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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7 (수)

호텔&리조트

[Hotel Insight] 공간력의 호텔, 페르소나 공간으로 진화하라! 환상 그 너머의 공간으로 거듭나다

 

본격적인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며 오프라인 공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에 공간 비즈니스를 하는 호텔도 단순히 호캉스의 목적지에서 나아가 전시, 공연, 유통 등의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공간력은 <트렌드 코리아 2023>이 제시한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힘’을 의미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의 트렌드가 확산,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대세가 되는 기조가 있었으나, 공간력은 ‘오프라인이 죽는 게 아니라 재미없는 공간이 죽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공간 활용에 대한 고민이 많은 요즘, 특히 데스티네이션 호텔을 표방하며 호텔을 목적지로 고객을 끌어 모으려면 무엇보다 공간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엔데믹 시대에 펼쳐질 공간의 새로운 기회, 궁극의 경험공간으로 거듭나게 할 공간력은 무엇일까?

 

재미없는 공간은 죽는다!
공간력, 2023년 관통할 오프라인 키워드로 떠올라


객실, 레스토랑, 연회장, 라운지, 피트니스, 루프톱 등…. 공간 비즈니스를 하는 호텔에 있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타깃 고객도, 제공하는 서비스와 상품도, 호텔 고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도 영향을 미친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제시하는 ‘공간력’은 먼저 작은 개인 블로그부터 거대한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손에 닿지 않는 것 같았던 가상공간이 우리의 삶 깊숙한 곳에 일상으로 스며든 것을 대전제로 오프라인 공간을 설명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3>은 가상의 영토가 넓어질수록 실제공간의 역할도 중요해진다며, 흔히 가상공간을 온라인, 현실공간을 오프라인으로 구분하지만 실제공간은 온라인의 상대개념이 아니라 우리 삶의 근본적인 토대이자 터전임을 강조한다. 자기만의 매력으로 무장한 실제공간에는 아무리 정교한 가상공간도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편 대학내일20대연구소 <Z세대 트렌드 2023>에도 올해 Z세대를 관통할 키워드 중 하나로 ‘공간’이 소개됐다. 인플루언서블 세대이자 하이퍼 퍼스낼리티를 추구하는 Z세대는 셀프 브랜딩에 적극적이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 같은 채널에 사진과 글, 영상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일상의 순간들을 포트폴리오처럼 쌓아나간다. <Z세대 트렌드 2023>은 Z세대가 셀프 브랜딩에 활용하는 순간은 거창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Z세대가 좋아하는 음식, 즐겨보는 콘텐츠, 새로 시작한 취미처럼 소소한 것이 아니라도 내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고 어떤 태도로 삶을 즐기는지를 드러낼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여긴다. 이런 관점에서 공간도 Z세대에게는 매력적인 셀프 브랜딩 수단이다. 트렌디한 공간, 자신의 취향이 담긴 공간을 적극적으로 찾아가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그 공간에서 특별한 경험을 통해 받은 영감을 스토리텔링하며 자신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렇듯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Z세대의 성향은 공간력을 연구해온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 사람들이 몰려드는 ‘페르소나 공간’의 비밀>을 통해 분석한 ‘페르소나 공간’과 맞닿아 있다.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는 공간력을 갖춘 대표적인 사례로 더현대 서울 소개했다. 더현대 서울의 스토리 이전에 공간력에 대해 살펴보면, 공간력은 △공간 자체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인력(引力)’ △가상의 공간과 연계돼 효율성을 강화하는 ‘연계력’ △메타버스와의 융합을 통해 그 지평을 넓히는 ‘확장력’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더현대 서울을 통해 비춰본 공간력
관념과 문화 깬 혁신이 바탕


가상공간이 일상으로 스며들며 호텔에서도 속속 메타버스로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아직까진 공간 자체의 힘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인력에 대한 호텔들의 고민이 클 터. 인력의 전략으로는 △매장을 더 크거나 작게 하며 마치 중력처럼 고객을 끌어당겨 고객과의 거리를 최대로 가깝게 하는 방법,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느끼게 하는 방법, △지역 주민의 교류와 공감의 마당이 되게 하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 공간력을 가진 대표적인 공간으로 언급되는 더현대 서울은 전통적으로 입지가 중요한 백화점으로 최악의 상권, 백화점의 무덤이라 불리던 여의도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이던 시기에 오픈했지만 지금은 전국 각지는 물론 전 세계에서 찾는 핫플레이스이자 랜드마크가 됐다. 오픈 이후 1개월을 기준으로 방문고객이 200만 명, SNS 업로드 11만 건 이상의 기록을 달성, 지금까지 꾸준히 모든 백화점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다.


