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제주도 비상대책회의 개최>
수눌음(품앗이), 괸당(혈족·친족)문화란 말에서 알 수 있듯 제주도는 같은 도민들과의 끈끈한 정情을 동력 삼아 터전을 가꿔온 곳이다. 하지만 제주도에 사업을 시작한 외지인이 늘어나고 외국인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도민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제주도 내에서 중국인관광객의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중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무사증(무비자)제도의 폐지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어 업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무사증 폐지청원 줄이어
외국인에 대한 입국을 허가하는 사증, 즉 비자VISA를 면제해주는 무사증제도는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11개국을 제외한 외국인이 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할 경우 30일 동안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제주도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2002년부터 180여국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무사증제도를 시행해 왔다. 문제는 최근 들어 중국인관광객의 범죄가 주목을 받으면서 이 제도를 폐지하자는 여론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9월 17일 성당에서 기도 중이던 김 모씨가 중국인 남성에 의해 흉기에 찔려 사망하자 이러한 여론에 더욱 불이 붙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중국인관광객으로 인해 제주도가 무법천지로 변했다며, 무사증제도를 폐지하자는 청원이 올라왔다. 현재(10월 13일 기준) 이 청원엔 1만 5729명이 서명한 상태다.
제주도, 정말 범죄발생 급증했나
제주도에 입도하는 외국인관광객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제주도에 방문한 중국인관광객은 670만 명 이상이며, 이는 일본 및 말레이시아 관광객을 크게 상회한다. 2016년 7월에 입도한 외국인 관광객은 총 200만 명을 넘었으며, 작년 7월(약 144만 명)에 비해 41.4%나 증가한 수치다. 제주도 내에서 발생한 외국인범죄는 5년 간 1586명에 달한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제주도의 특성상, 외국인범죄가 유례 없이 급증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9월 2일 제주지방경찰청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유동인구를 모두 포함할 경우 인구 대비 범죄발생건수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무사증제도로 관광객의 왕래가 많아졌다고 해서 범죄율도 증가한 것은 아니란 해석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강력범죄가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하는 만큼 외국인범죄에 대한 도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이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도민들 불안해소 및 안전대책 시급
지난 9월 19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제주출입국관리사무소, 국정원 등과 함께 비상대책회의를 실시했다. 이날 회의는 외국인 입국심사 강화 방안, 외국인 국내 범죄사건 강력처벌, 외국인 치안강화구역 순찰강화 등을 우선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중앙정부와 협의를 거쳐 범죄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결론 지었다. 제주도는 무사증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보완대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무사증제도와 외국인 범죄의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못한 사실도 폐지 여론에 발목을 잡는다. 도둑, 대문, 거지가 없다는 뜻에서 삼무三無의 섬이라 불려온 제주도. 하지만 내국인 및 외국인에게 사랑받는 관광지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외국인범죄로 인한 갈등이 자칫 어렵게 도입한 무사증제도를 향한 반감으로 번지지 않을지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