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이 잦은 호텔업계
‘호텔’의 이미지가 지금보다 더 공고했던 그 옛날, ‘호텔경영학과’ 인기는 높았다. 호텔 컨시어지가 주는 단정한 이미지를 소비하고, 세련된 구조와 커다란 건물, 그것을 갖춘 호텔을 장래에 경영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실상은 다르지만 수준 높은 호텔리어에게는 높은 역량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훌륭한 인적 자원 확보는 호텔에게는 지상과제다.
필자가 아는 훌륭한 호텔리어란, 한국 뿐 아니라 어느 나라 어느 호텔에 가도 수준급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결국 호텔업의 본령이란 고객을 위한 진심일진대 외국어 능력, 적응력, 애티튜드를 갖춘 이들은 미국에서도 유럽에서도 동남아에서도 모두 필요로 하는 인재들이다.
국경 장벽이 낮은 호텔업계 특성상, 인턴 모집, 이직 역시 전방위적이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관광학 계열 학생들을 뽑아 비자를 주며 해외 호텔에서 근무시키기도 하고, 힐튼 역시 미국 곳곳에서 한국 학생들을 채용한다. 이것이 가능한 까닭은 기본적인 영어 소통 능력만 있으면 그 외에 요구되는 서비스 역량은 어느 국가라도 다를 게 없는 덕이다.
기회가 많다는 말은 턴오버도 많다는 뜻. 그래서 이직이 잦다. 국가의 장벽도 없는데 브랜드 간 장벽은 더욱 없으니 직원을 뽑으려는 스카우트 경쟁도, 직원을 내보내는 구조조정도 다른 업계에 비해 활발하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특히 피해를 입은 일부 호텔은 최근 직원들을 대거 해고했거나 혹은 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근로계약 종료의 종류
호텔리어, 즉 호텔업 종사자는 회사(호텔)에 고용(근로계약)되지만, 평생 일하지는 않는다. 세계 각지의 호텔에서 만나 본 직원들의 경력도 수많은 브랜드를 거치는 등 매우 다채로웠다. 결국 어떻게든, 회사를 나오게 될 테고 그것이 근로계약의 종료가 된다. ‘근로계약의 종료’에는 크게 3가지 분류가 있다.
- 퇴직
퇴직이란 직장을 그만두고 지위나 직책에서 물러남을 뜻하는데 여기에도 종류가 있다. 1)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임의퇴직), 2) 노동자와 회사가 합의하는 것(명예퇴직, 합의퇴직), 3) 일정 연령에 도달해 그만두는 것(정년퇴직) 등이 있다. 그렇다면 회사가 경영이 어렵다며 사직을 권고해 이를 받아들인 경우는 어디에 해당할까? 둘 다 합의했으니 당연히 ‘합의퇴직’이 된다.
- 해고
노동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소멸시키는 것을 말하며, 이는 ‘법률행위’다. 노동자가 원하지 않았음에도 근로를 그만두게 한다면 어떠한 형태든 여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회사가 경영이 어렵다며 사직을 권고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의자를 치운다거나, 남은 임금을 주지 못하겠다거나 등의 강제력을 썼다면 이를 받아들여도 합의퇴직이라 볼 수 없고, 해고가 된다.
해고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1) 통상해고 - 특정 사유로 근로계약을 더는 지속지킬 수 없을 때 하는 해고를 뜻한다.
2) 징계해고 - 회사 사규를 위반하거나 불법행위를 했을 때 징계로 하는 해고를 뜻한다.
3) 정리해고 - 경영상 어려움으로 행하는 해고. 회사가 파산 직전인데, 근로를 더 유지할 수 없는 경우 등에 한다.