더현대 서울의 공간력을 호텔에서 주목해야 될 이유는 백화점과 호텔이 비슷한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백화점도 호텔도 전통적으로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공간이며,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가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였다. 또한 주로 취급하는 상품이 럭셔리가 많다. ‘사치품’, 즉 ‘필요하지 않은’, 혹은 ‘초과, 잉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럭셔리는 갈망에 근거하고, 갈망은 경험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공간의 효용성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그동안 주 타깃 고객이 중상층의 라이프 스타일을 누리고 있는 40~50대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세 가지 공식을 더현대 서울은 보란 듯이 깨고 ‘라이프 스타일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더현대 서울은 보수적인 유통업계의 관념과 문화를 타파, 철저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백화점을 기획했다. 하지만 백화점이 아닌 몰(Mall)의 골조였던 탓에 폐쇄미(?)를 미덕으로 두는 백화점에 대형 기둥과 빈 공간이 너무 많았다. 초기에는 백화점이라면 떠올릴만한 명품 브랜드가 하나도 없었고, 심지어 바로 옆에 IFC몰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도 있었다. 게다가 서비스산업과 다르게 유통산업은 빠른 온라인화로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는 산업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악조건을 공간력으로 극복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브랜드 아이덴티티 기반으로 
‘누구에게나’는 지양해야


오프라인 기반 공간의 핵심은 경험이다.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을 지향하는 호텔의 경우 더욱이 경험은 공간의 숨을 불어 넣어준다. 그런 의미에서 더현대 서울은 유통산업의 위협요인이었던 디지털 트렌드를 무작정 쫓기보다 오프라인 공간만이 할 수 있는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고객에게 강렬히 어필, 공간 비즈니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선도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3>,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의 저자 서울대학교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 이수진 박사(이하 이 박사)는 “이전까지의 백화점은 단순한 쇼핑을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 공간에 방문, SNS를 통해 해당 공간에 있는 나를 표현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시대가 됐다. 그렇다 보니 백화점이 나의 자아를 표현해주는 수단 중 하나가 됐다.”고 설명하며 “인문지리학자 이 푸 투안(Yi-Fu Tuan)에 따르면 장소는 공간에 경험이 더해질 때 비로소 탄생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장소로 거듭나려면 공간의 외형적이고 물리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무형의 가치를 더해야 한다. 일종의 ‘정체성 동일시’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 개별 고객이 자기 정체성을 동일시할 수 있는 공간을 ‘페르소나 공간’이라고 명명했다.


한편 더현대 서울의 페르소나 공간 전략의 핵심은 공간이 주는 무형의 가치를 고객이 직접 경험하고, 공감하게 함으로써 로열티를 높이는 동시에 이를 자연스럽게 소비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더현대 서울은 그들의 타깃 고객 페르소나를 아홉 가지 유형으로 규정하고, 타깃 그룹의 고객 페르소나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자기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처럼 뉴리테일의 시대에는 타깃 고객의 페르소나를 정확히 설정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소비자가 자기 개성을 중시하고, 취향이 극도로 개별화된 시장에서 모든 소비자를 골고루 만족시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아주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공간이 될 것인가’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하는데, 페르소나를 9개 유형으로 만든 더현대 서울은 메인 타깃을 MZ세대로 ‘못’을 박았다.


