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벗기, 엔데믹이 가시화되면서 다시금 여행 붐이 일고 있다. 많은 여행 관련 리서치 업체에서는 코로나19로 그동안 여행을 가지 못했던 여행객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MZ세대들을 중심으로 일과 휴가를 병행하는 이른바 워케이션(Work와 Vacation 합성어) 문화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공간을 이동하며 일하는 직장인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에 최근 많은 기업들은 코로나19 이전으로 근무형식을 전면 개편하기보다는 원격 근무로 일을 하거나 퇴근 후에는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 업무 제도를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일하면서 쉬고, 쉬면서 일하는, 변화된 업무 문화로 하여금 이전과 다른 새로운 문화가 관광산업의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에어비앤비(Airbnb) 공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인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 CEO는 “직원들이 원한다면 영구적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면서 “170개 이상 국가에서 최대 90일까지 일하며 살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분기마다 일주일 정도 대면 회의를 진행할 것이며 전 세계는 사람들이 어디에서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점점 더 유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서 살기 시작하고 여름 내내 여행을 다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몇몇 기업에서도 직원들에게 워케이션을 적극 독려하면서 비대면 근무, 재택 근무, 원격 업무를 도입하고 있다. 다양한 업무형식을 제공하고 회사와 집이 아닌, 다른 형태의 업무 공간을 경험하도록, 회사라는 틀의 공간 제약을 없애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은 커넥티트 워크를 도입하고 주 3일 회사 출근과 재택근무 중 선택하게 하거나, 전사 재택근무 시행, 주 32시간 근무제, 전 직원 25% 재택근무를 적극 도입해 직원들의 워케이션에 대한 긍정률을 높이고 있다.
국내 한 기업에서는 원격 근무지를 일본, 대만, 호주, 싱가포르 등 해외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한국과 시차가 4시간 이내인 지역이면 업무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 최장 90일까지 해외 원격근무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탄력적으로 근로 시간과 장소를 선택하고 여건에 따라 일하는 시간과 형태를 조절하되 고용과 승진 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일자리인 퍼플 잡(Purple Job)도 늘고 있다. 퍼블 잡은 가정을 뜻하는 빨간색과 일을 뜻하는 파란색을 혼합한 보라색으로 일과 가정의 평등과 조화를 상징한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변화되고 있는 워케이션 문화가 여행과 숙박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람들은 집과 회사의 공간에서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업무를 진행하고 도서관, 카페, 레스토랑, 커뮤니티 센터, 코워킹 스페이스, 혹은 친구, 지인들 집에서 협업과 일을 할 수 있는 장소의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도시 외곽의 휴양지, 시골 등 재택근무자들이 모여 사는 줌 타운(Zoom Town)도 생기고 있다. 줌 타운은 재택근무에 필요한 화상대화와 미팅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줌(Zoom)’과 ‘타운(Town)’을 합친 말로 재택근무자 거주지를 뜻하는 신조어다. 이는 ‘멀티 어드레스(Multi Address)’ 라이프 스타일이 본격화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종합부동산 개발회사인 피테스 개발(Fides Development)은 2023년 올해 공간 트렌드를 멀티 어드레스라 정의했다. 이는 워케이션이 일상화되고 소유의 주거개념이 무의미해지며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있는 위치에서 택배를 받는, “택배 수령지가 곧 내 주소지가 되는 멀티 어드레스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주일, 한 달, 1년 살아보기, 버려진 시골집 구매해 리모델링해서 살기 등에서 한 발짝 더 진화된 개념이다. 주말 전원주택, 모바일 홈 등의 멀티 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이 일과 주거가 혼합된 형태로 진화 발전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주중에는 동해안, 제주도 등 해변, 서핑 휴양지에서 재택근무하면서 업무시간 외에는 다양한 스포츠와 여가를 즐기고 주말에는 도시로 와서 쇼핑과 문화를 즐기는 멀티 어드레스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됨을 의미하며 이는 제3의 공간이 등장함을 알렸다. 제3의 공간은 나만의 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워크 스타일의 공간 비즈니스다. 이는 나만의 집의 개념을 해체시키고 공간은 ‘메가(Mega)’에서 ‘마이크로(Micro)’의 삶으로, ‘정착’의 삶에서 어디서든지 인터넷에 있으면 ‘접속’의 삶으로, 공간의 ‘소유’가 아니라 ‘경험’의 삶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호텔산업도 변화를 알리고 있다. “월세를 내느니 호텔에 산다.”는 호텔족들이 등장함에 따라, 최근 일본에서는 이런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에 맞춰서 새로운 숙박 형태를 제안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숙박업은 외국인 관광객을 메인 타깃으로 이들이 주요 소비층이었던 것에서 벗어나, 워케이션을 실현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는 새로운 호텔 마케팅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는 추세다.
이제는 월세를 내면서 주거가 아닌, 특급 호텔에서 한 달간, 1년 간 살아볼 수 있는 장기 숙박 비즈니스 모델이 대거 등장했다. 또한 멤버십만 있으면 전국에 위치한 호텔을 여행하듯이 거주하고 경험할 수 있는 다거점 숙박 서비스도 최근 등장하며 소비자들에게 각광 받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집과 호텔의 경계가 무의미함을 뜻하고 ‘호텔은 여행을 가서 누리는 공간이 아니라, 나의 일상을 함께 하는 집의 개념으로 장기적으로 머물 수 있는 곳’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럭셔리 호텔로 <그림 1>의 ‘제국호텔(帝国ホテル)’은 오픈한지 130년을 맞아 지난해 새로운 개념의 호텔 ‘아파트먼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투숙객이 한 달에 36만 엔을 지불하면 호텔에서 숙박이 아닌, 거주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파격적인 개념의 마케팅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한 층을 개조해 99개의 객실을 아파트먼트 개념으로 리뉴얼하자 완판을 기록했다. 또한 일본에서는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주거 구독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전국에 숙박시설이 곧 내 집이 된다는 개념의 <그림 2>의 어드레스(ADDRess)가 사업모델로 등장한 것이다. 이는 월 44만 원만 내면 어드레스가 운영하는 전국 60개가 넘는 숙박시설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하나의 숙박시설에서 2주간 이상 머무는 것이 가능하며 회원 수는 지금까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소유가 아닌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매달, 매년 호텔을 바꿔 가며 살아볼 수 있어 지금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그림 3> 일본의 도큐호텔은 리조트형 호텔인 도큐 베케이션인 츠기츠기(tsugi tsugi)를 출시했다. 츠기츠기는 ‘다음 다음’이라는 뜻으로 사람들이 이 호텔, 저 호텔로 옮겨 다니는 움직임을 표현, 이를 그대로 묘사한 이름이다. 전국 39개 숙박 시설은 도시를 비롯해 유명 관광지에 골고루 분포돼 있어 요금은 한 달에 약 200만 원으로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이렇듯 일본은 워케이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츠기츠기 생활숙박형 호텔모델을 대거 시장에 내놓았다. 최근 국내에서도 대표 관광지인 강원도에서 이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의 생활숙박시설이 등장하고 있다. 강원도는 7개 기업과 손을 잡고 ‘2022 강원 워케이션 데이’를 열어 워케이션 수요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며 실제 강원도는 워케이션을 누리기에 최적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뛰어난 자연경관 바다와 국내 최고 명산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관광명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가 살고 있는 주거의 소유개념이 무의미해지고 있으며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든 거주지가 되는 노마드족들을 위해 국내에서도 츠기츠기 콘셉트가 반영된 숙박서비스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