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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0 (토)

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가라오케 회사가 만든 산후케어 호텔, Mom Garden Hayama


최근 도쿄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최고급 별장지 중 하나인 하야마에 일본 최대의 산후케어 호텔이 탄생해 주목 받고 있다. 2021년에 오픈한 ‘맘가든 하야마(Mom Garden Hayama)’는 산후케어와 리조트 호텔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호텔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셀럽들이 아이를 낳고 머물면서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일본에는 한국처럼 출산 후 산후조리를 하는 시설이 많지 않다. 아직 대부분은 집에서 가족들이나 지인에 의존한 산후조리를 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처럼 산후케어 불모지인 일본에 이런 콘셉트의 호텔이 오픈한 것도 놀라운데, 바로 이 산후조리 호텔을 운영하는 기업이 산후조리와 전혀 무관해 보이는 가라오케(노래방) 회사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번 호에서는 일본 최대 산후케어 호텔 ‘맘가든 하야마’의 특징과 가라오케 기업이 산후케어 호텔을 오픈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고급 별장지 하야마에 등장한 산후케어 호텔


일본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출산 여성을 둘러싼 상황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고령 출산의 증가, 조부모 세대의 고령화, 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 가족형태의 변화 때문에 출산 여성들이 예전처럼 친정으로 돌아가서 산후조리를 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3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조부모들이 자녀들과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출산 여성들의 산후조리에 대한 부담은 더욱 증가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엄마와 신생아가 산후조리를 받을 수 있는 숙박형의 민간 산후케어 시설은 일본 국내에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선택지가 적은 것이 항상 문제로 대두돼 왔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가라오케 사업에서 시작해 캡슐호텔 및 보육원 운영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NS그룹이 자회사인 ‘주식회사 맘즈’를 통해 ‘산후케어 × 리조트 호텔’이라는 새로운 숙박시설 ‘맘가든 하야마’를 선보였다. 그동안 보육원 및 캡슐호텔 운영의 노하우를 결집해 만들어낸 산후케어 호텔은 오픈과 동시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기업가 정신으로 뭉친 회사


도대체 어떻게 가라오케 기업이 산후케어 호텔을 오픈하게 된 것일까? 맘가든 하야마의 실질적인 오너인 NS그룹은 일본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가라오케(노래방) ‘파세라’를 운영하는 기업인데, 이 회사가 특이한 것은 사원들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사업을 계속 전개해 나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기업 문화 때문에 사내에는 기업가 정신이 강한 젊은 직원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직원들 중에서 가장 특출한 인물로 주목을 받는 직원이 있었는데 중도 채용으로 들어온 사이토 나츠미(斎藤睦美, 이하 사이토)였다. 


사이토는 대학교에서 유치원 교사와 보육사 자격증을 딴 후 발달장애 지원 시설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이토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케어를 하며 하루하루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친언니가 40살이 넘은 나이에 조카를 낳기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샐러리맨인 형부는 아내가 출산을 위해 입원해 있어도 병원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바빴다. 그래서 사이토가 어쩔 수 없이 입원한 언니의 도와 줄 수밖에 없었다. 입원 후 자연분만을 하려고 노력하던 언니는 배 안에 있는 아기의 상태가 나빠져서 긴급 수술을 받게 됐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이토는 언니가 겪는 출산의 고통을 보면서 ‘출산이란 힘들고 큰일이구나’라고 절실히 느끼게 됐다. 무사히 아기를 출산한 언니는 형부가 찾아 준 일본에 몇 안 되는 산후조리원 중 한 곳에 들어갔다. 그 곳에서 조금씩 안정을 찾는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사이토는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키워가는 많은 엄마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결심했다. 

 

 

가라오케 회사에서의 보육사업


사이토는 산후케어 시설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새로운 직장을 찾았을 때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다. 산후케어 시설은 조산사 등의 자격증을 원했고 그렇지 않으면 보육사업을 하는 회사에 취직해야 했다. 사이토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길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NS그룹에서 보육과 관련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사이토는 바로 NS그룹에 지원해서 자신의 계획을 피력했다. 그리고 산후케어 시설을 만들기에 앞서, 먼저 직원들을 위한 사내 보육원의 설치 및 운영에서 성과를 내보라는 말을 들었다. 


사이토는 매일 야근을 하며 사내 보육시설을 만들었고 동시에 가라오케에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넣었다. 엄마가 육아하며 즐길 수 있는 가라오케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사이토는 승승장구하며 초스피드로 새로운 프로젝터의 리더 겸 그룹의 홍보팀의 리더가 됐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이 꿈꿨던 산후케어 호텔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사내에 관철시켰다. 

