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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9 (금)

레스토랑&컬리너리

[Dining Feature] 물리고 물리는 외식업 인력난의 굴레 ① 인력구조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임금제도와 정책, 업을 중심으로 재편돼야

 

외식업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원재료비 상승, 인건비 상승, 주 52시간제 도입과 구인난으로 인한 인력구조의 변화, 임대료 및 금리인상, 물가상승, 경쟁의 심화 등 부정적 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지만, 특히 인력난과 인건비의 지속적인 상승은 외식업체 수익 감소와 품질 약화로 인한 매출 감소를 야기하고 있어 외식업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외식업 인력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된 업무와 열악한 환경, 게다가 낮은 임금에 대한 지적은 언제나 있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일’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직장으로서의 외식업체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고질적인 외식업의 인력구조의 쇄신과 정부 지원금을 통한 지원자 혜택 제공 등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의 인력난은 산업화되지 못한 외식업 자체의 구조적 문제에 사회구조의 변화까지 더해진 것으로, 보다 근본적인 원인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다가 외식업 인력난은 비단 외식업장의 존폐뿐만 아니라 국내 식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물고 물리는 외식업 인력난의 굴레, 어디서부터 잘못 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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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물론 미래도 보이지 않는 인력난


외식업계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외식업은 음식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사람이 담당하고 있고, 서비스업으로서 고객과의 대면이 필수적이다. 인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의 특성상 인건비 상승에 인력 수급의 어려움은 업체의 수명을 단축시키거나 폐업을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주52시간제 도입, 최저임금을 포함한 임금제도 개편 등의 정책적인 이슈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까지 겹쳐 인력구조의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낮은 임금, 높은 노동강도, 열악한 환경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외식업이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때문에 종사원들을 갈수록 힘들게 만드는 악습과 폐습은 업장이 가지고 있는 운영 철학에 따라 나름대로 보완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요리에 대한 열망, 매니저로서의 서비스 정신과 같이 외식업계에 대한 사명을 가진 이들이 그나마 뜻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국내 외식업계도 지금까지 성장해올 수 있었다. 밍글스 강민구 셰프는 “시대가 바뀌고 직업에 대한 의식이 변했다. 이전에는 요리가 좋고 서비스업에 대한 뜻을 품은 이들이 이 업에 뛰어들었다. 본인의 발전을 위해 조금 강도 높은 근무 환경도 감수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본인의 개인적인 삶과 시간이 더욱 중요해져 더 이상 외식업과 서비스업의 근무가 매력적이지 않게 됐다.”고 이야기하며 “실제로 입사 후 퇴사하는 경우가 굉장히 빈번해졌고 장기근속자와 경력직 직원들의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게다가 해외 출국 규제가 완화되면서 경력자들이 해외로 이탈하고 있다. 같은 수의 팀원을 꾸려도 신입 위주로 구성이 되니 이에 따른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최근 발현되고 있는 인력난의 형태는 현재의 수습은 물론, 앞으로의 대처 방법마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 불투명한 모양새로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된 일은 기피하면서도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MZ세대들의 ‘긱 노동(Gig Work, 초단기 계약직 근로)’ 행태들을 비판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사회 흐름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좋은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상황. 단순히 시대적 이슈를 떠나 한 단계 더 원론적인 문제 제기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제도와 정책의 실패로 무너지는 인력구조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보다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요구되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제도와 정책의 실패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외식업 인력구조가 현재의 인력난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주장이다. 한 외식업 대표는 “주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 주휴와 휴일 등에 적용되는 각종 수당, 퇴직금제도 등 국내 임금체계가 가장 큰 문제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자들을 내몰았던 노동 인식 개선과 노동권 보호를 위해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현 임금제도의 기준이 9 to 6의 사무직의 기준으로 맞춰져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며 “근무 시간이 유연하기 어렵고, 업무 인계의 난이도가 너무나도 다른 외식업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치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내가 하던 업무를 다른 사람이 그대로 이어 할 수 없다.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어쩌면 예체능에 가까운 영역이다. 연차가 기술을 증명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무직에 적용하는 근무 시간 논리를 똑같이 적용하기 어려운 것은 고사하고, 운영 계획조차 서지 않는다는 점이 외식업에 있어서 현 제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반적인 제도에 코로나19로 두드러진 각종 정부 지원금의 병폐, 그리고 외식업주들을 보호하지 않는 정부 정책을 꼬집는 목소리도 있었다. (사)한국중찬문화교류협회 회장이자 파크루안의 구광신 셰프(이하 구 셰프)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정규직에 얽매지 않고도 일용직 생활로도 충분히 벌이가 가능한 시대다. 게다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보조금이 실업급여를 포함해 너무 풍족하다. 어지간해서는 일용직 노동과 지원금으로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의 돈이 쥐어지니, 한창 실력을 쌓아야 할 패기의 셰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아예 취업을 등한시 하거나, 취업을 해도 지원금 수령 요건을 맞춘 후 잇속을 차리고 나면 그만두는 행태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이에 중식의 경우 그동안은 주로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해 어느 정도의 어려움을 상쇄시켜 왔지만 코로나19 이후로는 이마저도 어려워졌고, 외국인 노동자의 희소성이 높아지자 이를 악용하는 노동자와 브로커들이 활개, 업주들의 시름만 높아지고 있다. 안정적인 고용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부터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산업별 수용 능력의 고려 없었던
최저임금제도 개편


