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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7 (토)

한국음식평론가협회

[Dining Story] 한 해 시절식으로 만들어 먹는 떡

✽본 지면은 한국음식평론가협회와 함께합니다.

 

우리의 삶 속에 떡을 이야기한 민담이나 속담이 참 많다. 호랑이도 좋아하는 떡을 이야기 한 ‘햇님과 달님’ 이야기부터 ‘그림의 떡’, ‘누워서 떡먹기’ 등 떡에 관한 300~400개는 넘는 속담과 수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떡은 각종 통과의례(通過儀禮)나 명절에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이웃과 정을 나누는 음식으로 희로애락(喜怒哀樂)에 빠지지 않고 늘 함께 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떡의 역사


떡의 역사는 언제부터 만들어 먹었는지 문헌상의 기록으로 보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곡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농경의 시작과 함께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신석기 시대 중기에 잡곡 농사가 먼저 시작돼 초기의 떡은 잡곡이 주가 된 잡곡떡이 먼저, 그 후 벼농사가 널리 보급되고 농업의 발달 및 용구의 발달로 점차 발전하며 자리잡게 됐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유리왕 원년조에 태자 유리왕과 석탈해가 서로 왕위를 사양하다가 마침내 떡을 깨물어 떡에 나타난 잇자국 수를 헤아려 수가 많은 유리가 왕위에 올랐다는 기록이 있는데 잇자국이 남아 있는 정도인 것으로 봐 치는 떡인 절편이나 인절미로 떡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아무래도 전 시대 보다는 곡물의 생산이 늘어남으로 떡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각종 의례에 떡이 사용돼 고려율고(高麗栗糕)인 쌀가루에 밤을 섞어 찐 떡은 중국 문헌에 소개될 정도로 맛이나 향이 뛰어나다고 소개될 정도였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농서의 보급과 조선초기의 과학문명의 발달로 양곡의 생산이 더욱 증가, 떡의 다양화를 가져오면서 세시풍속의 정착과 시절식, 통과의례행사 등에 빠짐없이 사용됐다. 궁중음식과 반가의 영향을 받아 떡은 더욱 다양해졌다. 조선시대 문헌에 나온 떡에 관한 기록에는 1680년대 나온 요록에 경단병이란 이름으로 처음 기록되기 시작된 경단류, 1766년도 문헌인 증보산림경제에 향애(香艾) 단자를 시작으로 다양한 단자류 등이 새롭게 만들어지면서 더 다양한 떡들이 계절식 명절식 음식으로 크게 발달하면서 문헌에 200여 종이나 수록돼 있다.

 

 

떡사오 떡사오 떡사려오 정월보름 달떡이요
이월 한식 송병이요 삼월 삼짇 쑥떡이로다
떡사오 떡사오 떡사려오 사월 초파일 느띠떡에 
오월 단오 수리치떡에 유월 유두에 밀전병이라
떡사오 떡사오 떡사려오 칠월칠석에 수단이요
팔월가위 오려송편이요 구월구일 국화떡이라
떡사오 떡사오 떡사려오 시월상달 무시루떡
동짓달동짓날 새알시미 섣달에는 골무떡이라

 

이 민요는 떡타령의 일부로 서울 지방에서 예로부터 즐겨 불러왔으며 이 노래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민족은 계절에 따라 나오는 다양한 제철 부재료를 넣어 떡을 만들어 즐겨 먹었다.

 

떡의 종류


떡은 만드는 과정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생신상에 고임떡으로 또는 케이크로 다양하게 만들어 먹는 설기와 팥시루떡처럼 ‘시루에 앉혀 찌는 떡’, 봄에는 진달래, 가을에는 국화 등 꽃을 따다가 기름에 지진 찰떡에 꽃을 얹어 만들어 먹기도 하고 속에 소를 넣어 송편 모양으로 빚어 지져내는 주악 등의 ‘기름에 지지는 떡’, 사극이나 민속촌에서 볼 수 있는, 찹쌀이나 멥쌀을 물에 충분히 불려 잘 익힌 뒤 안반에 놓고 떡메로 쳐서 찰떡은 콩고물을, 메떡은 예쁘고 의미있는 다양한 문양인 떡살로 찍어 절편 등을 만드는 ‘치는 떡’, 찰수수나 찹쌀가루를 익반죽 해 동그랗게 빚어 끓는 물에 넣어 삶아 건져내 고물을 뭍히는 ‘삶는 떡’이 있다.