- 자동소멸
말 그대로 근로계약이 자동소멸되는 경우를 뜻한다. 2년 근로 계약을 체결하고 2년이 만료된 경우 당연히 자동소멸이 된다. 회사가 파산한 경우에도 마찬가지고, 정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해고,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럼 지금까지 알아본 세 가지 요소 중 가장 문제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해고’다. 사용자가 필요할 때 노동자를 고용한 뒤,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다면 직업안정성, 생계가 불안정해지고 여파가 확대되면 사회 전체가 불안정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근로기준법은 해고할 때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해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근로기준법 제23조 (해고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 등을 하지 못한다. |
그렇다면 정당한 이유란?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거나 경영상 필요가 있을 때”를 뜻한다고 본다. 그리고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개개의 사안별로 판단해야 한다.
가령, 근로자가 후배 근로자에게 추행을 했거나, 최근 문제되는 일부 사례처럼 돈을 횡령했다면 법원은 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인정한다. 여기엔 의문이 없다. 그런데 다른 호텔에 이직을 위해 면접을 봤다는 이유로 해고하거나 단순히 동료와 언쟁이 있었다고 해고한다면? 정당하지 않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적대적인 관계에 있던 직장동료의 투서/음해, 해고이유의 과대 포장, 책임의 전가 등으로 ‘찍어내기’식 해고를 하는 경우도 많다. 호텔업은 고객서비스이니 만큼 외부적으로 너무나 훌륭한데 가끔 내부가 곪아있는 경우를 가끔 본다. 이럴 때, 서로의 투서/음해가 문제될 수준까지 올라가면 사측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해고를 할 수 없는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업무상 재해로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육아휴직 기간에는 무조건 해고를 할 수 없다. 노동능력이 없는데 해고까지 하게 되면, 한 개인의 생계가 위협받음을 입법자가 고려한 조치다(법은 우리 생각보다 이런 안전장치를 많이 마련해 놓는다).
근로기준법 제23조 (해고 등의 제한) ②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産前)ㆍ산후(産後)의 여성이 이 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
부당한 해고에 대해 다투는 절차
만약 회사의 해고가 부당하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 근로자는 법률대리인의 도움을 받아 반드시 쟁점을 상담한 뒤 부당해고구제신청에서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 먼저, 노동위원회 제소 절차
우선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야 한다. 해고 외에 부당한 사유로 ‘징계’를 받았을 경우에도 가능하다. 즉, 감봉, 정직 등에 대해서도 할 수 있다는 것. 물론 노동위원회는 법원이 아니다. 하지만 신속한 노사문제 해결을 위해 설치된 ‘사법행정기구’다. 따라서 노동위원회의 결정은 구제실익이 있다.
- 기간은 ‘해고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다.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구제신청을 하게 되면 노동위원회에서 총 3인의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심판위원회가 열리게 되고 각하, 기각, 인정 중 하나의 판정을 한다. 만약 인정을 하게 되면 회사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기각, 각하라면 근로자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 이 때엔 중앙노동위원회에 10일 이내 ‘재심’을 신청한다.
그리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내린 판정에도 불만이 있다면, 그 땐 최후의 보루인 법원에 의탁해야 한다.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재심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행정소송법」에 따라 소(訴)를 제기하면 된다(근로기준법 제31조제2항).
실무상 회사에 어떤 ‘이벤트’가 일어났고 그 ‘이벤트’에 대한 책임을 몰아서 묻기 위해 몇몇 근로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털어버리는 경우를 가끔 본다. 그럴 때일수록, 개인의 인격은 정말 쉽게 재단된다. 회사라는 집단도 하나의 조직 사회와 같아서, 소문이 말을 낳고 말이 다시 소문을 낳아 한 개인의 인격을 날카롭게 잘라 전시하는 탓이다.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감동을 주는 호텔조차, 이런 내부 프로세스가 제대로 정착이 되지 않아 해고로 쉽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한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도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몸 바쳐 일해 온 노동의 가치를 확인받는 ‘사적 절차’기도 하다.
전술한 바와 같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행정법원 취소처분청구의 소는 매우, 매우 중요하다. 반드시 법률전문가와 상의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