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1년 가까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우리의 일상은 많이 바뀌게 됐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이 언택트 시대를 맞이하면서 온라인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온라인 전용 브랜드들이 상당히 많이 론칭했지만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 투자하는 브랜드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온라인의 한계성, 즉 온라인은 오로지 시각과 청각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브랜드의 감성을 소비자에게 전달함에 있어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구매행위는 온라인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지만 브랜드에 대한 가치는 공간을 통해 오감으로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오프라인 매장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의도에 ‘더현대서울’을 개장한 현대백화점은 영업면적 상당 부분을 조경, 폭포, 미술작품 등으로 전시하면서 쇼핑을 통해 휴식과 치유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고, 아이웨어 브랜드인 ‘젠틀몬스터’는 강남구 도산대로에 ‘젠틀몬스터 하우스 도산’이라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면서 건물 잔해 또는 로봇들로 구성된 각종 조각물을 제품들과 함께 전시, 소비자들이 아이웨어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이와 같이 많은 유통업체에서는 앞으로도 오프라인 매장의 간판, 매장 배치 구조, 디자인 등에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누군가는 이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일들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에 본 지면에서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오프라인 공간을 법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상표권으로 보호받는 방법
상표란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장으로서, 표장이란 기호, 문자, 도형, 소리, 냄새, 입체적 형상, 홀로그램, 동작 또는 색채 등으로서 그 구성이나 표현방식에 상관없이 상품의 출처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표시를 말한다(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호, 제2호). 입체상표는 1998. 3. 1. 시행된 상표법에서 처음 도입됐으며, 상표심사기준에서는 상품 자체 또는 상품 일부의 입체적 형상, 상품의 포장·용기의 입체적 형상또는 상품의 상품 판매 장소 또는 서비스 제공 공간의 내, 외부를 나타내는 입체적 형상도 입체 상표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고 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공간의 내·외부를 나타내는 입체적 형상은 상품의 판매 장소 또는 서비스 제공 공간으로서 통상적인 공간으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입체적 형상만으로 등록 받기는 쉽지 않다.
애플인크(Apple, Inc.) 측은 미국에서 애플숍의 내부 공간을 <그림 1>과 같이 구성해 입체상표로 출원해 등록 받았으나 한국에서는 식별력 부족을 이유로 그 등록이 거절됐고, ㈜어반하이브는 ‘건물임대업’ 등을 지정서비스업으로 해 내부 공간을 <그림 2>와 같이 구성해 입체상표로 출원했으나, 거래사회에서 채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통상적, 기본적 형태를 변형한 것에 해당해 식별력이 약하다고 판단 받아 특허심판원, 특허법원에서도 그 등록이 거절됐다(특허법원 2020. 9. 3. 선고 2019허6990 판결).
이와 같이 제품 판매 장소 또는 서비스 제공 공간은 본질적으로 사용되는 공간 형태를 크게 벗어나기 어려워 식별력을 인정받기 쉽지 않은데, 이 경우 아래와 같이 2가지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첫째, 입체적 형상에 브랜드(기호, 문자, 숫자, 도형 등)를 결합하는 것이다. 특허청은 입체적 형상에 기호, 문자, 숫자, 도형 등이 결합된 표장은 입체적 형상 이외에 결합된 요소를 고려해 표장의 식별력을 판단하기 때문에 입체적 형상에 식별력 있는 브랜드가 결합된다면 그 입체상표는 식별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그 경우 브랜드를 제외한 입체적 형상만으로 구성된 형태에 대해서 권리범위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입체상표를 등록 받는 목적을 고려해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하는 경우다. 입체상표와 같은 비전형상표도 일반적인 문자상표와 마찬가지로 사용에 의해 식별력을 취득해 자타상품을 구별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게 된다면 사용한 상품 또는 서비스업에 대해서 등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입체상표로서 사용된 형태가 동일해야 하며, 등록 받는 상품 또는 서비스업도 사용된 것에 한정돼야 한다. 따라서 여러 매장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면, 입체상표로 등록 받고자 하는 내부 또는 외부 공간은 동일한 형태여야 하며, 각 매장마다 공간의 형태가 상이하다면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참고로 CJ푸드빌에서는 ‘계절밥상’이라는 한식뷔페 식당의 내부 구조물을 다음과 같이 입체상표로 출원했고 특허청에서는 식별력이 약하다는 거절이유를 통지했다. 그러나 특허청은 출원인이 제출한 계절밥상의 매장 수, 매출액, 광고비, 사용기간 등에 관한 사용자료들을 살펴볼때, 내부 구조들이 사용에 의해 수요자들에게 출처표시로서 인식돼 식별력을 획득했다고 판단했고, 그 결과 CJ푸드빌은 계절밥상의 내부 구조물에 대해 입체상표로 등록 받게 됐다.
