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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 리조트

[Inspire Hotel] 호텔, 예술가의 거주지로 거듭날 수 있을까?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마케팅적 방향


오랜 시간동안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원천 중 하나는 번화한 ‘도시’였다. 그렇지만 일부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값비싼 임대료와 작업실 부족으로 재능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호텔 입장에서 아티스트에게 거주지를 제공함으로써 공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기존에 사회 공헌적 측면에서 작동하던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호텔에서 마케팅의 방향으로 어떻게 가능할지 알아봤다.


예술가 레지던시 호텔의 원형, 뉴욕의 첼시 호텔
예술가 거주지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호텔은 바로 뉴욕 맨해튼의 첼시 호텔(Chelsea Hotel)이다. 1905년, 프랑스의 이민자 필립 휴 버트(Philip Hubert)가 펜트하우스를 리모델링해 만들었는데, 첼시 호텔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예술가들이 거주하고, 교류해왔다. 20세기 미국의 문화 예술을 견인한 근원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1900년대 초반에는 마크 트웨인, 윌리엄 딘 하웰, 화가 존 슬로안과 같은 손님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했던 고급 호텔이었으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객실 가격이 떨어지면서 잭슨 폴락, 딜런 토마스 같은 개성파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호텔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호텔에 유명한 일화도 많은데, 호텔의 통로 끝에서 아서 밀러가 마릴린 먼로와 헤어지기도 했고, 211호에 머물던 밥 딜런이 새로운 곡을 창작한 에피소드, 또 가난한 예술가였던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 소프가 이곳에서 만나 각자 펑크 스타나 거장 포토그래퍼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첼시 호텔에는 자유분방한 예술가들을 관리할 만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춰져 있지 않았고, 자생적으로 예술가들이 모여든 장소였기 때문에 비극적인 사건 사고도 일어났다. 마약이나 범죄는 일상 다반사였고, 펑크 밴드의 섹스 피스톨즈의 시드 비셔스가 여자친구 낸시를 살해한 장소가 바로 첼시 호텔이며, 1968년 찰스 R 잭슨이 호텔방에서 자살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첼시 호텔은 이러한 어두운 면까지 포함해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진 뉴욕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며 반세기 동안 예술가들의 성지 역할을 했다. 비록 2011년부터는 소유권 분쟁 등의 문제로 호텔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도 전 세계 관광객들은 뉴욕에 방문하면 첼시 호텔의 외관이라도 구경하려 이곳을 방문할 만큼 역사적인 스폿이 됐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첼시 호텔에 거주했던 가난한 예술가들은 그림을 교환하거나 재능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숙박비를 지불했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는 번화한 도시에 예술가 거주지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되며,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라는 형태로 자리잡게 됐다.
 
21세기에 체계화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아티스트를 위해 거주지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 정의이기 때문에, 상업적인 측면 보다는 공공성에서 접근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상업 공간인 호텔에서 활성화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유럽이나 미국, 그리고 일부 아시아 국가의 주요 도시의 호텔에서는 적극적으로 아티스트에게 장기간 거주지를 마련해주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899년에 개관한 케이프 타운의 벨몬드 마운트 넬슨 호텔(Belmond Mount Nelson Hotel)은 영국 식민지 시대의 스타일로 유명하다. 이곳은 2017년에 본격적으로 예술가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넬슨 만델라의 초상을 그린 화가 시릴 코엣지(Cyril Coetzee)를 호스트로 기용했다. 투숙객은 레지던시에 화가가 거주하는 동안 화가의 아트 수업을 예약할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 주의 안다즈 스콧즈데일 스파 앤 리조트는 1936년에 창립된 예술가 공동체인 ‘Cattle Track Art Compound’와 파트너십을 맺고 호텔 차원에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로컬 아티스트, 도예가 및 공연 예술가가 투숙객과 함께 상호 보완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공연하는 것은 물론, 투숙객들이 참여하는 강연이나 세션 행사를 마련해 지역 공동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국 상하이의 Swatch Art Peace Hotel은 아티스트에게 3~6개월 가량의 긴 투숙 기간을 제공하며 체계적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두 개의 층에 걸친 18개 스튜디오에 예술가, 문화 교류자 및 상업가를 초대하고, 특히 중국 뿐만 아니라, 국제 예술가를 영입하기도 한다. 최대 6개월 동안 예술가는 파리의 집단 ‘Jouin Manku’가 디자인한 자신의 실무 공간에 접근하는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아티스트들이 묵을 수 있는 레지던스는 5성급 호텔에 준하는 모든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여가 시간에는 6층의 라운지에서 서로 다른 곳에서 찾아온 아티스트들과 교류가 가능하다.


