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시장에서 토종 브랜드들의 역습이 매섭다. 지난 5월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와 인민망이 공동 진행한 ‘궈차오(國潮)’ 조사에서 응답자 중 75%가 토종 브랜드를 더 주목한다고 답했다. 5년 전인 해당 비중은 55%이었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모방하던 짝퉁에서 탈피해 ‘궈차오’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글로벌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 소비시장의 주력군으로 부상 중인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의 투철한 애국심이 궈차오 열풍에 일정하게 영향 미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산의 제품력 향상, 소비자 니즈를 빠르게 대응하는 토종 브랜드의 과감한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베이징 무역관은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의 마케팅 전략을 살펴보려고 한다.
*궈차오(國潮)란 중국을 의미하는 궈(國)와 유행·트랜드를 의미하는 차오(潮)의 합성어로 자국산을 더 선호하는 소비경향을 뜻함.
프리미엄화, 그리고 필환경
싼둔반(三頓半)은 중국 커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표 토종 브랜드다. 싼둔반(三顿半)이란 ‘3.5끼니’란 뜻으로 하루 삼시 세끼 외 0.5끼니인 커피가 곁들여진 중국 젊은 층의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한다. 2015년 창업한 싼둔반은 중국 최대 B2C 플랫폼인 티몰에 입점한 첫 달, 매출 1000만 위안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4년 뒤인 2019년 광군제 쇼핑 축제에서 기존 카페 부문 1위였던 네슬레의 매출을 뛰어 넘었으며 현재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6.18 쇼핑축제’ 기간 티몰에서의 싼둔반 하루 판매액은 4000만 위안에 달했다. 6개월 만에 매출이 2020년 전년도 매출액(4억 위안)을 초과했다.
싼둔반 커피는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연상케 하는 캡슐에 믹스커피 가루를 담았다. 로스팅 정도에 따라 캡슐 넘버와 색깔이 다르다. 1번 커피의 경우 ‘Always Blooming’이라는 이름으로, ‘Light Roast’로 제작됐으며 감귤·자스민향, 강한 신맛을 선보인다. 이 과정은 원두를 전문적으로 감별하는 ‘큐그 레이더’의 엄선을 통해 이뤄졌고, 원두는 미국 스폐셜티 커피협회(SCAA)에서 80점 이상을 받은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했다.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겠다는 싼둔반의 의지가 돋보인다.
이 믹스커피 가루를 우유, 아몬드 밀크, 소다수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액체에 녹여 먹을 수 있다. 작은 인스턴트 커피 캡슐 하나로 단 몇 초 만에 콜드 브루, 라떼 등 소비자가 원하는 고급진 커피맛을 선보인다. 싼둔반은 ‘품위 있는 커피’의 성공적인 안착 사례로 꼽힌다.
‘고급진 맛’으로 소비
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싼둔반은 Z세대의 ‘필환경’ 트렌드에도 초점을 맞췄다. 가성비보다는 가심비, 자신의 가치관을 반영할 수 있는, 환경까지 고려하는 Z세대의 소비심리를 파악해 ‘리턴 베이스’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소비자가 일정 수의 커피 캡슐을 사용 후 반납하면 싼둔반 굿즈를 교환해주는 것이다. 맛있는 커피, 고급지고 품위 있는 커피에서 ‘필환경’ 열풍을 타며 ‘착한 커피’로 거듭나고 있다.
확실한 차별화
인스턴트 식품의 화려한 변신은 커피 부문에 그치지 않았다. 최근 C-라면 열풍도 거세게 불고 있다. 라멘슈어(拉面说)와 화멘(畫面)이 대표적인 토종 프리미엄 인스턴트 면이다.
인스턴트 면의 중국어 표현은 ‘편의면(方便面)’, 그 편의성을 강조한 것이다. 최근 몇 년 간 중국 어러머(饿了么) 등 음식배달앱 중심으로 O2O 음식배달 서비스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라면의 입지가 좁아졌다. 앱을 통해 주문하고 30분 정도만 기다리면 원하는 음식점의 요리를 즐길 수 있어 앱을 통해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편이 더 편의해졌던 것이다.
이러한 시장에서 라멘슈어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라멘슈어는 면부터 다르다. 기름에 튀겨 만든 기존의 인스턴트 면과 달리 반건조 생면을 사용했고 면별 함수율을 높여 라면의 쫄깃하고 탱탱한 식감을 보존했다. 큼지막한 차슈가 들어있는 것은 물론, 우주항공식품에서 쓰이는 동결 기술을 활용해 고기의 식감을 그대로 살렸다. 죽순, 목이버섯 등은 신선함과 아삭한 식감을 그대로 유지시켰다. 설명서대로 면을 삶고 각종 부재료를 올리면 라멘 맛집에서 나올 법한 고급 라멘을 집에서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다.
다른 토종 인스턴트 면 브랜드인 화멘(畫面)은 중국 각 지역의 면요리를 집대성하며 궈차오 열풍을 이끌고 있다. 일본식 라멘이 아닌 중국 각 지역 특색을 고려한 제품군으로 젊은 세대의 향수와 호기심을 자극했다. 라멘슈어처럼 맛과 풍성한 식재료로 ‘프리미엄’ 제품임을 강조했다.
최근 급부상 중인 프리미엄 C-라면들은 제품 포장도 기존 라면과 다르다. 비닐 포장이 아닌 네모난 종이 케이스로 포장을 하고 포장지에 삽화를 넣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호기심을 준다. ‘겉’과 ‘속’ 모두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를 보여준다.
소비자 니즈에 초점
급부상하는 토종 브랜드 모두 ‘프리미엄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은 아니다. 소비자 수요에 맞춘 신제품으로 Z세대 공략에 성공한 토종 브랜드도 많다. ‘저당’, ‘저칼로리’를 내세운 신 탄산음료로 중국 음료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위안치선린(元氣森林)이 대표적이다.
프랑스산 페리에가 장악했던 탄산수 시장에서 ‘無설탕, 無지방, 0칼로리’ 콘셉트를 내세워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국 젊은 소비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과일향이 짙은 일반 탄산수는 물론, 중국의 문화가 가미된 ‘탄산차(茶)’ 등을 출시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펼친 점도 주효했다. 최근에는 옥수수수염차, 과즙 99% 이상의 탄산차 등 제품군을 늘리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시사점
전문가들은 토종 브랜드의 부상은 애국심의 영향만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로컬기업의 신제품 개발 속도, 제품력, 과감한 마케팅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거옌샤(戈艳霞)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Z세대가 신중한, 이성적인 소비자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산 제품 품질이 외국산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향상됐기 때문에 궈차오 열풍도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한다.
우리기업들은 이러한 시장 변화를 염두에 두고 중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함과 동시에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개성을 강조하던 브랜드들도 시대의 흐름, 경쟁 환경에 맞게 전환이 필요하다.
중국 베이징_ 김성애 무역관
Source_ KPMG,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 등 KOTRA 베이징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