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필리핀정부는 환경정화를 위해 필리핀의 유명 휴양지인 보라카이섬을 6개월간 전면 폐쇄했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쓰레기 증가와 열악한 하수시설로 인한 환경오염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관광객과 지역주민의 건강을 위협한다면서 보라카이를 ‘시궁창’이라고 비판했다. 관광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보라카이 지역 주민의 피해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보라카이섬의 신속한 환경정화를 위해 일시적이고 전면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이 났다.
하얀 모래사장이 섬 전체를 둘러싼 천상의 낙원, 보라카이는 필리핀에서도 손꼽히는 세계적 휴양지로 연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한다. 보라카이 관광산업 매출은 연간 약 1조 15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필리핀에 엄청난 관광수입을 안겨주는 자원이다. 총 면적이 불과 11k㎡에 불과해 섬 크기가 여의도보다 조금 큰 정도인데 이미 10년 전인 2008년부터 적정 관광객 수용 인원을 넘어섰다. 뚜렷한 환경보존을 위한 대책 없이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힌 여행업계와 막대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당국은 하수시설과 쓰레기처리장 확충에 소홀했다. 특히 일부 관광업소에서 정화되지 않은 오염수를 그대로 바다에 배출해 해양오염의 원인이 됐다. 필리핀정부는 이미 보라카이의 환경유해시설 100여 개에 철거 경고장을 발송했고, 환경오염과 관련해 지방 정부 관리들의 뇌물 수수를 비롯한 부정부패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계획을 밝혔다.
섬 폐쇄 결정 당시 보라카이섬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와 현지호텔, 리조트들의 반발이 거셌다. 섬 폐쇄 방침이 보도된 후 호텔 예약 취소로 막대한 손해를 입어, 한 호텔은 섬 폐쇄 이전인데도 예약 취소로 6800만 페소(약 15억 원)의 손해를 봤고 섬 폐쇄가 진행될 경우 적어도 10개 호텔이 각각 5000만 페소씩 피해를 입을 것으로 호텔업계는 추산했었다. 또 보라카이가 폐쇄되면 3만 6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560억 페소(약 1조 1500억 원)의 수입이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전 세계 항공사와 여행사도 보라카이 폐쇄에 따른 관광객 예약의 취소 및 환불 절차에 돌입했다. 필리핀당국은 복구 프로젝트를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총 13억 6000페소(275억 6000만 원)의 비용을 투자해 리조트 하수 처리 시설을 설치하는 등 환경 정비 사업을 벌였다.
필리핀정부는 섬 전면 폐쇄 결정으로 인해 약 70억 페소(한화 1430억여 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피해를 감수하고도 보라카이섬을 폐쇄한 것은 정부가 이 사태를 매우 엄중히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순간적인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 시기를 놓치면 해결할 수 없고, 지금의 손해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보라카이섬의 환경오염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줬다. 섬이 감당하기 힘든 관광객을 유치만할 것이 아니라, 수입이 줄더라도 적정 관광객 수를 유지하고 자연자원을 관리, 보존하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자연은 훼손해야할 대상이 아닌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환경친화적인 관광지로 운영되고 보존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제도와 시스템 마련 등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성령
두짓타니 마닐라 세일즈 매니저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룹과 샹그릴라 보라카이 그리고 호텔 젠 마닐라를 거쳐 현재는 두짓타니 마닐라에서 객실판촉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