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는 16세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가 머물렀던 위트레흐트(Utrecht)를 비롯해 16세기 독일 와인을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한 역사적인 산지인 브뤼먼(Brummen), 튤립으로 유명한 꽃의 도시인 하를럼(Haarlem) 등 여행객들에게 매력적인 명소가 많다.
이번 호에서는 그러한 역사적인 주요 도시에서 파인다이닝과 함께 애프터눈 티, 독일 전통 와인을 즐기면서 최고의 호스피탈리티를 경험해 볼 수 있는 명소 세 곳을 소개한다.
신성로마제국 ‘카를 5세 황제’의 별장
그랜드호텔 카를 V
네덜란드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위트레흐트주의 도시, 위트레흐트(Utrecht)는 로마 시대부터 요새로 형성된 도시로서 역사가 매우 깊다. 9세기부터 상업 무역의 중심 도시였으며, 대항해 시대인 16~17세기에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였기에 오늘날 이곳에는 수많은 관광 명소들이 밀집해 있다. 특히 16세기 합스부르크 왕가(House of Habsburg)의 스페인 국왕이자, 프랑스를 제외한 서유럽 전역을 다스렸던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인 카를 5세(Karel V, 1500~1558)가 헝가리에서 온 그의 여동생 마리아(Maria)를 만나기 위해 이곳 위트레흐트에서 머물렀던 역사적인 명소도 있다.
중세 시대인 1348년에 ‘독일 기사단(Knightly Teutonic Order)’이 처음 건립한 뒤, 가톨릭 사제의 수도원을 거쳐 카를 5세 황제의 거주지가 됐던 그랜드호텔 카를 V(Grand Hotel Karel V)다. 참고로 카를 5세의 야심은 ‘해가 지지 않는 왕국(The Sun to Never Set in Realm)’이었다고 한다.
약 67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호텔 건물은 오늘날 드넓은 정원으로 둘러싸여 도심지의 상징적인 휴양지자 5성급 럭셔리 호텔로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다이닝 레스토랑의 명성은 세계 정상급이다. 카를 5(Karel 5) 레스토랑은 수도원 분위기 속에서 최고의 미식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 레스토랑의 테라스에서는 정원의 분수대를 바라보면서 수석 셰프가 선뵈는 현대적인 미식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비스트로 카를 5(Bistro Karel 5)에서는 사과나 배의 과수원 테라스에서 런치와 디너를 이 고장의 제철 식재료로 만든 정통적인 요리와 새롭게 창조해 선뵈는 요리들로 즐길 수 있다. 더욱이 이곳에서는 하이 티의 로열 버전인 애프터눈 티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곳으로서 티 애호가들에게는 귀가 솔깃한 숨은 명소다. 크리미 수프, 퍼티 스테이크 타르타르, 크랩 롤, 스파이스 크림과 아보카도·훈제연어 샌드위치, 마카롱, 브라우니, 고형크림과 잼을 얹은 스콘, 마들렌, 과일 등과 함께 신선한 허브티를 즐겨 보기 바란다.
허브티를 마시는 순간 해가 지지 않는 영토,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가 머나먼 헝가리에서 온 여동생을 보기 위해 이곳까지 와서 머물렀던 그 남매간의 애틋한 혈육의 정(情)도 느껴질지도 모른다. 야외의 바 앤 라운지(Bar & Rounge)는 레스토랑이나 비스트로에서 디너를 즐긴 뒤 사람들과 만나 강한 향미의 에스프레소에서부터 샴페인, 맛깔나는 칵테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료들을 자유롭게 마시면서 휴양을 취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다. 칵테일 애호가들에게는 숨은 팁이 될 만한 장소가 될 것이다.
