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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8 (일)

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Evodia

 

우리가 레드 와인에서 바라는 모든 것~! 선명하고 예쁜 루비 칼라, 상큼한 과일향과 개성있는 향신료향, 은은한 오크향, 적절한 무게감에 짜여진 구조, 타이트한 타닌감, 여기에 감각적인 칼라와 모티프가 새겨진 레이블 패키지, 그리고 묵직한 병까지? 와우~!!

 

'신의 물방울' 와인, 에보디아~!

 

2000년대 초반,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열광적인 관심을 끌었던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을 기억하는가? 일본인으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던 한 와인 전문가가 생전에 모은 엄청난 와인 컬렉션을 상속 받기 위해, 친자와 양자 사이에 와인 맞추기 대결을 벌이는 스토리의 장편 만화책이었다. 와인 공부는 전혀 받지 못했지만, 어릴 적 아버지 옆에서 보고 들은 경험을 기억하며, 천부적인 유전자의 우월함을 자랑하는 친자와 정통 와인 전문 소믈리에로서 교육받고 자란 무서운 실력의 양자는 돌아가신 부친이 낸 12가지 문제를 풀면서,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가진 다채로운 와인들을 소개한다. 수백만 원짜리 와인도 등장하지만, 때로는 수만 원짜리 와인들도 시음주로 등장하는데 수백 종의 와인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 만화를 만든 글 작가와 그림 작가는 친남매인데, 스토리도 탄탄하고, 그림도 잘 그리지만, 와인에 대한 전문적이고도 방대한 지식이 압권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 ‘만화’책은 초보자를 위한 와인 책이 아니라, 전문가나 마니아를 위한 와인 교본이었다. 바로 이 만화책의 31권에 오늘의 주인공 에보디아(Evodia) 와인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이 와인을 마시고, ‘모두가 노력해서 땀흘려 만든 나무 위의 집’으로 묘사했다. 아마도 만화 작가는 이 와인이 만들어진 원래 탄생 스토리를 들었고,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그렇게 표현했으리라. 독자 여러분도 다음 문단의 양조장 설명글을 읽는다면 만화 주인공이 그렇게 느낀 이유에 공감할 것이다. 


대개 <신의 물방울> 만화에 소개된 와인들은 가격이 높거나 국내에서 구입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이 ‘에보디아’ 브랜드 와인은 마트나 행사장에서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는 대중적인 와인이다. 가격 또한 매우 좋아서, 전 세계적으로 ‘핵가성비(A killer value, a crazy good price)’ 와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에보디아 와인은 2009년부터 세계 유수의 와인전문잡지로부터 90점 이상의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과연 이런 놀라운 와인은 어디에서 생산되고, 누가 만든 것일까?

 

 

 

아라곤 왕국의 유산, 칼라타유드 와인 산지


711년에 갑자기 아프리카로부터 쳐들어 온 이슬람 이민족들의 침입에 밀려 이베리아 반도의 대부분을 내주고, 북서쪽 험준한 칸타브리아 산맥에서 절치부심하던 가톨릭 왕국들은 10세기가 되면서 조금씩 힘을 키우면서 국토를 수복하기 위해 남하하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전투에서 승리하며 영토를 수복해 내려 왔지만, 마지막 남은 그라나다 이슬람 왕국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가장 큰 두 가톨릭 왕국의 결합이 필요했다. 그리해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 여왕과 아라곤 왕국의 페르디난트 왕은 전략적 결혼을 했고, 두 세력은 힘을 합쳐 1492년 마침내 이베리아 반도의 완전 수복에 성공했다. 이후 보다 강력했던 카스티야 왕국은 콜럼버스를 후원하여 신대륙 공략에 나섰고, 보다 작은 서쪽 지역의 아라곤 왕국은 지중해 쪽으로 눈길을 돌려야 했다. 


이 아라곤 왕국의 영토가 현재 스페인의 아라곤 지방과 카탈루냐, 발렌시아 지방이니, 이 들 지방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유사성과 통일성의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스페인의 국가 대표격 품종인 템프라니요가 국토의 중앙부를 석권하고 있다면, 또 다른 위대한 품종은 국토의 동부 지방에서 그 영광의 빛을 드러낸다. 이 품종은 바로 위대한 ‘가르나차(Garnacha)’다. 프랑스 남부에서는 그르나슈(Grenache)로, 이탈리아 사르데냐에서는 카노나우(Cannonau)로 알려진 바로 그 품종이다. 


