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슬림들의 음식, 할랄 푸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순방 기간 이슬람 할랄 시장 진출을 위해 아랍에미리트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한국도 본격적으로 할랄 푸드 산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더불어 지난해 75만 명의 무슬림 관광객이 방한해 관광업계에서도 무슬림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방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의하면 한국 여행의 매력으로 쇼핑과 음식이 손꼽히고 있다. 무슬림 관광객 75만 여명 시대, 우리는 그들을 위한 밥상은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취재 오진희 기자
주목성
요즘 방송은 쿡방(요리하는 방송)이 대세고, 여행은 먹부림(먹는 것에 욕심 부리는 것)이 대세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식(食)이란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면서도 쉽게 의미와 방법을 바꿔 특별하게 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증된 재료로만 섭취가 가능한 무슬림(이슬람교도인)들은 어떨까. 단국대학교 엄익란 교수는 저서 <할랄, 신이 허락한 음식만 먹는다>를 통해 “아랍인에게 먹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들에게 먹는다는 것은 생존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전했다. 그렇다. 이슬람 영향권에 있는 아랍인들에게 누구와 어떻게 어떤 음식을 왜 먹는지와 관련된 문제는 음식을 먹는 사람의 됨됨이와 교양을 보여주는 것이다.
역사성
우리나라는 소가 중심인 농업사회였다. 그래서 예로부터 소가 귀했고, 그것은 고기를 먹는 것에서도 나타났다. 이제 금돈(金豚)이 됐지만, 여전히 돼지고기보다는 소고기 값이 훨씬 비싸다. 특히 품질 좋은 한우의 가격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이슬람교가 발달한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등은 각각 다른 기후와 환경으로 우리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무슬림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소고기 보다는 양고기, 낙타고기를 소비하는 것. 이는 지역에 따른 특색으로, 무슬림 대표 지역 중동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고기로 양고기를 꼽는다. 주로 낙타와 양, 염소 등의 무리를 이끌고 초원을 떠돌아다니는 중동은 목축업이 발달했는데, 양고기의 공급량이 다른 육류 고기에 비해 원활하다. 소고기를 비롯한 다른 육류의 수요는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매년 수입으로 그 부족분을 채우고 있다. 사실 중동 지역의 육류 소비는 최근 크게 늘어났다. 최근 산유국들의 급속한 도시화와 함께 이주자들의 식문화가 이주민뿐만 아니라 빵 위주의 토착민들의 음식 소비문화에도 크게 영향을 준 것이다.
시장성
할랄 푸드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는 지역이 중동이다. 이슬람 국가 하면 바로 떠오르는 지역이 아랍 등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협중앙회 김철민 연구위원은 <세계농업 제 175호 - 할랄식품시장의 의의와 동향>을 통해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무슬림 국가는 중동이지만, 가장 큰 무슬림 국가는 동남아시아에 있다.”며 할랄 푸드 산업에 있어서 동남아시아 지역이 큰 열쇠가 될 수 있음을 내비췄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화가 많이 형성돼 있는데, 특히 육류 수요에 있어서 닭고기와 소고기의 비중이 크다. 중동 지역의 무슬림들이 소고기 음식을 접할 기회가 적었다면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은 동남아시아 무슬림들은 소고기 음식 문화가 형성돼 있다.
특히 할랄 푸드 산업은 비무슬림 국가인 인도, 중국, 필리핀 등에서도 수요가 강하며, 이는 소고기 음식 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할랄 제품은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해 비무슬림 국가에서도 수요가 많은 것. 비무슬림 국가의 할랄 제품 선호 현상은 할랄 시장의 또 다른 잠재력을 느끼게 한다.
접근성
2017년 이후 무슬림들에게 한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농협중앙회가 소고기 할랄 인증 공판장 지정 신청을 낸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지정 승인이 나면, 국내에서 직접 한우를 도축해 무슬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사실 무슬림들에게 한우를 제공한다는 것에 대해 업계 반응은 냉랭하다. 대부분 이슬람교 국가들은 소고기 음식 문화가 형성돼 있지 않으며, 말레이시아와 호주 등과 견줬을 때 가격 경쟁력 면에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소고기 음식 문화에 어색한 무슬림들이라면 값비싼 한우의 진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식품연구원 할랄식품사업단에서는 “할랄인증 공판장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국내 소고기 산업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한식에 대해 호기심이 있는 무슬림 관광객들의 수요를 받아낼 수 있다.”며, “또한 할랄 인증 공판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할랄 푸드에만 활용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호주의 경우도 21개의 소고기 관련 할랄 인증 공판장이 있지만 그 공판장에서는 전 세계 각국에 소고기를 수출한다. 할랄 인증 마크가 필요한 곳에는 마크를 붙여 인증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는 그저 한 공판장으로 공급하는 것”이라며 소고기 할랄 인증 공판장의 필요성과 활용 방안에 대해 전했다.
현재 한식에 대한 무슬림들의 접근은 매우 한정적이다. 사실 이는 한식당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레스토랑에 해당되는 말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의 공식 인증을 받은 식당은 5곳이 전부며, 다른 국내 할랄 레스토랑은 무슬림인 식당 주인이 자체 인증한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우리나라에 다녀간 무슬림 관광객들의 절반은 음식에 대해 불편, 불만을 느꼈다”고 밝혔다.
발전성
무슬림들의 인구증가율은 타종교보다 높아 1990년 전 세계 인구에서 약 20%를 차지하던 무슬림이 2030년에는 약 26%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슬림 인구의 빠른 증가는 무슬림의 높은 출산율과 더불어 무슬림 인구 가운데 출산 황금 연령대(15~29세)의 비율이 높다는 것에 있다.
무슬림의 증가와 국내 무슬림 관광객 증가로 할랄 산업의 잠재력이 인정받으면서 국내 식품 대기업 역시 할랄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한식 역시 할랄 푸드 산업에 하나의 잠재력으로 바라 볼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유행하는 여행의 콘셉트로 먹부림이 대세임을 비춰 봤을 때, 타국·타지에 관한 식문화에 관심과 수요는 관광산업에 크게 작용된다. 이태원 한식당 이드(eid)는 KMF의 인증을 받은 곳으로, 무슬림 관광객에게 꾸준히 인기를 받고 있어 한식에 대한 이들의 욕구를 엿볼 수 있다. 특히 몇 해 전 이란에서 방영된 MBC 드라마 <대장금>은 9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에 할랄 푸드에도 한류에 바람이 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므로 할랄 인증 소고기 공판장 등을 확보해 양고기 음식 문화에 친숙한 무슬림 관광객들에게 우리의 한우 음식을 선보이고 어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2015년 9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