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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월)

레스토랑&컬리너리

[김성옥의 Erotic Food] 냉소를 품은 그리스식 카프레제 샐러드와 재클린

‘재클린’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단어가 패션이다.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Jacqueline Kennedy Onassis: 1929~1994)의 스타일은 패션사에서 뚜렷한 특징이 없던 미국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고, 디자이너들에게 꾸준히 영감을 주는 주제가 됐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패션과 그의 러브스토리는 영화 소재거리가 되고 여성들에게는 로망이 되고 있다. 재클린 케네디 스타일의 디자인은 시대의 유행에 따라 변화하지만 ‘재키 스타일’로서 미국의 클래식 스타일을 대변하는 한 코드가 됐다.

재클린의 굴곡진 러브스토리
재클린의 결혼생활은 남편의 병력과 여성 편력으로 원만하지 않았다. 1960년 남편이 대통령에 당선돼, 1961년 그는 대통령 영부인(당시 32세)이 됐지만 1963년 남편이 살해당하며 34세의 나이에 미망인이 됐다. 우아한 기품을 가진 젊은 퍼스트레이디로 미국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으나, 남편을 잃은 후 우울증에 시달리고 알코올에 의존했다. 외출 시에는 언제나 얼굴을 다 가릴만한 큰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다녔다.
이후 재클린은 끊임없이 자신을 쫓아다니는 카메라를 피해 가장 안전한 곳에 거처를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한 오나시스와 결혼을 했다. 30대의 미망인을 빠져들게 한 오나시스의 단 한마디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말이었다. 이 말은 당신을 자신의 품안에서 지키겠다는 최고의 프러포즈가 된 것이다. 그리스의 바다는 날마다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재클린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1968년 그리스의 부호 아리스토틀 오나시스와 재혼한 재클린은 그리스 스콜피오스에서 지냈다. 그 시절 재클린은 미니스커트와 벨보텀 팬츠, 시뇽 스타일의 헤어에 큰 선글라스, 링 귀걸이, 티셔츠에 화이트 진을 매치시킨 스타일을 선호했는데, 그토록 자유분방했던 의상과는 달리 사랑에서는 자유롭지 못해 혼자 먹는 식사를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며 재혼을 결심한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멋진 제 2의 삶을 보여주고 싶어 했지만 잠자리에서도 그러질 못했다. 오나시스는 “섹스를 통해 자신이 여자라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하는 옛 연인 소프라노 가수 마리아칼라스를 내려놓지 못했던 것이다. 칼라스는 오페라의 여신이라는 별칭만큼 사랑에서도 열정을 다했기 때문이다.


재클린의 유일한 요리, 카프레제 샐러드
예전의 도도한 영부인의 모습을 고스란히 지니
고 있는 재클린은 결혼 6개월 만에 안전이 아닌 자유를 누리게 됐다. 재클린은 스콜피오스에서 맛보다는 배부르지 않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샐러드로 그녀의 식사 대부분을 채웠다. 예전에 가족들과 함께 나이프로 쉴새 없이 잘라가며 한입 가득 먹던 스테이크 요리를 그리스 스콜피오스에서는 맛볼 수 없었다. 그리스 최고 요리사가 해주는 수많은 요리 중 유 일하게 손이 가는 요리는 생 모짜렐라 치즈를 슬라이스 한 토마토랑 교차로 놓아주고, 뒤에는 바질 잎과 함께 발사믹 식초, 올리브유를 섞은 카프레제 드레싱을 올려 준 샐러드뿐이었다.


재클린의 추억
열여덟 살 때인 1947년 사교계에 데뷔한 재클린은 수많은 남자들과 교제했고, 프랑스 파리의 소르본 대학에 유
학하던 시절에는 소설가 앙드레 말로 등과 같은 유명 인사들과 데이트했다. 하지만 재클린은 케네디의 끊이지 않는 외도로 상처 입었고, 이를 되갚기 위해 당대 할리우드 스타였던 윌리엄 홀든과 일주일간 밀회를 떠나기도 했다. 남편의 외도에도 늘 당당해보였던 재클린은 사실 늘 쓸쓸해하고 사랑받지 못한 외로움을 토로했다.
재클린은 남편 케네디의 외도와 두 차례 유산으로 한 때 자살을 생각하고, 그 뒤 피아트 창업자인 지아니 아그넬리와 이탈리아 남부로 긴 휴가를 떠나기도 했다.
그때 재클린은 예전의 많은 남자들과의 추억을 그리워했을까? 그 추억 속에 어떤 음식이 있었을까?
재클린은 식사를 마치고 나면 보텀 팬츠나 시뇽 스타일의 헤어에 큰 선글라스, 링 귀걸이, 티셔츠에 화이트 진 차림으로 바닷가를 산책했다. 이것마저도 놓치지 않고 찍어대는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에 미소는 없었다.


카프레제 샐러드
인살라타 알라 카프레제(insalata alla caprese)는 이탈리아 ‘카프리(capri) 풍의 샐러드’라는 뜻을 지닌 샐러드이다. 이탈리아와 인접해 있는 그리스에서도 상시 먹는 토마토 샐러드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탈리아의 지명을 붙인 카프레제 샐러드로 사용하고 있다.
카프레제 샐러드의 주재료는 토마토, 모차렐라 치즈와 바질이다. 그리스의 뜨거운 태양이 붉은 토마토를 만들었다면, 물소 젖에 다른 어떤 것도 가미하지 않은 순수함이 모짜렐라 치즈를 만들었다. 토마토는 리코펜(라이코펜) 성분이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노화방지와 위액분비를 촉진시키고 100g당 10~40칼로리 정도로 다이어트에도 큰 도움을 준다. 알코올 분해와 독성을 빼서 술안주로 토마토를 섭취할 때 토마토의 흡수력을 높게 섭취하려면 발사믹 소스나 올리브유 오일과 함께 먹는 것이 몸에 더욱 빠르게 흡수된다.
모짜렐라 치즈(Mozzarella cheese)는 비숙성 연질 치즈로 물소의 고지방유로 제조되는 식감부터 보들보들하면서도 씹힐 때의 살짝 쫄깃한 식감이 최고다.
가열했을 때 녹고 잡아당기면 늘어나는 특징이 있으며, 피자 토핑에 이용되지만 차갑게 샐러드에 곁들여 먹으면 돌아선 연인 같은 냉랭함을 가지고 있다.
재클린은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소스를 적당히 묻힌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를 겹쳐서 한입 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뜨거운 태양을 닮은 토마토와 차가운 듯 순순한 카프레제 샐러드는 돌아선 연인을 돌아오라 말하지 못하고, 나 없이 잘되나 보자 식의 냉소를 보인 재클린의 모습 같다.

<2015년 9월 게재>



김성옥
동원대학교 호텔조리과 교수

식품기술사. 조리기능장. 영양사 등 식품, 조리에 관련한 자격증 국내 최다 보유자로 현재 외식경영학회 부회장, 한국관광음식협회 부회장, 조리학회 이사, 한식세계화 프로젝트 및 해외 한국홍보관 책임연구원, 농림축산식품부, 문화관광부, 관광공사, 노동부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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