MZ세대를 타깃으로 세운 후에는 공간, 디자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등 백화점 경영의 모든 측면에서 예전과는 달라야 했다. 그리하여 백화점의 꽃이라 불리는 MD기획팀에 내려진 첫 번째 특명은 “지하 2층은 임원이 모르는 브랜드로만 채워라.”라는 것이었다. 이로인해 실제로 더현대 서울에는 기존에 백화점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신진 브랜드들이 ‘힙’한 콘셉트로 입점했고, 현재 더현대 서울의 20~30대 매출 비중은 46%로 타 점포 평균인 20%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공간에 경험 더해 승화되는 장소


백화점의 성패가 위치에 좌우된 이유는 어느 백화점이든 입점하는 브랜드가 대동소이하기에 브랜드만으로 차별화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전통적으로 오프라인에 기반을 뒀던 유통산업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오프라인 매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더현대 서울이 집중한 것은 온라인이 주지 못하는 ‘경험’이다. 


앞선 페르소나를 공간에 적용하면 ‘공간의 페르소나화’가 돼야 하는 것. 이에 더현대 서울은 일종의 테마파크와 같이 다양한 공간적 장치를 통해 현실이 아닌 곳에 와 있는 듯한 환상감을 창조했다.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는 이를 “공간을 폐쇄화하고, 하나의 테마와 콘셉트를 통해 공간 이미지를 창출함으로써 환상을 공간으로 구현했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더현대 서울의 공간 구성은 단지 멋지고 화려한 요소를 적극 도입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 공간디자인의 발상을 전환하고 관행을 탈피, 표현대로 기존의 백화점 공간에서는 정반대의. 말 그대로 상상할 수 없는 ‘환상’같은 공간을 만들어냈다.


더현대 서울은 고객경험을 먼저 고려해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상품과 브랜드를 맞췄다. 매출이라는 효용성보다 고객경험이라는 유희성에 초점을 둠으로써, 단순한 ‘매장의 집합’이 아닌 하나의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선사했다. 가고 싶은 ‘환상의 공간’, 혹은 ‘환상 그 너머’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진화된 페르소나 장소성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전체 면적 중 절반만 매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보이드(Void)나 휴식 공간으로 만든 점도 파격이었다. 기존 백화점은 고객의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도록 패쇄적으로 공간을 만들고, 내부 몰입감을 높이는 데 최적화된 구조와 동선을 설계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몰 구조로 골조가 완성돼 있었던 더현대 서울이었던 터라 공간의 개방성과 공공성에 대한 깊은 성찰 끝에, 전에 없는 형태의 백화점을 탄생시켰다. 한편 내부 골조 외에도 더현대 서울의 파격은 외관, 인테리어, 조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시 환상감에 두고 있다.

 

 

하드웨어의 플랫폼 속에서
스트리밍하는 새로운 콘텐츠들


공간의 페르소나화 이후의 과제는 공간의 효용을 위한 활용이었다. 더현대 서울의 공간 기획이 전례 없었던 것만큼 머천다이징(이하 MD)이 주요 과업이 된 것.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에서는 더현대 서울의 MD 전략을 고객 분석(타깃 분석), 브랜드 소싱, 상품 분류와 진열(그루핑, 조닝), 고객 동선 설계(레이아웃), 전시(비주얼 MD), 팝업매장 운영, 고객 응대와 서비스 등으로 나눠 분석했는데, 그중 호텔에서 주목해보면 좋을 내용이 팝업매장 운영이다. 


팝업매장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두 달 동안 임시로 운영하는 매장을 말한다. 더현대 서울은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한다는 정체성에 어울리는 팝업매장을 구성해 고객에게 끊임없이 흥밋거리를 주고 있다. 더현대 서울에서는 대표적으로 1층 팝업존에서 최초의 꼼데가르송 영패션 라인 팝업이 진행됐으며, 샤넬·티파니·몽클레어 등의 명품들도 잇달아 팝업을 오픈했다. 이들 브랜드는 보통 신세계백화점 강남이나 현대백화점 판교같이 소비 파워가 큰 곳에서만 팝업을 기획됐는데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한 덕에 더현대 서울에서의 유치가 가능했다고.


또한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문화 코드를 반영, 세븐틴과 BTS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인더숲(In the SOOP)’ 팝업을 실시하기도 했으며, 2022년 초에는 지하 1층 식품관에서 위쿡(WEECOOK)과 함께 라면에 진심인 사람들을 위한 가게 ‘88라면스테이지’로 MZ세대를 위한 더현대 서울이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도 했다.


