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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8 (월)

레스토랑&컬리너리

[Creative Dining] Manners Revives the Restaurant - 노쇼(NO-Show)

크리스마스, 연말. 대목이라 불리는 기간에도 외식 업계는 웃지 못했다. 예약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 예약부도, 즉 ‘노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쇼로 발생하는 5개 서비스 부문의 매출 손실이 매년 4조 5000억 원에 달한다고 하니, ‘손님은 왕’이라며 친절히 대한 것을 후회하게 한다.
‘갑(甲)의 횡포’, 일명 갑질은 언제부턴가 끊임없이 제기된 사회 문제다. 우리는 손님이 된 순간, 즉 ‘왕’이 된 순간 자신도 모르게 갑질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업계는 ‘갑질’이라는 문제에 대해 묵묵히 받아들이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
예약부도, 노쇼는 어떤 산업 군에서든 피치 못한 일이 생겨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노쇼 발생률이 20%에 달하며, 잦은 노쇼 현상으로 레스토랑이 문 닫는 지경에 이른다면 인식의 개선을 위한 노력을 취하고 또 다른 방안을 찾아봐야하는 건 아닐까. 왕이 된 손님의 ‘매너가 레스토랑을 살릴 수 있으리라(Manners Revives the Restaurant)’ 희망하면서 말이다.