국내의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 동향
국내에는 1990년대 후반부터 체계적인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주로 국가 차원에서 미술관이나 지자체가 주최하는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경우, 주로 관광 프로그램과 연계시켜 지역을 홍보하거나, 시민에게 접근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제도화로 인해 예술가에게 작품 주제나 목표를 지나치게 간섭해 창작성을 떨어트린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한편, 대기업에서 사회 공헌적 측면, 또는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시행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두산 아트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작가의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인데, 두산은 2009년 뉴욕 주정부와 교육청의 정식 인가를 받고 뉴욕 첼시 지역에 설립한 비영리 갤러리인 두산갤러리 뉴욕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국 작가들에게 뉴욕에서의 전시기회를 제공하고, 향후 국제적으로 활동해 나갈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한국 작가들에게 6개월 간 독립된 작업실과 아파트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개인전과 레지던시 입주기간 중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미술관계자 및 관객과의 교류를 비롯해 폭넓은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호텔에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마케팅적 방향성
앞서 언급한 공공기관 차원에서 진행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한계의 대안으로 제안되는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숙박업소다. 국내에는 아직 많지 않지만 게스트하우스와 일부 호텔에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그중 프린스 호텔은 국내 작가들에게 ‘소설가의 방’을 제공하고 있다. 프린스 호텔의 관계자에 따르면, “작가들과 미팅을 거쳐 4주에서 6주 간 무료로 숙소와 식사를 제공한다.”라고 밝혔다. 프린스 호텔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소설가의 방’은 2014년 소설가 윤고은이 한 잡지에 기고한 수필 ‘호텔 프린스의 추억’으로 시작됐다. 우연히 그 글을 읽은 호텔 관계자는 작가로부터 독서경영에 대한 조언을 얻을 구하고자 호텔과 작가가 만나게 된 것. 그 이후 프린스 호텔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꾸준히 작가를 위해 객실을 제공하고 있다. 2014년 하반기, 프린스 호텔은 ‘소설가의 방’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기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협력하고 있다. ‘소설가의 방’을 통해 많은 작가들이 작품을 완성했다. 작가들이 호텔을 소재로 써내려가 단편이 모인 책이 은행나무출판사의 <호텔 프린스>로 발간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작년에 오픈한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에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새로운 형태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라이즈 호텔은 예술가를 위한 호텔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웠는데, 이에 발맞춰 호텔의 아이덴티티와 부합하는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의 개념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반스의 아트를 담당한 디자이너 현예와 굿즈를 제작해 지역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장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는 사회공헌적인 측면에서 한걸음 나아가 협업의 형태로 호텔과 아티스트 쌍방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내려는 방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호텔은 기본적으로 상업 공간인 만큼, 아직 국내 호스피탤리티 업계 전반에서 이러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새로운 공간의 경험을 제공해 투숙객을 사로잡아야하는 호텔 입장에서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마케팅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고려해볼 만한 일이다.