가르나차의 원산지는 카스티야 지방과 카탈루냐 지방 사이에 있는 역사적인 아라곤 지방이며, 이곳에서 시작해 스페인 동부와 지중해 라인을 따라 고온 건조한 기상 조건을 가진 여러 국가들에 전파됐다. 가르나차 품종은 테루아의 특성과 빈티지, 그리고 수확 시기 조절에 따라 가벼운 와인에서부터 무겁고 진지한 와인들까지 생산할 수 있다. 원산지 칼라타유드(Calatayud), 까리네냐(Carineña), 캄포 데 보르하(Campo de Borja) 등지에서는 일상으로 마실 수 있는 즐겁고 유쾌한 와인 스타일이 생산되며, 동부 해안 산악지대의 프리오랏(Priorato) 지구에서는 진하고 풍부한 스타일이, 중서부의 시에라 데 그레도스(Sierra de Gredos)에서는 감각적이고 격동적인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된다. 그럼, 이 달의 와인이 생산되는 칼라타유드 산지로 한 발짝 더 들어가 보자. 

 

 

동업자들의 땀과 노력의 결실, 에보디아 가르나차~!


칼라타유드(Calatayud DO) 와인 산지는 오염되지 않은 청정 시골 지역이다. 가르나차 포도밭과 올리브 농원, 체리 과수원 그리고 곡식이 재배되고 있는 농촌 땅이다. 칼라타유드 북쪽으로는 캄포 데 보르하, 나바라(Navarra), 리오하 바하(Rioja Baja) 지구가 있는데, 모두 가르나차 품종을 많이 재배하는 곳이다. 이들 가르나차 포도밭의 바다 같은 곳에 칼라타유드는 원산지지만 명성은 작은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지역의 가르나차 품종 와인은 산뜻하고 맛에 신선한 과일향이 풍부해 일찍이 미국 등으로 수출되며 전통적인 유럽 스타일의 입맛을 가진 애호가들을 만족시켜왔다.

 

그러나 이 지역 와인이 한 단계 업그레드되기 위해서는 한 선구자를 기다려야 했다. 에릭 솔로몬(Eric Solomon)은 이런 혜안을 가진 양조가다. 그는 지역의 와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장 마르크 라파주(Jean-Marc Lafage)와 욜란다 디아스(Yolanda Diaz)를 만나게 됐다. 욜란다는 지역 토박이로서 그 누구보다도 지역의 테루아를 속속들이 꿰차고 있었다. 장 마르끄는 프랑스 남부 루씨용 출신으로 까탈루냐 지역에서 와인 양조와 컨설팅 일을 하며 자기 재능을 떨치고 있었다. 


마음이 맞은 세 사람은 산타 크루스 산맥(Sierra de Santa Cruz) 비탈에 위치한 아세레드(Acered)와 아테아(Atea) 두 마을 사이에 펼쳐진 거친 고원 지대의 환경에 주목했다.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테루아를 발견한 것이다. 해발 1000m에 육박하는 높은 고도를 가진 이곳은 칼라타유드 원산지 명칭 생산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곳의 토질이다. 순수한 규소질 토양인 이곳의 토질은 스페인 최고의 고품격 와인을 생산하며 가장 핫한 와인 실험실 지역인 카탈루냐의 프리오랏 지구와 동일하고, 또한 장 마르크가 태어난 프랑스 모리(Maury)의 토양과도 같다. 장 마르크는 고향에서도 작은 규모의 양조장 샤또 생 호슈(Chateau Saint-Roche)를 운영하고 있기에, 규소토질과 가르나차 품종과의 특별한 궁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개성 뿜뿜 넘치는 매우 특별한 테루아와 오래된 가르나차 고목의 만남이 에보디아 와인의 탄생 배경이다. 

 

 

에보디아는 국내에는 ‘오수유’로 알려져 있는 나무로서 향기가 좋고 열매는 약재 성분을 가졌다. 이 프로젝트 팀이 생산할 에보디아 와인이 추구하는 향긋한 방향성과 효능성을 강조하는 브랜드 명칭으로 삼은 것 같다. 양조는 지역 생산 조합 시설인 산 알레한드로(Bodegas San-Alejandro)의 양조장에서 생산한다. 이 양조장은 1962년에 설립된 지역 협동조합 시설로서, 현재 350여 개의 협력업체와 1100ha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와인메이커는 후안 빈센테 알카니스(Juan Vincente Alcañiz), 호르제 템프라노(Jorge Temprano)가 맡고 있으며, 초기부터 프로젝트에 참여한 장 마르크 라파주가 자문을 해 주고 있다. 당연히, 욜란다 디에스는 에보디아 브랜드 생산을 총괄하고 있다. 마트의 매대에 놓인 밝은 파랑색 빛깔의 에보디아는 품질로서나 가격으로서나 우리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행운의 파랑새’다. 