디자인권으로 보호받는 방법
디자인보호법에서 보호하는 디자인이란 물품의 형상, 모양, 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 시각을 통해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므로 물품성을 갖춰야 한다(디자인보호법 제2조 제1호). 따라서, 제품 판매 장소 또는 서비스 제공 공간은 물품성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간 자체를 디자인으로 등록 받기는 어려우나, 가구 등과 같이 독립된 구조물 또는 건물의 외관은 ‘가구’ 또는 ‘건물’로 특정해 다른 등록요건을 만족한다면 디자인으로 등록 받을수 있다.
가령, 건물 전체를 <그림 3>(등록 제30-0946135호)과 같이 출원해 등록을 받을 수도 있고, 지붕에 심미감이 있다면 <그림 4>(등록 제30-0618634호)와 같이 출원해 등록을 받을 수 있다.
저작권으로 보호받는 방법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창작성’이 전제돼야 한다. 우리 법원은 설계도 또는 실내외 디자인은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능적 저작물이므로, 기능적 요소 이외의 요소를 갖추고 전체적인 외관에 창작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저작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6. 7. 12 선고 2006가합14405 판결 등).
한편, 상표법 또는 디자인보호법에서 보호하는 상표 또는 디자인은 출원에 의해 등록을 받아야 권리로 인정받는 반면,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부터 발생한다. 다만 저작권을 등록하게 되면 저작권침해소송에서 상대방이 저작권자가 저작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게 돼 입증책임이 전환되는 효과가 있으며, 저작권을 침해한 자에게는 침해행위에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저작권자에게 유리한 효과가 발생하므로 저작권으로 설계도 또는 실내외 디자인을 등록하는 것의 실익은 권리자에게 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보호받는 방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에서는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우리 법원은 표장, 외부 간판, 매장 배치 및 디자인 등의 구성요소들이 동종업계 다른 매장들과 비교할 때 독자성 및 차별성이 인정된다면 트레이드드레스(Trade-Dress)로 평가될 수 있고 그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사업자의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해 구축된 성과물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경쟁자가 이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이 정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7. 10. 선고 2014가합529490 판결). 따라서 상표법 또는 디자인보호법 등 관련 법률의 개별규정에 의해서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공간을 구성하는 개별요소들이 그 전체 혹은 결합돼 침해자의 상품 출처에 관해 소비자에게 혼동 가능성을 야기한다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은 타인의 불법행위가 발생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법률이므로 사전에 등록에 관한 요건은 없는 점에서 앞서 살펴본 상표법, 디자인보호법, 저작권법과 차이가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오프라인 공간
패션, 여행, 음식 등 모든 분야에서 ‘감성’은 화두가 되고 있고, 각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제품의 포장, 광고 영상, SNS에서 나아가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브랜드의 감성을 체험하고 느끼도록 하고 있다. 다만 오프라인 공간은 브랜드 또는 제품의 외형처럼 동일하게 양산화하기 어려워 이를 권리로 보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오프라인 공간의 중요성과 그것이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우리는 상표, 디자인, 저작권 등의 법적 수단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김수경
특허법인 위더피플 김수경 변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