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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호텔&리조트

[Hotel Specialist] 가족이면서 동료입니다, 두 부녀 호텔리어의 조우

- 아버지와 딸이 만들어 가는 정직한 호텔리어의 길

 

 

현재 호텔업계가 인력난으로 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업계에 대한 애정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종사하는 호텔리어 또한 다수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2023년 3월에 발간한 <호텔 & 리조트 총지배인이 말하는 호텔리어로 산다는 것>의 저자 유영준 총지배인(이하 유 총지배인)은 특급 호텔부터 지방의 호텔, 리조트까지, 전국의 호텔 및 장소 구석구석을 경험한 베테랑 호텔리어다. 더불어 늘 호텔에 대한 애정을 보이며 깔끔하고 엄격한 자기관리를 해왔던 아버지를 뒤에서 지켜봤던 막내 딸 유경아 호텔리어(유 호텔리어) 또한 강릉의세인트존스호텔에 근무, 부녀 호텔리어가 됐다. 좋은 호텔리어, 좋은 서비스인, 더 나아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달려 나가는 그들을 만나 봤다. 

 

인터뷰이‌_ 유영준 총지배인
세인트존스호텔 식음팀 유경아 사원

 

인터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유영준 총지배인은 현재 호텔에서의 일을 잠시 쉬어가며 더 좋은 총지배인이 되기 위해 여러 공부를 병행, 호텔에 대한 강의를 해나가는 중이다. 유경아 호텔리어는 세인트존스호텔 식음팀에서 년수로 3년을 근무한 신입 호텔리어다. 조식 리셉션에서 고객들의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부녀가 호텔리어 선후배가 됐다. 그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각자 호텔업계에 발 딛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유영준
호텔리어가 되기로 마음 먹은 건 1988년이었다. 당시 1988 서울 올림픽 등 국가 행사가 많아 다수의 호텔이 생기는 중이었는데, 대학 시절 호텔로 전공 실습을 나간 것이 이유가 됐다. 우선 에어컨이 없었던 시기에 너무 시원해서 좋았고(웃음), 사실 그렇게 풍족한 시대가 아니었기에 호텔에서 맛볼 수 있는 식사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요즘은 사람을 상대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들 하지만,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호텔리어가 천직처럼 느껴졌다. 한 마디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게 일했다. 이런 이유로 자연스레 호텔리어의 길을 밟아 총지배인의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유경아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여행을 다녔다. 수많은 호텔들을 방문하며 넓고 세련된 로비와 그 공간에서 근무하는 호텔리어를 보면서 막연하게 멋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다. 특히 아버지를 생각하면 항상 흐트러짐이 없는 짧은 머리가 떠오른다. 아버지가 근무하는 호텔에 갔을 때, 단정한 용모와 친절한 미소로 고객들을 응대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아버지처럼 멋진 호텔리어가 되고 싶다.’는 꿈을 자연스레 꿨다. 그렇게 관광경영학을 전공 후 대학을 졸업한 뒤 호텔리어로 일하게 됐다. 

 

딸이 호텔리어가 된다고 했을 때 여러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유영준 원체 심성이 착하고 구김살 없는 밝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친구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고 호기심이 많다는 점에서 호텔리어가 되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서비스 정신과 업무 제반의 지식도 중요하지만, 호텔리어는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할 수 밖에 없기에 호텔 이외의 지식을 많이 알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태도를 겸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직급이 높아질 수록 일반 투숙객 외에도 높은 위치에 앉은 이들과 대화할 일이 많아, 인문, 경영, 경제 등 사회적 지식 전반을 길러 듣고 말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도 호텔에 근무하면서 1년에 약 8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유경아 어렸을 때는 소설 위주의 독서를 하다가, 현재는 다른 지식을 체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정치, 경제, 인문학,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섭렵 중이다. 아버지와 함께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식견을 넓힐 때도 많다.

 

어떤 조언을 주로 했나?
유영준 조언보다는 응원을 했다. 평소에도 딸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미 호텔리어로서의 삶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다. 


