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하루의 끝을 함께해주는 든든한 친구, 맥주. 삼삼오오 모여 안주와 함께 맥주를 즐기기도 하지만, 퇴근 후 혼자 맥주를 마시며 심신을 달래기도 한다. 이렇듯 맥주는 밖에서도, 집 안에서도 즐길 수 있는 주류로 각광 받으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베리에이션도 생겨났다. 과일맥주, 꽃향을 첨가한 맥주, 와인과 결합한 맥주 등등…. 맛에 따라 출시된 가운데 기능적인 측면과 감성 둘다 사로잡는 맥주도 시선을 끈다. 바로 ‘논알콜 맥주’와 ‘무알콜 맥주’다. 회식에서 취하고 싶지 않을 때, 맥주를 마시고 싶지만 취하고 싶지는 않을 때, 가볍게 즐기고 싶을 때, 건강을 지키고 싶을 때, 어디서나 함께 할 수 있는 논알콜, 무알콜 맥주. 아직 시장은 크지 않지만 가파른 상승세로 맥주 시장의 새로운 붐을 일으키고 있다.
*논알콜과 비알콜은 같은 뜻을 지니고 있으며, 본 지면에서는 ‘논알콜’로 표기합니다.
이제 맥주시장의 흐름은 내가 잡는다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거지!” 흔히들 외치는 말에 “NO!”라고 대답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논·무알콜 맥주 시장이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유로모니터는 국내 논·무알콜 시장은 해가 거듭할 때마다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 기준 13억 원 수준이었던 시장이 2021년 기준 200억 원 규모로 자란 것.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추세다. 제주맥주 마케팅실 전략기획팀 윤상진 팀장(이하 윤 팀장)은 “2025년까지 논알콜 맥주 시장의 규모는 2000억 원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본다.”면서 “전체 맥주 시장에 비해서는 파이가 아직 크지 않은 태동기지만, 가파른 성장률로 인해 추후 맥주 시장의 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러한 시장의 확대는 전 세계적인 추세기도 하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무알콜 맥주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95억 달러로 2026년까지 7.5%의 상승을 거듭할 것이라 예상했다. 특히 이웃나라인 일본의 저력은 더욱 대단하다. 산토리맥주로 유명한 산토리 사는 2021년에 기존 2008년 기준 100만 상자였던 논알콜, 무알콜 음료 매출이 2500만 상자로 25배 늘었다고 밝혀 뜨거운 열기를 짐작케 했다.
이에 국내외 할 것 없이 논·무알콜 맥주 출시에 한창이다. 칭따오 맥주에서는 ‘논알콜릭’, 하이네켄은 ‘0.0 논알콜’을 통해 논알콜 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에서는 크래프트 맥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제주맥주에서도 지난 7월 제주 햇감귤피를 활용한 ‘제주누보’를 론칭했다. 윤 팀장은 “제주맥주를 좋아하던 고객분들도 그 동안 많은 요청이 있었고, 제주 위트 에일도 5주년을 맞이했기에 적기라고 봤다. 그 일환으로 오랜 연구 끝에 오랜 연구 끝에 제주누보를 출시하게 됐다.”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이 더욱 좋아 고무적이다. 기존 소비자, 새로운 소비자들도 알콜이 첨가된 맥주와 맛이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귀띔했다.
무알콜 맥주는 하이트진로음료가 그 스타트를 끊었다. 2021년 ‘하이트제로0.00’을 론칭, 당시 술 하면 취해야 한다는 인식에 변화를 심어준 것.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당시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무알콜 맥주가 해외에서 수입한 맥주였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2009년부터 무알콜 맥주맛 음료 시장이 형성돼 급성장 중이었다.”면서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에서도 무알콜 제품의 수요와 시장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 국내 무알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하이트제로0.00를 출시했다.”고 귀띔했다. 그밖에 클라우드에서는 클리어 제로를 내놓았으며 지난 6월 버드와이저 사에서는 버드와이저 제로를 내놓아 무알콜 맥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무알콜 맥주 시장의 잠재적 가능성을 알아보고 도전하는 추세다.
