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모자(母子) 화폐의 주인공인 신사임당(申師任堂)과 율곡 이이(栗谷 李珥) 선생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오죽헌(烏竹軒)에 ‘강릉화폐전시관’이 11월 7일 공식 개관했다. ‘강릉화폐전시관’은 5만 원권 지폐 인물인 신사임당과 5000원 권 지폐 인물인 율곡 이이 선생 등 세계 유일의 모자 화폐 인물을 배출한 강릉의 문화적 위상을 제고하고, 화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추진된 복합문화공간이다. 165개국에서 통용되는 1600여 종의 화폐 가운데 모자가 나란히 화폐 초상에 등장한 경우는 처음이다.
강릉시가 90억 원을 들여 조성한 ‘강릉화폐전시관’은 연면적 1637㎡, 지상 1층, 지하 1층 규모로 상설 전시실 3개와 기획 전시실 1개, 휴게공간, 교육실, 수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화폐의 격과 예술의 혼, 화폐의 길 등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된 전시실에는 770여 점의 전시물을 통해 화폐와 관련된 모든 것을 보고 즐길 수 있다. 고려시대부터 한국은행 설립 이후까지의 우리나라 화폐 역사와 세계의 화폐 인물, 각종 기념주화가 한자리에 모여 있으며 시대별 화폐와 세계 각국의 화폐, 화폐에 담긴 과학, 모자 화폐 영상, 화폐의 예술(미디어 아트) 등의 관람 시설과 함께 지폐 만들기, 위조지폐감별기, 기념주화 압인, 화폐 체험 게임 등 체험 시설이 다채롭게 꾸며졌다.
강릉은 우리나라 대표 역사 여행지다. 관동지방(關東地方)의 대표 도시인 강릉은 다양한 문화유적이 있는데, 조선시대 대학자 율곡 이이와 그의 어머니 신사임당과 관련해 유명해진 강릉의 대표적 유적지인 오죽헌을 빼놓을 수 없다. ‘강릉화폐전시관’이 있는 오죽헌은 조선 초기 건축물로 건축사적인 측면에서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1963년 1월 21일 보물 제165호로 지정됐다. 오죽헌은 원래 수재 최응현(睡齋 崔應賢: 1428(세종10)∼1507(중종2), 조선 중기의 문신)의 집이었는데, 둘째 사위인 이사온(李思溫: 조선 중기의 문인으로 신사임당의 외조부)에게 상속됐다가 이사온의 딸 용인 이씨(龍仁 李氏: 신사임당 어머니)에게 상속됐다.
신사임당은 우리 역사에서 여성 최초로 고액권인 5만 원 화폐 도안 인물로 그녀의 삶은 50년이 채 안 된다. 1504년(연산군 10년) 외가인 강릉 북평촌(현재 강릉시 죽헌동)에서 서울 사람인 아버지 신명화(申命和)와 강릉 사람인 어머니 용인 이씨 사이에서 다섯 딸 중의 둘째로 태어났다. 신사임당의 본명은 신인선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임당은 당호(堂號)며, 사임당 외에도 시임당·임사제라고도 했다. 결혼은 1522년인 19세 때로 남편은 덕수 이씨 가문의 이원수(李元秀)다. 이후 2년 뒤인 21세 때 맏아들 선, 26세 때 맏딸 매창, 33세에 셋째 아들 율곡 이이를 낳는 등 모두 4남 3녀를 낳아 길렀다.
이이(1536~1584, 중종31~선조17)는 조선 중기의 학자며 정치가로서, 호는 율곡(집안의 농장이 있는 경기도 파주 파평면 율곡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원수와 평산 신씨의 4남 3녀 중 3남으로 외가인 강릉에서 태어났다. 16세에 어머니의 죽음을 당하여 큰 충격을 받고, 뒤이어 아버지가 맞은 서모(庶母)때문에 가정의 불화가 잦자, 어머니의 상을 치른 후 결국 금강산에 입산해 1년 정도 승려가 됐다. 절에서 나온 후에 이이는 20세인 1555년에 <자경문(自警文)>을 지어, 승려가 됐던 일을 반성하고 다시 과거 공부에 전념해 1564년 7월에는 생원(生員)과 진사(進士)에, 8월에는 명경과(明經科)에 급제, 호조좌랑(戶曹佐郞)을 제수 받았다.
세계 최초 모자 화폐 인물의 고장인 강릉에 ‘강릉화폐전시관’이 개관돼 문화·관광 융합 발전에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