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항공(대형항공사 부문)과 에어프레미아(저비용항공사 부문)가 올해 항공사 이용자 만족도에서 각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각각 외항사와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딛고 돌풍을 일으킨 가장 큰 비결은 ‘가격대비가치’였다. 비용에 민감하고 가성비를 중시하는 코로나 이후 여행 트렌드는 항공 분야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016년부터 매년 수행하는 ‘여행상품 만족도 조사’에서 최근 1년 내 항공사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대형항공사 4,058명, 저비용항공사 5,422명)에게 이용한 항공사가 ‘각 항목에서 얼마나 우수-미흡했다고 생각’하는지 5점 척도(매우 미흡 1점~매우 우수 5점)로 묻고 만족도를 비교했다. 제시한 구성 항목은 △정보탐색 및 예약·문의 △발권·체크인 △탑승·하차 △기내 환경·시설 △기내서비스 △비행서비스 △가격대비가치 등 7개로, 각 항목의 중요도를 반영해 1000점 만점으로 산출했다.
해당 데이터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빅데이터센터구축사업을 통해, 한국문화정보원 문화빅데이터플랫폼 마켓C에서도 공개되고 있다.
대형항공사(FSC)
싱가포르항공, 가격대비가치 점수 크게 앞서
대형항공사(FSC) 부문에서 싱가포르항공이 723점(1000점 만점)으로 가장 높은 만족도를 얻었다[그림]. 대한항공(713점)과 아시아나항공(706점)이 2, 3위로 뒤를 이었고 일본항공(JAL, 683점)이 4위였다. 타이항공(637점), 터키항공(617점), 필리핀항공(580점), 베트남항공(579점) 등 4개 외항사는 사례수 60 이상의 8개 항공사 평균(655점)에 못 미쳤다.
싱가포르항공은 7개 평가항목 중 탑승·하차, 기내환경·시설, 기내서비스, 비행서비스, 가격대비가치 등 5개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가격대비가치에서 다른 항공사를 크게 앞선 점이 주효해 조사 이후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정보탐색 및 예약·문의, 발권·체크인 항목 1위로 ’19년보다 25점 상승해 아시아나항공을 앞질렀다. 가격대비가치에서는 싱가포르항공은 물론 아시아나항공에도 열세를 보였다. ’19년 1위였던 아시아나항공은 17점 상승하였으나, 가격대비가치를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대한항공에 따라 잡혀 3위로 내려앉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싱가포르항공에 1위를 내준 것은 가격대비가치에서 뒤진 것 외에도 국내선 만족도의 열세 때문이다. 두 항공사의 국제선 만족도는 각각 736점, 729점으로 1위, 2위였으나 국내선에서 낮아(각각 698점, 693점) 2, 3위로 밀렸다.
저비용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 모든 항공사 통틀어 최고점수
저비용항공사(LCC)는 1, 2위 모두 후발 주자의 돌풍이 뚜렷하다. 에어프레미아가 압도적인 점수(768점)로 단번에 1위에 올랐고, 에어로케이(691점)가 2위였다. 그 뒤로 에어부산(650점)이 3위, 제주항공과 에어서울이 643점 동점으로 공동 4위였다. 이어 티웨이항공(636점), 진에어(631점), 이스타항공(629점) 등 8개 항공사가 평균 이상의 점수를 얻었다. 특히 1위인 에어프레미아와 11위인 비엣젯(477점) 간의 점수 차이는 291점으로 대형항공사(144점 차이) 대비 2배 이상 컸다.
에어프레미아는 7개 항목 모두에서 최고점수를 얻었는데 특히 가격대비가치 항목 점수에서 다른 항공사를 크게 앞섰다. 에어로케이는 기내환경·시설, 가격대비가치 만족도가 높았다. ’19년 대비 에어부산(13점), 제주항공(40점), 티웨이항공(28점), 진에어(26점), 이스타항공(34점)은 점수가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19년 1위였던 에어서울은 만족도가 제자리걸음을 걸으면서 4위로 떨어졌다.
고객은 ‘합당한 가격의 괜찮은 서비스’ 원해
눈에 띄는 변화는 각 부문 1위 항공사가 모두 물갈이 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격대비가치가 항공사 순위를 좌우한 점이다. 돌풍의 최대 주역인 에어프레미아는 모든 항공사를 통틀어 모든 항목에서 가장 높은 만족도를 얻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격대비가치 항목은 유일한 80점대다. FSC와 LCC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항공사’로서 실속 서비스 전략이 주효한 듯하다. 항공사 고객은 비싼 고급 서비스, 값싼 저급 서비스보다 ‘합당한 가격의 괜찮은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