외식업 인력 운용의 어려움은 최저임금제 개편으로 가중됐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최저임금 1만 원 달성’ 계획 실행으로 2017년부터 5년간 매년 9.1%씩 최저임금이 인상된 것이다. 첫해였던 2017년에는 2016년 대비 16.4% 인상으로 2001년(16.6%) 이래 가장 큰 폭의 변화가 있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계의 반발이 심했다.


(사)한국외식업중앙회에서는 2017년 7월 10일, 부설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K-FIRI)의 연구를 통해 최저임금 1만 원 적용 시 인건비 부담이 대폭 가중돼 2년 후 점주의 수입이 직원의 급여보다도 적어질 것으로 분석, 최저임금 상승 반대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개진하기도 했다. 또한 외식업계의 전체 매출에서 인건비 비율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2020년까지 외식업 종사자의 13%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외식업이 인건비 부담으로 이익을 거의 내지 못하는 상황이 예측돼 사업주는 인건비 절감의 차원에서 종업원 수를 줄이거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매장 문을 닫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자칫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기는커녕 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장수청 원장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의 적용 시기와 수위에 대한 적정성뿐만 아니라 산업별 수용 능력 등에 대한 보다 면밀하고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4인 이하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특례’와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업종’ 축소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는 바, 향후 그 결과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안과 맞물려 외식업계에 대량 폐업 과 실업 사태가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며, “삼시세끼 고객을 상대로 하기에 종업원이 영업 준비 시간과 중간 휴식시간 포함 하루 10~12시간 정도 식당에 머물며 일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외식업계의 특성을 고려해 각 산업별 실정에 맞는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기형적 인력구조 양산해낸 제도와 규칙들 


그러나 영세 소상공인이 대다수인데다 매출액 또한 전 산업의 2.1%(’20년 기준)에 불과한 외식업의 한계 탓인지 절실함은 통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출산휴가 급여나 실업급여도 함께 증가했고, 설상가상으로 주휴수당 적용이 강화, 2022년부터는 법정공휴일 수당까지 더해졌다. 다른 레스토랑 오너셰프는 “10년 전만해도 근무 환경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던 터라 근로계약서조차 없던 곳이 비일비재했다. 그렇게 열악한 환경과 좋지 못한 처우로 인해 외식업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고, 그러한 문화를 당연하게 생각했던 구조는 바뀌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의 문제는 노동인권 의식이 올라간 속도에 비해 레스토랑들이 바뀌는 속도가 늦어지면서부터 발생됐다고 본다.”고 전하며 “서로 소통하고 적응할 기회도 없이 최저임금도 매년 빠르게 올랐다. 매장 관리도 어려운데 갑작스레 신경 써야 할 규제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케이스가 다양해 고민이 쌓이다 보니 생각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노사 간의 오해가 쌓이는 일이 많더라.”고 토로했다.


