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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8 (토)

[남재철의 의전 노하우] 제3차 한국·소련 정상회담, 제주에서 열리다

1991년 4월 19일과 20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역사적인 한국·소련 정상회담이 제주에서 열렸다. 제주에서 열린 한국·소련 정상회담은 제 3차 회담으로, 제 1차 회담은 1990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제 2차 회담은 1990년 12월 모스크바에서 열렸었다.
전 세계에 평화의 무드가 조성되는 가운데 소련 대통령의 제주 방문은 한반도 전체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으며 제 3차 한국·소련 정상회담의 장소로 제주 S호텔이 선정된 것은 ‘소련의 크리미아반도와 주변 환경이 비슷하고 호텔시설이 매우 좋아 회담장으로는 최적지’라고 판단한 소련측 의전담당자들에 의해서였다.
이 한국·소련 정상회담을 계기로 제주도는 역사적인 회담 명소로 기록됐고 전 세계에 홍보될 수 있었다.


준비상황
한국·소련 정상회담 장소가 결정되자 호텔에서는 정상회담 준비사무국이 6개 분과위원회(의전, 홍보, 식음서비스, 객실서비스, 조리지원, 시설위원)로 결성돼 정상회담의 준비를 순조로이 진행했다.
국빈영접 경험과 국제행사를 치른 바 있는 60여 명의 노련한 식음서비스맨, 조리사, 외국어에 능통한 사원들이 행사준비에 파견됐고, 정상회담의 품위를 더하기 위해 각종 식기류 480여 점과 병풍 8점, 귀빈실 전용소파와 테이블을 공수해 회담장의 준비를 완벽히 했다.
단독회담 장소인 사라홀은 문갑자개장에 도예가 유근형 옹의 청자이중투각목련호와 유채꽃을 주제로 한 그림 등을 걸어 한국의 전통적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확대 회담 장소인 월라홀은 서구적이면서 우아한 분위기로 꾸며졌다. 만찬장소인 한라홀은 제주의 토속적인 정서와 더불어 두 나라의 문화를 함께 느끼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천정에서 바닥까지 옥색실크를 늘어뜨렸으며, 중앙에는 지름 3m 규모의 제주도를 상징하는 미니가든을 조성했다. 미니가든에는 연못을 중심으로 주위에 1m 높이의 돌하르방 2개와 크렘린 궁전 모형을 준비했고 전체적으로는 유채꽃 장식이 주를 이뤘다. 로비에는 모스크바 바실리성당 모형을 설치해 그 앞에 페레스트로이카, 글라스노스트 칵테일이라는 이름을 붙인 소련 보드카 시음장을 마련해 한국·소련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고르바쵸프 대통령과 영부인 라이사 여사가 묵은 로열 스위트룸에는 두 사람의 이름을 수놓은 냅킨을 특별 제작해 비치하고, 특히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키위와 난초, 장미 등 8가지 꽃을 담은 꽃바구니로 실내를 장식했다. 또한 회담을 취재하러 온 내, 외신 기자들의 편의를 위해 호텔 3층에 프레스센터를 마련하고 전화선 600회선, 장거리전화 105회선, 팩시밀리 15대, 컴퓨터 신문편집기 25대, 고속복사기, 타자기, 위성통신이 가능한 멀티
비전 등을 구비했다.


진행상황
1991년 4월 19일 밤 10시 13분에 도착한 고르바쵸프 대통령 내외는 현관에서 노태우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으며, 두 정상 내외가 로비를 지날 때에는 실내악단이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연주해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호텔 측에서는 고르바쵸프 대통령 내외에게 자개보석함과 팔각은 제구절판을 선물했다. 이어 밤 11시부터 대연회장에서 양국의 공식수행원 24명을 비롯해 60여 명의 국내인사들이 참석한 환영만찬회가 열렸으며, 만찬 순서는 양국 국가의 연주를 시작으로 노태우 대통령의 만찬사, 고르바쵸프 대통령의 만찬답사, 만찬민속공연 순으로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이날 만찬 메뉴로는 ‘남국의 섬’이라는 장소의 특성을 살려 전복, 광어, 연어, 홍합, 옥돔 등 해산물 모둠 요리를 유채꽃과 제주란으로 장식한 조개껍질에 담아 제공했다. 특히 부인 라이사 여사는 만찬 때 후식으로 마련한 인삼 샤베트를 먹으며 “맛이 너무 좋고 장식도 아름답다.”며 “무엇으로 만들었냐”고 몇 번이나 물어 보기도 했다.
이튿날인 1991년 4월 20일 오전 11시 15분부터 1시간 30분 동안 사라홀에서 한국·소련 정상의 단독회담이 열렸고, 곧바로 12시 35분부터는 월라홀에서 양국 공식수행원이 참석한 확대회담이 열렸다. 모든 공식행사를 마친 두 정상 내외는 한정식으로 차려진 오찬을 나누고 호텔 정원을 산책한 후 오후 2시에 호텔을 떠났다. 호텔을 떠나면서 고르바쵸프 대통령은 “세계 여러나라 호텔을 다녀보았지만 이렇게 풍광이 아름다운 곳은 처음”이라며 극찬했고 “회담도 좋았지만 포근하게 잘 쉬고 간다. 다시 만나자.”라고 말해 호텔의 훌륭한 시설과 서비스에 대한 인사를 대신했다.
예정에 없었던 행사인 관계로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는데, 빈틈없이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던 것은 많은 국가적 큰 행사를 치른 경험과 종업원의 철저한 서비스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언론의 극찬이 결코 빈말이 아닌 값진 경험이었다.

<2015년 9월 게재>



남재철
(주)아이앤비컨설팅 대표

남재철 대표는 20년간 국내 최고 품격을 자랑하는 Hospitality Service업에서 경험한 VIP 환대서비스 노하우를바탕으로 품격있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정부 및 공공기관 기업체 대상으로 행사 및 VIP 의전 서비스 전문 강사로 왕성한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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