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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일)

레스토랑&컬리너리

[김성옥의 Erotic Food] 미각과 쾌락의 신 - 가스테레아와 본젤라또


가스테레아는 열 번째 뮤즈(시의 여인)로 미각의 즐거움을 관장하는 신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뮤즈 즉 시와 음악의 여신은 모두 아홉 명으로,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인 므네모시네 사이에 태어난 9명의 딸들이 뮤즈가 됐다고 한다. 이 뮤즈들은 문예와 학문의 신으로 확장되면서 그들의 이름(뮤즈, 혹은 무사)으로부터 뮤지엄(박물관)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궁극적인 욕망인 식욕에 대한 인간의 가장 긍정적인 인식은 사바랭이 창조한 여신, 가스테레아다.
미각과 쾌락을 주관하는 여신 가스테리아는 미각이야말로 모든 시와 음악의 원천이 되며, 더 나아가서는 생명의 원천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금강산에 대한 아름다운 찬가는 식욕의 완성으로부터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시와 찬미의 근원은 미각의 충만함으로부터 온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가스테레아는 시와 음악, 나아가 문예와 학문의 근원으로까지 추앙받는다. 이런 신화적 인식이 오늘날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식도락에 이끌리게 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미식’은 인간의 최소한의 생명유지를 위한 본능을 넘어서 과잉되고 잉여 된 욕망이 만들어낸 새로운 산물이다. 그것은 존재의 본질은 넘어선 문화이기 때문에 궁극적 필요를 넘어선다. 가스테레아가 진정한 미각과 쾌락의 뮤즈가 되려면 인간의 그러한 감각들을 주관해 지나친 식욕과 방종의 길로 가지 않게 이끄는 힘을 지닌 존재이길 바란다.

전에 먹었던 음식은 음식에 대한 맛있는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다시 찾게 된다. 이미 먹어 봤던 음식은 그 기억이, 먹지 않아도 이미 맛을 음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섹스 역시 과거의 짜릿한 경험이나 뇌 속에 남겨져 있었던 상대에 대한 쾌감이 맛있는 음식처럼 뇌 속에서 연상되는데, 그래서 남자들은 아주 섹시한 여성이나 성적 만족도가 높은 여성을 생각만 해도 침실에서의 능력이 배가 된다고 한다.

잔잔한 음악과 주위의 분위기, 적당한 조도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많겠지만 특히 남녀가 섹스를 하기 전에 섹시한 음식을 먹는 것은 성행위 전에 짜릿한 과정이 될 수 있으며, 향기가 있는 과일이나 와인 등이 에로틱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서로의 감정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섹스를 하기 전에 먹는 음식에 따라 자극이 될 수 있고 쾌감도 증가된다. 아무거나 잘 먹는 사람은 미식가(味食家)가 아니다. 미식가는 맛에 대해 상당히 예민한 사람이다. 미식가는 한 번을 먹더라도 정말 맛있는 음식을 황홀하게 먹듯이 사랑을 할 때도 자신의 감정과 오감을 이용해 최대한의 자극과 최고의 쾌감을 즐기는 타입이 많다. 그래서 섹스를 잘하는 사람이 미식가일 가능성이 높으며 섹스는 맛있는 음식과도 같다고 표현한다. 이러한 사람은 일의 성취감이 높고 비즈니스에도 집중을 잘하며 질적으로 향상된 삶을 살아갈 확률이 높다고 한다.

침실의 음식은 섹스 전에 먹으면 더욱 섹스를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음식으로 통했다. 미식가나 열정적인 정력가들은 먹는 음식부터가 다르다고 하는데 남성의 경우만 해도 테스토스테론이나 도파민의 수치를 상승시키는 성적 호르몬을 많이 함유한 음식을 먹는다. 또한 음식 중에는 성욕을 증가시키면서 음식과 함께 섹스를 연상케 하는 에로틱 푸드가 좀더 자극적인 쾌감을 줄 수 있다. 영국에서는 말린 자두(푸룬)가 욕정을 자극하는 최음제로 통해서 매음굴에서는 말린 자두가 인기가 많았고, 아랍에서는 낙타의 혹이 여성의 성욕을 자극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렇게 성욕을 자극하는 음식을 먹으면서 정열적인 섹스를 하기위해 노력하는데, 이 모든 것은 바로 성호르몬과 연관성이 있다. 남녀 각각의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수치가 높은 음식을 먹었을 때 성적인 욕구가 강하며 오르가슴도 더 자주 느낀다고 한다.