국내 외식업은 식재료비와 인건비 등의 고정비용이 80%를 웃돌 만큼 수익구조가 좋지 못한 대표적인 산업이다. 앞선 한국외식산업연구원 분석 발표 당시, 서용희 선임연구원은 “외식업의 경우 ‘종사자 4인 미만’인 영세 사업체가 전체의 약 87.4%를 차지하며, 전체 매출액에서 식재료비(40.6%), 인건비(17.6%) 등 고정비용이 82.5%를 차지할 만큼 수익구조가 취약하다.”면서 “이는 비용에 있어 추가 부담의 여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음식값을 올려 수익률을 높이지 않는 이상 추가적인 인건비는 그나마 남은 업주의 수입에서 떼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식재료값과 물가상승도 어떻게 버텨봤지만 더욱 객단가를 쉽게 올릴 수 없던 코로나19에 인건비 상승은 또 다른 영역이었다. 이에 업주들은 영업 지속을 위해 인건비 운용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빠르게 높아지기만 하는 노동자와의 노동 인식의 경계에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애매하고 복잡한 임금제도로
골머리 앓아


그중에서도 주휴수당은 시대와 맞지 않은 법이 세습돼 더욱 골치다. 주휴수당의 유래는 주7일 근무가 일반화됐던 50~60년대(1953년 제정)에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해주기 위한 것이었다. 쉼이 없는 이들을 위해 주6일 근무제를 의무화하고, 남은 하루를 정휴일로 유급휴가를 준 것이다. 법에서 정기적으로 쉬는 날을 일주일에 1회로 규정했으므로, 당시의 정휴일이 곧 주휴일이 됐고, 이를 근로일로 산정하면서 현재의 주휴수당으로 흡수됐다. 


에이원노무법인 이상운 대표노무사는 “모든 기업이 주5일, 40시간 근무가 보편화돼 있는 현재는 취지가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주휴수당을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오늘날 기본급에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주휴수당을 없애면 월 209시간이 아닌 월 178시간으로 시급 계산이 들어간다. 이는 추가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이슈로 번질 수 있어 사실상 주휴수당의 폐지는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하며 “다만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는 제도기 때문에 근무 스케줄이 일정하게 정해져있지 않은 업종의 경우 주휴수당 계산이 힘들게 느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한 외식업 대표는 “해결 방법은 단순하다. ‘일한 만큼’ 월급을 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외식업의 경우 지금의 임금체계가 업의 운영 형태에 따라 유연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일한 만큼 책정될 수 있는 급여가 퍼즐 같은 조건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하며 “외식업은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룰 수 없고, 업무의 시작과 끝이 자로 잰 듯 명확하지 않다. 또한 들이는 노력에 따라 실력이 좌지우지되며 개인에 따른 능력 차이가 큰 직업이다. 때문에 시간을 기준으로 근무의 형태를 제한하는 현재 임금제도는 오히려 외식업 운영과 발전에 여러모로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일을 해도 주고 안 해도 주는 실업급여
실업급여 중독의 만성화 근절해야


코로나19 이후 휴·폐업하는 업장이 많아지면서 고용보험제도 아래 실업급여의 요건을 확장시킨 것도 화근이 됐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가 실직해 구직 활동을 하는 기간 동안 급여를 대신 고용보험으로 지급해주는 것을 말한다. 취지는 재취업의 기회를 지원하는 것인데, 코로나19로 실직자가 많아지면서 실업급여의 금액과 대상자가 늘어난 것이다. 지급액은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기간은 90~240일에서 120~270일, 나이의 경우 30세 미만과 30~49세에서 50세 미만으로 통합됐다. 초단시간 근로자의 수급 요건 또한 18개월이 아닌 24개월 이내 180일로 인정될 수 있도록 개편됐다. 