논알콜과 무알콜?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은 형제
이러한 논·무알콜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둘의 차이를 살펴봐야 한다. 논알콜은 말 그대로 ‘술이 아닌 맥주’를 뜻한다. 알콜이 1% 미만이면 국내 주세법상 술이 아니라 음료로 구분하는데, 일반적으로 0.03~0.05% 정도의 알콜이 포함된 논알콜은 유통 시 ‘음료’로 통용된다. 무알콜은 알콜이 0.1%도 들어있지 않은 음료다. 한편 두 음료 모두 미성년자는 구매할 수 없다. 취할 정도의 알콜은 없지만 ‘성인용 음료’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논알콜과 무알콜을 구분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통상적으로 맥주 이름 옆에 ‘0.0’이라고 붙인 것은 0.03~0.05 정도의 알콜이 포함돼 있는 논알콜 맥주란 의미며, ‘0.00’은 단 0.01의 도수도 포함되지 않은 무알콜 맥주다. 이 둘은 만드는 과정에서도 차이가 난다. 무알콜 맥주의 경우 비발효 제조공법을 통해 효모를 첨가하지 않아 발효 과정을 제거한 음료다. 맥아를 당화시킨 후 여과한 맥아 엑기스에 흡과향을 더해 제조해 만들며, 효모가 맥즙 내 당분을 먹고 알콜을 만드는 발효 단계를 거치지 않아 완전한 무알콜로 탄생하는 것이다.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하이트진료음료의 하이트제로0.00가 이에 해당한다.
논알콜은 발효 공법을 따르고 있다. 기존에 맥주를 만들던 방식으로 만들되, 마지막 여과단계에서 분리공법을 통해 알콜만 제거하거나 발효 과정 중 5~10시간 내 발효를 중단시켜 알콜이 생성되는 것을 막는다. 칭따오 논알콜릭, 하이네켄 제로, 버드와이저 제로가 이러한 방식으로 논알콜 맥주를 제작하고 있다.
제주맥주는 기존의 발효 공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알콜을 빼는 것이 아니라 기존 크래프트 맥주를 만드는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알콜을 0.5%만 첨가하는 방식을 택해 고유의 맛을 지키고 있다. 윤 팀장은 “제주맥주의 고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 어떤 방향을 택해야 할지 여러 고민을 거듭했다. 기존 맥주가 알콜을 빼거나 물에 희석시켜 알콜을 흐리게 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면, 제주누보는 발효과정에서 알콜을 정확히 컨트롤 함으로써 맥주 고유의 풍미, 크래프트 맥주의 풍미를 지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맥주업계에서는 아직 시장이 초입에 들어선 만큼 제조공법에도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가며 더욱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건강도 지키고 술도 마실래!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는 주역
그렇다면 이러한 논알콜 맥주가 주류 트렌드를 선점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홈술 문화의 확장과 술을 마시는 인식의 변화, 코로나19 이후 일어난 건강 트렌드에 힘입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음주에 대한 인식 변화와 홈술 문화가 정착되면서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무알콜 맥주가 떠오른 것”이라면서 “더불어 임신, 육아, 운전 등의 이유로 마시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인기가 좋다.”고 귀띔했다. 무알콜 맥주는 ‘맥주맛 음료수’라고 통용되기도 하는데, 이런 이름처럼 태아 및 운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트렌드도 주류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하이트진료음료 관계자는 “덧붙여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문화 저변에 깔리면서 칼로리에 부담도 없고 알콜도 첨가되지 않은 무알콜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이트제로0.00은 작년 동기보다 81%의 매출을 거듭하면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의 판매량은 2021년 기준 2020년에 비해 약 70% 상승했다. 실제로 블로그나 카페를 살펴보면 육아나 임신, 피치 못할 사정을 지닌 이들을 제외하고도 술은 마시고 싶으나 건강이나 다이어트 등을 위해서 마셨다는 의견이 많다. 유튜브에서도 소비자들이 각각 무알콜 맥주의 맛을 평가하는 영상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논알콜은 조금 더 감성적인 지점을 건드린다. 그래도 도수가 포함돼야 술이고, 맥주 맛이 난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제조공정의 차이로 인해 조금 더 기존 맥주 같은 맥주를 선호하는 소비층에게 시선을 이끄는 것이다. 윤 팀장은 “알콜 섭취를 해서는 안 되는 고객들의 니즈, 다이어트 등 건강에 관한 이슈, 기능적인 이유로 수요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감성적인 측면도 넘어갈 수 없다.”면서 “가볍게 한잔 하고 싶은데 다음날 출근 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술 마시는 분위기만 즐기고 싶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도수가 조금이라도 포함돼 ‘술을 마시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논알콜을 찾게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논알콜과 무알콜은, 조금의 알콜도 원하지 않는 이들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마시는 이들, 다음 날 컨디션이 걱정돼 술은 마시지 않지만 술 마시는 느낌을 내는 이들 등 타깃은 비슷하더라도 디테일한 부분이 조금씩 다른 모양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맛