16세기 와인 명가의 캐슬
카스텔 엥헬렌베르흐 호텔
네덜란드에서 동부로 떠나 보면, 독일과 접경을 이루고 사과, 포도의 산지로 유명한 옛 고성들이 곳곳에 분포해 경관이 훌륭한 관광 명소들이 많다. 헬데를란트주(Gelderland)의 주도인 아른험(Arnhem)과 중소 도시인 쥐트펀(Zutphen)이 대표적으로 중세 건물 유적들이 온전히 보존돼 네덜란드를 여행한다면 둘러볼 만한 곳이다.
또한 옛 고성의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네덜란드의 전원 속에서 조용히 휴양을 취하고 싶다면 두 도시 사이의 한적한 도시인 브뤼먼(Brummen)에 방문해보자. 이곳에는 건물의 역사가 1570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인 ‘성(Kasteel)’, 카스텔 엥헬렌베르흐(Kasteel Engelenburg)이 있다. 지금은 유명 럭셔리 호텔로서 관광 명소로 자리를 잡은 이 성은 16세기부터 독일 와인을 생산, 발트해의 여러 나라에 수출한 역사적인 와인 명가의 유적지다.
그러나 1624년 스페인 측에 서서 벨루에 전쟁(Battle of the Veluwe)을 이끌었던 헨드리크 판 덴 베르흐(Hendrik van den Bergh, 1573~1638) 백작이 파괴했고, 야코프 2세 쉬멜페닌크 판 데르 오위에(Jacob II Schimmelpenninck van der Oye)가 재건립했다. 그 뒤로도 이 건물은 여러 차례 파괴되고 다시 복원됐다가 1988년에 비로소 골프장, 레스토랑, 대연회장을 갖춘 럭셔리 컨트리 호텔로 새롭게 탄생했다. 지금 이 호텔은 약 500년 이상의 풍부한 역사와 함께 최고의 부를 상징하는 브뤼먼 고장의 대표 명소가 됐다. 그만큼 휴양 시설과 함께 다이닝 서비스도 초일류라고 할 수 있다.
온실 형태의 구조로 연못 주위에 있는 세레 레스토랑(Serre Restaurant)은 프랑스 미식 요리로 그 명성이 매우 높다. 이 고장의 제철 식재료와 호텔의 정원에서 직접 재배한 각종 허브들을 사용하며, 각종 생선들은 인근의 바다에서 엄선해 요리한다. 특히 와인 셀러에 저장된 남아프리카산 와인은 와인 소믈리에가 현지에서 직접 엄선한 것으로서 약 200종에 달한다. 애프터눈 티 서비스 또한 매우 훌륭하다. 세계 각지의 스페셜티 티와 함께 영국 정통 페이스트리와 별미들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유명 브랜드인 남아프리카산 와인을 곁들인다면 더할 나위 좋을 것이다. 이 고장에서도 풍광이 가장 아름다운 레스토랑에서 런치와 애프터눈 티, 그리고 디너를 여유롭게 즐겨 보기 바란다. 야외 테라스에서는 성의 정원을 바라보면서 각종 별미들에 와인을 곁들이거나 하이 티를 예약해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프랑스 2대 미식 평론지 <고 에 미요(Gault & Millau)>(2019)에 ‘15.5/20’로 평가될 만큼 미식 수준이 일품이다.
역사가 18세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곳의 라운지 앤 바(Rounge & Bar)는 당시 귀족들이 집무실로 사용했던 공간으로서 벽난로와 함께 스코티시 싱글 몰트 컬렉션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시원한 드래프트 맥주에서부터 커피나 칵테일, 그리고 위스키의 테이스팅도 가능하다. 또한 애프터눈 티의 만찬을 고객이 원하는 경우에 이곳에서도 즐길 수 있다.