이 박사는 “궁극적으로 공간력은 콘텐츠 파워로 힘을 얻는다. 더현대 서울의 팝업은 사실 오픈 초기 브랜드 입점이 더뎌지면서 빈 공간의 활용 방안으로 모색, 팝업스토어가 시대적 흐름과 맞물리면서 인기를 끌게 된 케이스다. 백화점으로는 전에 없던 시도라 혁신적인 팝업이 많았는데, 그중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원스피리츠 ‘원소주’와의 컬래버”라고 이야기했다. 원스피리츠의 원소주는 첫 공개 전부터 아티스트 박재범이 출시한 소주로 MZ세대라면 누구라도 주목하고 있었던 제품이었다. 많은 이들의 주목을 이끌었던 만큼 첫 등장이 임팩트가 있어야 했고, 그 화려한 무대로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더현대 서울이 선택된 것이다. 원소주는 팝업스토어 외에 다른 판매 채널은 오픈하지 않는 전략으로 희소성을 높였고, 그 결과 오픈 첫날부터 오픈런이 시작됐다. 예약 방문 신청 서비스에는 약 3000명이 몰려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으며,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던 단 7일간의 방문객이 약 3만 명이었다고.


이 박사는 “아무리 더현대 서울이라고 해도 유통사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의류나 신발과 같은 통상적인 제품 라인업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박재범이라는 셀러브리티 파워만으로는 검증되지 않은 신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로 팝업스토어를 내줬다는 것은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터”라고 이야기하며 “그런데도 더현대 서울은 원스피리츠와 윈-윈을 이뤘다. 이 또한 MD의 선구적인 기획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더현대 서울은 이제 하나의 플랫폼으로 봐도 무방해 보인다. 하드웨어는 플랫폼이 되고 그 안에 소프트웨어, 즉 브랜드가 스트리밍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은밀하고 위대하게’
씨 뿌리는 커뮤니케이션


한편 현대의 상업공간은 소비가 아니라 고객의 시간을 뺏는 곳이 돼야 하며, 새로운 취향을 제안하고, 라이프 스타일을 설계하는 곳이 돼야 한다. 이에 공간설계, MD와 더불어 중요한 것이 마케팅과 콘텐츠 등을 포괄하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더현대 서울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기성의 백화점으로 정의하지 않았다. 이에 고객 커뮤니케이션 매체 역시 기존과는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가장 먼저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단연 SNS.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만큼 더현대 서울은 소통 채널을 SNS 중심으로 전면 전환했으며,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 자발적으로 공유, 일상 속에서 더현대 서울의 가치관과 취향을 접하게 만들었다. 


구체적으로는 ‘트렌디’와 ‘취향’이라는 두 축으로 나눠 영상을 제작했다. 트렌디는 패션이나 잡화 등 새로운 아이템을 소개하고, 취향은 와인, 캠핑, 골프, 러닝 등 MZ세대가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는 종목들을 다뤘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은 이러한 콘텐츠가 직접적인 백화점 홍보와는 거리를 둔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서울앤소울’이라는 기획 영상은 짧은 드라마 형식으로 만드는데, 각 회차의 내용이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영상들을 보면 전체 흐름을 알 수 있게 구성됐다. 대표적으로 와인 영상의 경우 음악적 요소가 두드러지는 라이브 콘서트처럼 만들었다. 다만 백화점과의 연관성을 찾자면 촬영만 더현대 서울 와인웍스 매장에서 하는 식이다. 영상을 통해 와인도 음악처럼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물성’이라는 것을 음악적 요소를 통해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소통의 매체를 바꿨으니 화법도 바꿨다. 기존의 인쇄 매체의 전단 홍보 문안 스타일에서 벗어나 SNS 채널에 적합한 언어와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 박사는 “디지털 환경, 특히 핸드폰으로 광고를 접하는 환경에서는 상대방과 대화하듯 궁금증을 유발하고, 일상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화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한다.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지나치게 겉으로 드러나서는 안 된다. 잠영하듯 수면 아래로, 고객의 잠재의식과 열망을 건드려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직접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하기보다 그 브랜드를 더현대 서울의 이미지와 조화롭게 ‘취향의 아이콘’으로 제안할 수 있어야 고객의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더현대 서울의 커뮤니케이션팀은 이를 ‘씨앗을 뿌린다’고 표현했다. CF전략 이외에도 더현대 서울의 ‘씨 뿌리는 전략’이 대단한 이유는 모든 것이 다 의도된 부분이라는 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당장 화제를 만들고 주목받는 것보다는 고객 페르소나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정보의 진정성을 높이는 전략이 앞으로의 바이럴의 핵심이 될 것이라 조언했다.