쌀에 향미, 맛을 내는 재료뿐만 아니라 약리성 재료 등을 첨가하고 합리적인 배합을 통해 조화롭게 만든 떡의 종류는 수백 가지가 넘는다. 각종 부재료를 이용해 아름다운 색과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어 내거나 떡살을 이용해 찍어 낸 떡은 이름에도 그 모양과 색상을 고려해 인상적이고 아름다운 이름을 붙인 것을 보면 우리 선조들의 높은 안목과 미학을 볼 수있다.

 

 

떡의 의미


떡에는 각기 의미를 부여해 통과의례에 사용했다. 아기가 태어나 백일이 되는 날에는 신성한 의미의 백설기를 만들어 장수하고 큰 복을 받는다고 해 백사람과 나눠 먹기도 하고,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무탈하게 잘 자라라는 의미의 팥고물수수경단과 여러가지 소를 넣은 송편을 빚어 때로는 속이 꽉차게 그러나 때론 속을 비운 듯이 넓은 마음을 갖으라는 의미로 속이 빈 오색송편을 만들어 줬다.


생후 1주년이 되는 돌에는 백설기, 팥고물수수경단, 화려하게 잘 살라는 의미의 무지개떡을, 아이가 10살이 될 때까지 단단하게 잘 살라는 의미의 인절미를, 아이가 글공부를 시작하면 요즘 말하는 책거리로 송편을 만들어 주면 좋다고 했다. 혼례 때는 함이 들어오는 날 찹쌀 3되와 팥 1되로 두켜가 되는 떡 위에 아들을 상징하는 대추 7개와 고명 딸을 상징하는 밤 1개를 올린 봉채떡(봉치떡)을, 혼례 당일에는 보름달처럼 세상을 밝게 비추고 둥글게 살라는 뜻의 달떡을 경상도 지역에서는 용떡을 만들어 올리기도 했다. 


회갑연에는 꿀편, 백편, 승검초 편 삼색의 각색편을 네모지게 만들어 고임을 하고 웃기떡을 올려 장식한 뒤 잔치가 끝나면 나눠 먹었으며.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제례상에는 붉은색이 들어가지 않는 떡을 만들어 올렸다.

 

 

한 해를 기념하며 먹는 떡


한 해를 시작하는 설날에는 흰쌀로 가래떡을 만들어 떡국을 끓여 먹었는데 이 떡국을 먹어야 비로소 나이를 먹는다 해 ‘첨세병’이라고도 한다. 흰가래떡을 길게 뽑아 무병장수하라는 의미와 동글동글 썰은 모양이 엽전 같다해 잘 살라는 의미가 있는 떡이다. 2월 초하루 중화절에는 농사를 잘 지어달라는 의미로 노비송편을 만들어 나이만큼 먹게 하는 풍습이 있었으며 3월 삼짇날에는 진달래꽃을 따다 화전을, 5월 단오에는 쑥이나 수리취를 넣어 수레바퀴처럼 앞으로 잘 굴러 가라는 기원을 담아 수레바퀴 문양의 떡살로 찍은 절편을 만들었다.

 

더운 여름철에는 쉽게 상하지 않게 술을 넣어 발효 시킨 증편을, 8월 추석에는 햅쌀로 송편을 빚어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9월에는 노란 국화꽃으로 화전을 만들었으며 11월 동짓날을 기점으로 다시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때문에 새해의 시작으로 보고 붉은 팥으로 팥죽을 쑤어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새해에는 좋은 기운이 들어오기를 기원하며 나이 수대로 새알심을 넣어 먹었다.


이렇게 한 해 시절식으로 만들어 먹는 떡이 그 의미를 담아 소중한 날 소중한 사람과 특별한 날 나눠 먹는 음식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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