유경아 워낙 어렸을 때부터 호텔리어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대학교 전공 또한 관광경영학이기에 이미 내 꿈을 알고 계시는 상태였다. 사실 처음 전공을 선택할 때는 썩 좋아하지는 않으셨다. 본인이 경험한 어려움을 자식이 겪을까 걱정하는 마음 아니었을까? 고등학교 3학년 때 정말 호텔리어가 되고 싶냐고 물어 보시기도 했다. 정말 되고 싶다고 말하니, 그때 “꿈을 꾸기로 마음 먹었다면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말일 수도 있지만 존경하는 아버지가 내 꿈을 지지한다는 느낌을 받아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유영준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다. 또한 평소 전략을 세웠다면 가능한 모든 전술을 통해 이뤄내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 그저 선택에 대해 지지와 응원을 아낌없이 보냈다. 그래도 이야기하자면 우선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성의 중요성, 성실함을 키워 나가며 주변 사람들과의 대인관계를 진실되게 맺고, 정직한 태도로 자존감을 지니고 일해야 한다고.

 

정직한 태도라는 말이 인상 깊다.
유영준 호텔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만큼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장소다. 사건 사고도 적지 않고, 오래 일을 하다 보니 금전적인 사고를 목격할 때도 있었다. 다른 일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권유 받기도 하고…. 이렇듯 여러 사건들을 보면서 묵묵히 한 길을 고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성실, 변하지 않는 꿋꿋함, 그런 의미들이 ‘정직’이라는 단어에 함의 돼 있다. 무엇보다도 딸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고, 성실한 태도로 묵묵하게 일해야 한다고 자주 이야기한 이유다.

 

이런 조언이 실제 업무에 도움을 줄 것 같다.
유경아 그렇다. 아버지가 강조하는 정직과 성실, 기본을 중시하는 모습은 늘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아버지는 늘 단정한 용모로 하루하루 기복 없이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셨다. 앞서 언급했 듯 그게 멋있어 보여서 호텔리어가 되기로 한 것이고. 그래서 나 또한 호텔리어로서 단정한 모습과 밝은 표정으로 늘 기복 없는 서비스를 선사하려고 한다. 


때문에 늘 떠올리는 말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것’이다. 리셉션 업무는 많은 고객과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눌 일이 많다. 나에게는 50번 째, 100번 째 만나는 고객이지만 고객에게는 오늘 아침에 처음 만난 직원, 사람이 바로 나일 것이다. 그래서 기분이 좋은 날이든, 좋지 못한 날이든, 최대한 한결 같이 서비스를 하도록 매일 아침마다 스스로를 점검한다. 한 번은 늘 그랬듯이 웃으며 고객을 응대했는데, 아침부터 기분 좋은 응대를 받아 하루가 활기차게 시작했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도 있다. 그 뒤로 더 기본과 밸런스를 유지하는 호텔리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막상 들어오니 어려운 점은 없었나?
유경아 어렵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생각이 컸다. 당연히 사람 때문에 상처 받는 일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사람 때문에 행복한 일이 더 많아서, 만족하면서 근무하는 중이다. 물론 처음 입사하고 3개월 동안은 근무하는 동안 서있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처음 배우는 업무인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일해 다소 압박감이 있었다. 퇴근을 할 때마다 일을 잘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참 많았다. 그 시기에는 밤마다 일기를 썼다. 매일매일 오늘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 복기했던 것이다. 부모님과 통화도 많이 했는데, “잘했고, 잘 하고 있고, 잘 할 거야.”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큰 힘을 받았다.

 

 

유영준 총지배인

“단정하고 멋져 보였던 호텔의 모습,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어”

 

유영준 사실 1년을 채우기 전에 나한테 와서 그만두겠다고 엄청 울면서 말하기도 했다(웃음).
유경아 맞다. 그럴 때가 있었지….

 

그때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고 싶다.
유영준 공감과 함께 조언을 해줬다. 일이 힘든 건 당연하다. 그런데 편한 일은 세상에 없다. 이 정도로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 라고. 어느 시기까지는 힘듦을 겪어야 한다고 말해주는 편이다. 호텔리어로 30년을 보냈다. 느낀 것은 10년, 20년 동안 매번 힘들 수는 없다. 어느 시기까지는 힘들더라도 참고 버티는 기간이 필요한데, 그 단계를 넘으면 또 다른 단계로 진입하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6개월, 1년이면 1년 딱 정해놓고 해봐라. 그 뒤에도 아니면 그만 둬라.

 

 

세인트존스호텔 식음팀 유경아 사원

“1년을 꾹 참고 집중하는 것, 그 시간이 지금의 나를 키웠다.”

 

유경아 어떻게 보면 진부하게 느낄 수도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엄청난 힘이 됐다. 정말 1년을 보내니까 내가 고객들한테 할 수 있는 서비스 스타일이 잡히더라. 고객들의 피드백도 바뀌어 가는 게 느껴지고…. 