이러한 맥주들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 6월 언론사 이투데이가 CU,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요 소비층은 2030이다. 하이네켄은 온라인 설문조사 업체 오픈서베이를 통해 지난 4월 2030세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7명 중 1명은 월 1회 이상 무알콜 혹은 논알콜 맥주를 섭취하고 있었다. 마시는 주된 상황은 회식자리에서 분위기를 맞추려는 이유가 50.4%, 운전을 해야 할 때, 중요한 일을 앞두고, 운동 전 후가 각각 31.2%, 29.6%, 22.8%이었으며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은 ‘맛’이 56.4%로 절반 이상이었다. 더불어 이러한 맥주들이 건강한 음주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보는 수는 71.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MZ세대가 과한 음주보다는 소소하게 술을 마시는 자리를 즐기는 성향이 있다는 방증이며, 건강을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코로나19로 인해 홈술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았다는 이유도 한몫 한다. 다 같이 마시는 문화보다는 혼자 술을 마시게 되니 일상적으로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논·무알콜 맥주를 소비하는데, 당연히 ‘맛’이 있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맛’의 문제는 기존의 논·무알콜 시장이 안고 있었던 문제와 직결돼 있다. 바로 알콜이 함유된 기존의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견이 존재하는 것. 이러한 편견은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논알콜 맥주의 탄생배경을 살펴보면 예상해볼 수 있다. 최초의 논알콜 맥주는 1919년 미국에서 탄생했다. 당시 금주법으로 인해 약 0.05% 이상의 알콜이 함유된 주류는 생산이 금지돼 어쩔 수 없이 기존 맥주를 대체할 만한 맥주를 만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논알콜 맥주다. 이를 통해 추측해보건대 기존 논알콜 맥주에 대한 인식이 ‘맥주를 대신해 마실 만한 음료’라는 것도 이해해 볼 수 있다. 윤 팀장은 “실제로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는 것에 가장 주안점을 뒀다.”면서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술이 아니라 ‘나는 이 맥주가 좋아서 마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즉 기존과 달리 현재는 맛과 차별점도 중요한 터라 논알콜도 하나의 맥주 장르로서 에일, 라거와 같이 동등하게 라인업을 시키는 것. 세분화된 소비자의 취향을 겨냥하기 위함이다.
무알콜 맥주도 이와 같이 ‘맛있는 음료’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기존에는 임신, 육아, 운전 등의 이유로 음주를 하지 못하는 고객들에게 주로 소비돼 왔다. 그런데 무알콜, 무당류, 무칼로리의 ‘올프리’ 음료로 리뉴얼하며 TPO가 확장됐다.”며 “이제는 컨디션 관리, 체력, 몸매 관리, 음식 맛에 집중하기 위해 곁들이는 정도로 마시는 등 다양한 이유로 찾고 있는 추세며, 하이트제로0.00은 지난 10년 간 축적된 기술력, 노하우를 바탕으로 맥주 본연의 시원함과 청량감을 구현, 알콜, 칼로리, 장류 모두 제로화해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확인해보자면 이제는 기존 맥주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맛에 집중, 기존 맥주의 라인업과 평등한 위치를 점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성인용 음료
브랜드 마케팅 측면으로 활용되기도 해
한편 현재 주류시장은 온라인 판매가 전면 금지된 시장이다. 전통주를 제외하고는 온라인 판매, 배송이 허용돼 있지 않아 온라인 마케팅에 제약이 있었다. 때문에 주류업계는 평소 홍보를 위해서 유독 오프라인 매대를 활용하는 편이었고, 특히 맥주업계에서는 타사와 컬래버레이션을 거쳐 다양한 디자인을 내놓으며 일명 ‘굿즈 맥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논·무알콜 맥주는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어 기존의 오프라인 마케팅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온라인 마케팅에서도 승부수를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듯이 주류가 아니라 음료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다만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특별법에 따르면 어린이 기호식품은 담배나 술병 형태로 판매하는 것이 금지돼 미성년자는 구매할 수 없다. 윤 팀장은 “기존의 매대에서 진열하는 마케팅은 제한적인 부분이 존재한다.”며 “온라인으로 마케팅이 가능해져 좋은 점은 상세페이지 등을 통해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전하고 브랜드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이라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온라인 구매는 부가적인 매출을 야기한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알콜 함량이 1% 미만이면 음료로 구분, 온라인에서 판매도 가능해 무알콜 맥주는 매출 상승을 견인이 가능하다.”며 “맥주시장 하락세에도 무알콜 맥주 시장은 성장세가 두드러져 잠재력이 아주 큰 시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니 이커머스 업체와의 소통도 간편해졌다. 오비맥주는 카스0.0을 출시한 뒤 11번가와 손을 잡아 2021년 10월 및 올해 초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했다. 1시간 만에 1500건 이상의 주문을 달성하며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오비맥주 관계자는 “앞으로도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카스0.0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지난 2021년 “전체 무알콜 맥주 판매량 중 온라인으로 판매한 비중이 40%를 웃돈다.”고 전하며 온라인 시장의 가능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제주맥주는 초판 물량을 완판하고 예약판매를 실시하는 중이기도 하다. 윤 팀장은 “온라인 판매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실시할 수 없는 마케팅을 선보일 수 있어 전통적인 맥주산업의 마케팅 한계점을 돌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논·무알콜 시장은 단순히 하나의 제품 출시를 넘어서 온라인 판매와 이커머스에 한계가 있었던 맥주업계에 새로운 마케팅 가능성을 제시해주기도 하는 셈이다.