 

경험과 재미로 충족시키는 오프라인 정체성
페르소나 공간으로 진화하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진 뉴리테일 시대에는 공간력을 갖춘 페르소나 공간이 중요해진다고 한다.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는 더현대 서울이 공간디자인, MD, 커뮤니케이션, 리테일테크, 조직문화 등 모든 국면에서 매장을 페르소나화하는데 성공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더현대 서울 자체의 페르소나가 명확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지극히 개인화된 정체성 혼돈의 시대에, 자기 정체성을 반영할 수 있는 페르소나 공간에서 자신과 동일시 할 수 있는 확고한 취향을 바탕으로 구매가 이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소비의 두 축을 ‘필요’와 ‘욕망’으로 본다면, 오프라인 공간은 경험과 재미를 통해 정체성의 욕망을 충족시켜야 한다. 호텔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존재한다. 다만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호텔의 상품과 서비스에 잘 녹아들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쉽사리 답하기가 힘들다. 그만큼 차별화하기 어려운 콘텐츠들이 많고, 타깃하는 고객도, 지향하는 바도 결국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공간력, 즉 인력을 갖춘 데스티네이션 호텔이 되고 싶다면, 페르소나 공간으로 진화해보자. 대신 그 전에 호텔의 페르소나는 무엇인지, 모든 직원들이 호텔의 페르소나를 이해하고 페르소나화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공간력을 트렌드로 제시하고,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를 발간하며 공간력의 대표 사례를 분석했다. 공간력을 연구하며 여러 공간들 중에서도 더현대 서울의 어떤 점이 의미 있게 느껴졌는지 궁금하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비즈니스의 성공적인 케이스를 조금 더 면밀히 분석하고자 하는 센터의 의지로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를 발간하게 됐다. 그러나 초기에는 더현대 서울을 주제로 삼기에 고민되는 부분이 다소 있었다. 인사이트 책 시리즈의 전편이 마켓컬리였던 점을 생각해보면 더현대 서울은 대기업인 만큼 자본력이 탄탄하기 때문에 다른 일반 공간 사업을 영위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현대 서울 직원들과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의미가 있다고 확신이 들었다. 


더현대 서울은 초기부터 제약이 많은 프로젝트였다. 책에서 여러 제약 요건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들이 장애물 투성이었고, 오히려 거대한 조직이 이러한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요건이 되는 사항이었다. 성공 경험이 많은 조직이 이전의 성공 방식을 버리고 변화에 대한 절박함으로 이뤄낸 성과는 칭찬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공간력의 대표 공간으로서 더현대 서울이 가지고 있는 공간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궁극적으로 공간력은 곧 콘텐츠 파워다. 이제는 ‘상권보다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기 때문이다. 여의도는 상권으로 보면 대표적인 업무지구기 때문에 상당히 난감한 곳이다. 주말이 대목인 백화점의 특성상 주말 인구가 평일 유동인구의 반으로 줄어드는 곳은 상권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바로 옆에 이미 여의도의 랜드마크 몰 격으로 자리를 잡은 IFC몰이 있었기도 했다. 더불어 더현대 서울 기획 당시 코로나19가 기승이었던 때라 해외 MD 구성도 어려웠던 시점이었다. 그랬던 곳에서 개점 당시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아이코닉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콘텐츠 파워가 크다는 것은 SNS 업로드 수 차이만 보더라도 느껴진다. 현대백화점 계정도 포함한 3사 백화점을 다 합쳐도더현대 서울 독립 계정의 해시태그 수를 따라갈 수 없다. 또한 팝업스토어와 관련된 연관어들을 분석해봐도 2021년도부터 2022년도까지 더현대서울이 따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콘텐츠 하나로 뛰어넘은 공간력이다.