유영준 일을 3년 정도 하면 인상이 변한다. 처음에는 힘들고 지친 게 얼굴에 보이는데, 한 2~3년 정도가 되면 얼굴이 편안해지고 살이 찐다(웃음).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기 분야에 자신감이 느껴지고, 누구한테도 밀리지 않는 당당함을 지닐 수 있게 된다. 딸이, 더 나아가서 후배들이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유영준 정보 공유와 관계. 다양한 부서의 일을 서로 공유하고 협업하는 일이 중요하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각 부서의 입장과 상황이 저마다 다르기에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더라. 또한 상대 부서가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무엇을 언제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 멀티 태스킹 능력이 중요하다. 군산에서 근무했을 당시가 떠오른다. 인근 컨벤션 센터에 약 1000명 단위의 마이스 행사가 열리는데, 객실이 200실 정도라 고객을 맞이하는 데 무리가 있었다. 군산시에 있는 호텔과 지역 관계자들을 찾아 다니고 소통하며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성공적으로 행사를 유치해 지금까지도 연락이 온다(웃음). 혼자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일을 하는 것도 너무나 중요하다. 


유경아 나도 마찬가지로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호텔은 인적 서비스가 중요한 직업인 만큼 동료들과의 관계도 소중하다. 나 같은 경우에 서비스도 서비스지만,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보다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서로 힘들 때마다 독려하며 에너지를 얻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본다. 다른 직업보다도 사람 덕분에 힘이 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호텔리어가 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유경아 호텔리어로서 내 스타일을 찾아가는 중이다. 지금까지 만난 고객보다 앞으로 만나게 될 고객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고객에게 편안하고 잊지 못할 순간들을 만드는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 한결 같은 마음으로 서비스하는 호텔리어가 되는 것이 꿈이다.


유영준 참 어려운 질문이다. 우선은 내가 지닌 노하우를 펼치며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는 호텔리어가 되는 것. 그동안의 지식과 경험을 미미하게나마 같이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이번에 발간한 <호텔 & 리조트 총지배인이 말하는 호텔리어로 산다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 출간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기본과 본질에 충실한, 그런 호텔리어가 되고 싶다. 호텔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여러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여러 마케팅과 전략이 필요하고 많은 노력들을 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호텔리어가 하는 일은 사실 일견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 집에 온 사람을 다시 오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케팅도, 세일즈 업무도 이 명제에 포함돼 있다고 본다. 그 본질을 지키는 호텔리어가 되는 것이 최종의 목표다.

 

유 총지배인이 30년이 넘는 세월을 호텔에서 일하며 향후 동료들과 어떤 소통을 해야할지, 자신이 체득한 지식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 중이었다면, 딸인 유 호텔리어는 기복 없이 좋은 서비스를 선사할 수 있는 호텔리어가 되기 위해서 고심하는 것이 절로 실감되는 인터뷰였다. 아버지는 딸의 배우려는 모습을 뿌듯해 하며, 딸은 아버지의 조언과 경험을 새겨 듣고 정직과 성실함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촬영을 할 때 유 호텔리어를 바라보던 유 총지배인이 귀띔했다. “막내 딸이라서 애틋한 마음이 조금 더 있습니다.” 그 말이 참 다정하고 따스하게 들렸다. 또한 아버지가 해준 조언 중 어떤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았냐는 질문에 유 총지배인이 부끄러운 표정을 짓자, 유 호텔리어가 장난을 치는 모습도 정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듯 두 호텔리어는 같은 동료로서, 부녀로서, 친구로서 업계의 희노애락을 바라보며 함께 성장하는 중이었다.

 

 

장소협찬_ 반얀트리 문 바(Moon Bar)
인터뷰는 서울 남산에 위치한 도심 속 리조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협조로, 호텔의 최고층인 문 바(Moon Bar)에서 이뤄졌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다양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반얀트리 호텔 앤 리조트 그룹의 첫 번째 도심형 리조트로, 서울의 중심은 남산에 위치,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한 휴식과 프라이빗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문 바는 복층 구조로 이뤄졌으며 남산과 도심의 아름다운 야경이 360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선명한 노을과 시시각각 변하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제격이다. 21층에서는 와인과 샴페인, 위스키를 맛보며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프라이빗하게 와인과 쉐어링 플래터를 즐기기 좋은,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는 ‘달달한 밤’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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