취재 오진희 기자


갑질의 갑질 ‘노쇼’
지난해 모 매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비스 부문 100개 업체의 평균 예약부도 발생률이 15%로 나타났으며, 이중 식당의 경우 20%에 달해 외식 업계의 노쇼 현상이 심각함을 깨닫게 했다. 더불어 최현석 셰프가 자신의 SNS에 노쇼 고객들을 향한 강한 메시지를 올려 노쇼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와 대중들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
노쇼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곳에서의 특별한 식사를 위해 모두 혈안이 돼 있다. 그래서 여러 레스토랑을 한꺼번에 잡아놓고 특별한 사람이 원하는 곳을 선택하게 해 다른 업장에는 노쇼를 하는 유형, 높은 직급, 일명 갑인 사람이 갑자기 변경하거나 일부러 잡아놓은 곳은 가지 않으려는, 놀부 심보의 갑이 껴 있어 노쇼를 하게 되는 유형이다.
실제로 갑중의 갑 일명 ‘노쇼 유발자’로 인한 피해가 상당했으며, 대부분 단골손님·업체라는 점에서 하소연도 못하고 “다음에 꼭 들려 달라.”고 웃으며 전화를 끊어야 한다고 전한다.
노쇼 유발자로 인한 예약부도 현상은 대학가에서도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는데, 1학기 개강/종강 파티와 2학기 개강/종강 파티의 예약부도율이 각 17%, 55%, 30% 60%에 달했다. 대학가의 경우 예약 인원수도 정확히 말해주지 않아 더욱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노쇼 타파’를 위해 뭉친 외식업계
점점 높아져 가는 노쇼 발생률로 외식 업계는 깊은 고민에 빠졌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노쇼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고 있다. 이에 외식 업계는 ‘노쇼 알리기’ 및 ‘노쇼 근절’ 캠페인을 펼치기 시작했다. 레스토랑 통합 플랫폼 서비스포잉(Poing)은 ㈜플레이팅과 함께 노쇼 캠페인을 지난해 말부터 진행하고 있다. 첫 캠페인은 노쇼라는 단어가 생소한 소비자들을 위해 노쇼 현상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쇼(No-show) 노셰프(No-chef)!’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포잉 관계자는 “‘노쇼(No-show) 노셰프(No-chef)!’라는 슬로건은 ‘노쇼를 하면 셰프도 없습니다’라는 뜻으로, ‘노쇼’라는 단어가 생소한 분들에게도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고자 했다.”며, “캠페인은 영상과 포스터를 제작해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방식을 취했다.”고 밝혔다. 캠페인 영상은 두 가지 버전으로 하나는 최현석, 오세득, 신동민, 강민구, 장명식 셰프가 노쇼에 대해 직접적으로 설명하며, 또 하나는 특수 분장을 통해 ‘노쇼가 셰프들의 설 자리를 위협한다.’는 위기감, 심각성을 표현했다. 덧붙여 포잉 관계자는 “포잉 에디터가 선정한 Top 30 레스토랑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노쇼 방지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캠페인 이후 포잉 서비스 내에서 노쇼 현상은 5% 이하로 줄었고, 매장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10% 이하로 줄었다.”며, “‘선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예약과 동시에 선결제(예약금 결제)를 한 포잉 고객만을 위한 예약석을 마련했다. 첫 시도였음에도 반응도 뜨거웠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42만 곳의 대중음식점이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외식업중앙회(KRA)는 조선일보와 함께 노쇼 현상 보도 및 근절 캠페인을 시작했다. 더불어 지난 1월 6일 이승돈 본부장 등 하이트진로 임직원 3명은 서울 중구소재중앙회를 찾아 ‘노쇼는 노!’란 라벨이 부착된 소주 20병을 전달하고, 노쇼 근절 캠페인을 함께 벌이는 내용의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하이트진로가 노쇼 근절 캠페인을 중앙회와 공동으로 추진키로 한 것은 주류 주요 고객 중 하나인 음식점이 노쇼로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기 때문.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해 1~3분기 ‘참이슬’ 매출의 46%가 음식점에서 나왔다.”며, “주류제조업체의 핵심 고객인 음식점들이 한국 사회의 ‘노쇼’ 행태로 고통 받고 있다면 우리 역시 노쇼 문제에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는 의견이 회사 내에서 모였다.”고 밝혔다. 덧붙여 “예약을 안 지키는 사회에선 신뢰의 기반이 자리 잡을 수 없다.”며, “예약 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시민들이 즐겨 마시는 소주병에 노쇼 캠페인 라벨을 부착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KRA 제갈창균 회장은 “하이트진로와 노쇼 근절 공동캠페인을 통해 외식문화가 바뀌면 음식문화와 식생활 문화도 바뀌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국민적 인식이 보편화되면 외식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이루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노쇼’를 줄이기 위한 방안
예약 보증금이 노쇼에 대한 방안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노쇼를 줄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재밌는 사례가 보도됐다. ‘못 올 때 전화주세요.’를 ‘못 올 때 전화 주실 거죠?’라고 물었더니 노쇼 손님이 확 줄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1998년 미국 시카고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한 고든 싱클레어의 사례로, 미 전역 음식점 50만 곳이 가입한 ‘미국 레스토랑협회(NRA)’가 노쇼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또 다른 방안으로 NRA는 “손님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예약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경우 쉽게 예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소통 수단을 마련해 놓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일반적으로 손님들은 예약 취소 전화를 번거롭게 여기기 때문에 예약 하루 전날 직접 컨펌콜을 돌리거나 문자메시지나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계정을 통해 취소를 통보할 수 있게 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약 컨펌 콜을 하는 국내 레스토랑의 경우, 당일 예약취소가 많기 때문에 당일 오전 컨펌 콜을 돌린다고 전한다. 하루 전날도 돌려 봤지만, 노쇼를 줄이진 못했다고. 이에 류니끄의 오너 류태환 셰프는 강경 대안 방안으로 ‘예약 보증금’이 아닌 미리 ‘식사료’를 다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류 셰프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및 연말에 예약 보증금을 인원 당 받았다. 노쇼가 줄긴 했지만, 그래도 발생했다. 더러는 보증금을 환불해달라고 했다.”며, “보증금을 환불해달라고 하니 차라리 식사료를 모두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보증금을 받았더라도 레스토랑의 피해는 어마어마한데, 그런 부분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덧붙여 “식사료를 미리 다 받고 예약받기 위해서는 레스토랑의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명품 브랜드가 신제품을 출시할 때 어떤 제품인지 정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가격 지불을 통해 예약을 받고 있지 않느냐.”며, “레스토랑도 그렇게 못하리란 법이 없다. 실제로 외국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은 식사료를 예약할 시 다 받는다.
그래도 줄 서서 먹는다. 개인적으로 명품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잊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생각했다.
이렇듯 외식 업계에서 노쇼를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매년 진행하는 소비자 교육 과정에 ‘노쇼’의 문제점과 근절을 위해 올바른 소비자 행태 등을 가르치는 과목을 추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예약을 잘 지키는 문화가 정착되면 업주들의 손해도 줄고 손님들이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질도 올라갈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어, 올해부터는 소비자 권리는 물론 한국의 예약 부도 실태, 외국인이 본 한국의 예약 문화, 예약 부도로 인해 손님에게 돌아오는 불이익 등 소비자의 의무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INTERVIEW

노쇼 타파를 위해, 의식 개선 및 체계적인 계획 필요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 최채환 대표

