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관광업계는 큰 위기를 맞이했고, 호텔 업계는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뉴욕시의 호텔은 일시적으로 영업 중지를 한지 6개월 만에 결국 영구적인 폐쇄의 물결이 시작됐다고 뉴욕타임즈는 보도했다. 이는 대형 특급 호텔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올 9월 맨해튼의 ‘힐튼 타임스 스퀘어(Hilton Times Square)’와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호텔(Courtyard by Marriott)’ 역시 영구 폐쇄 결정을 내렸다. 올 3월 코로나19 발생 이후 방문객 유입이 줄어, 뉴욕의 호텔은 1년 전 80% 이상의 점유율에서 40%로 하락했고, 뉴욕시의 180개 호텔의 주 투숙객은 의료 종사자들과 노숙자들(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뉴욕 시에서 객실 제공)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호텔 및 숙박업계의 불황 중에도 타격이 적고 오히려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신개념 호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아웃도어 캠핑과 부티크 호텔의 하이브리드 형태인 캠프장-호텔(Hybrid Campsite-Hotel), ‘오토캠프(AutoCamp)’다. 호텔업계는 물론 ‘에어비앤비(Airbnb)’와 ‘VRBO(Vacation Rental By Owner_ 휴양지 전용 주거지 임대 서비스)’의 경쟁자로 떠오르는 신흥 강자다.
이번 칼럼에서는 호텔업의 혁신을 이끄는 오토캠프의 전략적 정체성과 시각적 정체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브랜드 이야기를 진행한다.
191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인들의 사랑, 자동차와 야외 활동
1910년대 초부터 본인 소유의 자동차를 갖게 된 미국인들은 도시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기기 시작했다. 1913년, 미국에서 자동차 소유자가 100만을 돌파하면서 애리조나(Arizona) 주 더글라스(Douglas)시 주최로 최초의 자동차 캠프를 개최했고, 자동차 캠핑은 1920년대까지 대세가 됐다. 처음에는 소박하게 개인차에서 캠핑 용품을 갖고 ‘차박(여행할 때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름)’을 하는 형태에서 본격적인 자동차 캠프를 위한 샤워, 요리, 세탁을 할 수 있는 장소와 식료품점, 이발소를 포함한 전문 시설을 갖춘 형태로 진화했다. 1920년대까지 3000~6000개 가량의 자동차 캠프가 있었으며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오토캠핑은 미국의 시대적 상황과 문화에 따라 함께 성장했다. 1930년대에는 월리 바이암(Wally Byam)에 의해 처음으로 광택 알루미늄의 에어스트림 트레일러인 ‘에어스트림 클리퍼(Airstream Clipper)’가 출시됐다. 당시 400여 개의 트레일러 제조업체가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반면, 에어스트림만이 현재까지 유일하게 남아있다.
발상의 전환, 시크하고 세련된 알루미늄 에어스트림을 호텔로
미국인들에게 자동차 캠핑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에어스트림’. 은빛 총알(Silver Bullet)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여행용 트레일러다. 오토캠프의 창업자 닐 디파올라(Neil Dipaola)는 에어스트림을 이용한 신개념 호텔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혁신적인 비전을 갖고 2013년에 산타 바바라(Santa Barbara)에서 시작한 오토캠프는 2016년에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의 러시안 리버(Russian River)와 레드우드(Redwood) 숲 인근에 2호점을 오픈했다. 2019년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 외곽에 지점을 오픈했고, 동부지역으로 확장해 매사추세츠 주 케이프 코드(Cape Cod)에 2021년 3월, 4호점을 오픈 예정이다.
에어스트림과 오토캠프의 협업은 2016년부터 시작됐다. 상징적인 여행 트레일러 브랜드 에어스트림은 오토캠프만을 위한 맞춤형 디자인으로 ‘에어스트림 스위트’를 제조했고, 이는 오토캠프의 브랜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디파올라는 에어스트림을 활용해 기존 호텔보다 30~40% 저렴한 호텔 건설비와 객실을 유동적으로 옮길 수 있는 장점을 강조한다. 현대적인 디자인의 객실 에어스트림 스위트와 럭셔리 텐트형 객실, 오두막 객실, 클럽 하우스도 있어 취향에 따라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다(그림 1). 이런 발상의 전환으로 오토캠프는 2019년 세계 최고의 장소로 선정됐고(TIME지), AHEAD(the Awards for Hospitality, Experience, and Design_ 환대, 경험, 디자인에 대한 상)로부터 2019년 올해의 새로운 콘셉트 상(The New Concept of the Year Award)을 수상했다.
오토캠프의 전략적 정체성: 아웃도어 경험을 편안하고 편리하며 스타일리시하게!
브랜드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브랜드 오너가 갖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얼마나 명확한 지의 여부다. 창업자인 디파올라는 자신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서로 교류하는 동시에 자연을 만끽하며 최상의 아웃도어 경험을 통해 영감을 받길 원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그는 번잡하고 불편할 수 있는 아웃도어 경험을 쉽고 단순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게 바꾸고자 하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다. 오토캠프의 키워드와 태그라인에서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정체성이 드러난다(그림 2).