수세기 동안 도시는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렇지만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천정부지로 솟은 임대료와 합리적인 스튜디오 공간의 부족으로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반대로 마케팅 소재가 필요한 호텔 입장에서는 아티스트를 통해 새로운 창작물과 아이디어를 호텔 공간에 주입할 수 있고, 이러한 창의성을 로컬 커뮤니티에 퍼트릴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마케팅적으로 활용할 심도 깊은 인사이트를 제안해줄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 건국대학교 경영대학의 이승윤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호텔업계, 현재 커뮤니티 비즈니스 이슈와 관련해 레지던시 프로그램 고민해 봐야해”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이승윤 교수



본인 소개 및 현재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알려 달라.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대학에서 마케팅 분과 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고, 비영리학술연구 단체인 ‘디지털마케팅연구소’의 디렉터기도 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디지털 문화심리학으로, 디지털을 문화 심리학적으로 접근하고, 해석해 내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이 오프라인 공간에 어떠한 혁신을 가져오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기존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주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사회공헌적인 차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호텔에서 적용한다면 호텔의 가시적인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일본만 가더라도 데님 진을 만드는 디젤에서 갤러리를 선보이는 등 모든 상업적인 곳에서 아티스트들이 공간을 살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호텔은 24시간 머물게 할 수 있다는 압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예술가들에게 호텔에 장기간의 거주지를 제공함으로써, 호텔 공간에서 컬래버레이션 할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이는 투숙객들에게 새로운 공간의 경험을 선사해줄 것이고, 장기적으로 호텔의 수익과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영미권이나 유럽의 호텔에는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다수 존재하는 데 비해. 국내 호텔에서는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호텔 업계에서 아직 이러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재 국내 호스피탤리티 업계는 아티스트와 공공장소에서 협업하는 단계까지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호텔 입장에서 로비나 라운지 같은 공공장소를 꾸미는 데 있어서 아웃소싱을 주고 싶은데, 그걸 잘 할 수 있는 게 예술가였던 것이다. 그래서 예술가에 필요한 작품 전시 및 퍼포먼스 공간을 오픈시켜서 갤러리처럼 활용하며 파트너로 협업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가 레지던시 프로그램, 즉 장기간 거주시키는 형태라고 생각한다. 이는 한층 고차원적인 단계로, 거주지를 제공한 후 어떻게 아티스트를 활용해야할지 방법을 찾지 못한 이유로 아직 국내 호텔에서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고민을 끝내고 적합한 방향성을 찾은 이후에는 호텔에도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업계에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마케팅적으로 적용할만한 아이디어를 제안한다면?
호스피탤리티의 현시대 이슈는 바로 ‘커뮤니티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호텔은 사람들을 이어주는 플랫폼 공간으로 거듭나야 하는데, 이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적용할 수 있다. 예술가들이 호텔에 거주하는 동안 방문객과 시너지를 내야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레지던시 예술가를 호스트의 개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호텔이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하는 시기는 지났다. 호텔은 플랫폼으로 연결자의 역할을 통해 다양한 이들은 접촉시키며 보다 많은 콘텐츠를 양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적합한 형태는 에어비엔비 등 신개념 숙박형태에 대항하기 위해 등장한 호텔의 서브 브랜드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라고 본다.


이렇듯 호텔과 아티스트의 적극적인 컬래버레이션은 로컬 커뮤니티 문화를 활성화 시키는 데까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
그렇다. 예전처럼 핫 스팟에 호텔이 자리 잡는 것이 아니라, 요즘에는 반대로 발굴되지 않는 지역에서 호텔이 로컬 문화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사쿠사의 와이어드 호텔에는 ‘원마일 가이드북’이라는 게 있는데, 호텔 주변에서 가능한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또 하기소에는 인근 대학생들을 거주시켜 복합문화 시설로 탈바꿈시켜 지역 문화까지 활성화 시켰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한 로컬 문화 확산은 예술가들이 호텔이 입지한 지역에 거주하는 것 자체로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낼 것이다. 종종 예술가들이 낙후한 거리에 그라피티 아트로 활기를 더한 것처럼, 해당 지역에 새로운 창의성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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