구 셰프는 “최저임금이 오르고, 이래저래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이 실업급여 이외에도 지자체의 청년 취업지원금 등 따로 많은 상황이라 전통적으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초봉이 책정되는 외식업의 매력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취업을 위한 상담만 받아도 최소 15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까지 지원이 된다고 하더라. 요새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1000만 원 통장 만들기가 유행일 정도로 나라의 보조금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잘 따져보고 신청만 잘하면 일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일용직 근무만 해도 최저임금보다 웃도는 돈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배달같은 일용직만으로도 근근이 생활 가능한 수준이 되면서 미래를 위한 커리어는 이제 남의 나라의 이야기가 됐다. 오히려 사람이 귀해지면서 커리어 개발을 위해 정규직으로 일하는 직원보다 가끔 투입되는 초보 일용직 아르바이트생의 일당이 더 높은 경우도 비일비재해졌다. 사람이 급하니 일용직의 몸값을 불려주는 불법 인력사무소도 생겼다. 칼질도 못 하는 일용직과 비교하면서 직원들이 받는 박탈감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스와니예 이준 셰프는 “실업급여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고 이직을 준비하면서 스스로도  도움을 받았던 제도다. 취지 자체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재취업을 해도 주고 안 해도 주는 지급 방식이 잘못됐다고 본다. 현재의 실업급여는 재취업을 장려하는 지원금이라기보다 못 받으면 손해인 돈”이라고 비판하며 “그러니 실업급여를 타기 위한 지원서가 6개월, 9개월, 10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은 알아도 어떻게든 실업을 당해 실업급여를 타야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던 것 같은데, 세대의 사고방식 차이도 있겠지만 결국 취지에 맞지 않는 정책이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실업급여를 부정수급한 사람이 199명이었고, 이들이 타간 실업급여가 39억 8500만 원에 달해 논란이 일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브로커 개입형, 즉 브로커를 통해 허위로 고용보험에 가입했다 퇴직 후 급여를 편취하는 수단까지 생겨 실업급여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1년도 일하지 않고 실업급여를 3회 넘게 받는 수급자가 매년 6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일명 ‘실업급여 중독’은 만성화되고 있는 상황. 그 피해를 임시직 근로자 비중이 높은 외식업에게도 미치고 있어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의 보호는 고사하고
일관된 모르쇠로 소외되는 외식업


영업은 지속돼야 하는데 가용인력이 부족하니 대체재로 찾고 있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외국인의 유입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수급이 불안정했던 시장이었던 만큼 해외입국 제한이 풀리면서 채용할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비자 범위를 확대해달라는 것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서 지난 9월 1일부터 8일까지 전국의 외식업주들을 대상으로 외식산업 인력구조의 변화에 대해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인력난 해소를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조건 완화(26.6%)가 1순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외국인 노동자의 채용은 방문취업비자인 H-2비자와 재외동포비자인 F-4비자에 한해 가능했는데, H-2비자는 재발급을 원할 경우 출국 후 재입국을 해야 하며, F-4비자는 취득한 국가기술자격증관련 직종에만 취업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사실상 단순 노무 일에 해당하는 외식업체의 취업이 불가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 고용 절차를 완화하고 비자 연장, 재발급, 취업가능한 직종의 다양화 등 유연한 제도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구 셰프는 “중식에 몸담으며 중국인 노동자를 여러 차례 채용해본 경험자로서 단순히 고용 절차를 완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내 노동법이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함에 있어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 발생에 있어 외식업주를 보호해주는 법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며 “코로나19 이전까지 오히려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조직적 범죄를 일으키는 외국인 노동자도 많았다. 그 수법 또한 노무사와의 결탁을 통해 갈수록 교묘해지던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러한 사건에 휘말려 범칙금 때문에 폐업으로 이어진 경우도 수없이 봤다. 외국인 채용조건 완화 전에 활개 치던 불법 인력업소의 범법행위에 대한 대책과 외식업주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그동안 무단이탈 등의 개인적인 이탈 후 법적 고소를 통해 외식업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상당했다고 한다. 출입국사무소는 외국인들이 불법체류자가 됐다고 하더라도 일 년에 한 번, 단속을 통해 본국에 돌려보내면 그만인데다, 더욱이 코로나19 기간에는 이들을 아무런 패널티 없이 방출시키거나 그마저도 번거로우면 D-10(구직)비자로 바꿔주는 등의 태만한 자세로 외식업주 사기의 꼬임수를 마련해줬다는 것이다. 문제는 업주들이 당하는 상황을 알면서도 제도의 개선이 없다는 점이라고 구 셰프는 꼬집었다. 