해외에서도 붐
논알콜 바까지 오픈하는 일본
앞서 논·무알콜 맥주 트렌드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일본은 오래 전부터 술을 마시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논·무알콜 시장이 급속도로 상승세를 탔다. 아사히맥주가 지난 6월 일본의 20~60세 성인 800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상적으로 술을 마신다’라고 답한 이들은 2000만 명에 불과했다. 특히 혼술, 회식을 합쳐 월 1회 미만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 또한 2000만 명이 넘기도 했다. 특히 1999년에는 52.7%의 남성이 주 3회 이상, 한 번에 180mL이상의 음주를 즐긴다는 항목에 응했지만, 2019년에는 34%의 남성이 참여했으며 20대 남성은 고작 1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주류의 위상이 낮아진 일본 사회를 실감케 했다. 아사히는 2021년 논알콜 맥주의 매출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7%가 상승했다며, 매출 증가율이 10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이어갔다고 밝히고, 더 나아가 기린맥주는 기존 무알콜 맥주인 ‘그린즈프리’의 디자인을 바꿨다. 기린맥주 관계자는 “맥주의 대용품에서 기분전환하고 싶을 때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음료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살펴보자면 술을 마시는 인구가 현저히 떨어진 일본 사회에서, 논·무알콜 맥주는 새로운 라인으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2009년 논·무알콜 제품이 출시된 이후 주요 맥주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논·무알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면서 “TV광고를 집행하기도 하는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 2013년에는 이미 시장 규모가 600억 엔을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논알콜 바’도 등장했다. 코트라 나고야무역관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아사이맥주와 광고회사 덴츠가 공동으로 출자해 도쿄 시부야구에 ‘스마도리’라는 바를 오픈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도 방문할 수 있도록 100여 종류 이상의 음료를 체질에 맞게 고를 수 있으며, 알콜 함량 0%, 0.5%, 3% 중 선택할 수 있어 폭이 넓다. 이곳은 맥주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논알콜과 무알콜 음료를 취급하기도 한다. 산토리 사업전략부 코라 마사코 부장은 올해 9월 YTN과의 인터뷰에서 “고객들이 바에서 만나 소통하거나 분위기를 즐기는 쪽을 중시하게 됐다고 본다. 앞으로 무알코올을 포함한 술의 가치를 고객들에게 제안하고 싶다.”며 스마도리를 열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멀지 않은 나라인 일본에서는 논·무알콜 시장의 상승세를 넘어서 논알콜 바까지 등장해 다양한 고객들에게 새로운 주류 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흐름이다.