 

 

사이토는 산후케어 호텔을 만드는 첫 작업으로 한국을 찾았다. 일본의 연예인들도 찾는다는 한국의 산후케어 시스템을 돌면서 설비부터 운영에 관해 벤치마킹을 해 나갔다. 벤치마킹을 하면서 사이토는 한국과는 다른 일본 엄마들의 특징에 맞는 시설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이토는 다음의 두 가지에 중점을 뒀다. 


첫째로 너무 화려하지 않는 실내 분위기 즉 너무 호텔 같지 않는 집 같은 아늑함을 주는 객실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오랜 기간 숙박하는데 너무 고급 호텔 같고 화려하면 불편해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소박한 실내 인테리어로 집과 같은 아늑함을 추구했다. 즉, 일본 엄마들의 심리적 안정을 우선시한 설계와 디자인에 중점을 둔 것이다. 


둘째로는 호텔의 입지 선정에 공을 들였다. 일본의 엄마들에게 산후케어를 위해 비싼 돈을 내고 시설을 이용한다는 것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비용을 흔쾌히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호텔의 입지가 이름만 들어도 납득할 수 있는 네임 밸류가 있는 곳이 필요했다. 사이토는 여러 지역을 물색한 끝에 카마쿠라 바로 옆에 있는 하야마에 만들기로 했다. 


사이토의 일본에 최적화된 산후케어 시설을 만들겠다는 노력은 2021년 드디어 일본에서 최대 규모의 산후케어 호텔인 맘가든 하야마를 오픈시키는데 성공했고, 지배인으로 1년을 보낸 후 2022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맘가든 하야마가 추구하는 가치 


사이토가 인생을 걸고 만들어 낸 산후케어 호텔 ‘맘가든 하야마’는 어떤 모습일까? 먼저 맘가든 하야마의 콘셉트를 보면, 출산 직후의 엄마들의 스트레스나 신체적 부담을 경감시키며 천천히 엄마가 되도록 한다는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세 가지 가치를 내걸고 있다.


첫째, 엄마들의 건강 회복이다. 엄마들이 제대로 수면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24시간 아기를 케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즉, 맘가든 하야마는 조산사와 전문 스탭이 아기를 지켜보는 베이비룸을 두고, 조산사는 케어뿐만 아니라 엄마들에 대해 수유와 목욕 지도 및 유방 케어 등 다양한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엄마의 마음을 치유한다는 가치다. 일반적으로 출산 후에는 급격한 호르몬량의 변화로 인해 엄마들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시기를 보낸다. 맘가든 하야마는 바로 이 시기에 프로들의 서포트를 통해 출산한 엄마들이 초조해 하지 않고 조금씩 천천히 ‘엄마’가 돼가는 준비를 하도록 돕고 있다. 예를 들면, 바다가 보이는 족탕, 암반욕, 요가 룸, 라운지, 에스테틱 살롱, 포토 스페이스, 가라오케 등이 그것이다. 


셋째, ‘가족이 될 준비’를 돕는 것이다. 맘가든 하야마는 아빠나 형제, 자매도 함께 머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이 일본의 다른 조리원들과 큰 차이라고 한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아빠들은 리모트 워크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호텔 내에 특별한 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형제, 자매들이 머무는 동안 놀 수 있도록 하는 키즈 스페이스와 각종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어, 막 태어난 동생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맘가든 하야마의 객실에 대해서 살펴보면, 호텔의 총 객실 수는 전부 37개다. 이들 객실은 모두 오션 뷰로 멋진 전망을 가지고 있으며, 낮에도 잘 수 있도록 전실에 완전 차광의 커튼이나 롤 스크린을 설치해 두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객실의 구성을 보면 크게 네 개 타입이 있다. 먼저, 가장 큰 객실인 로열 스위트(51㎡)는 가장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침실 외에 방 하나가 더 있고, 간이 키친도 있기 때문에 집처럼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주니어 스위트(21㎡~)는 후지산 뷰로 가족들이 한방에서 지내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불린다. 디럭스 타입(16㎡)은 세미 더블 사이즈의 침대에 욕실과 화장실이 있다. 밸류 타입(15㎡)은 가장 저렴한 공간으로 엄마가 혼자서 머물 때 적합하며, 싱글 침대와 유닛 욕조가 설치돼 있다. 그렇다면 가격대는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1박에 4만 2000엔부터 이며 평균 숙박일수는 14박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그 후에도 주말 등 생후 3개월 미만 까지는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어서 집으로 돌아간 후에 다시 찾는 고객들도 많다고 한다. 

 

이미 세계에서 주목받는 산후케어 시스템을 자랑하는 한국의 시점에서 맘가든 하야마는 크게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라오케 회사가 산후케어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직원의 신념을 응원해 산후케어 불모지인 일본에서 시설을 오픈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직원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기대하는 기업들에게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 시설이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일본 산후조리의 형태가 선진 한국형 서비스로 바뀌는데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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