 

민간에서 해결할 수준 넘어선 인력난
범정부적 관심과 적극적인 문제 파악 요구돼


그동안 아등바등했지만 사회구조적으로 더 이상의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정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에도 아직까지 정부는 산업적 규모가 미미한 외식업의 상황까지 들여볼 생각은 없는 모양새다. 이에 결국 골치 아픈 이 방법, 저 방법을 다 피하기 위해서는 법적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5인 미만의 사업장으로 소규모화시키거나, 가족 비즈니스를 하거나, 그도 아니면 기술자가 필요 없는 공장식 음식점들로 대체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외식업장의 존폐위기를 넘어 소비자들의 입맛과 경험의 한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산업적 발전은 물론, 국내 식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어느 영역보다도 국가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인 가운데 구 셰프는 “레스토랑의 규모가 점점 작아진다는 것은 인력 수만큼의 음식밖에 제공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중식은 불을 활용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레시피화가 어려운 분야였다. 불을 잘 사용하는 셰프들의 기술력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었는데 이제는 내로라하는 중식당도 기성품으로 소스를 대체하고 있다. 소스를 볶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탄하며 “간단해 보이지만 기름의 온도 조절이 중요해 손이 많이 가는 멘보샤도 HMR로 나오는 세상이다. 심지어 퀄리티도 상당하다. 이제 HMR이나 밀키트 제품의 봉지만 뜯으면 요리가 완성되는 날은 머지않았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기술자는 사라지고 대기업이 찍어내는 제품에 소비자들의 입맛이 맞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레스토랑 대표는 “지난해부터 법정공휴일 수당이 의무화됐다. 법정휴일이었던 근로자의 날과 주휴일 이외의 모든 ‘빨간 날’에 통상임금의 1.5배의 수당을 지급하거나, 휴무로 대체하도록 바뀐 것이다. 올해 계산해보니 1년에 한 달가량의 공휴일이 있더라. 단순 계산으로 1년 동안 13개월의 월급을 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그러나 누구나 알다시피 공휴일은 외식업계의 대목이고, 어떤 업장도 나라에서 지정한 휴일이라는 이유로 매장 문을 닫을 곳은 없다. 그런데 공휴일 1.5배는 업장 입장에서 2배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임시방편으로 프로모션을 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매장을 오픈하는 것보다 닫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서면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공휴일에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들의 몫이 될 것이다. 정책을 입안한 담당자조차도 쉬는 날에는 가족들과의 외식을 계획하고 있을 터다. 임금제도에 있어 보다 산업적 특성을 고려한 세부 정책 논의가 하루빨리 이뤄져야하는 이유다.

 

이처럼 현재의 외식업 인력난은 업장에서 해결할 수준을 넘어선 데다 앞으로의 여파를 고려하면 범정부적 접근이 요구되는 때다. 또한 업계도 지금까지 정부에 바랐던 단순 생계유지 보조금 지원의 차원을 넘어 영업을 유지할 수 없는 본질적인 문제들을 자주 짚어줄 필요가 있다. K-Food건, 서울 미식이건, 업장이 무너지면 무용한 일이다. 이번 외식업 인력난 기획에서는 제도적 원인에 집중했다면, 다음 호에서는 현 상황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병폐들과 앞으로의 미래,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장들이 해나가야 할 역할에 대해 살펴본다.

 

 

현재의 인력난에 대해 많은 원인이 거론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정부의 정책적 무관심이다. 국내의 크고 작은 외식업체에 종사자가 300만이나 된다. 론 사업체 규모가 작고 타 산업에 비해 매출이 높지 않은 업종이지만 외식은 의식주 중에 ‘식’을 도맡며 국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업종의 생리에 맞지 않는 정책과 제도의 적용으로 300만 종사자들이 지속가능한 외식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국내 외식업은 2020년을 기준으로 5년 생존률이 20%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생산성이 낮고, 수익구조가 갈수록 나빠지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이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구조에 원인이 있다. 즉 현재의 문제들이 정부의 무관심으로 비롯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영역에 대해서는 제도의 문제점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점이 아쉽다.