아직은 작은 시장
하지만 무서운 성장세
이렇듯 논·무알콜 시장은 아직 크게 확장되지 않았지만 여러 기업에서 다양한 논·무알콜 맥주를 내놓는 가운데,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는 시장이다. 특히 맥주업계 전문가들은 부어라 마셔라하는 기존의 음주 문화보다는 더욱 개인적이고 건강한 음주 문화를 즐긴다는 점에서 맥주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한 수로 내다보고 있기도 하다. 하이트진료음료 관계자는 “하이트제로0.00에 이어 후발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 만큼, 국내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논알콜 맥주, 무알콜 맥주를 취급하지 않는 대기업을 찾아보기 어려울뿐더러 전 세계적으로도 취하지는 않지만, 맥주맛이고, 건강한 맥주를 찾는 추세니 만큼 이러한 논·무알콜 시장은 단순히 트렌드로 자리잡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온라인 판매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홍보를 이커머스로 확장해 구매 유도 및 브랜드 이미지 전달에 더욱 용이할 것으로 보여 기업에서 더욱 적극적인 모양새다. 앞으로 더욱 자라날 논알콜 맥주, 무알콜 맥주에 많은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논알콜 맥주인 제주누보를 출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논알콜 맥주 출시 계획은 이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제주맥주는 크래프트 맥주 회사이기 때문에 수제맥주의 풍미를 지키면 서도 제주맥주 다운 논알콜이라는 평을 듣기 위해 오랜 고민을 거듭했다. 우선 일시적인 유행인지 아닌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했다. 장기간 지켜본 결과 유행이 아닌 하나의 시장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었고, 타이밍이 맞게도 올해가 제주 위트 에일 출시 5주년이라 현재 제주누보를 출시한다면 더욱 제주맥주를 알릴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고객들도 제주맥주만의 논알콜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견을 많이 내비쳐서 6월에 사전예약을 받고, 기대평 등을 받아 사전조사를 거친 뒤 지난 7월에 제주누보를 출시하게 됐다.
도수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무알콜 맥주도 있는데 논알콜로 출시한 이유는 무엇인가?
무알콜은 기능적인 측면이 있다. 알콜을 전혀 섭취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좋지만, 우선 제조공법이 다른데다가 무알콜은 아직 알콜이 담아낼 수 있는 맛을 표현할 수 없다고 봤다(웃음). 기능적인 측면이 가장 다를 뿐, 논알콜도 무알콜과 비슷하다. 동치미나 잘 익은 과일로 만든 주스 등도 발효됐기 때문에 약간의 알콜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동치미를 아무리 먹는다고 취하지 않는 것처럼 논알콜도 취하지 않기 때문에, 알콜 맛을 더해 맛을 풍미 있게 만들고자 했다.
가장 주안점을 둔 점이 궁금하다. 더불어 차별화를 둔 점은?
바로 ‘맛’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맥아, 홉, 물 등 맥주의 기본적인 원료를 사용해 가장 ‘맥주답다’고 느끼면서도 동시에 ‘맛있다’라고 느끼게 만드는게 관건이다.
제주누보는 제주위트에일, 라거처럼 평등한 하나의 라인업이다. 제주누보 자체가 제품 출시보다는 신사업에 가까운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더욱 공을 들였는데, 논알콜 맥주는 왜 기존 맥주보다 맛있으면 안 될까? 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보통은 대체용으로 마시거나 논알콜 자체가 맛이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니까. 그래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첫 번째도 맛, 두 번째도 맛이다. 양조팀에서도 논알콜을 출시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목표를 둔 과제가 ‘마셨을 때 논알콜 맥주라는 사실을 알아채서는 안 된다. 맥주라는 걸 느낄 수 있어야 한다.’였다. 제주맥주의 새로운 라인업이라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빼지 않고 더했다는 홍보 문구를 더했다. 업계의 밸류를 리드할 수 있는 퀄리티 좋은 맥주를 만드는 게 미션이었다.
앞으로 논알콜 시장의 방향성은 어떨 것이라고 예상하나? 또한 앞으로 제주맥주의 계획을 알려준다면?
소비자들의 니즈가 세분화되고 있다. 애초에 논알콜, 무알콜 시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엔데믹 뒤에 유흥시장이 재편되며 건강이라는 흐름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특히 맥주는 일상의 기분을 채워주는 데 있어서 소비자들이 가격으로든, 이미지로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데 건강과 더불어 혼술 문화가 자리하면서 논알콜 맥주 시장은 점차 더 큰 상승세를 그릴 것이라고 본다. 혼자 있을 때 취하고 싶은 게 아니라, 술을 마시는 감성을 느끼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논알콜 맥주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마시는 게 아니라 술을 좋아하지만 자제하는 사람들이 마시는 맥주다. 앞으로는 퀄리티가 더욱 높아지고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근 2~3년 간 코로나19로 인해 홈술 문화 등 다양한 문화가 자리하면서 100여 개의 새로운 맥주들이 마구 출시됐다. 2022년부터는 조정기를 맞이하지 않을까 싶다. 그럴 때일수록 제주맥주는 제주맥주만의 맛을 지키며 기존 라인들을 집중해 강화시킬 예정이다. 제주누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주맥주만의 맛을 지키며 브랜드 이미지를 널리 확장시킬 계획이니 많은 기대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