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호텔은 싱글이나 더블까지가 이용하기에 딱 좋은 컨디션이다. 하지만 여기에 어린 아이가 한 명 더해지면 엑스트라 베드를 추가해야 하고, 애가 둘 이상이 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게다가 아이들이 점점 더 커지면 한 방에서 숙박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모처럼 여행을 갔는데 가족이 따로따로 자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커넥티드 룸을 예약하거나, 패밀리 스위트룸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호텔마다 이런 타입의 객실은 극히 제한적인 수량만 보유하고 있고, 비용도 어마어마해진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호텔 숙박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인기를 얻고 있는 호텔이 있다. 바로 개발력과 기획력이 합쳐져 ‘최강 호텔’로 불리는 ‘FAV호텔’이다.
사진 출처_ https://fav-hotels.com
카스미가세키 캐피털(霞ヶ関キャピタル)의 사업추진 방식
호텔에서 보육원, 쇼핑센터의 재생사업,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이 있다. 언뜻 보면 아무런 맥락 없이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를 해결하고 이를 가치 모델로 바꾼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업은 바로 일본의 산업계에 혁신을 일으키며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곳 중의 하나인 ‘카스미가세키 캐피탈’이다.
카스미가세키 캐피탈은 부동산 펀드 사업을 그 뿌리로 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파괴된 쇼핑 센터의 재생사업을 시작으로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사업으로 급성장을 이뤘다. 실제로 카스미가세키 캐피탈이 처음 담당했던 사업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망가진 쇼핑센터의 재생사업이었는데, 당시 직원들은 이 사업을 성공시켰을 때 지역주민들이 기뻐하고 감사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의 사업의 의미를 새삼 확인했다고 한다. 그후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를 해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기업의 원칙으로 삼았다고 한다. 카스미가세키 캐피탈은 재생 가능 에너지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대두하자 이 사업에 뛰어들었고, 보육원에 들어가지 못해 대기하는 아동이 급증하자 보육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호텔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같이 모여 여행을 하기 힘든 일본 호텔 특유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회사의 다양한 사업은 어떤 방식으로 추진될까? 일반적인 부동산 펀드 개발자의 경우에는 먼저 개발용 토지를 조달한 후 아파트와 오피스 빌딩 등 어떤 형태로 개발할지 그 토지에 어울리는 개발 계획을 세우고 건축회사를 선임하고 개발해 나간다. 그리고 난 후 부동산 펀드는 사전에 분양하고 받은 대금으로 공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카스미가세키 캐피탈의 경우는 이처럼 계획을 세우고 건축회사를 선정하고 분양 후 대금을 받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펀드를 만들어 투자를 받고 직접 부동산을 개발해 운영한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환원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즉 부동산 개발사업 뿐만 아니라 건설 후에 시설의 기획과 운영에서 성과를 내지 않으면 펀드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환원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더 큰 책임을 안고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보니 카스미가세키 캐피탈은 개발력과 기획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호텔 사업을 새로운 축으로
카스미가세키 캐피탈이 부동산 펀드를 사업을 통해 개발력과 기획력을 살려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대도시의 중심지가 아닌 도시의 구석진 외곽 지역 그리고 소외된 지방을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돈을 버는 부동산 개발이 아닌 가치 창출에 기반을 둔 부동산 개발을 전개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고 지금 그 중심에 호텔 사업이 있다.
카스미가세키 캐피탈이 호텔 사업을 구상할 당시, 일본은 관광대국을 목표로 내세우고 인바운드 전략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늘어나는 일본 방문 관광객 수에 비해 숙박 시설이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특히, 4~5명이 묵을 수 있는 레지던스 호텔의 공급은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한 상태였다. 이와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호텔 개발을 전개하는 회사들은 트윈 룸 중심의 호텔을 건설할 뿐 레지던스 호텔의 개발에는 무관심했다. 카스미가세키 캐피탈은 이러한 호텔 개발 상황을 보면서, 4~6인이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의 존재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시험적으로 도쿄의 서민들의 동네인 아라카와구에서 40㎡ 사이즈의 1LDK((LDK : 룸의 수) 임대 맨션을 구매해 호텔로 리노베이션했다. 시험 사업이었기 때문에 카스미가세키 캐피탈은 사업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솔직히 반신반의 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뛰어 넘는 성공이었다. 숙박객이 쇄도했고 예약 사이트가 다운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감소했을 때에도 카스미가세키 캐피탈이 추진한 실험적인 호텔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외부에서 만남을 가지기 힘든 상황에서, MZ세대들은 좁은 집에 모이기보다 레지던스 호텔에 모여 친구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카스미가세키 캐피탈은 이러한 성공 체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호텔 사업을 도모하기 시작했고 그 호텔 브랜드가 ‘FAV 호텔’이다.
최강 호텔, FAV호텔
FAV호텔은 ‘싸고 넓고 편리함’을 원칙으로 하면서, 비일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최고의 GROUP STAY 공간을 콘셉트로 표방하고 있다. 실제로 호텔 객실에는 주방, 세탁기, 냉장고를 비치했으며 두고 있고 카드 키 없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객실을 출입하도록 돼 있으며, 체크인 역시 자동 체크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으면서 호텔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MZ세대들은 이 호텔을 이용할 때 레지던스에 거주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평한다.
FAV HOTEL의 지역별 브랜드의 특징을 살펴보면 먼저, ‘FAV TOKYO 료코쿠(両国)’의 경우 료코쿠의 여름 밤하늘을 이미지로 함으로써 호텔의 기조 색으로 블루를 채택했다. FAV TOKYO 료코쿠는 세련된 인테리어도 특징적이지만, 주방을 설치하고, 최대 4명에서 6명까지 여유롭게 숙박할 수 있는 객실 공간을 만들어 냈다. 그러면서 료코쿠라는 스모의 성지라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스모 선수들이 즐기는 창고나베와 같은 음식 명소를 투어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숙박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편 히로시마에 오픈한 ‘FAV HOTEL 히로시마 스타디움’의 경우는 호텔 내부에 지적장애가 있는 아티스트들의 디자인을 활용한 객실을 만들어, Diversity에 기반을 둔 객실 공간을 창출했다.
FAV 호텔의 기획력은 호텔의 하드웨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콘텐츠 요소에서도 MZ세대 직원들의 번뜩이는 기획력이 돋보인다. 그중에서도 호텔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MZ세대인 이토와 시마무라가 선보인 콘텐츠가 이색적이다. 두 사람은 ‘FAV HOTEL TAKAYAMA’와 ‘FAV HOTEL TAKAYMATSU’에 새로운 기획 상품을 선보였는데, 그 상품은 ‘동거해 보기 숙박 플랜’이었다. 이 플랜은 MZ세대의 연애관과 결혼관에 기반을 두고, 결혼 전에 동거를 해 보고 싶어 하는 커플을 대상으로 할인된 숙박 가격에 동거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의 호텔 사업을 하는 기획자들에게서는 쉽게 나올 수 없는 신선한 아이디어다. 실제로 이 ‘동거해 보기 숙박 플랜’은 결혼을 생각하는 커플들로부터 예약이 쇄도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4명 이상의 일행이 함께 머물 수 있는 숙박시설이나 장기 체류를 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숙박시설을 찾기가 정말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레지던스 호텔이라는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테지만, FAV 호텔은 여기에 MZ세대들의 마음을 빼앗는 참신한 기획력까지 더해졌기에 큰 인기를 끌 수밖에 없어 보인다. 고객이 호텔의 시스템에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 호텔 구조에 승부수를 던진 FAV 호텔은 호텔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호텔 업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