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직원의 정의
호텔에는 여러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있다. 우리가 흔히 보게 되는 객실부, 식음료부 직원에서부터 가끔 방에 문제가 생기면 보게 되는 시설부 직원들까지. 이들 한 명 한 명은 호텔 브랜드의 프로퍼티가 돼 호텔을 대표하고, 그들 나름의 프로페셔널함을 대외에 공표한다. 그렇게 형성된 호텔에 대한 이미지는 브랜드를 형성하고 고객은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로열티를 쌓게 된다.
그런데 호텔을 구성하는 인적자원은 호텔 직원뿐일까. 수많은 호텔들이 사라지고 리모델링되고 신축되는 현장에서, 호텔 건물을 구축, 건축하는 것은 또 다른 이들의 몫이다. 이들은 ‘호텔리어’는 아니지만, 분명 오늘날 호텔을 있게 한 부분으로서 ‘노동자’의 지위를 갖는다.
호텔이 탄생하기 위해선 너무나 당연하게도 ‘건축’이 필요하다. 설계도면, 현장개설, 인력발령을 아우르는 공사계획이 설립되면 가설도로 수도 및 전기 인입 등 가설공사가 진행된다. 이후 건축물의 기초 및 터를 팔 것이고 문화재라도 발견되면 공기(工期)는 길어진다. 그리고 건축물의 윤곽을 드러내는 골조공사가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외부 및 내부 마감공사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관할 관청의 준공허가를 받는다.
이런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매년 400명 이상 희생된다. 호텔도 예외는 아니다. 결국 빠른 공사기간으로 최대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기에 ‘비용 절감’‘이 지상과제다. 실제로 현장에서 설계사는 건축주나 발주사가 요구하는 금액에 맞출 수밖에 없다. 설계사의 아름다운 호텔 건축물이 구현되는 데 1000억 원이 들어가는데, 발주사 요구에 맞춰 700억 원으로 맞춘다면? 이에 맞춰 시공사가 가설공사, 품질시험을 해 원가를 절감한다면? 사고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뭐가 다를까
건설 현장에는 안전관리자, 품질관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인원이 부족하니 겸직을 한다. 위법이다. 감리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하지만 감리가 매뉴얼에 따라 공사과정을 검토하고 시정해 공사기간이 늘어나기라도 하면 그 많은 금융비용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발주사의 몫이다. 그러니 발주사는 이를 원하지 않고, 감리도 이에 맞추면 결국 모두의 이해관계는 하나로 모아진다.
“그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그리고 어떤 사고가 있어도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구체적인 업무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만 사업주를 처벌했다. 그런데 사업주는 보통 법인이다. 그리고 경영책임자는 실무적인 안전보건관리책임을 대개 공장장, 현장소장 등에게 위임한다.
따라서 처벌은 ‘말단 관리자들’, ‘현장소장’ 혹은 ‘직접 원인을 제공한 근로자’의 몫이었다. 처벌범위가 윗선으로 확장되기도 어렵다. 까닭은 성격상 ‘고의’가 들어갈리 없기 때문이다. 어느 사업주가 자신의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희생되길 ‘굳이’ 바라겠는가.
이런 실정이다 보니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의사결정과정에 있어 가장 높은 사람, 대표이사를 처벌하자, 이게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다. ‘고의 없음’과 ‘부실 현장’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희생자를 막기 위해 가장 높은 의사결정권자인 대표이사를 콕 집어 형사책임을 묻는다. 그러면, 좀 나아지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감.
대표이사에게까지 확장된 책임
일견 명확해야 하고, 책임주의에 입각해온 근대 형법 체계를 거스르는 듯한 이러한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은, 현재 각 현장에 적용된다. 이제는 대표이사 자신에게 전방위적 안전 구조 구축 의무가 부과된 상황에서 금융비용을 아끼겠다고 무작정 공사를 빨리 하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처벌될 수 있기 때문에. 건설 자재의 원가를 함부로 절감하는 것 역시 힘들 것이다. 형사처벌의 칼끝이 더 이상 노동자의 부주의, 중간관리자의 실수뿐 아니라 대표이사의 관리책임에까지 향하기 때문이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건설업과 제조업 현장에서의 희생자 수는 500명 가까이 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서울 한복판 특급호텔 건설현장에서 하청으로 일하는 어느 작업 인원이 강철기둥에 부딪혀 끝내 희생됐다. 차량과 도로가 존재하는 한 교통사고가 없을 수 없는 것처럼, 산업재해 역시 현장이 존재하는 이상 사고는 없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높은 층고의 호텔에 가면 딛게 될 당신의 템피스트 대리석 바닥 그 공간이 있기까지, 무슨 각고의 노력 따위 ‘희생’ 말고 진짜 ’희생자’로 분류되는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금의 호텔을 구성하는 호텔리어는 아니지만, 호텔을 있게 만든 노동자들이었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주요내용(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