Q. 노쇼로 인해 많은 레스토랑이 피해를 입고 있다.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고 있는 건가?
노쇼의 피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우리 업장만 해도 하루 평균 적게는 5건 많게는 10건에 달한다. 특히 중복 예약을 많이 해 놓는다고 알려진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는 노쇼 발생률이 더욱 두드러지는데, 이번에는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토요일 점심 예약 취소가 20건에 달했다. 또한 연말 예약은 단체 예약이 많은데, 19명 예약을 양일 간 잡았다가 당일에 두 건 모두 취소한 경우도 있다. 10명 이상의 룸 예약의 경우 하루 최대 3건까지 취소되기도 한다. 비율로 치면 10~30% 노쇼가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최근 한 언론매체가 조사한 결과, 근 1년간 통보 없이 1~2건의 노쇼를 한 경험이 있는 고객이 8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은 날마다 예약 인원에 맞춰서 음식과 서비스 할 수 있는 직원 등 모든 세팅을 사전에 준비해 놓는다. 노쇼는 업장의 운영 부분에서 매출 부분에 모두 큰 피해를 주는 것이 확실하다. 더불어 노쇼 고객들로 인해 다른 고객들 역시 피해를 본다는 것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이다.
우리 업장의 경우 크리스마스와 이브 날 예약 대기 요청을 한 고객들은 100팀이 넘는다. 몇 번이나 전화를 해 취소가 나지 않았는지, 혹시라도 방문해서 기다리면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문의를 하나 예약 인원을 적절히 컨트롤하기 위해 죄송한 마음으로 다음에 방문할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결국 그 예약석은 대기석으로 비어있게 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Q. 오버 예약을 받거나 예약 보증금을 걸어 놓는다면, 노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현대카드 고메위크 행사에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가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는 그 행사에서 보증금을 받았다. 확실히 예약 보증금을 걸어 놓았더니, 노쇼 현상이 줄었다. 그러나 아예 발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더불어 몇몇 노쇼 고객들은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행사를 통해 보증금을 받고 진행했는데도, 이러한 마찰이 생기는데 업장에서 단독적으로 보증금을 받고 운영한다면 레스토랑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오버 예약의 경우도 참 애매한데, 10%의 오버 예약을 진행했을 때 노쇼가 발생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오버 예약을 받지 않아도 예약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 자리를 내어 줄 것을 요구하고, 예약 장부에 없는데 본인은 예약했다며 항의하는 고객, 워크인으로 들어와 대기를 하겠다는 고객, 예약 보다 많은 인원이 방문한 고객들 등 다양한 예약 사건들이 발생하는데, 노쇼를 감안한 오버 예약 등록은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전 예약을 한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Q. 개인적으로는 국내 외식 문화가 발전한지 오래되지 않았고 급하게 커지고 있어, 예약 문화에 대한 인식이 낮아 나타나는 문제점으로 생각된다. 국내와 비교 했을 때 해외 레스토랑에서 노쇼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는 미국 뉴욕에 5개의 지점, 일본 3개의 매장을 두고 있고 세계적으로는 14개의 매장을 글로벌 브랜드라 이 질문에 비교적 쉽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의 경우 매장마다 차이가 있다. 뉴욕은 보통 사전 통보를 주는 편이나 노쇼 비율이 낮은 편이나 마이애미 같은 휴양지의 경우 상대적으로 노쇼가 더 발생한다. 일본의 경우, 놀랍게도 노쇼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식문화에 대한 선진의식이라고 생각된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한국이 가장 높은 노쇼 비율을 자랑한다. 본사 대표 및 사람들이 한국에 방문해 업장을 둘러본 적이 있는데, 높은 예약률을 자랑한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듭된 노쇼로 자리가 많이 비어 있었다. 그때 본사 사람들도 한국의 노쇼 현상이 심각함을 느낀 것 같다.


Q. 노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사실 노쇼 현상이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다. 국내에는 아직 예약 취소 연락이 필수라는 문화적 인식이 자리 잡혀 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외국에서는 특별 행사 전에, 참석여부를 알려 달라는 문구가 자연스럽게 쓰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문화가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기다림’을 극도로 싫어해 일단 자리를 잡아 두고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고객들이 많다. 실제로 예약시간보다 한 두 시간 늦게 와 예약석을 요구하기도 하며, 예약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 “예약했는데 기다려야 하냐”고 항의하기도 한다. 앞 타임 예약 손님이 늦게 오거나 길어져 몇 분 늦어지게 되는 경우에는 엄청난 항의를 하기도 한다. 이는 아직 예약 문화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잡혀 있기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넋 놓고 고객 인식개선만 바라보고 기대한다면 노쇼가 사라지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예약금 제도나 위약금 등에 최소한의 강제적인 장치를 도입하고 동시에 예약을 엄수하는 고객에 한해서 우대를 해주는 등의 적극적인 방안이 절실하다. 더불어 고객과 업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유도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본다.


<2016년 2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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