호텔의 기원이 본래 독일 와인을 제조, 발트해 연안 국가들에 수출한 와인 명가의 성이었던 만큼 16세기에 사용됐던 고풍스러운 와인 셀러에서 숙성 과정을 거치는 5000병 이상의 와인들을 감상하면서 와인 테이스팅을 비롯해 와인 소믈리에가 맞춤형으로 추천하는 와인과 함께 최고의 식도락을 맛볼 수 있다. 와인 애호가나 미식가라면 16세기 와인 명가의 지하 저장고에서 즐기는 와인 테이스팅의 경험을 그냥 지나치지는 못할 것이다.
튤립의 역사적인 산지이자, ‘꽃의 도시’ 하를럼의
판 데르 팔크 호텔-하를럼
네덜란드 하면, ‘풍차’와 함께 떠오르는 것이 아마도 튤립일 것이다. 꽃을 좋아해 튤립 산지를 여행하고 싶다면 네덜란드 서부인 노르트홀란트주(North Holland)의 주도인 하를럼(Haarlem)으로 떠나면 된다. 이곳은 운하가 많은 곳으로 한때 무역으로 크게 번성했던 곳이며, 수 세기 전부터 튤립을 재배해 일명 ‘꽃의 도시’로도 불린다. 역사가 중세 시대인 10세경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하를럼 도시의 중앙 광장인 흐로터 마르크트(Grote Markt)를 지나다 보면 13세기에서 15세기에 걸쳐 건축된 기독교 사원인 흐로트 커르크(Grote Kerk)가 지역 명소로서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은 광경을 볼 수 있다.
또한 14세기 건립된 역사적인 건물인 헤를럼 시청도 관광객들에게는 볼거리다. 이러한 관광과 함께 헤를럼에서 잠시 쉬면서 휴양을 즐기고 싶다면 투칸가(Toucan Road)의 판 데르 팔크 호텔 하를럼(Van der Valk Hotel Haarlem)을 방문해 보는 것이 좋다.
이 호텔은 네덜란드 호스피탈리티산업계의 선구자인 판 데르 팔크(Van de Valk) 일가의 마르튀니스(Martinus)가 1939년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으로 일으켜 세운 세계적인 호스피탈리티 체인 그룹인 판 데르 팔크 호텔 앤 레스토랑(Van de Valk Hotels & Restaurant)의 5성급 럭셔리 호텔이다. 이 호텔은 315개의 룸과 20개의 회의실을 비롯해 각종 시설과 함께 다이닝과 바의 서비스가 훌륭하기로 유명하다. 마르튀니스(Martinus) 레스토랑은 네덜란드 케이터링(Catering)의 선구자이자 호텔 그룹의 창시자인 마르튀니스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브렉퍼스트, 알라카르트 수준의 런치와 디너, 뷔페 런치를 매일같이 신선한 식재료들을 사용해 선뵌다. 일요일에는 스페셜 브런치도 제공하고 있는데, 그 메뉴의 폭이 방대하다. 또한 런치와는 별도로 ‘하이 티’도 마련했다. 커피, 티, 또는 오렌지 주스와 함께 럭셔리 샌드위치와 다양한 종류의 별미들, 그리고 수프들이 놓인 3단 스탠드를 보면서 즐거운 하이 티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이러한 엄청난 서비스의 배경에는 ‘키친 브리게이드(Kitchen Brigade, 부엌 사단)’의 활약이 숨어 있다.
라운지인 버디스 바(Birdy’s Bar)는 눈을 사로잡을 황금색의 원형 바와 벽난로가 인상적이며,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네덜란드산 화이트, 레드의 하우스 와인, 드래프트 비어, 소프트 드링크, 주스 등 광범위한 종류의 음료들을 우아한 별미나 네덜란드 전통 음식인 비터발렌(Bitterballen, 고기를 공 모양으로 구운 요리)’과 함께 경험할 수 있다.
꽃의 도시에서 즐기는 하이 티, 네덜란드산 하우스 와인, 비어를 즐기는 경험이 어떨지는 지금도 판 데르 팔크 일가에서 5세대를 이어 운영 중인 이곳을 방문해 직접 확인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