 

문제점을 갖고 있는 제도 중에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어떤 것이 있나?
중식을 전공한 터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실제로 이전 화성 근무 중 고용하던 중국인 노동자가 말도 없이 무단이탈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일이 있었는데, 7년 뒤 불법체류자로 잡혔다며 매장으로 연락이 온 일이 있다. 당시 출입국사무소는 불법체류자인 외국인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려고 했으나, 고용노동부로부터 7년 전 우리 업장에서 퇴직금을 받지 못한 이력이 있어 본국으로 돌려보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갑작스런 퇴직금에 범칙금까지 날벼락을 맞은 업장에서 출입국사무소에 따졌다. 애초에 불법체류자인지 모르고 사기로 위장 취업한 근로자였고, 무단이탈로 인한 업장의 피해가 컸던데다, 퇴직금을 주려고 했어도 10년 동안 도망친 직원을 무슨 수로 잡느냐고 말이다.


그런데 상황을 알면서도 출입국사무소는 추방을 위한 퇴직금을 요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사정은 이해하지만 법이 그러하니 10년이 지났어도 퇴직금을 정산하라는 회신뿐이었다. 이외에도 자국민의 외식업주를 이렇게 법이 보호하지 못한 일을 비일비재하게 봤다. 더 큰 문제는 다년간 방치된 법의 사각지대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업주의 몫이다. 산업의 육성을 방해하는 법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협회 차원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을 것 같은데 인력난에 대해서는 어떤 활동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현재 파크루안에서는 재취업을 원하는 4050세대의 퇴직 인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정부에서도 젊은 퇴직 인력들이 많아지면서 재취업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바, 협회에서 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보겠다 제안했었다. 대부분 칼을 다뤄보지 못한 사무직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칼을 다루고 면을 뽑을 정도만 되도 실제로 업장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피드백도 있었다. 정부의 재취업 교육 의지가 있다면 협회에서 지원금을 받고 교육은 물론, 정규직 취업까지 연계하는 제도를 제안한 것이다. 내국인 재취업을 활성화하면 구태여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할 필요도 없고, 관련돼 발생하는 골치 아픈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은 협회 소유의 교육장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협회 소유의 교육장이 있었으면 협회에서 운영하면 될 노릇이다. 그게 불가능하니 정부의 지원을 요청한 것인데 이러한 답변을 받아 다시 한 번 정부의 정책적 접근이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음을 느끼게 됐다.

 

무엇보다 범정부적 관심이 필요해 보이는 가운데 외식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요구돼야 할 것을 이야기한다면?
IT나 반도체 대기업에서 인력난 해소를 위해 초봉을 높이고, 몇 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한다고 해서 구인난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보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정부에서는 사실상 인력난이 어떤 구조로 일어나게 됐는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산업적 측면의 접근보다, 구인자가 취업이 어렵다고 하니 취업보조금을 지급하는 지극히 단순한 형태로 인력난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자평하는 모양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정부 보조금은 오히려 취업 희망자들, 예비 취업자들을 바보로 만드는 일이라고 본다. 지원금은 지원금대로 받고, 일용직으로 일하기 편한 평일만 골라 일을 하고 있다. 재취업의 궁극적 목표인 경력개발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근무행태가 지속되다 보면 종국적으로 청년들의 미래 비전은 물론, 산업의 발전에 있어 또 다른 문제가 양산될 것이다.


중식을 비롯해 갈수록 조리 인력들의 기술력이 떨어지고 있다. 어떤 업장도 인력난을 해소하고 싶지 않은 곳이 없고, 실력 없는 조리사들의 음식을 내놓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각고의 노력을 했으나 안 되는 건 더 이상 업장보다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커졌음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가다간 조리장이 필요 없어지는 주방도 많아질 것이다. 단순히 발견되는 문제들을 덮을 게 아니라, 밑바닥에서부터 끄집어내야 한다. 관련한 내용들에 대해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줬으면 좋겠고, 현장을 대변하는 각종 협·단체들과 잘못된 문제들을 짚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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