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이 있는 건물 주위로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정차한 모습은 서울 주민들에겐 낯선 풍경이 아니다. 현재 서울의 사후면세점 절반 이상은 주요 쇼핑 중심지인 중구(1543곳)와 강남구(1437곳)에 몰려 있다. 두 지역은 서울에서 차량 통행량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즐비한 관광버스 주차로 인한 교통 체증 및 혼잡문제가 가시화되면서 서울시가 이를 해결하고자 특단의 방침을 발표했다.
관광버스 불법주차 시 최대 20만 원 부과
관광버스로 인한 도심 혼잡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가 강경책을 빼들었다. 서울시가 발표한 ‘도심 관광버스 주차 종합대책’에 따르면 서울시는 주차장 공급 확대, 주차장 이용 활성화, 주차수요 감축 및 분산, 제도개선 및 강화 등 총 4대 전략을 추진해 도심 내 고질적인 관광버스 주차문제를 해소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관광버스는 주차소요 면적이 일반 승용차의 4배 이상인 만큼, 불법주차 시 교통에 불편을 미치는 영향 역시 배로 증가한다. 또한 관광버스는 견인이 불가하므로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해 과태료를 현행 5만 원에서 최대 20만 원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시는 종로구 북촌일대를 지구단위로 재정비할 계획이다. 삼청동, 안국동 등의 대로변에 관광버스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함으로써, 점점 늘어나는 관광객으로 인한 소음과 쓰레기 등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특색 있는 가로 경관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면세점 등 관광객유발시설물에도 제재
서울시는 또한 단체관광객 유발시설물 건축에 주차장법 시행령을 적용하는 한편 사전면세점과 관광호텔에도 강화된 관광버스 주차장 설치 기준과 확보를 의무화한다. 만약 관광버스로 인한 주차난을 해결하려는 시설물의 노력이 없는 경우, 교통유발 부담금을 최대 2배까지 상향해 강경하게 나설 방침이다. 한편으로는 2019년까지 종로구, 중구 등을 포함한 서울 도심 8곳에 주차면 360면을 새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주차면적은 582면이며, 서울시는 관광버스가 가장 몰리는 평일 오전 10~11시를 기준으로 주차장 721면이 필요하다고 파악하고 있다. 추천대상지 중엔 신라호텔(20면)도 포함돼 있다.
쇼핑일변도 관광 지양하고 시간대 조율도 고려해야
서울시가 이처럼 관광버스 및 관련 시설물에 대대적인 억제방안을 예고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8월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주로 방문하는 사후면세점 55곳을 조사한 결과, 15곳만이 관광버스 주차장을 확보해 사실상 면세점 10곳 중 7곳 이상이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교통 혼잡으로 이어지고 주민과의 갈등도 야기한다.
하지만 외국인 단체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는 데 비해 그 해결책은 근본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이를 부담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에 온도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서울시 내 주요 관광지가 대부분 면세점이 있는 번화가이기 때문에, 관광버스가 주차를 못해 외국인관광객이 정작 한국에서 주요 관광지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불법주차 및 주차장 부족은 해결해야 하지만, 관광객 방문 시간을 분산하도록 사전에 조율하거나 쇼핑일변도의 관광을 지양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고안해내는 방향도 도심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