화나 TV드라마 속에서 가끔 남녀가 서로를 집착하며 사랑할 때 “널 먹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인간의 무의식 속에 식인 풍속과 오직 혼자만의 것이라는 의식 때문이라고 한다. 광고 속에서 쌍쌍의 남녀가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을 황홀한 표정으로 핥아먹는 그 모습에 자신을 대입하고 초콜릿을 먹는 모델을 관음(觀音)한다. 패스트푸드가 발달한 현재는 섹스 역시 패스트 섹스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애정 어린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해야 좋은 음식이 되듯, 사랑 역시 함께 하는 정성이 사랑의 맛과 향기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처녀의 샘이라는 의미로 유래된 트레비 분수는 예술적이고 토속적이며, 신앙적인 분수다. 시인들은 희망과 환희, 강인한 생명력과 상상력, 사랑과 예술 등 상상의 텃밭에 가꿔 놓았다. 트레비 분수에 가면 각 나라의 언어들이 분수의 소리를 뚫고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얼굴 모양, 피부색, 차림새 등이 달라도 아름다운 미신에 현혹돼 숱한 소원을 빌며 동전들을 던지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트레비 분수는 수많은 만남을 주선했고 그 만남들이 이루는 이야기들은 물속으로 빨아들여 영원히 이뤄지길 희망하는 사랑의 샘이 됐다. 조명이 황홀하게 설치된 밤의 트레비 분수는 더 환상적인 느낌을 받았다. 건물 상단 부분에 있는 네 명의 여인상에 사계절 내내 이어지는 사랑을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소원하기에 딱 맞는
스토리가 돼 준다.


가스테레아의 여신을 생각하면 언제나 트레비분수에 동전을 던지고 주변 가게에서 본젤라또를 먹었던 사랑의 맛이 생각난다. 오색을 맞춰 스콥으로 눌러가며 담아 올린 쫀득쫀득하면서 스르르 녹아내리던 본젤라또. 어쩜 그토록 에로틱했던 것일까?
늘 같은 사랑은 행위로만 끝나지만 성적인 쾌감을 위해서는 미식가가 돼야 한다. 젤라또를 먹다가 입가로 흘러내리면 아이스크림을 닦아주듯 혀로 아주 깊은 키스를 나누는 연인들에게 이만한 미식이 있을까 생각된다.

인간의 ‘끝없는 두 욕망’인 식욕과 성욕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둘 다 일정한 리듬에 따라서 만족시켜줘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두 영역의 행동이 모두 육감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마지막 공통점은 일단 욕구가 만족되고 나면 똑같이 포만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오늘 두 사람만을 위한 음식으로
에로틱 음식은 오색으로
에로틱 음식은 포만감이 적은
에로틱 음식은 천천히
에로틱 음식은 즐기면서
에로틱 음식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에로틱 음식은 함께 마주보며 에로틱 음식은 둘만을 위한...



미각과 쾌락의 가스테레아 신이 돼, 사랑을 위해 음식도 즐기는 미식가가 돼 침실에서 풍성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면 쾌락의 무게가 무거워도 아무렴 어떨까? 나는 에로틱한 음식을 생각하면 끈적끈적하고 사르륵 녹아내리는 젤라또가 떠오른다.

<2016년 4월 게재>



김성옥
동원대학교 호텔조리과 교수

식품기술사. 조리기능장. 영양사 등 식품, 조리에 관련한 자격증 국내 최다 보유자로 현재 외식경영학회 부회장, 한국관광음식협회 부회장, 조리학회 이사, 한식세계화 프로젝트 및 해외 한국홍보관 책임연구원, 농림축산식품부, 문화관광부, 관광공사, 노동부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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