 

페르소나 공간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관점의 전환이 요구되는데 관점의 전환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까?
특정 세대에게 집중한다는 것은 그동안 해오던 관행을 포기해야 함을 의미한다. 타깃이 바뀌면 공간, 디자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등 모든 백화점 경영 측면에서 예전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더현대 서울은 많은 백화점들이 자주 하는 현수막을 아예 없앴다. 개점 초기부터 지금까지 각종 할인행사를 포함한 모든 정보는 디지털로 제공, 자발적 입소문의 영향력으로 접근했다고 한다. 


현 시대의 공간은 나의 어떤 특색을 드러내고, 반영하기 좋다고 느꼈을 때 호소력이 높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페르소나 공간’이라고 명칭을 만들었고, 더현대 서울은 그 페르소나 공간을 구현해냈다.

 

공간력 형성에 있어 더현대 서울의 접근법, 전략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면?
더현대 서울이 공간의 혁신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바로 ‘열린 조직’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하 2층은 내가 모르는 브랜드로만 채워라.” 더현대 서울 부회장이 직원들에게 했던 이야기다. 위계질서보다 ‘힙함’을 선도할 수 있는 직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신뢰해주는 조직 문화를 마련해줬던 점, 더불어 단순히 위임뿐만 아니라 전사적으로 ‘더현대 서울스러움’이란 무엇인지 탄탄히 공유하고, 그 더현대 서울스러움을 모든 영역에서 함께 구현했던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특히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내부에서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힙한 브랜드들은 특정 콘셉트를 지향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구성원들이 젠틀몬스터스러움, 젠틀몬스터다움을 공유하고 있는가’라는 점이라고 한다. 즉 정체성을 시각화하는데 공을 들인다는 것이다.


이에 더현대 서울은 기존 백화점 운영 시간이나 층별 매장 안내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 제공의 홈페이지 역할을 넘어 MZ세대 고객과 내부직원들에게도 더현대 서울의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홈페이지로 하여금 실현케 했다.

 

더현대 서울의 공간력 키워드로 △아이덴티티, △공간디자인, △머천다이징, △커뮤니케이션, △리테일테크의 총 다섯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는데, 이 중 가장 핵심이 되는, 혹은 강조하고싶은 키워드가 있다면?
공간을 기획할 때 공간 자체를 구현하는 이슈는 다들 너무 잘 알고 있는 사항이라고 본다. 하지만 공간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공간에 대해 잘 알릴 수 있어야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힘이 생긴다. 즉 이끌기 위해서 이제 공간 기획만큼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더현대 서울이 선택한 ‘씨 뿌리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영민하고도 치밀한 고도의 커뮤니케이션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더현대 서울이 성공한 기저에는 SNS가 있다. 방문객들이 자발적으로 SNS를 활용해 더현대 서울을 소개한 것이 상당히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MZ세대들이 개인 SNS를 통해 자체적으로 PR을 한 셈이다. 고객이 고객을 불러온 대표 사례로 남을만하다.

 

마지막으로 호텔이라는 공간에 있어 공간력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나? 공간력을 갖추고자 하는 호텔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호텔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일상’을 ‘비일상화’ 해줄 수 있는 공간이다. 먹고, 자고, 쉬고, 놀고 하는 모든 일상적인 행위를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곳이다. 기존 호텔들은 이러한 점을 매우 잘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호텔은 그 어떤 공간보다 공간력뿐만 아니라 ‘인력’이 병행돼야 하는 영역이라는 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공간 기획을 아무리 잘 이뤄놓았다고 하더라도 서비스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다보니 호텔 간 콘텐츠에 대한 차별이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이에 호텔마다 특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것이 스토리일수도 있고 지역경관과의 연대일 수도 있다. 경쟁사가 따라할 수 없는 대체불가능한 특색을 강화해야 할 시기다.
인문지리학자 이 푸 투안(Yi-Fu Tuan)의 <공간의 장소>에 따르면 공간과 장소는 다른 개념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공간 + 경험 = 장소’다. 즉 공간에 경험이 더해질 때 장소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공간은 추상적 의미가 강하지만, 장소는 공간 중에서도 특히 인간의 삶과 경험이 녹아든 곳을 말한다고 한다. 따라서 호텔들도 공간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경험을 위한 곳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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