 

 

에보디아, 가르나차 Evodia, Garnacha

 

 

행운을 가져오는 파랑새 레이블의 에보디아 와인은 원산지 아라곤 지방에서 자란 가르나차 품종의 가장 순수한 표현을 느낄 수 있다. 해발 고도 900m에 위치한 밭, 원뿌리에서 자란 순수한 포도, 지형과 경사도, 채광이 좋아, 품질 좋고 생동감있는 와인 스타일을 구현한다. 평균 수령 70여 년 정도의 오래된 고목으로부터 생산되기에 소출율은 ha 당 4톤 정도다. 이 정도면 보르도 그랑크뤼급 소출율이다. 수확된 포도는 80%는 줄기를 제거하고, 나머지 20%는 줄기째 포함해 양조한다. 와인에 부가적인 힘을 주기 위함이다. 발효는 콘크리트 탱크에서 20여 일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다. 이어지는 7일간의 침용 과정은 수작업으로 껍질층을 눌러 주며, 매우 섬세하고 우아한 타닌과 내용 물질을 추출하는 공정을 고집한다. 이 방법은 산화를 최소화할 수 있어, 고급 피노 누아 생산지에서 즐겨 사용하는 기법이다. 숙성은 대부분은 콘크리트조에서 6개월간 진행하며, 오크통에는 약 20% 정도의 분량만 넣는다. 과일의 풍미를 살리기 위해 중고 오크통에서 3개월 정도만 숙성시킨다. 


필자가 시음한 2020년 빈티지 에보디아는 선명한 적보랏빛 뉘앙스에 흑적색 맑은 루비색이 아름다운 표정으로 반기는 와인이었다. 첫 잔을 따를 때부터 매우 향기롭고 아카시아꽃, 제비꽃, 꽃향기가 좋다. 그래서 브랜드 명칭을 ‘에보디아(=Perfum 향수)’로 선정했나 보다. 이어서 산딸기, 체리, 체리 브랜디, 블렉베리, 은은한 삼나무향이 배어 나온다. 결결이 질감이 잘 채워진 와인으로서, 모난 구석이 없이 매끄럽고, 멋진 타닌으로 곧추 세워진 미디엄 풀보디 와인이다. 이 가격대에서는 경쟁자가 없을 듯하다. 2020 빈티지는 <Wine Advocator> 매거진에서  91점을 받았다.  

Price 3만 원대

 

에보디아, 오가닉 가르나차 Evodia, Organic, Vino Ecologico de Garnacha

 

 

한 폭의 비단에 그린 정물화를 보는 듯한 세련된 레이블로 갈아입은 오가닉 에보디아~! 에보디아 ‘오가닉’ 와인은 아라곤 지방 와인 생산자들의 오랜 전통을 따라, 자연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재배된 포도를 사용했다. 이베리코 산맥(Sistema Ibérico)의 900m 고지대에 위치한 매우 작은 구획의 포도밭이다. 여기에서 친환경 영농, 관개를 하지 않는 건지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한다. 에보디아 표준 뀌베와 같이, 포도 수확분의 약 20% 정도는 줄기채 포함해 양조한다. 발효는 콘크리트 탱크에서 긴 침용 과정과 함께 총 5주에 걸쳐 양조 공정이 이뤄진다. 일반 뀌베보다 긴 공정을 거친다. 숙성은 대부분은 지하에 있는 콘크리트조에서 진행하며, 약 10% 정도의 분량만 프랑스 오크통에서 같은 기간 숙성시킨다. 일부는 실험적으로 ‘콘크리트 에그(달걀형 콘크리트조)’에서 숙성시킨다. 


필자는 오가닉 에보디아 와인이 특히 피니시가 좋은 이유가 이런 계란형 구조물이 주는 초자연적 에너지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3만 원짜리 와인을 만드는데 이런 노력을 쏟다니~! 필자가 시음한 2020 빈티지 에보디아 오가닉 가르나차 100% 와인은 체리, 산딸기 등 싱그러운 과일향이 마치 피노처럼 가득하고, 산골짝 이름 모를 풀내음, 허브 내음이 신비스러움을 더하는 멋진 부께를 연출한다. 오크통 숙성을 많이 하지 않아, 피니시가 세련된 과일맛을 준다. 구조감은 원만하고 질감은 부드럽고 산도는 높지 않아서, 구입 후 바로 마셔도 좋겠다. 레드 와인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음식과 어울릴 만능 레드다. 특히 양갈비, 양꼬치, 바비큐 구이 등을 추천한다. 

Price 3만 원대

 

사진 제공_ 동원와인플러스(T. 1588-9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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