 선사유치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저가 크루즈, 면세점 쇼핑관광을 지적하는데, 외국 크루즈관광객에게 팔 수 있는 상품, 우리나라 전통상품이나 지역특산품, 현대적 명품 이런 것 중에 뭐가 있는가를 되돌아 봐야 합니다. 크루즈 관광객이 와서 찾는 상품을 만들어 판매해야 지역경제가 활성화 됩니다. 그리고 각 지역별로 공연, 전시회 등의 문화상품을 만들어 크루즈 관광객이 찾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상품이 성공하면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염상훈  지금까지 한국 크루즈 산업을 발전시키고자 각 분야에서 많은 노력을 쏟아 왔습니다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의 크루즈가 인천이나 부산 등 우리나라를 거점항으로 이용하게 하려면 결과적으로 내수시장이 커져야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나라에서 크루즈도 건조해서 우리 국적을 단 크루즈도 생기지 않을까요. 또 하나, 현재 인바운드 등 많은 크루즈관광이 너무 중국에 치중돼 있습니다. 한편 해외의 인바운드 추세는 점차 그룹여행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렇게 봤을 때 이젠 중국뿐만 아니라 영어권 관광객들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승무원을 포함한 크루Crew 구성원에 대한 신경도 써야 하고요.
그리고 또 하나,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우리나라에도 CLIA(세계크루즈선사협회)처럼 선사와 여행사를 위한 단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만약 CLIA가 만들어진다면 선사 위주로 가입시키고 여행사로 하여금 판매를 독촉하고 방식을 가르쳐주는 겁니다. CLIA에 처음 가입하려면 대략 400불을 지불해야 합니다. 또한 CLIA가 열리는 마이애미까지 가야해서 전체적으로 비용이 많이 듭니다. 만약 한국에 CLIA같은 단체가 있다면 상대적으로 편리한 점이 많아지죠.


김영국  국내 크루즈산업은 현재 도약의 기로에 서서 터닝 포인트를 모색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터닝 포인트를 잡으려면 크루즈 관광의 질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크루즈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정부정책과 관광의 진정한 가치 측면에서 인식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크루즈 산업이 성장하려면 국내수요 창출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하고 이를 위해 크루즈 모항과 거점항으로의 역할정립을 모색해야 하는데, 아직은 이러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제가 봤을 때 마리나는 아직 맹아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다도해 등 주변 경관이 뛰어나 접근성이 비교적 용이한, 풍부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잠재력을 잘 활용하고 투자하면 마리나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마리나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야간운항금지 같은 정책 등은 시급히 해소하고 크루즈가 안전하게 기항할 수 있는 시설만 갖춰진다면 마리나도 성장성이 기대되는 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윤주  국내 크루즈 산업의 성장은 향후 기항지 시장보다는 모항을 통한 크루즈 산업육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수시장 확보와 국적선사 유치가 관건인데, 최근 세계경제 현황도 그렇고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국제적인 선사유치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는 외국 크루즈선사를 국내로 유치해 국내 크루즈 내수시장을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또한, 한국 크루즈 시장이 중국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어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 크루즈 수요를 기반으로 국내 크루즈산업이 단기간 성장했고, 향후도 중국 수요에 따라 동반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북아 크루즈가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할지, 한중일이 하나의 크루즈 라인으로 세계크루즈 산업에서 핵심적인 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한 비전과 가치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오늘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던 저가 크루즈상품 탈피와 질적인 측면도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재흥  말씀 감사합니다. 황진회 박사님이 연안 여객선에 수요가 있다고 하셨는데, 단순이동이 아니라 관광이 목적인 고객층을 대상으로 크루즈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보면 어떨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또한 인천항만공사 자체의 수요를 창출한다고 하셨는데, 사실 관광이나 이동의 목적이 없이 일반 고객들이 공항이나 국제여객터미널에 놀러가진 않지만 국제여객터미널이 복합리조트와 같이 하나의 관광지가 돼서 타지사람들이 위락을 목적으로 찾도록 하면 교통망이 발전하고, FIT(개별관광객)의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FIT가 늘어나는 현상은 최근의 관광트렌드이고, 인위적인 건 아니거든요. 결국 FIT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방안으로 해당지역의 자체적인 관광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게 장기적으로 좋은 방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차후에 좀 더 좋은 정보와 방안을 갖고 의견을 교류하는 이런 토론의 자리가 더 열리길 기대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귀중한 시간 할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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