이렇게 명확한 목표가 있으면 브랜드명을 정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진다. 좋은 브랜드명의 여러 가지 조건 중 오토캠프는 의미 있고, 기억하기 쉬우며, 긍정적이면서도 시각적인(글씨로 표현했을 때 보기 좋은) 측면을 충족시킨다. 오토캠프라는 브랜드명은 사전에 등록된 일반명사로 ‘자동차 여행자를 위한 캠프장’을 의미한다. 일반명사의 경우는 상표등록이 쉽지 않지만, 이 경우는 호텔서비스 분야로 상표권을 2013년에 신청해 2015년에 취득했다. 이로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름에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직관적인 브랜드명을 갖게 됐다.
오토캠프는 고객들이 자연을 만끽하고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지점마다 지역특성을 반영해 차별화된 야외 활동을 제공한다. 러시안 리버(Russian River)점에서는 카누잉과 낚시를 비롯해 레드우드 숲에서의 하이킹, 새 관찰, 자전거 타기 등의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캘리포니아주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인 소노마 카운티(Sonoma County)와 인접해있어, 와이너리 투어와 와인 테이스팅을 경험할 수 있다. 요세미티(Yosemite) 점에서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의 다음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다. 하이킹 및 트래킹, 낚시, 스카이다이빙, 승마, 수정 및 금 캐기, 골프 코스, 페르세우스 유성우 보기(7월 말~8월), 단풍사진찍기 등. 2021년 3월 동부에 오픈 예정인 케이프 코드(Cape Cod)는 뉴욕에서 3.5시간, 보스턴에서 90분 거리의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대서양을 즐길 수 있는 페리 타기와 세일링, 바닷길을 따라 자전거 타기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지점별로 차별화된 경험을 디자인해 지역 특성에 따른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어 브랜드 재이용률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토캠프의 시각적 정체성_ 심플하고 기능적이며
타임리스한 미드 센트리 모던 디자인
오토캠프의 브랜드 시그니처와 디자인 콘셉트는 핵심 가치인 ‘편안함, 편리성, 스타일’을 잘 반영한다(그림 3). 브랜드 마크와 태그라인을 시각화한 브랜드 시그니처는 심플한 느낌을 더해주는 고딕체를 활용한 워드마크와 표지판의 픽토리얼 마크를 합성한 형태의 디자인이다. 하단의 태그라인 역시 고딕체를 활용해 깔끔한 느낌을 준다.
에어스트림 스위트와 럭셔리 텐트, 클럽하우스의 디자인 콘셉트는 미드 센트리 모던(Mid Century Modern_MCM)을 따른 것이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 이주한 독일의 바우하우스(Bauhaus) 건축가와 디자이너들로부터 시작된 콘셉트로 미니멀리즘과 기능성을 중요시해 시대를 초월하는 타임리스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그림 3와 4에서 볼 수 있듯이 복잡한 장식을 최대한 배재하고 심플한 선을 강조한 디자인이다. 또한 원재료의 색상과 특성을 최대한 살려서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됨을 추구한다. 군더더기 없는 가구와 시설은 투숙객의 기능성을 고려해 디자인됐다. 한편, 좁은 공간에 다양한 시설이 있으면 자칫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부 벽체의 색상은 밝은 톤의 흰색과 아이보리색을 활용해 공간감을 줬으며, 창문이 있어 야외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좁은 공간에 확장감을 줬다.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공간에 바닥과 문, 기둥 등에 나무를 활용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고, 회색 가구와 소품을 함께 배치해 세련됨을 더했다.
투숙객들이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라운지, 간단한 스낵과 음료, 기념품 상점 등의 시설을 갖춘 클럽하우스(그림 4)는 주변의 자연환경과 최대한 동화될 수 있게 디자인했다. 커다란 통 창은 개방감과 함께 자연과 클럽하우스가 연결된 느낌을 준다. 내부 재료로서 목재, 석재, 스틸을 적절히 섞어 사용했고 그 결과 브라운과 그레이 색상의 조합으로 편안함과 스타일리시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호텔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오토캠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탁 트인 자연에서 독립된 에어스트림 스위트와 텐트에 머무를 수 있는 오토캠프는 밀폐된 공간에서 투숙해야 하는 호텔보다 더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운영됐으며 팬데믹 초반에 예약률이 증가했다고 한다. 미국 전역으로 확산될 때는 규율을 추가하고 모바일을 활용한 스마트 기술을 이용해서 대면 활동을 줄여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했다.
번거로운 식사 준비, 공용 화장실, 텐트에서 슬리핑백을 깔고 지면을 느끼며 자야 하는 불편함은 사람들로 하여금 야외에서의 1박을 주저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오토캠프는 야외 캠핑장에 독립된 부티크 호텔 객실을 제공하는 아이디어로 주저할 수 있는 야외 캠핑을 편안하고 즐거운 경험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이는 앞으로 호텔업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정성연 브랜드 전략가
JW 매리어트 호텔 서울 프런트 오피스에서 3년간 근무 후 KAIST 경영대학원의 MBA 과정을 거쳤다. 그 후 인터컨티넨탈 호텔 서울에서 식음전략기획, 경영진단, 인사, 경영기획, 디자인기획팀을 거치며 브랜딩으로 업무 영역을 확장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브랜딩 컨설팅회사 ‘brandots 브랜닷츠’의 CEO로서 다양한 스타트업 브랜드 자문 및 컨설팅을 진행했다. 또한 세종대학교 외래 교수로 서비스경영론, 경영학원론, 여가공간계획론 등을 강의했으며 현재는 미국 보스턴에 거주하며 브랜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